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5)
25화. 상담
“헉..”
유투브 계정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회수가 더 치솟아 있었다.
아까 육천이었던 조회수가 이제는 만을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물론 구독자도 그와 비례하여 상승한 상태였다.
‘길이가 긴 영상을 올렸다면.’
정말 영상 하나만으로 수익 창출 조건을 만족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의 표본이 쌓인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두의 모습은 나에게만 사랑스럽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씩 웃으며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
“여기 앉아 볼래?”
그 말에 연두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나는 바로 연두튜브의 영상을 클릭했다.
“기억나지, 연두야? 어제 아빠랑 같이 영상 올렸던 거.”
“네에.”
“어떤 영상이었는지 기억해?”
연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연두 리얼 꿀마시 먹는 거…!”
아무래도 연두의 기억 속에 삶은 계란과 사이다는 ‘리얼 꿀마시’로 남은 거 같았다.
당시의 맛이 떠오르는지 연두가 꼴깍 침을 삼켰다.
그런 연두를 보니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하하, 맞아. 어제 아빠랑 같이 그 영상 올렸잖아.”
“네.”
“벌써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엄청 많이 댓글을 달았어.”
“연두 보고요? 댓글..?”
“응, 그러니까 댓글은.. 사람들이 연두가 리얼 꿀마시 먹는 거 보고 말을 한 거야.”
“사람들이 뭐라고 해써요..?”
당연한 얘기지만 연두는 글을 읽을 줄 몰랐다.
내가 알려준 ‘서연두’를 읽고 쓸 줄 아는 것 외에는.
따라서 댓글을 읽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니 내가 대신 사람들이 적은 댓글을 읽어줄 생각이었다.
“아빠가 읽어줄게. 그러니까 잘 들어봐?”
“네..”
조금은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하긴, 어젯밤 연두의 표정에서도 느껴졌으니까.
사람들이 자신을 나쁘게 보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게.
나는 그 두려움을 없애주고 싶었다.
“자, 읽는다?”
연두가 긴장되는 표정으로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웃으며 댓글을 차례로 읽어주기 시작했다.
딱히 필터링을 거칠 필요도 없었다. 연두를 향한 나쁜 말은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진짜 연두 너무 예쁘다. 어떻게 이렇게 천사 같을 수 있지?”
왜인지 연두는 내가 첫 댓글을 읽자마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동화책 읽듯 댓글을 읽어줬다.
“연두 머리 한 번만 쓰다듬으면 소원이 없을 듯.”
“와, 사람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야? 아빠는 빨리 다음 영상을 올려라!”
“진짜 계란 사이다 천 개씩 사주고 싶다… 언니가 많이 아낀다, 연두야..♥”
“꼬마 공주님 덕분에 힐링하고 갑니다~”
하나하나 읽어 내려갈 때마다 연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기뻐하는 건지 슬퍼하는 건지 알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러다 연두는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연두야.”
“진짜예요..?”
“응?”
“진짜 사람들이 연두한테 한 말이에요?”
나는 즉시 대답했다.
“물론이지. 아빠는 거짓말 안 하는 거 알잖아.”
그러자 연두는 촉촉해진 눈으로 활짝 미소를 지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조금은 지금 연두의 마음을 알 거 같았다.
‘다행이야.’
연두를 향해 이런 댓글을 읽어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실제로 나는 댓글을 읽으면서 토씨 하나 보태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말투를 조금 과장한 건 있어도.
‘그야.’
연두를 향한 댓글들은 대부분 내 심정을 대변했다.
그런 글들을 읽는데 감정이입이 안 될 리가 없지.
뿌듯해하는 나를 향해 연두가 말했다.
“아빠아.”
“응.”
“근데 연두는 왜 읽을 수 없써요..?”
“댓글 말하는 거야?”
“네.”
“읽을 수 있어. 어린이집에서 한글 공부 열심히 하고, 아빠랑 같이 공부하면 금방 스스로 읽을 수 있을걸? 연두는 똑똑하니까.”
“연두 똑똑해요..?”
“응.”
연두는 잠깐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못 읽으면요?”
“응?”
“공부해도 연두가 못 읽으면 어떡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연두가 못 읽으면 아빠가 대신 읽어줄게. 언제라도.”
“헤헤, 아빠아..”
연두는 내 손을 더 꼭 쥐었다.
나는 연두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또 다른 댓글을 읽었다.
“연두 존귀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명체다.. 후덜덜..”
아무렇지 않게 다음 댓글을 읽으려는 순간.
연두가 나를 톡톡 치더니 물었다.
