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승부
“사실 저희 워너비가.. 연두튜브의 엄청난 팬이거든요.”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갔다.
처음 인사할 때 느꼈던 위화감부터 둘이 속닥이던 대화까지.
연두랑 나를 알고 있어서 그런 반응을 보였던 거구나.
그나저나 워너비가 연두의 팬이라니.
‘혹시 방송의 일환인가? 정해준 대본이라든지..’
아니, 그렇다기에는 이야기하는 눈빛이 너무 초롱초롱하다.
진짜가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표정이라 해야 하나.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긴 했다.
‘실제로 적지 않고.’
당장 이 자리에 있는 이호연 셰프를 포함해 ‘우산’을 부른 유명 가수 윤희.
그 밖에도 다수의 셀럽들이 연두를 향한 팬심을 드러낸 바 있으니까.
다만 워너비가 그럴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네, 팬이라고 합니다! 혹시 우리 초록 님과 연두는 알고 있었을까요? 워너비가 연두튜브의 엄청난 팬이라는 거.”
“아뇨, 전혀 몰랐습니다.”
자연스레 넘어간 바통.
내가 몰랐는데 연두라고 알았을 리가 없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한다.
“연두도 몰라써요..”
일치하는 나와 연두의 반응에 재은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모르시는 게 당연해요. 저희가 한 번도 공개적으로 팬심을 드러낸 적은 없으니까.”
“오호, 그래요?”
이어지는 안정훈의 짓궂은 장난.
“혹시 같이 게스트로 나와서 팬인 척하는 거 아니구요?”
“아, 아니에요! 저희 진짜 찐팬이에요! 저부터 시작해서 멤버들 전부!”
옆에 있는 유진도 입술을 앙다문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애초에 진짜 의심해서 질문을 던진 느낌은 아니었다.
안정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발끈하는 거 보니까 팬 맞네요. 혹시 유진 양이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어떻게 연두튜브 팬이 된 건지.”
유진은 곧바로 얘기했다.
“저희가 SNS를 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원스타를 통해 알게 됐어요. 재은 언니가 호들갑을 떨면서 사진을 보여주더라구요. 언니가 그러는 거 한두 번 보는 게 아니라서 별 감흥 없이 봤는데……”
은근한 리더 디스가 섞인 유쾌한 일화였다.
이후의 내용은 간단했다.
자연스레 연두튜브를 접하게 되고 멤버들이 다같이 입덕했다는 이야기.
정주행한 뒤로는 하나도 빠짐없이 영상을 챙겨봤다고 한다.
‘생각보다 더 팬이었네.’
과장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 않을까 했는데.
보면 볼수록 과장은커녕 생각 이상의 팬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에 연두랑 초록 님 있는 거 보고 진짜 설레서..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진짜 심장 터질 거 같더라구요. 사실 지금도 그렇구요..”
“멤버들이 진짜 부러워서 난리였거든요.”
이후에도 여러 얘기가 오갔다.
그런 와중 재은과 유진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이성주.
“그럼 우리 워너비는 특별히 언제 연두튜브의 영상을 보나요?”
“음.. 일단 스케줄 없을 때는 올라오자마자 보구요. 아니면……”
옆에 있는 유진이 말을 받았다.
“뭔가 울적하고 하루가 힘들었다 싶을 때 봐요. 꼭 새로운 영상이 아니라도 예전 영상들이요.”
“예전 영상까지? 이유가 뭐죠?”
“보시면 아실 텐데, 연두랑 초록 님은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그냥 막 웃음이 나고, 흐흥.”
“진짜 그런가 보다. 지금도 웃는 거 보니까.”
이성주의 말에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 짓는 유진.
낯간지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기쁨이었다.
연두와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된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
연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 연두는 기분이 어때요? 언니들이 하는 말 들으니까.”
그 말에 배시시 미소 지으며 대답했으니까.
“헤헤, 엄청 기분 조아요…”
자연히 재은과 유진의 눈에는 하트가 떠올랐다.
“초록 님은 어떠세요?”
