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결과 발표
“연두튜브라는 채널의 연두라는 애기랑 애기아빠. 초록님이라고 했나? 아무튼 그 부녀라던데.”
얼어붙은 채로 입이 떡 벌어진 ‘워너비’의 멤버들.
자연히 그 모습이 매니저 김호준의 눈에 들어왔다.
‘엥?’
얘들이 왜 이러지?
‘최고의 한 끼’를 나가게 된 게 이렇게 임팩트가 큰 건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반응이 너무 늦잖아. 아까 이랬으면 모를까.
그런 의문 속에 입을 열려는 순간.
“.. 누구라구요?”
“응?”
“게스트요. 최고의 한 끼 게스트. 재은언니랑 유진이 말구요..”
떨리는 목소리.
팀에서 메인 댄서와 랩을 담당하는 채원의 물음이었다.
이상하다. 못 들었을 리는 없는데.
‘작게 말한 것도 아니고.’
채널명이랑 출연진의 이름까지 똑바로 말해줬는데.
다시 묻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 김호준은 재차 답해주기로 했다.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연두튜브라는 채널의 연두랑 초록……”
그런데 이번에는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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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동시에 내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오래전 멸종한 익룡이 냈을 법한 음성이었다.
간신히 청각을 지켜낸 김호준이 말했다.
“왜, 왜 그래?”
“대박! 오빠, 대박이예요!”
“연두랑 초록님이 게스트라니.. 말도 안 돼……”
게스트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멤버들의 반응.
호들갑을 떠는 멤버들을 진정시킨 뒤 그가 말했다.
“그렇게 유명해? 너희가 이럴 만큼?”
“당연하죠! 오빠 연두튜브 몰라요?”
“몰라.”
“대박.. 옛날사람…”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멤버 수아.
옆에서 유진이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옛날사람도 연두랑 초록님은 알지.”
“아, 맞다, 맞다!”
워너비 막내라인의 디스에 김호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너희 케어하느라 유투브 볼 시간이 없다..”
한 마디로 숙연해진 분위기.
확실히 그룹이 흥할수록 매니저가 바빠지는 건 사실이었다.
활동 중인 지금은 그게 극에 달한 상황이고.
“미안해요, 오빠..”
유진의 사과에 김호준은 손을 저으며 답했다.
“아니야, 장난이야. 내가 바쁜 건 너희가 그만큼 잘 된다는 의미니까 나야 좋지.”
“와…”
“왜?”
“오빠한테 감동한 거 처음이에요..”
“… 우리 이제 햇수로 2년째인데 이제 처음이라고?”
“히히, 넝담~”
장난기 많은 워너비의 멤버들.
매니저 김호준이 결국 실소를 터트렸다.
뒤이어 벌어지는 멤버들 간의 실랑이.
“와, 진짜.. 나 활동하면서 이렇게 속상한 적 처음이야.”
“그니까.. 울고 싶다, 증말..”
“마음 같아서는 사장님한테 가서 조르고 싶다…”
“같이 갈래?”
“그럴까? 난 진짜 갈 자신 있어.”
스케줄에 참여하지 못하는 나머지 두 멤버의 대화.
매니저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못 갈 거 아니까.’
지금껏 사장님은커녕 자신에게도 스케줄에 크게 불평하거나 한 적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사장님을 찾아가서 조를 수 있을 리가.
다만 궁금할 뿐이었다.
‘대체 누구길래.’
함께하는 게스트가 누구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지.
시간이 지나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채원과 수아.
재은이 조심스레 다가가 말했다.
“얘들아.”
“언니..”
“리더로서 양보하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네. 회사의 결정이니까..”
리더다운 말이지만 속일 수 없는 게 존재했다.
채원이 우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언니, 웃는 거 다 보여요.”
“헉..”
표정은 속일 수가 없었다.
재은은 물론이고 함께 스케줄을 하게 된 유진도.
정해진 스케줄이 바뀌는 일은 절대로 없다.
“언니, 약속해요.”
따라서 채원과 수아는 조건을 내걸었다.
연두랑 초록님이랑 사진 찍어서 오기, 자기들이 팬이라는 거 얘기하기.
그 밖에도 몇 가지 조건들.
“알겠어.”
“꼭 얘기해 줄게.”
둘의 입장에서는 안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스케줄에 포함됐는데 그 정도야, 뭐.
텐션이 잔뜩 오른 유진이 말했다.
“근데 진짜 생각할수록 대박이다. 우리 방금까지만 해도 보고 있었는데. 그치. 이게 연두튜브에도 나온 속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건가?”
“…”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느껴지는 위화감.
아차 싶어서 옆을 바라보는 순간.
“.. 유진아. 뭘 보고 있었다고?”
너무 기쁜 나머지 매니저오빠가 있다는 사실도 까먹어버린 유진.
다시 한번 멤버들은 얼어붙었다.
결국 침묵을 깬 건 일을 저지른 유진이었다.
“봐주세요, 오빠..”
***
“소식 들었습니다, 초록님. 최고의 한 끼에 나오신다고요!”
