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스탠바이
“메이크업이요.”
촬영에 앞선 첫 번째 고비.
결국 나는 의자에 몸을 맡겼다.
‘옛날 생각나네.’
정확히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때.
콘테스트라는 명목으로 반 대표로 한 명이 여장을 하게 됐다.
왜인지 가만히 있던 내가 원치도 않는 몰표를 얻었고.
‘뒤늦게 윤우를 추천했지만 철저히 묵살당했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늘 그림을 그리던 종이가 아닌 내 얼굴이 그림판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물론 진짜 그림을 그렸다는 건 아니다. 여자애들은 역할에 충실했다.
슥. 슥.
빨간 립스틱, 이름 모를 속눈썹 제조기, 이름 모를 볼에 두드리는 거. 또 이름 모를 무언가.
시간이 지나 눈을 뜨니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직도 그 장면이 기억에 생생하다.
“와.. 뭐야. 진짜 예쁜데?”
“왜 이렇게 잘 어울려? 진짜 여자같다..”
“미친, 나보다 예쁜 듯.”
만족스러워하는 여자애들과 달리.
“푸하하, 이주원 저새X 와꾸 봐.”
“이 정도면 1등 따 놓은 당상 아니냐, 킥킥.”
“야, 가발 벗겨! 가발 벗겨!”
“어억!”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발을 사수하려 상당히 노력했던 거 같다.
아무튼 달라진 내 모습은 내게도 무척 충격적이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
콘테스트였기에 강당에서 전교생 앞에 서야 했다.
몇몇 희생양들과 함께. 그리고 애들이 준비해 준 멘트와 함께.
“아, 안녕하세요.. 1학년 2반 이주..순입니다.”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어도 당시의 내게는 엄청난 일이었다.
낯을 많이 가려 발표도 잘 못하던 나였으니까.
“우와아!!”
“예쁘다! 꺄아!!”
“우윳빛깔 이주순! 너만 보여 이주순! 으아아!!!”
예상과 달리 엄청나게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참고로 우윳빛깔 어쩌고 한 녀석들은 윤우와 성현이였다.
코앞에서 그러는 걸 똑똑히 봤으니까.
‘.. 또라이들.’
녀석들의 활약 덕분일까. 나는 기어코 1등을 차지했다.
1등을 했는데 기쁘지 않았던 건 처음이었지.
“.. 저기, 초록님?”
유채영의 목소리에 생각이 끊겼다.
곧바로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아, 네!”
왜인지 그녀는 거울을 통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뇨. 그게 아니라..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셔서.”
“.. 제 얼굴이요?”
“네. 아직 손도 안 댔는데 눈에 띄게 붉어지시길래 놀랐어요.”
거울을 보니 실제로 그랬다.
최근 들어 느낀 사실이었다. 의외로 나는 감정에 따라 안색이 쉽게 변한다는 거.
아무래도 흑역사를 떠올려서 얼굴에 열이 오른 모양이다.
유채영이 가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 긴장하셔서 그런가? 유투브에서도 화장 조금 꺼려하시는 거 같던데.”
“아, 그렇게 보였나요?”
“조금요.”
꺼려한다라.
확실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생각해 보면 예전과는 상황이 달랐다.
‘여장이랑 화장은 다르니까.’
아무래도 당시에는 콘테스트인 만큼 과하게 한 감이 없지 않아 있을 터였다.
지금은 아니었다. 나를 외적으로 더 보강해주기 위한 용도일 테니.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
얼마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연두.
나란히 앉은 부녀의 변신이 시작됐다.
스윽. 스윽.
다행히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추석 때 아름이의 손에 의해 한 번 변신한 적이 있었으니까.
메이크업 이후에는 헤어 손질이 이어졌다.
‘연예인들도 힘들겠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이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지나,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와..”
“우아…”
나와 연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유채영을 포함한 셋이 웃음을 터트린다.
‘괜히 전문가들이 아니네.’
일단 코디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프릴 포인트의 라임색 원피스와 흰색 플랫슈즈,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
착시효과가 들 정도였다. 연두가 있는 공간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아빠 진짜 멋찌다…”
그런데 쑥스럽게도 반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연두의 눈에만 그리 보일 확률이 높긴 하지만.