“저도 마찬가지죠. 정말 감사합니다.”
살짝 묵례해서 앞에 있는 멤버들을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연두도 나를 따라서 꾸벅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깜짝 놀란 멤버들이 같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니에요! 저희가 더 감사하죠!”
“태어나 줘서 고마워, 연두야..”
“초록 님도요..”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게 이런 건가.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자, 무척 훈훈하네요. 일단 연두와 초록 님을 향한 워너비의 팬심은 확인을 했고, 그럼 그 반대는 어떨까요?”
조금 흠칫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반대라면 뭘 알아본다는 거지.
“먼저 우리 연두?”
“네에..”
“앞에 있는 언니들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대답을 못 한다면 훈훈한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는 질문.
허나 그와 별개로 나는 자신이 있었다.
‘대답 못 할 리가 없어.’
지금까지만 해도 몇 번이고 언급된 데다가, 집에서도 몇 번이고 얘기해 줬다.
방송을 같이 촬영할 언니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만큼 얘기했는데 기억력이 좋은 연두가 답하지 못할 리 없다.
“재으니 언니.. 유지니 언니..!”
역시나 정확하게 대답하는 연두.
“꺄아..!”
“나 진짜 감동이야…”
앞에 있는 두 언니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성주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초록 님?”
끝난 게 아니었나.
긴장을 머금고 대답했다.
“이렇게 끝나면 워너비의 다른 두 멤버가 섭섭하겠죠? 초록 님은 재은 씨와 유진 씨가 아닌 다른 두 멤버의 이름을 알고 계신가요?”
눈을 반짝이며 지켜보는 두 멤버.
내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다.
‘너무 간단하잖아.’
뭘 물어보려는 건가 했더니 이렇게 간단한 질문일 줄이야.
집에서 그린위키의 ‘워너비’ 항목을 통째로 머리에 집어넣고 온 나다.
이 정도 질문은 우습지.
“퍼포먼스 담당 채원 님, 그리고 메인보컬 수아 님.”
그냥 대답하기는 심심해서 수식어로 포지션을 앞에 붙여줬다.
깜짝 놀란 표정의 재은과 유진.
절로 뿌듯한 마음이 일었다. 공부하고 오길 잘했네.
그러나 내 표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 네?”
“워너비 노래 한 소절 부탁드려도 될까요?”
“노, 노래요?”
당황한 내 모습을 놓치지 않는 두 MC.
“아.. 모르는 건가요..”
“보는 워너비 마음 찢어집니다…”
몰아갈 때는 누구보다 죽이 척척 잘 맞는 콤비.
예능 초짜인 나는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해서 손을 저으며 반박했다.
“아뇨, 그게 아니라. 노래는 아는데……”
“아는데?”
“…”
이 끝말잇기 말투.
이런 상황에 당하니 뭔가 정신이 혼미하다.
고맙게도 나서서 실드를 쳐 주는 워너비 멤버들.
“그, 그만하세요!”
“맞아요! 우리 초록 님 노래시키면 안 돼요!”
역시 연두튜브를 봐서인지 알고 있구나.
분명히 감싸주는 건데 왜일까. 더 비참한 기분이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예능이야.’
어설프게 빼고 이런 기분을 느낄 바에야 철판을 까는 게 낫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입이 열렸다.
“누가 뭐래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I wanna be me, me, me~ ♪”
“푸흡!”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와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내 인생에 또 하나의 흑역사가 적립됐다는 걸.
***
애청자로서 알 수 있었다.
다른 건 다 편집돼도 노래하는 부분은 무조건 나갈 거란 거.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휙. 휙.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냈다.
‘내 선택이었어.’
끝까지 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잠깐의 희생으로 인해 웃음을 선사했으니, 예능의 일환으로는 박수를 쳐 줄 만한 일이었다.
이후에도 게스트와 MC, 셰프들 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진짜 적구나.’
직접 촬영해 보니 확연히 와 닿았다.
