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리얼 꿀마시
“…!”
그 어느 때보다도 커다랗게 부푼 연두의 눈망울.
‘.. 뭐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만큼 명확히 감이 오지는 않았다.
맛있어서 짓는 표정인지 그 반대인지.
허나 유추는 할 수 있었다.
‘찌푸리지 않았어.’
음식이 맛이 없을 때 짓는 연두의 표정은 알고 있었다.
찡그리듯 모이는 미간과, 맛있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부르르 떨리는 볼.
티를 내지 않으려 해도 표정에서 티가 나는 연두였다.
오물. 오물.
확신하건대 그 표정은 절대 아니다.
음식을 오물거리며 변하는 표정에서 더 확실해졌다.
평소 이풍 셰프의 괴짜요리의 특징은 모 아니면 도.
‘중간은 없지.’
맛없는 게 아니라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였다.
아니나 다를까 열리는 연두의 입.
“마, 마시써…”
목소리의 떨림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탓인지 더 놀란 느낌이다.
반전의 상황, 이성주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얼마나? 얼마나 맛있어요?”
“엄청 마니요…”
끝인가 했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연두의 목소리.
“리얼…”
“네?”
“리얼 꿀마시에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면을 향하는 포크를 쥔 연두의 손.
소심해진 면치기는 온데간데 사라졌다.
호로로로록.
모두들 말은 안 했지만 전부 알고 있었다.
이번 게스트에게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극찬은 ‘리얼 꿀마시’라는 단어라는 걸.
그러나 나를 포함해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처음으로 그 말을 듣는 셰프가 이풍일 거라고는.’
그도 그럴 게 앞선 네 명의 스타셰프가 실패한 상황 아닌가.
내심 생각했다. 연두가 ‘리얼 꿀마시’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아니, 어쩌면 진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 표현이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음식이 맛있었다는 거 아닐까.
슥.
자연스레 다시 그릇을 향하는 내 시선.
요상하다 생각한 비주얼이 다르게 보였다. 굉장히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한편 스튜디오 내부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와!”
“이풍! 이풍!”
“아, 이게 얼마만에 나온 이풍 매직인가요?”
“연두튜브 구독자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죠? 그 표현을 이호연도 아니고 이풍이 이끌어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디스를 먹은 이호연의 눈이 띠용 확장된다.
기다리던 장면을 눈앞에서 본 워너비 멤버들은 감격에 겨운 표정이고.
이풍 셰프와 박동 셰프의 표정은 극명히 대비된다.
‘아직 승자가 정해진 것도 아닌데.’
하기야 그럴 만큼 의미가 큰 표현이긴 하지.
재차 그릇을 향하는 연두의 손. 연두색 면을 돌돌 말아 들어올린다.
이번 종착역은 스스로의 입이 아니었다.
“아빠. 아~”
이거 받아먹어도 되는 건가.
지금과는 반대의 장면이 아빠로서 어울리는 모습일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내 입은 벌어지고 있었다.
후루룩.
“…!”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정녕 이게 아까 그 소스를 베이스로 한 요리인가 싶을 정도로.
최근 뜸하긴 했지만 거짓이 아니었구나. TV에서 보던 이풍 매직은.
“진짜 맛있네요.”
“저희도 굉장히 궁금한데요. 어떤 맛인가요, 초록님?”
“볶음면 느낌인데 처음 먹어보는 맛이에요. 가장 와 닿는 건 재료 간의 조합인데..”
많은 게 들어간 면 요리였다.
각종 채소부터 시작해서 오징어와 차돌박이까지.
그중 어느 재료도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았다.
‘간도 완벽하고.’
왜 연두가 ‘리얼 꿀마시’라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는 맛.
차근차근 나는 요리의 맛을 표현했다.
“…… 그리고 배추도 되게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어? 잠깐만요. 요리에 배추가 들어갔나요?”
“네. 이거 배추같은데..”
분명히 배추의 식감이 존재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씩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여는 이풍.
“아까 배추낭비라고 하셨죠?”
“.. 아니었나요?”
“물론이죠. 배추는 두 가지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초록색 부분을 색을 내는 데 사용하고, 흰색 부분은 토핑의 재료로 사용했다는 말.
한 마디로 100%로 배추를 활용했다는 뜻이었다.
이성주가 감탄하며 말했다.
“근데 아까 왜 반박 안 했나요? 평소 이풍 셰프라면 억울해서 펄펄 뛰었을 텐데.”
이풍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까 제가 말했잖아요.”
“뭘요.”
“맛으로 보여주겠다고.”
조금 얄밉긴 해도 실제로 그랬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후 박동셰프와 이풍의 음식을 맛보는 출연진들.
“오..”
“진짜 맛있네..”
