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크리에이터 파티
“네, 기억해요.. 차칸 아저씨…”
“…?”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심한 거부감을 표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긍정적인 반응 역시 나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냐고? 나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날에 대해 김윤호에게 들은 말들이 있었으니까.
여러 얘기를 들었지만 압축하자면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 아무것도 안 했어.’
연두를 앞에 두고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
눈물을 닦아주지도, 머리를 쓰다듬지도,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고 했지.
괜히 챙겨줬다가 피곤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미안하다. 네 딸한테 상처를 줘서.’
이후 그랬던 점에 대해 내게 사과까지 건넸다.
내가 느끼기에는 김윤호의 말에서는 진심 어린 죄책감이 느껴졌다.
우리를 위해 나선 것만 해도 그렇고.
따라서 그가 한 말은 결코 거짓은 아닐 터였다.
‘이유가 없으니까.’
굳이 거짓말까지 해 가며 자기 자신을 깎아내릴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나 김윤호는 그런 사람이었다.
챙겨준 게 있다면 굳이 그 사실을 숨기지는 않을 타입.
그렇기에 더 연두의 말이 혼란스러웠다.
‘.. 왜?’
대체 왜 연두는 김윤호를 착한 아저씨라 기억하고 있는 걸까.
겁을 먹고 흐느끼는 자신을 향해 흔한 위로의 한 마디조차 건네지 않은 사람인데.
결국 나는 연두를 향해 물었다.
“왜?”
“.. 네?”
“그 아저씨가 왜 착한 아저씨야?”
근거가 있을 터였다.
아무 이유도 없이 김윤호를 착한 아저씨라 표현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내가 모르는.’
아니, 어쩌면 당사자인 김윤호조차 모르고 있을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직 연두만 느꼈을 그에 대한 모습이.
그게 뭘지 궁금했다.
살며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는 연두.
자그맣게 입이 열렸다.
“눈…”
귀에 들어온 생각지 못한 한 글자.
내 생각이 맞다면 이 눈은 ‘snow’가 아니라 ‘eye’를 뜻하는 거겠지.
그때 계절이 겨울이었던 것도 아니니까.
‘쓸 데 없는 추측은 집어치우고.’
혼자 생각하기보다는 대화하는 게 가장 빨랐다.
손으로 내 두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눈 말이야, 연두야?”
“네에..”
“눈이 어땠는데?”
생략된 주어는 물론 김윤호였다.
얼마간 이어지는 침묵.
연두는 잠깐 생각하는가 싶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봐써요.”
“뭘?
“아저씨 눈.. 연두 보는 눈…”
끊어 말하긴 하지만 어떤 말인지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날에 자신을 바라보는 김윤호의 눈을 봤다는 얘기였다.
자연히 당시에 연두의 모습이 떠올랐다.
‘전부 가렸지.’
헝클어진 산발로 눈은 물론이고 얼굴마저 거의 가려 보이지 않았던 연두.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보여지지 않은 건 아니다.
연두는 보고 있었다.
‘틈새 공간으로.’
머리카락 틈새는 연두가 주위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주위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공간.
그렇게 생각하니 더 명확히 감이 왔다.
지금 연두가 말하고 있는 게 뭔지. 김윤호조차 몰랐을 그 날 그의 숨겨진 모습이 무엇일지.
“이러케..”
이어지는 연두의 말은 그 생각을 더 확신하게 만들어줬다.
“이러케 봐써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연두.
바로 알 수 있었다. 김윤호의 표정을 따라하는 거라는 걸.
표정을 따라한다는 건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
다시금 연두의 기억력에 감탄이 일었다.
그와 별개로 확실한 한 가지.
‘따뜻해.’
따뜻한 눈빛이었다. 이게 연두를 보며 외삼촌이 지었을 표정인가.
의도적으로 쓴 차가운 가면 속에 차마 숨기지 못한 따뜻한 눈빛.
이 기억 역시 왜곡일 리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굳이 연두가 외삼촌의 모습을 왜곡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 지금도 김윤호는 모르겠지.
연두를 향해 자신이 그런 표정을 지었을 거라고는.
게다가 그 표정을 연두에게 들켰을 거라는 사실은 정말이지 꿈에도 모를 테고.
“하하..”
왜인지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감이 오는데.’
그 표정을 재현하는 게 하필 연두이다 보니 나온 웃음이었다.
왜 그게 웃긴 거냐고?
그야, 김윤호의 얼굴은 이렇게 귀엽지 않으니까.
외삼촌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 괴리감이 뜬금포 웃음 포인트였다.
“알겠어, 연두야. 이제 그만 따라해도 돼.”
미소를 띠며 그렇게 얘기하고 나서야 연두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서인 거구나.”
“으응..?”
“연두를 바라보던 아저씨 눈이 착해서. 그래서 착한 아저씨라고 생각한 거구나. 맞니?”
연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그리고……”
“그리고?”
