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셰프님!
“나 오늘만 연두네 집에서 자면 안 돼?”
아까 속닥거리던 게 이 얘기를 하려고 그런 거였나.
‘하긴.’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기억이 있다.
어릴 때 다른 집에서 잤던 기억이.
친한 친구 집이든, 친척 집이든.
‘되게 설레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무척 설렜던 기억은 남아있다.
꼬옥.
간절한 눈빛을 발사하며 연두의 손을 놓지 않는 시은이.
안 들어주고는 못 배길 거 같은 눈빛이다.
그 대상이 시은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세연씨라는 게 문제지만.
“안 돼.”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단호한 대답.
예상했다는 듯 시은이는 손가락 하나를 뻗으며 말했다.
“딱 한 밤만. 응..?”
“안 돼.”
“말 잘 들을게.”
“어허.”
“말도 예쁘게 할게요.”
“안 된대도.”
얼마간 이어지는 모녀의 치열한 공방.
마치 뭐든지 뚫는 창과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편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연두의 모습.
‘미안하네.’
지금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창이 이길지 방패가 이길지 지켜보는 것 외에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방패가 이길 거 같긴 하다.
‘아무래도 걱정될 테니.’
부모로서 걱정되는 게 당연했다. 아빠가 되고 나서 느꼈다.
잠깐만 아이와 떨어져 있어도 걱정된다는 사실을.
심지어 연두가 어린이집에 있을 때도 종종 불안감이 들었다.
잘못해서 다치지는 않을지,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지.
‘세연씨도 그렇겠지.’
그러니 예상했다. 이번만큼은 안 되지 않을까.
하지만 시은이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말을 잘 듣겠다는 것도, 예쁘게 말하겠다는 것도 통하지 않으니.
조르기를 그만두고 시은이는 이유를 물었다.
“왜 연두네 집에서 자면 안 돼, 엄마? 딱 한 밤인데.”
“실례니까.”
응? 혹시 이 실례의 대상은 나를 말하는 건가?
신세연이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
“집 가서 쉬셔야지. 긴 시간 촬영도 해서 피곤하실 텐데. 연두도 그렇고. 그러니까 오늘은 안 돼. 이제 그만 조르기.”
대상이 나인 건 확실해 보인다.
이어지는 시은이의 대답.
“아저씨 피곤하게 안 할 건데도? 잠만 잘 거야.”
“어허, 정말 혼나.”
시은이는 서러운 듯 고개를 축 늘어트리더니 말했다.
“그럼.. 아저씨가 괜찮다고 하면?”
“응?”
“아저씨 피곤하니까 안 되는 거잖아. 아저씨가 괜찮다고 하면?”
오호라. 확실히 논리적인 대답이네.
아니, 잠깐만. 그게 아니지.
‘왜 갑자기 선택지가 내 쪽으로 오는 건데.’
심지어 시선까지 내 쪽으로 쏠린다.
시은이부터 시작해서 세연씨, 그리고 연두의 시선까지.
나로서는 꽤나 곤란한 상황이었다.
된다고 말하기도 안 된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느낌이니까.
‘사실 내 입장만 생각하면.’
시은이가 우리 집에서 하루 잔다고 해서 문제되는 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연두는 무척 좋아할 테고.
세연씨가 말한 것과 달리 전혀 피곤하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세연씨의 입장까지 고려하게 되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딸의 외박 자체를 꺼리는 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그냥 내 입장을 말하는 걸로.
“저는 괜찮아요.”
눈에 띄게 환해지는 시은이와 연두의 표정.
나는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시은이가 집에 와도 특별히 해 줄 건 없겠지만, 지금 딱히 피곤하거나 하진 않거든요. 근데 세연씨가 시은이가 걱정이 되는 거면……”
입장을 말한 후 자연스레 선택권을 그녀에게 넘겼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다.
이윽고 귀에 들어오는 신세연의 대답.
“걱정은 안 되죠.”
의외의 대답에 놀란 내가 물었다.
“네?”
“주원씨 집이잖아요.”
그녀는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걱정됐으면 촬영도 혼자 못 보냈죠. 안심하니까 보낸 거지.”
“아.”
혼자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보내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가 시은이가 걱정돼서라고 생각했다.
‘하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왔다.