“아까 소스는 짤 수밖에 없긴 했지. 간장에 레몬즙인가 조금 들어간 건데.”
역시나 사람의 입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전의 맛 ‘연두 is 면들’에 쏟아지는 극찬.
뒤이어 승자 선정 시간이 찾아왔다.
***
반전은 없었다.
“승자는.. 이풍 셰프입니다!”
대결의 승자가 될 때만큼은 셰프라 불리는 이풍.
사실 결정에 조금 애를 먹긴 했다.
‘연두가 어쩔 줄 몰라했으니까.’
승자를 정하는 것보다도 패자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이 컸던 탓이었다.
그런 연두를 안심시키는 데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내 내 귀에 연두는 속삭였다.
“여.. 연두 이스 면들…”
굉장히 한국어같은 영어같은 한국어였다.
그렇게 승자가 정해졌다.
톡.
손수 연두가 가슴팍에 달아주는 별.
다시 이풍의 입가에는 아까와 같은 웃음이 번졌다.
박동 셰프도 패자의 미덕을 보였다.
“축하해요.”
“고맙습니다.”
“다음엔 아저씨가 더 맛있는 음식 만들어 줄게, 연두야.”
그 말에 연두가 꾸벅 구십도로 배꼽인사를 건넸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이어진 다음 대결.
-비주얼도 맛도 그림같은 음식!
역시 연두와 내가 함께 정한 주제였다.
나름 나와 관련된 키워드가 들어간 주제이기도 했고.
“굉장히 어려운 주제네요. 비주얼과 맛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소리니까.”
“.. 그, 그러네요.”
“흐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게 우리 ‘최고의 한 끼’ 셰프진 아니겠습니까.”
그 말과는 달리 상당한 부담감이 엿보였다.
이번 주제에 배정된 이수호 셰프와 다니엘 킴 셰프의 표정에는.
“아, 참. 다니엘!”
다니엘 킴은 유일한 외국인 셰프였다.
“예.”
“요리하기 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물어보쎄요.”
유창하지만 다소 특이한 억양.
“아까부터 틈만 나면 연두를 보고 있는 거 같은데. 제 착각인가요?”
이성주의 물음에 다니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한다.
“아니요. 착깍 아니에요.”
“그럼요?”
“지금도 보고 있서요. 너무 큐트해서.”
“크크, 큐트하다고요?”
“네. 그냥 큐트 아니에요. 베리 큐트해요.”
한글과 영어의 어설픈 혼용.
출연진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안정훈이 말했다.
“뭐야. 연두한테 점수 따려는 거 아니야? 우리 연두는 그런 거 몰라, 다니엘.”
그러자 다니엘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점스 따는 거 아니야, 정훈.”
“…”
이윽고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됐다.
후다닥.
시작되자마자 냉장고로 달려가 소시지를 꺼내오는 다니엘.
그 밖에도 여러 재료를 챙긴다.
견과류, 육포, 달걀 등등.
‘뭘 만들려는 거지.’
반대편도 분주한 손놀림이 이어졌다.
아직까지 로봇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 이수호 셰프.
고기를 난도질하듯 잘게 썰어 달걀물과 합친다.
“지금 만드는 게 뭐죠, 이수호 셰프!”
“미트볼을 만들 겁니다.”
직접 미트볼을 만들 생각을 할 줄이야.
그것만으로도 요리 초짜인 내 눈에는 신기했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두 셰프의 요리.
띠링. 띠링.
이번에도 시간에 맞춰 종이 울렸다.
주제답게 눈이 즐거운 비주얼의 요리가 눈앞에 놓였다.
먼저 다니엘 셰프의 요리였다.
‘튀김 요리였구나.’
꼬치 형식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세팅된 튀김요리.
옆에는 손수 만든 타르타르소스까지 놓여 있었다.
“제 요리는요. ‘또시지, 얼마나 마싰께요?’입니다.”
안 그래도 미숙한 발음을 한 번 더 굴린 요리명이었다.
곧바로 꼬치를 손에 집어들었다.
“연두야. 아~”
아까 받아먹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줄 차례지.
쏘옥.
큼지막한 소시지가 자그마한 입에 통째로 들어갔다.
동시에 부르르 떨리는 연두의 볼.
‘물어볼 필요도 없겠네.’
얼마나 맛있는지가 느껴지는 떨림이었다.
뒤늦게 맛을 보고 한번 더 납득했고.
다음은 이수호 셰프의 요리.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미트볼.’
마침내 마지막 요리를 앞에 둔 상황.
“제 요리는 ‘연두. 미트볼로 혼내준다.’입니다.”
“아오. 뭘 또 혼내요! 혼내지 좀 말라니까!”
둘의 대화에 연두가 반응한다.
“여, 연두 잘못해써요..?”