실제 촬영분에서 방송에 나가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그런 와중 스승님 이호연의 모습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투머치 토커.’
하는 말의 1%만 방송에 나온다는 게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한 번 시작하면 쉽게 그치지를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호연 셰프?”
“네?”
“거기까지.”
“.. 네.”
말이 길어질 때마다 칼같이 끊어내는 MC 안정훈.
그럴 때마다 이호연 셰프가 풀 죽은 표정을 짓는 게 웃음 포인트였다.
꼭 꿀단지를 뺏긴 곰돌이 푸우를 보는 거 같다.
얼마 못 가서 또 입을 연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와 별개로.’
이야기의 주제는 대부분 메인 게스트인 워너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숙소 생활부터 시작해서 해외 공연, 그리고 벌어지는 갖가지 일화까지.
내게는 새로운 세계라 듣는 재미가 있었다.
“진짜진짜 힘들게따…”
“우아.. 엄청 만타…”
“아빠. 그럼 어너비 언니들은 마싰는 거 마니 못 머거요..?”
연두도 폭풍 리액션 모드에 들어갔다.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고 하고 있다는 게 포인트지만.
때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때로는 내게 질문하며.
‘다행이네.’
카메라가 많은 환경에 어색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요?”
그리고 드디어 시작됐다.
토크가 끝난 뒤 시작되는 본격적인 요리 콘텐츠가.
“워너비의 냉장고를 공개해 주세요!!”
MC의 말에 따라 정면에 있는 커다란 문이 열리고.
큼지막한 냉장고가 등장했다.
두둥.
TV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두 MC가 앞으로 나가서 진행하는 냉장고 검문.
의외로 여기서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
“아, 이건 뭐죠?”
얼굴을 붉히는 재은과 유진.
그럴 만도 했다.
“완전히 상했네요.. 유진 씨?”
“네, 네!”
“이 친구는 냉장고 속에서 운명을 달리한 건가요?”
아무래도 범인은 유진인 거 같았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털어놓는 유진.
“.. 네. 제가 만든 건데 멤버들이 안 먹어서……”
“왜 안 먹었죠?”
“모르겠어요. 저는 맛있는데 멤버들은 아니었나 봐요. 수아가 다시는 요리하지 말라고……”
다소 웃픈 일화였다.
연두는 표정을 보니 슬픈 쪽인 거 같지만.
검문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이건 뭐죠? 색깔이 아주 요상한데요. 설마 이것도 상한 건가요?”
검갈색의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로 된 통.
안정훈이 통을 손에 들며 말했다.
“아뇨. 그건 저희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건강즙인데…”
“…”
모두를 흠칫하게 하는 재은의 말.
특히 말한 당사자인 안정훈의 눈이 띠용 확장됐다.
이런 걸 놓칠 이풍이 아니었다.
“이 봐요! 어머님이 만든 건강즙을 보고 요상하다니!”
이성주가 얄밉게 덧붙인다.
“아.. 그게 다가 아니죠? 상한 거냐고도 했죠?”
정작 재은은 가만히 있는데 몰아가기에 여념이 없다.
결국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안정훈.
구십도로 고개를 숙인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흡사 대국민 사과를 보는 거 같았다.
얼마 후 끝난 냉장고 검문.
‘생각보다는 재료가 많네.’
가끔 정말 텅 빈 냉장고가 나올 때가 있었다. 셰프들이 입을 모아 한숨을 내뱉게 만드는.
그에 비하면 워너비의 냉장고는 상당히 풍부한 편에 속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모님들이 보내 주신다는 모양이니까.’
숙소생활을 하는 멤버들을 위해 반찬을 보내주신다는 거 같았다.
그 덕에 냉장고는 항상 가득 차 있다고.
뜻하지 않게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토크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진행이 이어졌다.
“자, 그럼 워너비의 주제 공개해 볼까요? 그럼.. 공개해 주세요!”
박수소리와 함께 곧바로 첫 주제가 공개됐다.
-워너비의 워너비 푸드!
다소 갸우뚱하게 만드는 주제였다.