만약 연두가 시은이네 집에서 자고 싶다고 한다면, 떨어지는 거야 서럽겠지만 연두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을 거 같으니까.
뭔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어느새 진짜 친해졌구나.’
새삼 그 사실을 느끼며 나는 말했다.
씩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그럼 하루 자게 해 주는 거 어때요?”
“.. 정말 괜찮으세요?”
“네. 아까 말한 것처럼 특별한 건 없지만, 딱히 특별한 게 필요할 거 같지도 않고..”
그렇게 말하며 나는 아이들을 향해 눈짓했다.
마치 쌍둥이처럼 꼭 붙어있는 연두와 시은이.
그 모습을 보고 신세연이 졌다는 듯 대답했다.
“알겠어. 오늘 하루만이다?”
“엄마!”
“연두 아빠가 괜찮다고 해서 보내주는 거야. 그러니까 귀찮게 하면 안 돼. 알겠지?”
“응! 귀찮게 안 해!”
이후 시은이는 나를 보며 자그맣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말없이 배시시 웃음짓는 연두.
인사에 답하기도 전에 세연씨가 휙 끼어들었다.
“어른한테 고마워요가 뭐야. 다시.”
평소라면 사소한 마찰을 빚었겠지만 지금은 예외였다.
시은이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말했다.
“.. 감사합니다, 아저씨.”
“하하, 아냐.”
돌이켜보니 역시 최선의 대답이었던 거 같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시은이한테 점수까지 따고.
연두도 빼놓을 수는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아빠 최고..’라고 말하고 있는 거 같았으니까.
찡긋.
그 눈빛에 나는 애정이 듬뿍 담긴 윙크로 화답했다.
얼마 후 세연씨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네, 걱정하지 말고 쉬어요.”
“주원씨도요!”
***
끼익.
우리 집에 입성한 손님 시은이.
먼저 아이들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 손을 씻겼다.
“냐아~”
그러자 울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누렁이.
“누렁이다!”
시은이가 반가운 표정으로 연두와 함께 달려간다.
‘처음 보는 게 아니니까.’
시은이는 누렁이와 초면이 아니었다.
길냥이 시절부터 내가 연두와 함께 데려간 적이 있으니까.
손수 간식도 줬었고.
‘그나저나 신기하네.’
원래 낯선 사람이면 심하게 경계하는 누렁이인데.
시은이는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두와 마찬가지로 반기는 느낌이다.
‘기억하고 있는 건가.’
후각에 예민하니 아마 냄새로 기억하는 거 같다.
언니답게 연두가 먼저 능숙한 손길로 누렁이를 쓰다듬었다.
문득 아까 세연씨가 마지막에 한 말이 떠올랐다.
‘혹시 재밌는 거 하면 찍어서 보내주라고.’
딱히 특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카메라를 든 손이 올라갔다.
이 둘은 붙어만 있어도 재밌는 느낌이니까.
그런 와중 연두가 시은이에게 말했다.
“시으니도 쓰다듬어 바! 누렁이..”
“어디?”
“여기랑 여기랑..”
목 뒷부분과 뺨, 그리고 턱 부근. 쓰다듬으면 고양이가 무척 좋아하는 부위였다.
동물병원 의사에게 물어 많은 정보를 터득한 연두였다.
고양이박사 연두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꼬리랑 배는 쓰다듬으면 안 대.”
“왜?”
“누렁이가 시러해!”
“그렇구나. 휴우.. 다행이다.”
“으응? 왜..?”
“저번에 쓰다듬을 때 배랑 꼬리 안 만졌거든.”
“아!”
어느 부분이 좋았던 건지 또 서로를 바라보며 해실해실 웃는다.
한동안 멈추지 않고 누렁이를 쓰다듬는 연두와 시은이.
벌러덩.
결국 기분이 좋아진 누렁이가 드러눕는다.
슬슬 어른으로서 리드할 차례였다.
“얘들아. 배고프지 않아?”
동시에 고개를 돌린 채로 끄덕이는 연두와 시은이.
저녁시간이니 허기가 지는 건 당연했다.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둘이 나를 좀 도와줘야겠는데.”
그 말에 연두가 반응했다.
“아빠.. 요리할 꺼에요..?”
“응, 그러려고.”