“연두는 거의 피부에 손을 안 댔어요. 많이 어리기도 하고 굳이 댈 이유가 없어서. 어떤 뜻인지 아시죠?”
“아, 네.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록님은 마음에 드시나요? 일부러 과하지 않고 깔끔한 느낌을 내려 노력했는데. 헤어도 마찬가지고요.”
“네, 마음에 듭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너무 과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조금 지저분하던 머리도 깔끔히 정돈된 상태이고.
유채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피디님이 오실 때까지 여기서 연두랑 같이 대기하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편하게 계실 수 있도록 나가드릴게요. 아, 참!”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초록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는데요.”
“저한테요?”
“네. 연두튜브에 관해서인데.”
오늘 처음 봤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이어지는 말에 곧바로 의문이 풀렸다.
“아름이라는 친구 있잖아요.”
“아, 네.”
“되게 귀엽더라고요. 진짜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만나서 대화하면 재밌을 거 같고 해 줄 말도 많을 거 같구요. 혹시 오빠인 초록님이 괜찮으시다면……”
유채영이 무언가를 꺼내서 내밀었다.
다름아닌 명함이었다.
“제 연락처를 좀 전해주실 수 있을까 해서……”
전혀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JBS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면 아름이의 좋은 선배가 돼 줄 수도 있을 테고.
명함을 건네받으며 나는 대답했다.
“네, 꼭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실례를 무릅쓰고 또 하나 부탁이 있는데……”
찰칵. 찰칵.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나가드릴게요! 오늘 방송 파이팅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두 번째 부탁은 다름아닌 사진이었다.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특히 셀카같은 경우는.
얼공(얼굴 공개)을 한 뒤로 나도 적지 않게 사진 요청을 받고 있었으니까.
스륵.
문이 닫히고 둘만 남은 대기실.
약속이라도 한 듯 나와 연두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진짜 예쁘다, 연두야.”
“아빠도 진짜진짜 머시써요.. 하늘만큼 땅만큼..!”
오. 이 말 꽤나 오랜만에 듣는 거 같은데.
전과 달리 이제는 발음이 정확해졌다.
화답을 안 할 수는 없지.
‘뭐가 있나.’
그러기 위해서는 하늘이랑 땅보다 더 큰 게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떠올랐다.
‘지구랑 우주.’
지구만큼 우주만큼 예쁘다고 하면 완벽하다.
그런 유치한 생각을 하며 입을 열려는데.
끼익.
절묘한 타이밍에 열리는 문.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아닌 피디님이었다.
“와..”
감탄을 내뱉고선 그는 말했다.
“슬슬 시간이 돼서요. 스튜디오로 안내해 드리려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괜찮습니다. 가자, 연두야.”
“네, 아빠..!”
아무래도 화답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했다.
***
피디를 따라 이동한 방송실.
가장 먼저 보인 건 스튜디오를 산더미처럼 둘러싸고 있는 카메라였다.
TV 화면상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었다.
“아빠! 여기! 최고의 한 끼..!”
이어서 눈에 들어오는 장면.
연두가 가리키는 건 ‘최고의 한 끼’의 커다란 테이블이었다.
MC와 셰프들, 그리고 게스트가 둘러싸고 앉는.
‘실제로 보니 더 크네.’
하기야 큰 게 당연했다.
최소 열두 명이 앉을 수 있는 크기여야 했으니까.
피디를 따라 테이블을 향해 걸어가는 와중 들리는 목소리.
“와, 진짜.. 너무 예쁘게 생겼다…”
“혹시 비하인드로 쓸 수 있으니까 찍어둬. CP님이 가능한 한 모든 장면 촬영해 두라고 하셨으니까.”
“네, 지금 찍고 있습니다!”
“초록님도 그냥 배우 왔다고 해도 믿겠는데.”
CP님이라면 방금 인사를 나눈 그분인가.
최고의 한 끼 메인 피디라 들었는데 직급이 CP인 모양이다.