통화와 동시에 들려오는 흥분한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셰프 이호연이었다.
나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 마침 셰프님께도 오늘 중으로 말씀드릴 생각이었는데 먼저 연락을 주셨네요.”
“하하, 김피디님한테 소식 듣자마자 전화한 거거든요.”
순수한 팬심으로는 이호연도 PD님만큼이나 기뻐하는 거 같았다.
연두가 ‘최고의 한 끼’에 나온다는 사실에.
“이렇게 정말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연두가 나가고 싶어해서요. 이호연셰프님이 있어서 더 쉽게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고요.”
“아이고, 영광입니다.”
이어서 그는 말했다.
“꼭 저는 연두랑 초록님 쪽으로 배정됐으면 좋겠네요.”
“아, 요리 말씀이신가요?”
“네.”
게스트가 네 명이 됨에 따라 조금 변화가 있었다.
방송을 함께하는 여덟명의 셰프 모두 요리를 하게 된다는 것.
연두와 내가 먹을 요리에 셰프님 네 분이 배정되고, 다른 게스트한테 남은 네 분이 배정되는 방식이었다.
‘총 네 가지 음식을 먹는 거지.’
정확히는 두 가지 주제에 해당하는 네 가지 음식을 먹게 된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두 분의 셰프님이 경쟁하는 거니까.
저번에 본 방송으로 치면 ‘해외 활동을 갔을 때 생각나는 음식’ 같은 주제였다.
그 주제를 정하는 건 다름아닌 나와 연두였다.
이미 PD님께 주제를 생각해 달라고 이야기를 들은 상태이고.
연두와 함께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그럼 방송국에서 뵙겠습니다, 초록님.”
“네, 셰프님.”
통화가 종료되고 시간이 흘러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김석호 PD님의 전화였다.
“.. 워너비요?”
“네. 혹시 알고 계신가요? 요즘 엄청 핫한 걸그룹인데.”
불과 얼마 전에 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실제로는 아니고 음악방송에서.
‘1위였지.’
잘은 몰라도 음악방송 1위가 엄청 대단한 거라는 건 알았다.
게다가 ‘워너비’는 전에도 여러번 들어본 적이 있어 귀에 익었다.
노래도 되게 신나고 좋았던 걸로 기억하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답했다.
멤버 개개인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룹을 아는 건 맞으니까.
뒤이어 들려오는 피디의 말.
“그중에서도 재은님과 유진님이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듣는 동시에 머릿속에 메모했다.
최근 몇몇 예능을 보며 느낀 바가 있었다.
‘정보는 힘이다.’
예능은 생각보다 짓궂었다.
함께하는 게스트의 이름조차 모르고 간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상대측이 나랑 연두를 모를 수는 있을 거 같긴 하지만.
‘그나저나 진짜 아이돌일 줄이야.’
요즘 핫한 그룹이라면 다들 굉장히 어릴 거 같은데.
피디님한테 몇 가지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검색해서 보는 게 훨씬 빠를 거 같아서.
“그리고 촬영 일자도 잡혔는데요. 혹시 시간이 맞으실까 해서요.”
촬영 일자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
얼마 남지 않은 미술 공모전 발표가 끝난 직후였으니까.
일정을 확인한 나는 말했다.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날 방송국에서 뵙겠습니다.”
“네, 피디님.”
마찬가지의 인사로 통화를 마치고, 나는 곧바로 인터넷에 들어갔다.
아직 연두를 데리러 가기에는 시간이 남은 상태.
그 시간을 활용해 할 게 있었다.
타닷. 탓.
검색창에 키워드를 적고 엔터를 눌렀다.
-워너비 재은
우선은 재은님부터.
내 특기인 사전조사 시간이었다.
***
겨울이지만 화창한 날씨의 어느 날.
“어디로 옮겨드리면 될까요?”
“아, 저기 방 안에 둘 생각입니다.”
“옙.”
“이쪽 들어드릴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기사님을 도와 방 안으로 이동했다.
쿵.
연두의 방 속 비워둔 공간이 가득 채워졌다.
“설치 완료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버튼 누르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연결하는 부분은 여기 있고요.”
기사님을 배웅한 후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버튼을 누르자 들어오는 빛.
꾹.
누르는 동시에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딴.
그래. 이건 피아노였다.
연두를 위해 내가 준비한 깜짝 선물.
교사에게 물어봐서 연주하기 가장 적합한 모델을 구매했다.
소음이 있을 수 있으니 헤드폰 연결이 가능한 디지털 피아노를 선택했고.
확실히 피아노가 놓이니 방 안이 한결 더 완성된 느낌이다.
이제 연두가 앉기만 하면 그 장면을 다시 볼 수 있겠군.
곧바로 나는 연두를 데리러 출발했다.
“.. 연두 방에요?”
“응.”
“어떤 선물이여…?”
“그건 비밀이지. 연두가 직접 봐.”
이번에는 예고 정도는 해 줬다.
그러니 더 궁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이다.
연두의 재촉에 빨라지는 발걸음.
끼익.