“아빠. 존귀가 모에요..?”
“…”
나 바보인 건가? 이 댓글 왜 읽었지?
악플은 아닌데, 연두에게 설명해 줄 수는 없는 댓글이었다.
조금 생각한 뒤, 나는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연두가 엄청 귀엽다는 거야.”
“아하!”
“대신 이 말은 어디 가서 쓰면 안 된다?”
“.. 왜요?”
결국 어떻게든 설명해 주느라 진땀을 뺐다.
나는 한숨 돌린 후, 다음 댓글을 읽었다.
“진짜 연두 너무너무 예쁘다. 앙 깨물어주고 싶네 ㅋㅋ”
이번에도 연두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여, 연두 왜 깨무러요..? 깨물면 아푼데…”
“하하…”
아무래도 댓글 읽기는 여기서 종료해야 할 거 같았다.
***
새근. 새근.
어느새 연두는 곤히 잠이 들었다.
나는 연두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일어나 컴퓨터 앞 의자에 앉았다.
‘조금은 해 두고 자는 게 낫겠지.’
집으로 걸어오면서 나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허나, 변화를 위해 기존에 하던 것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
무엇이든 급히 서둘러서 잘 되는 일은 없으니까.
‘우선은 하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시작한 유투브도 틈틈이 하며 변화를 모색할 생각이었다.
고로, 지금 내가 하려는 건 두 번째로 올릴 영상의 편집이었다.
‘방금 찍은 영상이 좋겠지.’
비록 연두가 메인 메뉴를 한 숟가락밖에 뜨지 않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영상의 주인공은 김치볶음밥이 아닌 연두니까.
뭐, 내가 요리하는 모습도 초반에 편집해서 넣을 수 있을 듯하고.
-다음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연두 줘! 또 줘! 계속 줘!
-흐아앙! 영상 매일 올려주면 안 되나요..? 하루 종일 이거만 돌려보고 있어 ㅠㅠ
생각할수록 신기하단 말이지.
연두를 예쁘게 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영상 하나를 올리고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제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수많은 시청자들이 댓글로 다음 영상을 요구하고 있었으니까.
-빠른 시일 안에 다음 영상이 올라오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똥을 싸겠어.
다소 무서운 협박을 하는 구독자도 존재했다.
사실 이게 이상한 반응은 아니었다. 유투브 선배 주연이가 나한테 얘기했으니까.
가급적이면 매일 영상을 올리는 게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특히 영상 반응이 좋은 경우에는.
‘하지만.’
전업 유투버가 아닌 나에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영상 길이도 10분 이상으로 올리는 게 좋다는데.
‘첫 영상은 2분짜리라 금방 해 버렸지만.’
이번 영상은 길이가 긴 것에 더해 편집할 부분들이 많았다.
필요 없는 부분들을 적절히 자르고 자연스레 이어 붙이는 작업이 필요했으니까.
편집 시간을 고려하면 기껏해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올리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올리기 위해선, 매일 틈틈이 편집을 진행해야 했다.
나는 무료 편집 프로그램 ‘베어 믹스’를 실행했다.
‘좋아.’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
열흘가량이 흐른 일요일.
나는 유투브 영상을 올리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편집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영상이 나왔다.
솔직히 겁이 나서 더 업로드를 미룰 수가 없었다.
-어이. 다음 영상 안 올리냐?
-설마 이 영상 하나를 남기고 런하는 건.. 아니죠? 아닐 거라 믿어요.
└에이, 설마. 눈치가 있다면 그러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상하게 저 아홉 개의 히읗이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환 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건 그나마 필터링을 거친 댓글들이었다.
열흘간 영상을 안 올리니 나를 향한 과격한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차마 말로 옮기기 조금 무서운 댓글들까지.
하아, 갑자기 억울하네. 나로서는 업로드가 늦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연두의 입양 절차를 밟기 시작하며 신경 써야 할 게 많았으니까.
‘물론.’
입양의 주체인 외할머니가 신경 써야 할 것들이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절차가 복잡했다. 교육 이수도 받아야 했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있었다.
추후에는 가정법원으로부터 허가도 받아야 했고.
부탁한 입장으로서 덩달아 신경이 쓰이는 건 당연했다.
‘다행인 점은.’
복잡하긴 했지만, 법적으로 걸리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할머니 역시 귀찮다고 불평하면서도 잘 협조해 주셨다.
그렇게 연두의 입양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외할머니가 연두를 입양하게 되면, 촌수로 볼 때 연두가 내 이모가 되는 건데.
