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띠리리리
타이밍 맞게 딱 맞춰서 도착한 오늘의 메인 손님.
이제 보니 현관문 벨소리가 아니라 1층 인터폰 알람이었다.
의자에서 일어서서 ‘문 열림’ 버튼을 누르며 나는 말했다.
“오셨나 보다.”
“아, 오빠 할머니요?”
“응.”
“그런데.. 저 있어도 돼요?”
“괜찮아. 좋은 분이셔. 근데 성격이 조금 강하시니까 당황하지 말고. 말씀이 조금 거칠 수 있거든.”
내 말에 아름이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엄청 약해서 괜찮아요!”
약해서 괜찮다니.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이다운 이유였다.
뭐, 그와 별개로 아름이라면 확실히 안심할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우영이와 할머니가 만나기라도 한다면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테니.
아마 매 순간이 살얼음판 같지 않을까.
그런 쓸 데 없는 상상에 빠져있는 사이.
띠리리리.
다시 울리는 벨소리.
이번에는 현관문 벨소리가 분명했다.
“.. 아빠!”
어느새 문 쪽으로 이동한 연두가 잔뜩 신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매번 할머니와 사소한 마찰(거의 내 문제로)을 빚긴 하지만.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는 모양이다.
“그래, 빨리 문 열어드리자.”
곧바로 나는 현관문 앞으로 이동했다.
연두와 나란히 선 채로 문 손잡이를 돌려 열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빨리도 연다, 이 조대……”
평소라면 이어졌어야 할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는 할머니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보기 드문 벙찐 표정으로 나와 연두를 쳐다보고 계셨으니까.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연두와 내가 이렇게 꾸민 건 처음 보시는 걸 테니.
특히나 나는 나 스스로도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할머니의 시선에는 더 그럴 터였다.
결국 외마디 의문사가 들려왔다.
“.. 뭐냐?”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놀라셨죠?”
“놀라고 자시고 뭐냐니까.”
“새해 영상 찍을 거라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꾸며 봤어요.”
자연스레 나는 뒤에 쭈뼛거리며 서 있는 아름이를 소개했다.
“이 친구가 꾸미는 걸 도와줬고요.”
“요 가시나는 또 뭐야?”
그 말에 뒤에 서 있던 아름이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뎠다.
그리고선 다짜고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름은 유아름이고 나이는 올해 열아홉 살, 취미는 메이크업 및 뷰티입니다! 그리고.. 오빠랑은 영상편집 학원에서 만났고 오늘 연두랑 오빠를 뷰티풀하게 만들어줄 조력자로 오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역시 보면 볼수록 유니크한 캐릭터이다.
요 가시나는 뭐냐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 길게 자기소개를 한다니.
할머니도 흠칫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런 와중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한 마디가 들려왔다.
“뭐 그리 말이 길어? 주원이 신붓감이야?”
띠용.
말 그대로 띠용 눈이 확장됐다. 나도, 아름이도.
신붓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인지 연두만 고개를 갸웃거렸고.
뒤늦게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할머니. 농담도 그런 농담을 하세요. 애 당황하게.”
“이 조대가 그냥.. 언제 이 할미가 농담하는 거 봤어?”
“.. 방금 그게 진심으로 하신 말씀이라고요?”
“그럼 진심이지 가짜게! 내가 뭣하러 가짜로 말을 해?”
자연스레 덩달아 사운드가 올라갔다.
“미성년자한테 그런 얘기 하시면 안 돼요! 이제 열아홉 살이라구요!”
허나 이어지는 말에 나는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열일곱에 시집을 갔다, 이 놈의 새끼야!”
“…”
그러고 보니 아빠한테 들은 적이 있다.
외할머니가 굉장히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셨다고.
설마 그게 열일곱 살이었을 줄이야.
‘.. 맞아. 그랬었지.’
그 시절이 전쟁을 치른 뒤라 남자가 귀했다고 했다.
여성이 보통 17세에서 23세 사이에 시집을 갔다고 하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할머니는 나와 기준이 다른 것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다.
나는 소심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아무튼 그런 거 아니에요. 요즘은 옛날이랑 많이 달라졌다구요.”
“어쭈. 이게 아주 할미를 노인네 취급하네.”