설명을 부탁하는 MC의 말에 리더 재은이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희 멤버들이 넷 다 입맛이 좀 다른 편이거든요. 식당을 가도 다른 걸 시킬 때가 많고. 그래서 저희 둘뿐 아니라 멤버들 모두의 입맛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워너비의 워너비 푸드를 만들어주셨으면 해서 주제를 정했습니다!”
“그러니까 호불호가 안 갈리는 음식을 원한다는 말이군요?”
“네, 맞아요!”
나는 소곤소곤 연두에게 얘기해줬다.
워너비나 호불호 같은 단어는 연두가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었으니까.
“모두가 좋아할 음식을 만들어달라는 얘기야, 연두야.”
“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곧바로 워너비의 두 번째 주제가 공개됐다.
왜인지 나를 바라보며 짓는 두 멤버의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 뭐지?’
주제가 공개되는 동시에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내 이름이 들어가 있었으니까.
-초록 님을 이기는 후루룩 면 요리!
***
“.. 이 주제는 뭐죠? 초록 님을 이기는 면 요리?”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MC.
초록 님이란 단어에 연두도 귀를 쫑긋 세웠다.
유진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이건 연두튜브 구독자분들이라면 아실 텐데요. 아, 이호연 셰프님도 아실 테구요!”
“뭘 말이죠?”
“최근 영상에서 초록 님이 면 요리를 하셨거든요. 연두랑.. 또 시은이라는 연두 친구랑 같이요.”
“아, 그렇군요. 근데 왜 이호연 셰프가 알 거라는 건가요? 연두튜브 구독자라서?”
“아뇨. 초록 님이 이호연 셰프님한테 배워서 만든 거라서요.”
또다시 어깨를 으쓱하는 이호연.
바로 팩트체크가 들어갔다.
“정말 이호연 셰프한테 배운 게 맞나요, 초록 님?”
“네.”
기왕 말 나온 김에 더 띄워주기로 하자.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니.
“요리에 있어서 저한테는 스승님 같은 분이시거든요”
“이호연 셰프가요?”
“네. 워너비 분들이 말씀하신 토마토 스파게티도, 셰프님이 만드는 거 보고 맛있어 보여서 그대로 만든 거고요. 근데 진짜 맛있더라구요.”
여기저기서 호응이 이어졌다.
“오오…”
“이호연 뭐야…”
올라가는 걸 주체하지 못하는 이호연의 입꼬리.
이윽고 재은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보면서 엄청 맛있어 보이더라구요. 저희 면 요리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주제를 생각하게 됐어요. 초록 님을 이기는 면 요리!”
“그랬군요. 꼭 스파게티여야 하는 건가요?”
“아뇨! 면 요리라면 전부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설마 주제에 내 이름이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연두에게 바로 설명해 줬다.
“아빠랑 저번에 만든 스파게티보다 맛있는 면 요리를 만들어 달라는 거야.”
“어, 엄청 어렵게따..”
“하하, 그래?”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맛있긴 했나 보네.
이후에는 셰프 배정이었다.
새로운 방식인 만큼 짧은 설명이 이어졌다.
“먼저 제비뽑기로 네 분의 셰프가 워너비의 요리에 배정됩니다.”
자연히 뽑히지 않은 셰프는 나와 연두의 요리에 배정되게 되겠군.
이성주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이어갔다.
“이후에는 전과 마찬가지로 원하시는 주제를 선택하시면 되고요. 단!”
“단?”
“이호연 셰프는 자동으로 초록 님과 연두의 요리에서 배제됩니다.”
“.. 네? 왜요??”
전혀 예상치 못해서일까.
청천벽력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을 짓는 이호연 셰프.
MC의 말은 단호했다.
“공정성을 위해서입니다.”
확실히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또한 이호연의 반응도 이해는 갔다.
최고의 한 끼를 선사하겠다고 몇 번이고 말하던 그였으니까.
다만 그가 생각 못 한 게 있었다.