연두가 이모라니. 어마어마하게 족보가 꼬이는구먼.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것 외에 방법은 없으니까.
친척들에게 연두를 지키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이걸 신경 쓰느라 업로드가 늦어졌다는 거다.
‘오늘에야 좀 여유로워졌고.’
그래서 잠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아, 연두는 옆에 없었다.
‘시은이 집에 초대를 받았지.’
연두는 나랑 있고 싶어 했지만, 친구 집에 가서 노는 것도 좋은 경험일 거 같아 내가 보냈다.
최근 열흘간 어린이집을 오가며 시은이 엄마인 신세연과는 꽤나 친해진 상태였다.
육아 선배라 그런지 사소한 대화를 나눠도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았고.
‘그런데 한 가지 깨달은 건.’
신세연은 자신이 말한 것처럼 눈치가 정말 1도 없다. 달리 말하면 엄청나게 둔하다.
그녀를 만난 첫날에 나는 실수 아닌 실수를 하나 했다.
통성명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내 이름을 말했으니까.
‘이주원.’
보면 알겠지만, 내 성은 이 씨이다. 그리고 연두의 성은 서 씨로 나와 다르다.
신세연은 나와 연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난 지금도, 전혀 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기색이 없었다.
‘.. 아닌가?’
어쩌면 눈치챘는데 모르는 척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뭐,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괜히 내가 제 발 저려서 먼저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는 일이니까.
터벅. 터벅.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 장소는 감자탕집이었다. 돈 꽤나 깨지겠네.
오늘은 저번에 만난 세 명의 무뢰한을 모두 만나기로 한 게 아니었다.
그중 한 명인 유성현이라는 녀석만 만나기로 했다.
‘제일 까부는 놈.’
만나서 밥이나 먹을 생각이었다.
끼이익.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녀석이 도착해 앉아 있었다.
“여기야, 여기!”
“알아, 인마.”
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시켰냐?”
“엉. 감자탕 소자. 센스 인정하냐?”
“아, 뼈해장국 땡겼는데.”
녀석이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닥쳐. 감자탕집 왔으면 감자탕을 먹어야지. 근데 연두는 왜 안 데려왔냐, 화나게. 연두 데려오면 내가 사려고 했는데.”
“어차피 매워서 먹지도 못해. 그리고 연두는 더 맛있는 거 먹일 거다.”
“미친놈, 벌써 아빠 다 됐네. 근데 설마 집에 혼자 두고 온 건 아니지?”
“당연하지.”
둘이지만 어색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윽고 감자탕이 나오고, 나는 순식간에 식사에 돌입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훌륭했다.
“맛은 있네.”
“크크, 감자탕이 맛있다니까.”
포만감이 들기 시작하며 식사 속도가 줄어들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문득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네가 언제 합격했지?”
“작년에.”
이 녀석은 보기와는 다르게 꽤 유능한 녀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 대학 안 간다!’라고 선언하더니 바로 군대를 갔다.
그리고 제대하고는 9급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신설된 부서라 경쟁률이 비교적 낮긴 했지만, 2년이 안 돼서 붙은 걸 생각하면 대단했다.
근데 거기가 어떤 부서였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궁금증은 바로 해결해 줘야 하는 법이었다.
“야. 거기가 어떤 부서였지?”
“직업상담직.”
“아, 맞아. 푸흡.”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웃음이 터졌다.
성현이가 발끈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냐? 비웃는 거냐?”
“에이,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아는 너랑 너무 매치가 안 돼서 그런다.”
“킥킥. 누군들 생각했겠냐. 고3 때 너 보면서 지금 알바할 거라고.”
“.. 너 뼈 좀 세게 때린다?”
“미안. 많이 아팠냐?”
역시 빠꾸가 없는 녀석이었다.
뭐, 우리는 이 맛에 만나는 거니까.
그나저나 직업상담직 공무원이라. 갑자기 이 녀석에게 할 말이 생각났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했다.
“뭐 하냐?”
“우리 공무원 형님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 봐 봐.”
“아, 좀 기다려 봐.”
며칠간 고민했다.
내가 변화하기 위해 뭘 해야 할지. 현실적으로 무엇을 하는 게 가장 현명할지.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툭.
나는 검색을 마치고 녀석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됐다. 봐 봐.”
“오냐.”
“나 이거 준비할 생각인데. 직업상담공무원인 네가 보기에는 어떨 거 같냐?”
내 말에 성현이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핸드폰을 응시했다.
잉여처럼 살던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건가.
그런데 성현이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핸드폰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녀석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그리고 입에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돌았냐,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