“따뜨태써요.”
“뭐가?”
“손…”
또 다른 포인트가 있었군.
눈과 손. 한 글자 녀석들이 큰 역할을 한 듯 싶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걱정했는데.’
괜한 말을 꺼낸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연두의 기억 속 외삼촌이 좋은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이 정도면 얘기는 충분히 나눈 거 같고.
슈욱.
다짜고짜 양팔로 연두를 감싸안았다.
손으로는 얼굴을 감싸고.
“우우…”
말랑한 감촉과 함께 들리는 귀여운 음성.
나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빠 손은 어때? 아저씨랑 아빠랑 누가 더 따뜻해?”
“아, 아빠.. 아빠가 더 따뜨태요..”
너무 반강제로 얻어낸 답변인가.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연두야.”
“네에.”
부둥켜안은 채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나중에 말이야. 혹시 기회가 된다면.. 아빠랑 같이 그 아저씨 보는 거 어떨 거 같아?”
조금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그 아저씨만요?”
“응?”
“아빠랑 연두랑 아저씨만요..?”
뒤늦게 어떤 의미의 물음인지 알아차렸다.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
연두는 김윤호를 제외한 친척들에게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방금의 질문에서 그게 느껴졌다.
“응, 다른 사람 없이 셋이서.”
그렇기에 나는 확실히 얘기해 줬다.
애초에 다른 친척은 나부터 만나기는커녕 연락조차 할 생각 없었다.
김윤호도 꼭 만나려는 게 아니라 연두에게 의사를 물어두는 거 뿐이고.
이윽고 들려오는 대답.
“네, 갠차나요..”
“그래.”
이로써 의사를 확인했다.
시간을 보니 이제 정말 잠에 들 시간이다.
달칵.
불을 끄자 어두워지는 내부.
“이제 코 자자, 연두야.”
“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사랑해여, 아빠..”
이런. 내가 먼저 하려는 말이었는데.
선수를 뺏긴 나도 속삭였다.
“사랑해, 연두야.”
그렇게 하루의 끝이 저물었다.
***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후우…”
장거리 운전은 역시 지친다.
옆에서 얘기해주는 연두가 없었으면 아마 수배로 힘들었을 거 같다.
그와 별개로 오늘 하루도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침에 또 바다를 보고.’
근처의 여러 명소도 들렀다.
예쁜 길에서 산책도 하고 드라이브도 실컷 했지.
맛있는 음식으로 배도 채웠고.
‘첫 여행.’
연두와 단둘이 한 제대로 된 첫 여행.
분명히 좋은 기억, 아니 추억으로 남을 거 같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마자 어딘가로 고정되는 연두의 시선.
세상 반가운 목소리가 이어진다.
“.. 누렁아!”
“냐아..!”
여행에서 돌아온 나와 연두를 반기는 누렁이.
저번에 이어 또 한 번 세연씨에게 신세를 졌다.
‘그래서인지.’
잘 먹어서 그런가 마지막으로 본 모습과 마찬가지로 때깔이 고와 보인다.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배를 까고 데굴데굴 구르다가 벌떡 일어나서 손등을 핥는가 하면.
“냐아..”
부비적. 부비적.
앙증맞은 울음소리와 함께 발등에 볼을 비빈다.
아무래도 많이 보고 싶었나 보다.
“그래, 그래. 나도 보고 싶었어.”
연두랑 나란히 앉아 얼마간 녀석을 쓰다듬었다.
이후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었다.
툭.
어젯밤에 이어 다시 들어간 원스타그램.
업로드한 두 개의 가운샷에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 좋아요가 몇 개야.’
댓글 수에 한 번 놀라고 좋아요 수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런 채로 클릭한 댓글창.
-보자마자 입틀막…..
┖진짜 미쳤다. 레전드 또 하나 갱신했네.
┖리얼 천사도 한 수 접고 들어갈 듯 ㅋㅋㅋㅋ
┖잠깐. 그건 좀 어폐인데요? 연두가 날개 잃어버린 천사인 건 우리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인데…
┖혹시 날개 가지고 계신 분은 그대로 갖고 있으셈 ㅋㅋ 연두 날아가 버리면 안 되니까.
┖더 줘! 또 줘! 계속 줘! 빼애액!!
역시나 연두의 사진은 예상대로의 반응이었다.
가운을 입은 모습이 장난 아니게 귀여웠던 데다가 사진도 잘 나왔으니.
반응이 안 좋으려 해야 안 좋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두 번째에 위치한 내 사진인데.
-초록님도 쌍으로 레전드 갱신
┖가운 입으니까 기럭지 미쳤따리…
┖인정 ㅋㅋ 초록님 키 몇일까.
┖최소 180은 될 듯.
┖살짝 올라간 입꼬리 뭐냐고! 남자인데 반할 거 같다 ㅋㅋㅋ
┖연두가 찍어준 거 같은데. 역시 초록님 딸 ㅎㅎ
다행히 내 사진에 대한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았다.
