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모 아니면 도
“촬영 재개하겠습니다!”
‘최고의 한 끼’ 2회차 촬영의 시작.
자연히 메인 게스트는 워너비에서 연두와 나로 전환됐다.
토크의 초점 역시 우리에게 맞춰졌고.
“2회차에 들어서니 표정이 갑자기 환해지신 거 같은데요, 초록님?”
장난스레 물음을 건네는 이성주.
나는 능청스레 되물었다.
“많이 티 났나요?”
“흐흐.”
이성주는 소리내어 웃다가 말했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즐거워진 이유가 초록님 본인이 맛있는 걸 드실 생각에 신이 나신 건지, 아니면 연두한테 맛있는 걸 먹일 생각에 신이 나신 건지 궁금한데요.”
사실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토크를 진행하는 건 아니었다.
MC들이 건네는 질문 다수는 미리 대본 형식으로 건네받아 알고 있었다.
그러나 100%는 아니었다.
‘지금의 질문도 그렇고.’
종종 즉석으로 던지는 질문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긴 시간의 토크가 모두 대본에 따라 진행될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나도 딱히 얽매일 이유는 없었다.
“그야, 당연히 후자죠.”
대답하며 고개를 돌려 연두를 바라봤다.
후자라는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아리송한 표정이다.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그러자 배시시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연두.
옆에서 안정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년 넘게 MC 하면서 처음 보네요. 촬영 도중에 게스트끼리 이렇게 꽁냥거리는 거.”
“아, 죄송합니다.”
“아뇨, 더 그래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서요.”
반전 어린 전직 레전드 축구선수 안정훈의 부탁.
앞에 있는 워너비 멤버들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자연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네, 꽁냥꽁냥 정말 보기 좋구요. 연두랑 초록님은 안정훈씨 말대로 방송 끝날 때까지 쭉 꽁냥거려 주시길 바랍니다.”
“하하, 노력해 보겠습니다.”
토크는 계속해서 진행됐다.
아무래도 유투브 크리에이터로 나온 만큼, 연두튜브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
“아, 참. 초록님.”
“네.”
“최근 연두튜브 구독자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사항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여기까지만 들어도 그 사항이 뭔지 알 거 같았다.
아까와 달리 이건 예정된 질문이었으니까.
“연두튜브에 아직 팬 명칭이 없으시다구요.”
역시나 사전에 들은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그럼 연두랑 초록님은 팬들을 뭐라고 부르시나요?”
“아..”
여기서 말하는 팬들이란 구독자들을 말하는 거겠지.
이걸 어쩐다. 막상 대답하려니 입이 안 떨어진다.
죄책감 비슷한 게 든다고 해야 하나.
“그냥.. 구독자분들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대답을 건넸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느껴지는 따가운 눈총.
다름아닌 워너비 멤버 둘의 눈빛이었다.
그걸 캐치한 이성주가 입을 열었다.
“잠깐! 방금 초록님을 바라보는 두 분의 눈빛이 상당히 매서웠는데요? 특히 유진씨.”
그 말에 유진은 입을 삐죽 내밀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무해요, 초록님..”
“왜죠?”
“저도 연두튜브 팬으로서 엄청 기다렸거든요. 우리 이름 언제 붙여주나 하고. 이건 회사한테는 비밀인데……”
유진은 속삭이듯 말을 덧붙였다.
“댓글도 썼단 말이에요. 팬덤명 만들어 달라구..”
“아, 원래 댓글 다는 게 금지인가요?”
“네.”
옆에서 안정훈이 기가 찬다는 듯 말한다.
“아니, 무슨 금지가 그렇게 많아요? 연애도 금지, 맛있는 것도 금지, 댓글도 금지.”
안정훈 특유의 툴툴거리는 말투.
모두가 웃는 사이 이성주는 워너비를 향해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워너비는 팬덤명이 있죠?”
“네! 위시라고…”
“위시. 무슨 뜻인가요?”
“위시 뜻이 소망이잖아요. 저희 워너비와 팬분들이 하나가 되어 꿈과 소망을 이뤄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옆에서 재은이 손을 흔들며 말한다.
“사랑해요, 위시..!!”