“또르르…”
“죄송해요, 셰프님…”
상처받은 듯한 워너비 멤버들의 표정.
뒤늦게 이호연은 아차 하고 말했다.
“자, 잠깐만요! 오해예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 찐으로 당황한 표정이다.
“와, 이호연 셰프 그렇게 안 봤는데……”
“일단 감점받고 들어가죠?”
“오늘 별 받기는 글렀네.”
몰아가기에 일어나는 동공 지진.
짠한 광경 속에 워너비 멤버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흐흣, 장난이에요, 셰프님!”
“다 이해하죠! 저희도 연두튜브 팬인데!”
웃음을 터트리는 주위 반응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이호연.
그러면서도 사과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진짜진짜 미안해요.”
“진짜진짜 괜찮아요, 셰프님. 흐흐.”
“대신 엄청 맛있게 만들어주세요!”
착한 심성이 보이는 워너비의 반응이다.
이렇게 이호연이 워너비에 배정되고 제비뽑기가 이루어졌다.
차례로 세 명의 셰프가 뽑혔다.
‘유성준, 김연월, 서도형.’
전부 걸출한 요리실력을 뽐내는 셰프들이었다.
이풍을 제외하면 전부 스타셰프니 요리실력을 논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자연히 나와 연두의 요리를 해줄 셰프도 정해진 셈이었다.
“네, 이렇게 네 분의 셰프가 정해졌네요. 먼저 이호연 셰프. 원하지 않는 게스트의 요리에 배정된 만큼 주제는 먼저 선택권을 드리도록 하죠!”
“아, 아니, 진짜.. 그러지 마세요…”
“흐흐, 죄송합니다.”
한참 달래고 나서야 이호연은 주제를 선택했다.
“저는 ‘초록 님을 이기는 후루룩 면 요리!’로 가겠습니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잖습니까. 스승 이기는 제자 없다고.”
“오오…”
“아까의 실언은 맛으로 보답하죠.”
제자로서도 무척 기대가 됐다.
이호연이 작정하고 만드는 면 요리는 어떤 맛일지.
“저는 워너비의 워너비 푸드로 가겠습니다.”
“네, 유성준 셰프.”
얼마 뒤 대진표가 완성됐다.
유성준 vs 서도형, 이호연 vs 김연월이었다.
기대감 어린 표정의 워너비 멤버들.
“연두야.”
“네에.”
“이제 시작할 거야. TV에서 봤지? 셰프님들 요리하는 거.”
설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맛뿐 아니라 상당히 기대한 요소였다.
그 현란한 요리과정을 현장에서 직관하면 어떨지.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앞으로 나와 주시죠! 유성준 셰프, 그리고 서도형 셰프!”
터벅. 터벅.
“두 셰프는 꽤 오랜만에 붙는 거 같은데요. 포부나 자신감, 한 마디 들을 수 있을까요?”
유성준이 먼저 치고 나갔다.
“죄송하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네? 갑자기요?”
“질 자신이.”
그렇게 말하고선 유성준은 코밑을 스윽 훑었다.
뿌듯한 표정과 달리 디스가 이어졌다.
“멘트 준비해 온 거 봐!”
“와, 뿌듯한 표정 진짜 얄밉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벙찐 표정을 짓는 유성준.
서도형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말을 꺼냈다.
“이거 봐. 드립부터 식상하잖아요.”
“아.. 식상하다 나왔습니다!!”
“보여드리겠습니다. 식상하지 않은 요리. 신선한 요리. 제 요리의 모토죠?”
이번에는 디스가 아닌 열띤 호응이 쏟아졌다.
이렇게 요리 전 기선제압은 서도형의 승리로 끝이 나고.
두 셰프가 주방 앞에 섰다.
꼬옥.
내 손을 꼭 쥐는 연두.
그만큼 두 셰프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후 서로의 요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뒤 이어지는 이성주의 멘트.
“그럼 시작합니다! 최고의 한 끼!”
멘트와 동시에 흐르는 타이머.
동시에 두 셰프의 손이 움직였다.
승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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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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