“그, 그런 게 아니라 현실을 말씀드리는 거죠!”
“안다, 이 녀석아.”
“네?”
고개를 들어보니 피식 웃고 계신 할머니.
역시 평소에는 보기 드문 표정이었다.
“내가 자식이 몇인데…… 할미가 바본 줄 알아?”
당했다.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도 곧잘 쓰시는 할머니인데.
하기야 시골도 근대화된 시대 아닌가.
“.. 설마 처음부터 장난이셨어요?”
“흥, 당연하지. 그렇게 순진해 빠져서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 그래? 바보도 아니고. 내가 괜히 조대라 부르는 게 아니라니까?”
“…”
예전에 나를 예뻐했다는 사실로 장난친 적은 많지만 역으로 당해보긴 처음이다.
당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쿡. 쿡.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아름이가 세상 재밌는 표정으로 입을 가리고 웃고 있다.
그 옆에는 왜인지 연두도 따라서 웃음짓고 있고.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여는 아름이.
“할머니 좋은 분이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재밌기까지 하시네요.”
“.. 그래?”
“네. 오빠 그런 모습 처음 봤어요.”
“내가 어땠는데?”
“할머니 앞이라 그런지.. 되게 아이같다고 해야 하나…… 뭔가 엄청 재밌어요, 흐흐.”
반쯤 체념한 나는 고개를 돌려 연두를 바라봤다.
“연두는 왜 웃는 거야?”
“헤헤, 아빠가 우껴서…… 그리고……”
역시 대화는 알아듣지도 못하고 내 모습에 웃는 모양이다.
끝나지 않은 연두의 말이 이어졌다.
“귀여어서..”
“응?”
잘못 들었는지 싶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아빠가?”
“네에. 아빠가 귀여어서..”
그렇게 말하고는 배시시 웃음짓는 연두.
이건 또 새로운 기분이었다. 아빠가 귀엽다며 웃는 딸을 보는 건.
***
“그래서 어때요, 할머니?”
할머니를 집 안으로 모신 뒤, 나는 장난스레 물음을 건넸다.
여지없이 특유의 까칠한 대답이 돌아왔다.
“갑자기 어떠냐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야?”
“저희 말이에요.”
꼬옥.
옆에 있는 연두를 감싸 안으며 말을 이었다.
“저랑 연두 이렇게 꾸민 모습 보니까 어떠시냐고요. 막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쁘고, 멋지고 그러지 않으세요?”
유치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되갚고 싶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아까의 장난을.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낯간지러운 자화자찬도 동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차.’
말을 뱉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아름이.
또 그런 표정이다. 이런 내 모습은 처음 본다는 표정.
허나 이미 시작한 이상 무를 수는 없었다.
“자, 연두도 물어봐. 할머니한테.”
“네에!”
의도를 알아챈 건지 연두도 맑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멋찌게 꾸민 아빠랑, 예.. 예뿌게 꾸민 연두 어때여..?”
중간에 살짝 고비가 있긴 했지만 훌륭하게 질문을 던진 연두.
할머니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다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아주 염병을 하네, 염병을 해. 어울리지도 않게 법석을 떨어놨구만.”
또 이러신다. 아닌 게 표정에서 보이는데.
아까 처음 우리를 봤을 때도 그러셨고.
나는 아름이를 보며 능청스레 말했다.
“할머니어라는 거야.”
“.. 할머니어요?”
“응, 해석은 간단해. 아름이 너도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뭔데요? 알려주세요!”
“그냥 전부 반대로 해석하면 돼. 염병한다는 건 염병 안 한다는 뜻으로, 법석을 떨어놨다는 건 의역해서 너무 예쁘게 잘 꾸몄다고.”
“아!”
“아는 무슨 아야, 이 가시나야!”
드디어 발끈하신 할머니.
그 방향이 애꿎은 아름이었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으응..?”
“으응? 지금 이 할미한테 반말한 거냐?”
“아, 아니에요! 저 그런 애 아니에요! 웃어른 공경도 완전 잘하고,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매일 인사하고……”
“떽! 알았으니까 조용히 해.”
“네, 넵!”