“나도, 나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팬서비스를 하는 재은과 유진.
‘위시라..’
미리 그린위키에서 봐서 알고 있긴 했지만, 다시금 정말 좋은 팬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뜻도 좋은 데다가 심플해서 부르기도 좋으니까.
스윽.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돌아가는 이성주의 시선.
향하는 곳은 내 쪽이었다.
“확실히 너무하긴 했네요, 초록님. 이십만도 아니고 이백만이 훌쩍 넘는 팬분들이 있는데 아직까지 정해진 팬덤명이 없다는 건.”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변명을 하자면 신경쓰지 않은 건 아니다.
‘많이 고민해 봤으니까.’
그럼에도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누렁이라는 고양이 이름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전에 지혜씨가 한 말 그대로다. 내 작명센스는 최악이었다.
‘구독자분들이라 하는 것도 정 없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명칭을 우리 구독자들에게 붙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결과 팬덤명은 지금까지 미정인 상태였다.
“…… 그렇게 된 겁니다..”
모든 사정을 나는 빠트리지 않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이해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고양이 이름을 들으니.”
“…”
이해의 이유가 다소 씁쓸하긴 했지만.
그때 안정훈이 불쑥 말했다.
“그럼 우리가 정해줄까요, 여기서?”
“오, 뭔가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나 봐요? 안정훈씨.”
그 사이 나는 연두에게 설명해줬다.
“우리 구독자분들, 팬분들 이름을 지어주신대.”
“아빠랑 연두 팬이여..?”
“뭐.. 그렇지? 하하.”
반짝이는 연두의 눈.
연두를 포함해 모두이 이목이 안정훈에게 집중됐다.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의 입이 열렸다.
“아!”
“왜요? 뭔데요?”
“연탄 어때요?”
“…?”
황당한 표정의 이성주.
셰프들과 워너비의 표정은 더더욱 그랬다.
“.. 뜻이 뭔데요?”
안정훈은 신이 난 듯 대답했다.
“보통 총알을 탄이라고 하잖아요. 팬분들이 연두를 지키는 총알인 거죠.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나름 뜻은 멀쩡한 게 반전이다.
이성주가 긴 한숨을 푹 내뱉으며 말했다.
“아휴.. 정훈씨.”
“네.”
“그만하세요. 더 얘기했다가는 그 총알들이 정훈씨를 향할 수가 있으니까.”
그 말에 몸을 흠칫하는 안정훈.
아무튼 처음 본다. 나보다 더한 작명센스를 가진 사람은.
오디오가 멈췄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저 워너비 분들한테 질문이 있는데..”
“저희한테요?”
“네.”
“뭐든지 질문하세요!”
“혹시 워너비는 팬덤명을 어떻게 정했나요? 직접 정하신 건가요?”
둘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후보가 몇 개 있었는데 공모해서 팬분들이 정해 주셨어요.”
“투표 말인가요?”
“네.”
대화를 듣던 이풍이 박수를 치며 끼어들었다.
“그럼 투표로 하면 되겠네!”
반응하는 이성주.
“네?”
“유투브 댓글창에서 후보를 받아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걸 팬덤명으로 하는 거죠.”
“오.. 이풍씨.”
“네.
“처음인 거 같아요.”
“뭐가요?”
“이풍씨 입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듣는 건.”
“…”
벙찐 표정의 이풍. 허나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였다.
팬들을 칭하는 명칭인 만큼, 팬들의 호응을 얻는 이름이 가장 의미있는 이름일 테니.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게 좋겠네요. 연두는 어때?”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연두도 조아요..!”
***
“우리 연두.”
“네에.”
이번에는 연두를 향해 질문이 쏟아졌다.
아빠를 얼마큼 좋아하냐는 뻔한 물음부터 그 밖의 여러 질문들.
“연두는 애교가 뭔지 알아요?”
“네, 아라요!”
전이라면 모른다고 대답했겠지만 지금의 연두는 알고 있었다.
아름이에게 배운 애교를 최근에도 틈틈이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이성주는 아빠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셰프님들이 연두랑 아빠를 위해 진짜진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거거든요?”
“네에..”