많은 시선을 느끼며 연두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걸어갔다.
우리 말고도 이미 여러명이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었다.
두 명의 MC 중 한 명인 이성주, 그리고 낯익은 몇몇 셰프들.
애청자인지라 전부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직 다른 게스트는 안 온 건가.’
뭐, 오겠지. 시작 시간은 아직이니까.
아무튼 테이블의 자리는 절반 정도 차 있는 거 같았다.
그중에도 유독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스윽.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우리 쪽을 향하는 시선.
“.. 초록님!”
나를 보고 벌떡 일어난 남자.
순간적으로 나도 반가워서 스승님이라 부를 뻔했다.
장난이고, 그는 라원의 셰프 이호연이었다.
“안녕하세요, 셰프님.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요. 인사하러 가려 했는데 대기실을 몰라가지고..”
“아, 그러셨군요.”
내가 MC 이성주와 다른 셰프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이호연은 연두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잘 지냈어, 연두야?”
“네, 셰프님..! 셰프님은요..?”
“허허, 나야 잘 지냈지! 오늘 초록님이랑 연두 볼 생각에 잠도 설쳤단다.”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연두.
당황한 이호연과 달리 나는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셰프님.. 설치는 게 머에요..?”
“아!”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마다 연두가 보이는 반응이었으니까.
옆에서 푸흡 웃음을 터트리는 한 남자.
“뭐야. 연두랑 베프인 것처럼 말하더니 그렇게 어려운 말 쓰면 어떡해요.”
그는 바로 이풍이었다.
최고의 한 끼 셰프진 중에서 가장 특이한 이력을 가진 남자.
왜냐고? 엄밀히 말하면 그는 셰프가 아니니까.
‘웹툰 작가 출신이지.’
뛰어난 입담과 요리실력으로 고정으로 셰프진에 합류하게 됐다.
이풍이 만드는 요리는 ‘괴짜요리’라고 불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비주얼적인 부분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요리의 맛이었다.
이풍 요리의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 아니면 도.
말도 안 되게 맛있거나 말도 안 되게 맛없거나.
‘극과 극이지.’
최고의 한 끼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였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캐릭터란 거.
셰프들과 장난을 주고받는 것도 무척 재밌고.
“내, 내가 언제 베프라고 했어요. 그냥 친하다고 했지.”
왜인지 그 말을 하면서도 불안감이 엿보인다.
이어지는 이풍의 짓궂은 말.
“안녕, 연두야. 아저씨는 이풍이야.”
“네! 풍 아저씨..!”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웃음.
풍 아저씨는 연두가 TV를 보며 이풍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그 어감이 사람들의 귀에 웃기게 들린 모양이다.
하기야 나도 처음에는 엄청 웃었지.
“흐흐, 그래. 풍 아저씨라 부르렴.”
“네에.”
“풍 아저씨가 하나 물어봐도 될까?”
“네! 물어바도 대요..!”
스윽.
이풍이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아저씨랑 친하니?”
다소 짓궂은 물음이었다.
평소에 연두의 얘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불안감이 느껴지는 이호연의 표정.
연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셰프님이랑 연두 엄청 친해여..!”
순식간에 얼굴이 환해지는 이호연.
금세 의기양양해져서 말한다.
“내가 뭐랬어, 이 사람아. 연두랑 나 완전 베스트 쁘렌드라니까, 베스트 쁘렌드.”
“어이고, 신났네, 신났어.”
“당연히 신나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연두랑 베프인데, 흐흐.”
“그건 인정.”
뜬금없이 이풍은 안경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선 앞으로 내밀자 엄청나게 축소되는 눈.
그런 채로 이풍은 안경을 돌리며 말한다.
“그럼 연두양. 오늘은 풍 아저씨랑 친해져 보아요, 호호.”
“푸흣.”
난데없이 터진 웃음.
비주얼이랑 안 어울리는 재롱이 맞물려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방송이랑 이미지가 거의 차이가 없구나.
아니, 오히려 더한 거 같다. 방송이라고 자제하는 걸지도.