조용히 하라니까 바로 입을 꾹 다무는 아름이.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시트콤이나 다름없는 재미있는 장면.
의외로 둘의 케미도 상당히 잘 어우러졌다.
얼마 후 침묵을 깨고 아름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요, 오빠.”
“응.”
“새해인사 영상에 연두랑 오빠가 나올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치.”
“근데 구독자분들한테도 인사하겠지만, 할머니한테도 세배드려야 하잖아요.”
“그렇지.”
“.. 그럼 할머니도 영상에 출연하시는 거예요?”
사실 이건 아직 깊게 생각하지 않은 문제였다.
나보다도 할머니의 의사가 더 중요한 부분이었으니까.
‘확실히 좋긴 하겠지.’
영상만 고려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건 분명했다.
보통 새해 인사라면 웃어른에게 드리는 세배를 빼놓을 수 없으니까.
자연스레 나와 연두의 시선은 할머니를 향했다.
“뭐. 왜 쳐다봐!”
결국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떠세요, 할머니? 세배받으시는 모습 영상으로 촬영하는 거.”
“관심 없으니까 마음대로 해.”
“하하.”
이렇게 대답하실 줄 알았다.
의외로 이런 건 빼지 않으시는 타입인 걸 알았으니까.
그때 슬쩍 목소리를 내는 아름이.
“저, 저기.. 할머니.”
“뭐.”
“혹시 제가 할머니도 ‘뷰티풀~’ 하게 꾸며드려도 될까요?”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뭐시? 뷰티풀?”
“네. 자신 있거든요. 진짜 뷰티풀, 아름답게 만들어드릴 자신.”
아름이가 철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화장품도 다 챙겨 왔는데, 연두는 아직 애기라서 못 해 줬거든요. 아, 물론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저 친할머니, 외할머니 뵐 때마다 맨날 화장해 드리거든요! 엄청 좋아하세요!!”
“.. 이 나이 먹고 화장은 무슨. 됐어, 이 년아!”
“으응?”
“이게 아주 틈만 나면 반말을 하네? 그렇게 하면 모를 줄 알고! 나이는 먹었지만 귀는 아직 안 먹었다!”
“아, 죄, 죄송해요!! 습관인가 봐요! 근데 그게 아니라……”
아름이가 말을 이었다.
“할머니 지금도 진짜 젊고 예쁘신데 그렇게 말씀하셔서요. 그래서 제가 더 뷰티풀하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살짝 풀이 죽은 듯한 아름이.
적절한 타이밍에 내 품에 안겨있는 연두가 조력을 나섰다.
“마자요! 할머니 엄청 예뻐여..!”
“요것들이 아주 쌍으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그렇게 말씀하시긴 했지만 나는 놓치지 않았다.
할머니의 얼굴에 잠깐 스쳐 지나가는 미묘한 표정을.
한편 아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나를 웃음짓게 만드는 설득 방법으로.
“할머니, 한 번만요..”
“됐어.”
“딱 한 번만.. 한 번도 안 돼요? 요즘 화장품은 피부에 자극도 안 가구요. 지우기도 편해서 마음에 안 들면 지우셔도 되는데…”
“됐다니까.”
“이이잉… 할머니이…”
“.. 요 년이 미쳤나.”
한 마디로 말하면 애교 작전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두는 그런 모습을 보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생각인지 물어보고 싶은데 틈이 없네.
‘나중에 물어봐야지.’
이윽고 나는 할머니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귀찮게 정말! 마음대로 해, 이 년아!!”
“.. 진짜요?”
“이상하면 바로 지울 줄 알아!”
의외로 조르기에 약하시다는 사실을.
물론 날카로운 말투와 별개로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으셨다.
아니, 오히려 내 눈에는 그 반대였다.
만약 정말 나빠 보였다면 진즉에 내가 아름이를 말렸겠지.
끝내 허가를 받은 아름이의 표정에 번지는 환한 미소.
“잘 생각하셨어요, 할머니!”
옆에서 연두도 손뼉을 짝짝 치며 말했다.
“아르미언니! 연두 할머니 짱 예뿌게 꾸며주세여..!”
“훗. 맡겨 줘, 연두야.”
곧바로 철통 안에서 화장품을 꺼내 드는 아름이.