“아냐, 연두야!”
오늘 처음으로 당황한 듯한 이수호.
로봇 셰프님을 대신해 내가 해명에 나섰다.
“좋은 뜻으로 그러시는 거야. 그러니까, 음식이 엄청 맛있으면 연두가 혼난 거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연두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혼나는 게 조은 거에요..?”
“응, 지금은.”
그제야 안심한 연두의 표정.
일부러 매운 건 하나도 첨가하지 않는 배려심 많은 셰프들의 요리였다.
이번에는 동시에 미트볼을 하나씩 입에 넣었다.
‘…!”
마음속에 이는 감탄.
직접 만들어서인지 시중에 파는 미트볼과 차이가 있었다.
훨씬 더 식감이 쫀쫀하면서도 고기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소스도 너무 잘 어울리고.’
오물거리던 연두도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연두 혼나써요…”
“푸흣.”
다시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혼나면 좋은 거라는 말에 이렇게 곧바로 적용할 줄이야.
역시 똑똑한 내 딸, 연두였다.
‘이번에는 박빙이네.’
개인적으로는 미트볼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허나 꼬치요리도 무척 뛰어난 맛이었다.
연두의 의견이 중요할 거 같은데.
소곤. 소곤.
내 귀에 연두가 속삭인 요리.
“또시지.. 얼마나 마싯께요…”
의견이 갈렸다. 허나 승자는 정해진 셈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연두의 선택에 따를 생각이었으니까.
“네! 승자는 다니엘 킴 셰프입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오늘 촬영 느낌이 되게 좋은데요? 우리 연두가 나와서 그런가?”
촬영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MC 이성주.
그는 내게도 인사를 건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너무 짓궂지는 않았을까 걱정이네요.”
“아뇨. 잘 이끌어 주셔서 너무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PD들도 인사를 나누는 대상이었다.
그중에는 나와 연락을 주고받던 PD인 김석호도 있었다.
아까 연두의 돌발행동으로 곤혹을 겪었던.
‘나도 엄청 당황했지.’
촬영중에 예고도 없이 벌떡 일어나더니 카메라를 향해 달려간 연두.
향한 곳은 다름아닌 김석호 PD의 앞이었다.
재빨리 따라가서 데려오려 하니,
“가치 먹기로 했는데..”
“응?”
“피디님도 가치 먹기로 해써요. 리얼 꿀마시 중에 리얼 꿀마시……”
전에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려 한 연두였다.
후릅.
결국 한 입을 손수 먹여줬지.
다른 PD들도 먹여주려는 걸 간신히 달래 데려왔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피디님들은 나중에 셰프님들이 만들어주실 거야, 연두야.”
“네에..”
이성주의 말에 따르면 방송 역사상 처음이라는 거 같았다.
PD한테 음식을 조달해 준 게스트는.
“아마 그 장면, 방송에 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되게 귀엽고 따뜻했던 장면이라.”
“하하.. 그런가요.”
“네.”
이후 나와 연두는 한 명 한 명 전부 인사를 나눴다.
끝으로 워너비의 멤버들까지.
“오늘 진짜 재밌었어, 연두야..”
“언니도..”
연두도 내 손을 꼭 잡은 채로 화답했다.
“연두도요! 연두도 진짜진짜 재밌어써요..”
“우웅! 다음에 꼭 또 보자, 우리!”
“네에..!”
그렇게 끝이 아니었다.
재은이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네며 말했다.
“저기, 초록님..”
“네.”
“이거.”
뭔지도 모르고 건네받았다.
이어지는 재은의 말.
“이건 저희 앨범이고, 그 아래에 있는 건 콘서트 티켓이에요. 가능하시다면 연두랑 같이 와 주셨으면 해서요. 물론 다른 분들도 같이 오셔도 괜찮구요!”
옆에서 유진도 말을 덧붙였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희 멤버들도 엄청 팬이거든요. 저만큼은 아니지만.”
“하하, 감사해요. 이런 과분한 선물까지 주시고.”
나는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큰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꼭 보러 갈게요.”
“네!”
이렇게 워너비 멤버들과 구두 약속을 체결했다.
이후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네에.”
“오늘 어땠어?”
연두는 찡긋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진짜 조아써요..!”
“먹은 거 같아? 리얼 꿀마시 중의 리얼 꿀마시.”
“네에.”
“다행이다.”
나 역시 긴 촬영이었지만 즐거웠다.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은 건 말할 것도 없고, 행복해하는 연두의 모습을 봤으니까.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럼 가 볼까, 연두야?”
“네, 아빠!”
연두의 손을 잡고 스튜디오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네며.
‘잘 먹고 갑니다. 최고의 한 끼.’
이렇게 ‘최고의 한 끼’ 촬영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