연두도 쿡쿡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네에, 풍 아저씨..!”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안경을 다시 끼는 이풍.
이후에는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졌다.
중심은 물론 연두였다.
“진짜 천사같네요. 연두 너 어느 세계에서 온 거니?”
“귀여운 게 죄라면, 우리 연두는 무기징역.”
“아니, 그런 드립을 누가 그렇게 진중하게 쳐요, 이수호셰프.”
“오늘 연두 혼내줄 거예요. 내 음식으로.”
“드립 그렇게 무섭게 치지 말라니까요! 오해하지 마, 연두야. 이 아저씨가 요리만 하다가 예능을 잘못 배워서……”
실소를 내뱉게 만드는 TV로만 보던 로봇 드립의 향연.
뒤이어 출연진들이 하나하나 도착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온 축구선수 출신 MC 안정훈도 연두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안녕, 연두야. 나 알고 있니?”
“네. 안정훈 아저씨..!”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는 안정훈을 가리키며 이성주가 말한다.
“그럼 연두야. 이 아저씨가 예전에 뭐 했는지도 알아?”
도리. 도리.
실망감이 비치는 안정훈의 표정.
레전드 국가대표 축구선수였지만 연두는 모를 만도 했다.
내가 옆에서 얘기했다.
“되게 유명한 축구선수셨어, 연두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럼.. 골도 마니 너어써요..?”
축구경기를 한 번 같이 본 게 유효하게 작용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월드컵이라는 엄청 크고 중요한 경기에서 멋진 골도 넣으셨지.”
눈을 반짝이는 연두의 표정. 안정훈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걸 놓칠 이풍이 아니었다.
“웃는다! 좋아서 웃는다!”
“아, 아냐!”
“연두한테 형 옛날 사진 보여줄까요? 되게 놀랄 텐데.”
“됐어. 현재가 중요하지.. 그리고 나는 지금도 멋있어.”
“오오…”
나도 동의했다.
꽃미남 스포츠 스타였던 안정훈.
지금도 리즈시절과는 다른 중후한 매력이 있었으니까.
짝. 짝.
연두도 자그맣게 손뼉을 치는 걸 보니 동의하는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워너비 분들이 조금 늦으신다는 거 같네요.”
“괜찮습니다.”
“더 늦어도 된다고 말씀해주세요. 지금 세상 제일 재밌거든요.”
피디의 말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주고받는 출연진들.
이러니 방송이 재미없을 수가 없지.
현실에서도 케미가 이런데.
‘연두의 영향도 큰 거 같긴 하지만.’
그나저나 역시 바쁜 모양이다.
늦는 이유는 아마 스케줄 탓이 아닐까.
탁. 탁.
이윽고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10분가량을 늦어서 도착한 워너비의 멤버들.
“죄송합니다!”
“오는데 차가 막혀서..”
도착하자마자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
“괜찮아요.”
“달려올 필요 없는데. 어서 앉아요.”
다들 편하게 둘을 맞이해줬다.
재차 미안함을 표하며 자리에 앉는 멤버들.
꾸벅.
나를 바라보고도 고개를 숙인다.
조금 당황해서 같이 묵례하지 들려오는 인사.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안녕~”
뒤이어 연두를 향해서도 손을 흔드는 둘.
그런데 착각인가?
‘되게 반짝거리네.’
우리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굉장히 반짝이는 느낌이다.
렌즈를 낀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이렇게 모든 멤버가 도착하고.
“그럼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CP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상 시작이라 생각하니 떨리는 마음.
이성주가 웃으며 나와 연두 쪽을 바라봤다.
“그럼 오늘은 특별히 연두한테 스탠바이 부탁해도 될까요?”
“스탠바이요?”
“네. 그냥 박수 한 번 쳐 주면 되는데.”
그 말에 나는 연두를 향해 눈짓했다.
의미를 알아들은 건지 올라가는 연두의 자그마한 손.
내가 옆에서 카운트다운을 했다. 사진을 찍을 때처럼.
“하나, 둘, 셋!”
짝!
앙증맞은 손뼉 소리와 함께 드디어 시작됐다.
최고의 한 끼 촬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