“그런데.. 셰프님들이 연두의 애교를 보면 더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질 거 같대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애교 한 번 보여줄 수 있나요?”
지극히 사심이 들어간 애교 요청.
예상외로 연두는 수줍어하지 않고 대답했다.
“.. 네! 보여줄 수 이써요!”
왜일까. 평소에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수줍어하는 연두인데.
생각해 보니 답은 간단히 나왔다.
‘잘 모르는 거구나.’
눈으로 배운 탓에 애교가 뭔지 정확히 잘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 증거로 연두가 하는 애교도 딱 하나밖에 없었다.
아름이에게 배운 애교.
“가능하답니다!”
“와아!!”
“자, 연두의 애교를 눈앞에서 보고 싶은 셰프는 손을 들어주세요!”
척. 척. 척.
하나도 빠짐없이 올라가는 셰프의 손.
그런 와중에 나를 웃게 만드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 둘은 왜 든 건데.’
워너비의 재은과 유진도 조심스레 손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이풍은 두 손 다 치켜든 상태.
나도 슬쩍 들까 했지만 참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는 양보하는 게 맞지.
“에이, 이미 요리하신 네 분은 손 내리셔야지!”
이풍이 손을 든 채로 소리친다.
앞서 말한 명분이 있었기에 그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얼마간의 실랑이 끝에,
“네 분 중에서는 연두가 선택하는 게 좋겠네요.”
이성주가 말을 이었다.
“연두양.”
“네에.”
“제일 연두의 애교가 필요할 거 같은 셰프님이 누군 거 같아요?”
손을 든 네 명의 셰프를 향하는 연두의 시선.
아까와는 달리 섣불리 선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자리에서 불쑥 일어서는 연두.
‘다녀올께요, 아빠..!’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이동한다.
반대편의 셰프진을 향해.
툭.
이윽고 연두의 발걸음이 멎었다.
다름아닌 이풍의 앞이었다.
“…?”
선택받을 거라 예상 못했는지 띠용 확장된 이풍의 눈.
곧바로 연두는 학습된 애교를 시작했다.
스윽.
먼저 소매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폴폴.
그런 채로 몸을 요리조리 흔들며 날리는 멘트.
“이이잉…”
신기할 따름이었다.
벌써 여러번 본 데다가 현재 상황에 맞는 애교도 아닌데.
역시나 이번에도 입꼬리 주체가 불가능하다.
“푸흣.”
뒤이어 터진 웃음.
나 말고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왜냐고?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이풍 작가의 웃음이 눈앞에 펼쳐졌으니까.
‘진짜 웃음이네.’
가식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웃음.
선홍색 잇몸이 전부 드러날 정도로 활짝 핀 웃음이었다.
타다다!
“.. 아빠!”
“하하, 잘했어, 연두야.”
임무를 마친 연두는 곧장 내게 달려와 원래 자리에 앉았다.
“뭐지? 나 입꼬리가 고장났나 봐. 안 내려가.”
“크크, 이수호 셰프 봐요. 웃는 것도 로봇처럼 웃네. 표정은 그대로인데 입만 웃고 있어.”
“이풍씨. 이제 거기 연두 없어요. 잇몸건강 자랑도 그만하고.”
평소라면 발끈할 만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얼마 후 이풍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경고 하나 하겠습니다.”
“갑자기 무슨 경고요?”
“이수호 셰프, 다니엘 킴 셰프, 박동 셰프. 오늘 내 상대로 오지 마세요.”
이후 덧붙이는 한 마디.
“지금의 나는 누구한테도 안 지니까.”
연두성분을 만땅 채운 이풍의 선전포고였다.
***
“푸흣.”
‘최고의 한 끼’ 총괄 PD이자 CP 서태우.
촬영하는 도중 이풍의 웃음을 보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얼마만이지.’
웃음이 터진 것도 그렇지만, 촬영하는 내내 서태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언젠가부터는 완전히 일이 된 촬영.
이렇게 즐겁게 몰입해서 촬영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거 같았다.
촬영에 지장이 갈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휙. 휙.
고개를 휙휙 저어 정신을 차린 서태우.
뒤늦게 그런 생각이 찾아왔다.
‘.. 대박이다.’
아직 요리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촬영분은 대박이었다.