중간에 멈칫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안 되는데.’
180에 못 미치는 키를 보유한 입장으로서 찔리는 댓글이다.
뭐, 그래도 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양심 고백을 하기로 하자.
‘사진에 대한 반응은 이렇고.’
댓글창을 장식하고 있는 또 다른 화젯거리가 있었다.
-53분 남았다..
┖47분..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했다…
┖38분… 숨이 가쁘다. 정신이 혼미하다. 자칫하면 정신을 잃을 거 같다.
┖얼마 남지 않았다, 제군들! 조금만 더 버텨라!
마치 재난상황에 어울리는 댓글들.
우습게도 이 댓글들의 원인은 연두성분 결핍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잠시 후 방영될 ‘최고의 한 끼’ 때문에.
“아빠!”
그걸 기다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리모컨을 들고 달려오는 연두.
“하하, 그래.”
연두와 내가 메인 게스트로 출연한 2회차.
본방사수 시간이었다.
***
다음날 저녁.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고민에 빠졌다.
‘어떤 영상을 올려야 하나.’
보통은 올릴 게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데 내 경우는 반대였다.
일상 브이로그 영상부터 여행 영상, 그리고 어제 찍은 ‘최고의 한 끼’ 2회차 본방사수 영상까지.
올려야 할 영상이 잔뜩 있었으니까.
‘아직 편집은 하지 않았지만.’
편집할 콘텐츠는 넘쳐났다. 어떤 걸 먼저 올려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표현이 우습긴 하지만 지금의 나는 완전 ‘콘텐츠 부자’였다.
조금 고민하던 나는 결정했다.
‘그래.’
최고의 한 끼 2회차 본방사수 영상이 옳은 선택인 거 같았다.
1회차 리뷰 영상의 반응이 엄청났던 것도 있고.
어제 방영된 만큼 지금 시점에 올리는 게 가장 좋을 테니.
‘여행 영상도 기다리는 사람이 엄청 많긴 하지만.
그건 이후에 차차 올리면 될 일이었다.
고로 다음 영상은 ‘최고의 한 끼’ 리뷰 영상이 될 터였다.
문득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
‘장난 아니었지.’
일차적으로는 방송을 보며 놀랐다.
너무 재밌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재미의 텐션이 유지됐다.
메인 게스트였던 만큼 연두의 귀여움은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어느 한 장면을 꼽기가 힘들 정도로 매 순간이 킬링 포인트였다고 할까.
‘두 번째로 놀란 건.’
방송이 끝난 후였다.
저번주와 마찬가지로 시청률을 확인했다.
24.1%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던 1회차.
‘그 언저리로 유지되면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놀라움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숫자가 눈앞에 펼쳐졌다.
시청률의 앞자리가 2가 아니라 3이었으니까.
그렇다. 30%를 넘었다는 소리다.
‘기록이라고 했지.’
PD에게도 엄청나게 들뜬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
대박이 터졌다고.
방송국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라는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평균 시청률에서 무려 두 배가 뛴 수치였다.
한 번 이렇게 뛴 시청률은 앞으로의 시청률에도 영향을 줄 테고.
방송국 입장에서는 경사나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경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두와 내가 메인 게스트인 회차인 만큼 기분 좋은 일이었으니까.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경사로도 볼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툭.
클릭과 동시에 눈앞에 떠오르는 화면.
연두튜브였다.
좌측 상단에는 언제나 그렇듯 구독자 수가 표시되어 있었다.
구독자 : 383만명
크리에이터 스튜디오가 아니라 만 단위 이하로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이전과의 변화를 알아채기에는 충분했다.
그야, 만 단위가 아닌 백만 단위로 구독자 수가 상승했으니까.
대략 열흘 전만 해도 300만에 못 미쳤던 구독자가 400만 아래로 치솟아 있었다.
공중파 방송의 여파였다.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고.’
이 기세라면 400만은 바로 코앞이었다.
그래서 난처해진 점도 있었다.
300만 이벤트 공지를 띄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400만을 돌파하게 생겼으니까.
‘크흠..’
이번에는 살짝궁 넘어가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을 거 같긴 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건 바로 영상편집이었다.
방향성을 정했으니 딱히 고민할 건 없었다.
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뭔가 오랜만인 느낌인데.
‘설레네.’
그래서인지 하기 전부터 설레는 기분이었다.
워낙 재미있게 시청한 만큼, 이번에도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편집자로서 상당히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내 손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건.
스윽.
그렇게 창을 닫으려는데.
‘응?’
유투브 메인에 웬 공고가 떠올라 있었다.
어떤 이슈가 있는 건가.
자연스레 마우스 커서가 공고란을 향했다.
달칵.
클릭과 동시에 떠오르는 제목.
생소하면서도 흥미로운 제목이 떠올라 있었다.
[유투브 크리에이터 파티를 개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