“어떤 요리요? 소시지 야채보끔..?”
어김없이 최애 메뉴가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연두.
그 와중에 시은이는 호불호를 표현한다.
“나는 야채 싫은데.”
“그럼.. 소시지는?”
“소시지는 좋아!”
“연두도! 소시지 진짜 조아..!”
소시지로 대동단결한 두 아이.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메뉴는 소시지가 아니었다.
지금껏 해 보지 않은 새로운 메뉴를 시도할 생각이었으니까.
물론 스승님 이호연의 유투브 채널에서 눈으로 배운 메뉴였다.
‘재료까지 준비해 뒀지.’
둘이 해 먹을 생각이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맛은 장담 못해도 양은 충분했으니까.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소시지는 다음에.”
“그럼요, 아빠..?”
나는 곧바로 메뉴의 이름을 이야기했다.
“스파게티.”
***
정확한 메뉴명은 토마토 스파게티였다.
집들이 때처럼 또 한 번 나는 셰프에 빙의했다.
“연두양. 시은양.”
“네, 아빠.”
“네, 아저씨.”
이래서는 안 된다. 여기는 신성한 주방.
호칭은 통일되어야 한다.
사소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서는 훌륭한 요리가 탄생할 수 없다.
불려지길 바라는 호칭 또한 머릿속에 존재했다.
허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무섭다는 거.’
시은이가 싫다고 할까 봐 무서웠다.
그러나 처음에 확실히 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 법.
“크흠..”
괜히 헛기침을 한 번 내뱉고는 말했다.
“연두양, 시은양. 이제부터는 나를 셰프님..이라 부르도록. 어험.”
애써 근엄한 말투로 지시했다.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연두와 시은이.
쿡. 쿡.
앙증맞게 터지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연두와 시은이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 거다.
뭐지? 방금 내 근엄한 모습이 웃겼을 리는 없는데.
이후 겹쳐서 귀에 들어오는 두 음성.
“네, 셰프님!”
의외로 시은이도 흔쾌히 내 지시에 따라줬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긴 하지만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원하는 결과가 도출된 셈이니까.
“자, 먼저 연두양?”
“네, 셰프님..!”
“연두는 보조셰프야.”
“보조셰프? 연두도 셰프에요..?”
“그래. 아빠, 아니 나보다는 권한이 낮지만. 나를 옆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이지.”
“아! 네, 셰프님!”
이렇게 보조셰프로 서연두가 임명됐다.
곧바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은양?”
혼자 대답하려니 쑥스러운 모양이다.
시은이는 주춤하다가 대답했다.
“네, 셰프님..”
잠깐. 그런데 호칭이 또 뭐 있지?
즉석으로 떠올린 거라 생각해두지 못했다.
머리를 굴린 끝에 나는 말했다.
“시, 시은이는 수석셰프다.”
“수석셰프?”
“그래.”
“그게 뭐예요?”
“… 응? 그게 뭐냐고?”
“네.”
“수석. 그러니까 뛰어난 셰프를 말하는 거지.”
“그럼 보조셰프가 좋은 거예요, 수석셰프가 좋은 거예요?”
연두와는 다른 의미로 답이 어려운 질문을 많이 던지는 시은이.
뭔지도 모르는데 우열을 가릴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나는 대답했다.
“둘 다 똑같이 좋은 거야.”
“아.”
“자, 그럼. 요리 시작한다.”
더 묻기 전에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내 주방에서 보조셰프와 수석셰프의 역할은 같았다.
‘재료 담당.’
나는 본격적으로 지시를 시작했다.
“연두는 양파 하나를, 시은이는 냉장고를 열면 바로 보이는 새우를 꺼내 줘.”
“네, 셰프님!”
아이들은 내 지시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여기 이써요, 아빠! 아니.. 셰프님!”
“좋아. 마늘도 조금 꺼내줄래?”
“네!”
평소에 나랑 요리를 자주 하는 연두라 손발이 척척 맞았다.
시은이도 지지 않았다.
“여기 새우요, 셰.. 프님.”
“아주 좋아.”
“이제 뭐 해요?”
“저기 보이는 은색 통 좀 가져다 줄래?”
“네.”
아이들에게 재료를 받아 나는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다.
양파는 채를 썰고 마늘은 편으로.