결국 순식간에 집에 도착했다.
방 앞에 다다른 연두가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커다래지는 눈망울.
“피아노다..!”
음악방송을 봤을 때에 이어 두 번째 듣는 말이었다.
그때보다 한층 더 와 닿는 느낌이긴 하지만.
나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어때? 아빠의 깜짝 선물이?”
한가득 놀라움을 머금은 표정.
예고는 했지만 조금도 상상 못 한 모양이다.
내가 말한 선물이 피아노일 거라고는.
“우아.. 피아노.. 피아노다…”
나는 능청스레 말했다.
“커서 피아니스투가 될 우리 공주님 집에 피아노가 없으면 안 되지.”
“아빠..”
“쳐 봐도 돼. 이제 연두 거니까.”
“연두 꺼..?”
“응.”
설레는 표정으로 연두는 피아노 의자에 조심스레 앉았다.
다시금 눈앞에 펼쳐진 기다리던 장면.
연두가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꾹.
“으응..?”
외마디 의문사를 내뱉는 연두.
다른 건반도 수차례 누른 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윽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피아노가 고장나써요…”
나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얘기했다.
“크크, 아냐.”
“소리 안 나는데.. 고장 안 나써요..?”
“응. 새 거거든. 자, 여기 봐.”
나는 전원 버튼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걸 눌러봐, 연두야.”
“네에.”
꾹.
누르자마자 하얗게 들어오는 빛들.
연두의 눈도 덩달아 반짝였다.
“이제 쳐 봐, 연두야.”
그렇게 말하고 카메라를 꺼냈다.
첫 연주인만큼 기록해두고 싶었으니까.
한편 연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건반을 눌렀다.
딴.
경쾌한 소리에 붉게 물드는 연두의 볼.
됐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눈을 찡긋하고는 연주를 시작한다.
입으로는 자그맣게 음을 중얼거리며.
“솔 미미 파 레레~ ♪”
벌써 동요를 혼자 연주할 수 있게 된 건가.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연두의 옆모습과 손끝을 바라봤다.
단조로운 동요지만 내게는 달랐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연주였으니까.
***
“후우..”
“후아…”
“푸흣.”
잔뜩 긴장한 와중 터진 웃음.
한숨을 따라 쉬는 연두를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긴장까지 풀어주네.’
긴장한 이유는 간단했다.
청년작가 미술공모전 수상 발표가 이루어지기 직전이니까.
예정된 시각을 고려하면 채 5분도 남지 않은 상황.
시상식은 따로 진행되지만 결과 발표는 넷상으로 이루어졌다.
정확한 확인 경로는 공모전 홈페이지의 공지란이었다.
벌써 새로고침을 누른 것만 몇 번째.
달칵.
혹시나 일찍 뜰까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째깍. 째깍.
긴장한 탓에 감각이 곤두선 걸까.
벽시계 초침이 흐르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내 무릎에 앉은 연두도 덩달아 떨리는 표정이다.
“후아..”
이번에는 한숨 선수를 치는 연두.
다시 한번 터질 뻔한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런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연두야. 아빠 공모전인데 연두가 더 떠는 거 같은데?”
“네에. 마니 떨려요…”
“그렇구나.”
순간적으로 드는 복합적인 감정.
고맙기도 하고 긴장한 게 느껴져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
이 정도로 나를 신경써주는 딸의 모습에.
“연두야.”
“네, 아빠..”
“아빠랑 약속 하나 하자.”
“어떤 약속이여..?”
“아빠가 상을 못 받아도 속상해하지 않기로.”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빠는 속상해하지 않을 거거든. 근데 우리 연두가 속상해하면 아빠도 같이 속상해질 거 같아서.”
실제로 나는 그랬다.
물론 수상하지 못한다면 아쉽기야 하겠지만.
가장 그리고 싶은 그림을 모든 걸 쏟아부어 그렸으니.
수상하지 못한다고 해도 딱히 슬프지는 않을 거 같았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딱히 공감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말인데.
우습지만 지금 딱 그런 기분이었다.
이윽고 연두가 눈에 꾹 힘을 주고는 얘기했다.
“네. 속상해하지 안을께요..!”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연두는 대답했다.
“아빠가 속상하면 연두도 속상해여.. 그러니까.. 연두도 안 속상해할께요.. 아빠가 속상한 건 실으니까…”
되게 연관관계가 복잡하게 들리긴 하는데.
어떤 의미인지는 알 거 같았다.
‘소중한 사람끼리는 서로 감정을 공유하니까.’
그런 만큼 나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거겠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혹시나 엄청 아쉽더라도 내색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웃어넘길 거다. 연두가 슬퍼하지 않도록.
‘.. 어?’
그때 눈에 들어온 화면 속의 현재 시각, 정확히 정각을 가리키고 있는 시침.
연두와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숨 죽인 채로 손을 키보드에 가져다댔다.
F5.
툭.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타앗.
그와 동시에 눈앞에 떠오른 화면.
이번에는 빈 창이 아니었다.
청년작가 미술 공모전의 최종 결과 발표가 떠올라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