특히 방금 연두의 애교에 이어 찐 웃음이 나오는 이풍의 표정.
PD로서의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조금 오버하자면 예능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촬영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자, 그럼 초록님과 연두의 냉장고를 공개합니다!”
늘 그렇듯 MC 둘은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냉장고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드는 이성주.
“아, 이건 뭐죠?”
그걸 본 연두가 눈이 커다래져서 외친다.
“쏘시지다!!”
연두와는 빼놓을 수 없는 소시지의 등장.
세상 기뻐하는 연두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연두의 또시지 사랑은 유명하죠?”
“아, 그런가요?”
“네. 연두튜브 보시는 분들이면 다 알거든요. 연두의 또시지 사랑을.”
“근데 왜 자꾸 또시지라 그래요?”
“말하자면 길어요. 연두튜브 보고 오세요.”
“안 그래도 촬영 끝나면 바로 보러 가려고요.”
콩트 비슷한 대화를 나누는 두 MC.
한편 셰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료를 눈에 담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알아둘 필요가 있으니까.’
대결에서 승리하려면 게스트의 취향을 파악하는 게 상당히 중요했다.
소시지, 아니 또시지를 활용한 근사한 요리가 탄생할 거 같은 예감.
서태우도 기대감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근데 이 소시지 너무 새 건데요. 의심이 갑니다.”
“그러네요. 뭔가 굉장히 고급 소시지 같은 느낌이 들구요. PPL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초록님?”
잠깐의 침묵 끝에 나오는 음성.
“.. 죄송합니다.”
너무 빠른 인정에 서태우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의외로 유쾌한 캐릭터성.
예상치 못한 느낌의 웃음포인트가 많았다.
“어디서 사셨죠?”
“코X트코요.”
“가게 명칭은 조금 돌려 말해 주셔야 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유투브로 보던 허당미도 적지 않게 튀어나왔다.
“이건 뭔가요?”
“아, 그건 고등어입니다.”
“이것도 오늘을 위해 준비한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제가 요리해 주려고 사 둔 겁니다.”
이어지는 연두를 향한 질문.
“연두양. 생선 좋아하나요?”
“네, 조아해요!”
“생선이 좋나요, 고기가 좋나요?”
“고기요!”
즉답하고는 아차 하고 아빠를 힐끗 보더니 연두가 말한다.
“새, 생선도 마니 조아해요..!”
그 모습에 또 서태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거 같았다. 이번 촬영에 있어 냉정을 유지하는 건.
***
얼마 후 요리 주제가 공개됐다.
-연두와 가장 어울리는 요리!
나와 연두가 함께 정한 주제.
딱히 정해진 틀이 없으면서도 심플한 첫 주제였다.
공개되는 동시에 입을 여는 이풍.
“저는 이 주제로 들어갑니다.”
“두 번째 주제는 보지도 않고요?”
“볼 필요도 없다는 게 맞겠죠. 이것만큼 제게 적합한 주제는 없으니까요.”
아까부터 굉장히 겉멋에 찬 멘트를 구사하는 이풍.
허나 뒤에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펼쳐졌다.
척. 척. 척.
세 명의 셰프가 전부 이풍의 상대에 지원했으니까.
이풍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에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아싸!!”
접전 끝에 박동 셰프가 상대로 정해졌다.
이풍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후회하게 될 겁니다.”
“후회가 뭐죠? 먹는 건가요?”
“…”
치열한 신경전.
이후 곧바로 둘의 대결이 시작됐다.
“아, 이풍씨 뭐죠? 설마 면 요리를 하려는 건가요?”
정신없이 손을 움직이며 이풍이 대답했다.
“네, 면 요리입니다.”
“식상하지 않나요! 워너비 분들의 주제가 면 요리였는데요! 연두도 그 음식을 먹었구요!”
“제 면은 다릅니다. 맛으로 보여드리죠.”
평소와 달리 이풍은 냉철함을 유지했다.
휘리릭. 탁. 탁.
반대에서는 박동 셰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와 연두는 손을 꼭 쥔 채로 주방에 시선을 고정했다.
“칼질 진짜 빠르다. 그치, 연두야.”