‘원래는 사과 껍질도 못 잘랐는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칼질이었다.
재료 손질을 마치고 프라이팬에 불을 올렸다.
화르륵.
“위험하니까 조금 떨어져 있어, 얘들아.”
보조셰프와 수석셰프의 역할은 이제 끝이었다.
헤드셰프인 내가 실력발휘를 할 차례였다.
살짝 달궈진 팬에 양파를 흩뿌리듯 넣었다.
타다다.
타지 않게 볶다가 손질을 마친 오징어와 새우를 투하한다.
재료들이 맞물리며 익어가기 시작했다.
양파는 노릇노릇, 오징어는 오징오징, 새우는 새우새우.
전부 이호연이 전수해 준 의성어들이었다.
“이렇게 볶아주다가.”
어느새 내 요리에 시선이 고정된 연두와 시은이.
“필살기.”
촤라락.
어느 정도 익었다 싶을 즈음 필살기를 투하한다.
영롱한 붉은빛을 띠는 비법소스였다.
물론 내가 만든 건 아니다. 마트에서 산 시판 소스다.
자글. 자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스가 끓기 시작했다.
소스의 맛이 뭉근하게 우러나도록 졸여주듯 끓이는 게 중요했다.
이후 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수석 셰프!”
뚫어져라 보고 있던 시은이가 깜짝 놀라 대답한다.
“네, 셰프님!”
“냉장고 맨 아래에서 토마토 하나만 부탁해!”
후다닥.
시은이가 바로 냉장고로 달려갔다.
“푸흣.”
연두와 눈을 맞추며 몰래 웃음을 터트렸다.
왜냐고? 사실 전혀 급하지 않으니까.
“여기요!”
“땡큐.”
여유롭게 토마토를 받아들어 세척 후 통째로 소스에 투하했다.
토마토 스파게티에 토마토가 빠질 수는 없으니까.
‘소스에 들어있긴 하지만.’
소스의 맛을 프레시하게 만들어 주는 생토마토는 필수였다.
물론 이호연셰프가 한 말이다.
레시피 중 유일하게 할라피뇨는 제외했다.
‘연두가 한 입도 먹지 못할 테니까.’
유독 매운맛에 취약한 연두였다.
한 번에보다는 차근차근 극복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소스가 끓는 한편, 다른 쪽 냄비에서는 면이 끓고 있었다.
‘지금!’
정확히 9분이 지나 면을 꺼냈다. 이제 거의 완성단계라 볼 수 있었다.
삶아진 면과 소스를 한데 모아 볶아주기만 하면 되니까.
어떻게? 바로 이렇게.
휘릭. 휙.
“우아..”
“와..”
두 아이의 감탄사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지금 나 진짜 셰프처럼 보이나.
“아저.. 아니, 셰프님.”
“.. 응?”
갑작스러운 부름에 어정쩡하게 건넨 대답.
시은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요리 잘하시네요.”
자연스레 컨셉을 버리고 말했다.
“엄마가 더 잘하시잖아.”
“우리 엄마요?”
“응.”
시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
“못 해요.”
아니, 잠깐만. 이거 촬영 중인데, 시은아?
말릴 틈도 없이 시은이가 말을 이었다.
“엄마는 요리 맛있게 하는 거 싫어해요. 맛있게 할 줄 알면서. 그래서 짜증나요.”
그러고 보니 동물원에서인가 들은 적이 있었다.
엄마는 맨날 건강에 좋은 음식만 만든다고.
“크흠.. 그, 그렇구나.”
“네.”
짧은 해프닝이 끝나고 요리가 완성됐다.
팬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섞인 소스와 면.
‘맛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오버를 떨면서 요리했는데 맛이 없다면 그게 진짜 오버였다.
시은이는 거짓말을 못 하는 아이였다.
음식을 입에 넣고 찡그리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연두도 마찬가지고.’
차마 맛없다고는 못하고 눈치를 보는 연두의 표정 역시 사양이었다.
긴장감 속에 나는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았다.
예쁘게 담아 식탁 위에 올렸다.
툭. 툭. 툭.
식탁 위에 올라간 세 개의 접시.
아이들과 함께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럼 먹어볼까?”
“네.”
두근. 두근.
이렇게 시작됐다.
연두랑 시은이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