“그럼 시작합니다!”
“네에!”
연두는 내 품에 안긴 채로 할머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다시 아름이의 손이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
“와…”
잠깐 잊고 있던 사실이 존재했다. 아름이의 전문분야는 다른 게 아니라 ‘메이크업’이라는 걸.
그걸 떠올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건 평소 내가 생각하던 화장이 아니었다.
‘이렇게 섬세할 줄이야.’
아름이의 손동작은 너무나도 섬세했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미술이 대게 종이에 펼치는 예술이라면, 화장은 얼굴에 펼치는 예술같았다.
“우아……”
보는 내내 나와 연두는 경쟁이라도 하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름이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활력이 돌고 색감이 살아나는 모습.
도무지 감탄 없이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과한 게 아니야.’
피부톤에 맞는 적절한 색감과 명도, 디테일한 모양 설정까지.
새삼 미술과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별개로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할머니는 정말 자연스럽게 ‘변신’하고 계셨다.
스윽. 스윽.
아름이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런 거구나. 자기 분야에 몰두하는 모습이 그렇게나 멋있다는 말은.
계속해서 아름이의 손은 할머니의 얼굴 위를 춤췄다.
톡. 톡.
정작 할머니는 눈을 감고 계셔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모르시겠지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후우. 됐어요! 이제 눈 뜨셔도 돼요!”
“오래도 걸리는구먼.”
서서히 감았던 눈을 뜨시는 할머니.
거울 속에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비쳤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아까 정도가 아니야.’
파르르 진동하는 볼과 떨리는 눈동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에는 확연하게 보이는 표정 변화였다.
얼마나 놀라신 건지가 공기를 타고 느껴지는 표정 변화.
허나 나는 티를 내지 않았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왜냐고? 너무 기쁘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워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는 게.
굳이 장난을 쳐서 이 감정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옆에서 자그맣게 속삭이는 듯한 중얼거림.
“..너무 예뿌다. 할머니…”
작긴 했지만 모두에게 들릴 만한 사운드였다.
이번에는 살짝 붉어지는 할머니의 얼굴. 화장을 했음에도 그게 눈에 보였다.
이쯤 되면 나도 한 마디 할 차례지.
“정말 젊어지셨는데요, 할머니? 저희 어머니라고 소개해도 믿겠어요.”
사실 단순히 젊어지신 수준이 아니다.
얼굴에서 무척 고풍스러우면서도 단아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런 이미지와 달리 말씀은 여전히 거칠긴 하지만.
“시, 시끄러! 오버는…”
그러면서도 지울 거라는 말은 절대 안 하신다.
이상하면 바로 지울 거라 하셨으면서.
‘당연하지. 할머니도 여자니까.’
한편 옆에서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름이.
나는 머리에 살짝 손을 올리며 말했다.
“정말 고맙다, 우리 할머니 예쁘게 꾸며 줘서.”
“히히, 뭘요. 저야 영광이죠. 연할머니 메이크업을 해 보다니…”
아름이는 역시 좋은 애였다.
처음 봤던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쑥스러우니까 나는 생략하고.’
설날 복장으로 세상 예쁘게 한복을 차려입은 내 딸 연두.
아름이에 의해 꽤나 먼 과거로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까지.
새해 인사 영상의 준비는 모두 끝난 셈이었다.
그럼 가져올 게 있었다.
스윽.
서랍을 열어 손에 든 물건. 바로 새로운 카메라 ‘type 1420.’
지금까지의 모습을 찍던 카메라와는 같은 브랜드의 상위 모델이었다.
말해두지만 앞으로 기존 모델을 교체하려는 건 아니다.
야외 촬영용으로는 그 모델이 더 적합하니까.
‘애초에 그걸 타깃으로 나온 모델이고.’
허나 내부 촬영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편리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퀄리티를 높이는 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다소 특별한 ‘새해 영상’의 촬영이니까.
“.. 아빠 카메라다!”
가장 먼저 내 손의 카메라를 발견한 건 다름아닌 연두였다.
뒤이어 할머니와 아름이의 시선도 카메라를 향했다.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영상 촬영.”
“네, 아빠..!”
최고의 새해인사 영상을 촬영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