“네에.. 우아…”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박동 셰프의 주방.
이풍의 주방은 그와는 사뭇 달랐다.
괴짜요리 창시자답게 이번에도 상당히 기묘한 요리과정을 선보였으니까.
“양배추는 왜 꺼내죠, 이풍씨?”
이풍이 씩 웃으며 말했다.
“연두랑 어울리는 요리잖아요. 양배추를 활용해서 연두색 면을 만들 겁니다.”
“연두색 면이요?”
“네.”
굉장히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연두색 면이라는 말에 연두의 눈도 동그랗게 부풀었다.
이성주는 계속해서 이풍에게 말을 붙였다.
“그럼 면 맛이 이상하지 않을까요?”
“전혀요. 그냥 색깔 내는 데만 쓰는 거라서 맛에는 영향이 안 갑니다.”
“와우. 굉장한 양배추 낭비네요.”
“…”
예상치 못한 디스에 이풍은 입을 꾹 다물고 요리에 집중했다.
소스를 만드는 거 같았다.
“자, 중간점검 시간! 원래는 저와 안정훈씨가 맛을 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연두와 초록님께 그 권한을 양도하도록 하죠. 앞으로 나와주세요!”
이건 미리 들은 바 없던 소식인데.
재빨리 나는 연두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먼저 맛을 보는 건 바로 이풍의 소스였다.
“잠깐만요. 소스는 좀 이따 드세요!
왜인지 당황한 표정의 이풍.
허나 원칙상 지금이 먹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이성주가 숟가락에 소스를 살짝 찍어 내밀었다.
“자, 연두야.”
“네에.”
조심스레 입에 가져다 대는 연두.
“우읍..”
소스가 입에 닿자마자 표정을 찡그리며 몸을 베베 꼰다.
아니, 맛이 어떻길래 이런 반응이지?
숟가락을 건네받아 입에 가져갔다.
“아, 안 대요!”
연두의 만류에도 맛을 본 대가는 참혹했다.
“어억!”
저절로 비명이 나왔으니까.
“아아, 맛이 없나요!”
“아뇨. 너무 짜서.. 쓰읍…”
“짜답니다!!”
결국 이풍이 못 참고 버럭 소리쳤다.
“다, 당연히 짜지! 아직 미완성인데! 그러니까 이따 드시라 하라니까, 아오…”
이성주는 유유히 우리를 데리고 박동 셰프의 주방으로 이동했다.
마찬가지로 소스 맛보기였다.
“우아..”
“맛있다. 그치.”
“네에. 진짜 마시따……”
충격받은 미각이 돌아오는 훌륭한 맛.
이후 나와 연두는 자리로 돌아갔다.
‘어쩌지..’
미완성이라지만 너무 강렬한 소스 맛에 걱정이 됐다.
이풍 셰프의 요리가 너무 맛없으면 어쩌나 하고.
어쨌거나 시간에 맞춰 종은 울렸다.
띠링. 띠링.
먼저 종을 울린 박동의 요리가 먼저 앞에 놓였다.
군침이 흐르는 비주얼.
아암.
“우아…”
맛 역시 비주얼 그대로였다.
소스를 보고 예상한 것 이상의 훌륭한 맛.
“어때, 연두야?”
“진짜 마시써요..”
한동안 연두는 숟가락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다음은 이풍의 요리였다.
‘진짜 연두색이네.’
연두색 면을 만드는 건 성공한 듯한 요리의 비주얼.
뒤이어 이풍은 요리를 소개했다.
“제가 만든 요리는 연두 is 면들입니다.”
“크흡. 연두 is 면들이요?”
“네.”
“뜻은 굳이 들을 필요도 없겠네요.”
유쾌한 요리명.
맛까지 너무 유쾌하면 큰일인데.
탁.
앞에 그릇이 놓였다.
불안한 건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릇을 바라보는 연두의 눈동자가 흔들렸으니까.
“먼저 먹어볼래, 연두야?”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자그마한 손으로 포크를 쥐고는 면을 집어들었다.
뒤이어 이어졌다.
후르릅.
아까와는 달리 소심한 연두의 면치기가.
그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
그 어느 때보다도 커다랗게 부푼 연두의 눈망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