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인싸
[유투브 크리에이터 파티를 개최합니다!]시간대를 보니 지금 막 뜬 공지였다.
사실 이 공지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연두튜브의 개인 공지란이었으니까.
‘파티라..’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해마다 유투브에서 개최한다는 크리에이터 파티에 대해.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파티는 아니었지.
‘크리에이터 파티인 만큼.’
파티에는 오직 유투브 크리에이터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범주를 더 좁히자면 자격요건을 충족한 선택받은 크리에이터만이.
그 자격을 정하는 건 개최 측인 유투브였다.
‘이렇게 공지가 떴다는 건.’
연두튜브는 파티에 참가할 자격요건을 갖췄다는 거겠지.
확인을 위해 공지를 클릭했다.
그에 따라 화면에 떠오르는 몇 줄의 문장.
-축하드립니다!
-귀하의 채널 연두튜브의 ‘연두’님과 ‘초록’님은 크리에이터 파티 참가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부디 꼭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역시나 파티에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에 더불어 한 가지 요청사항.
파티 일자와 시간, 위치는 비공개로 해 달라는 요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참석하는 사람이 누굴지 생각해 보면 비공개로 부치는 건 당연하게 여겨졌다.
유투브 내에서의 유명인사들이 그 대상일 테니.
연예인 못지않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도 다수 있을 테고.
‘아니.’
유명 연예인이 참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제 연예계와 유투브는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이게 공지를 가장한 초대장인 건 확실해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파티 참가에 강제성은 없었다.
갈지 말지 선택하는 건 오로지 크리에이터의 몫이었다.
‘.. 고민이네.’
구독자들은 분명 좋아할 터였다.
파티를 즐기는 연두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할 테니.
나 역시 그 모습은 보고 싶었다.
염려되는 점은 따로 있었다.
‘얼 타는 거 아닐지.’
우선 파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자타공인 26년차 아싸로서 파티는커녕 결혼식도 몇 번 안 가 본 나니까.
그걸 토대로 미루어볼 때 파티 분위기 적응에 애를 먹을 확률이 높았다.
‘무엇보다도.’
거기 아는 사람도 없을 거 아닌가.
지인이 있어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며 파티를 즐길 텐데.
머릿속에는 그 반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소외된 채로 연두와 단둘이 구석태기에 앉아만 있다가 올 거 같은 불안한 예감이.
물론 괜한 걱정일 수도 있다.
의외로 편한 분위기라 잘 묻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아닐 수도 있잖은가.
‘질색이야.’
숨 막히는 분위기는 딱 질색이었다.
따라서 충분히 생각해 본 뒤에 결정하는 게 좋을 듯했다.
상세한 파티 분위기나 그 밖의 것들에 대해.
‘연두가 참석할 만한 파티인지도 알아봐야 하고.’
그런 생각으로 보류한 뒤 창을 닫으려는데.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유아름
아름이에게 온 연락이었다.
어떤 용건일지는 조금도 예상 못한 채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응. 무슨 일이야?”
왜인지 한껏 들뜬 목소리.
이어지는 대답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도 받으셨죠! 유투브 크리에이터 파티 초대장!”
“… 뭐?”
“혹시 아직 못 보셨어요..?”
왜 생각 못하고 있었지?
아무렇지 않게 파티에 참석할 지인은 하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아름이뿐만이 아닌데.
정신을 차린 나는 최대한 자연스레 대답했다.
“아니. 마침 방금 봤어.”
“흐흐…”
“왜 그렇게 웃어?”
“너무 좋아서요! 저 진짜 초대장 보고 놀라서 자빠졌다니까요?”
자빠질 뻔한 것도 아니고 자빠졌다니.
아름이는 텐션이 잔뜩 오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부터 진짜 크리에이터 파티 가 보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아직도 초대받은 게 안 믿겨요. 요즘 구독자가 팍 늘어서 그런가?”
확실히 요즘 아름이 채널이 급성장하긴 했지.
콘텐츠도 알찬 데다가 워낙 열일을 하는 터라 이해가 가는 성장세였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연두튜브의 영향도 한몫했고.
“오빠 덕분이에요, 헤헤..”
생각하기 무섭게 그렇게 말하는 아름이.
괜히 찔리는 기분이네, 이거.
나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대답했다.
“아냐.”
“파티 가실 거죠, 오빠?”
“고민 중이었는데…”
“헐.. 왜요? 당연히 가야죠! 연두튜브 없는 크리에이터 파티는 완전 팥 없는 찐빵인데……”
“하하, 그 정도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아름이가 대답한다.
“그럼요!”
이후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아름이가 말했다.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오빠.”
“응.”
“.. 기억하죠?”
“뭘?”
“전에 저랑 했던 약속이요.”
아름이와 한 약속이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이든 모델 첫 촬영을 할 때.
촬영을 도와준 보답으로 언제든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했지.
“제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한 거요!”
역시나 그 약속을 말하는 게 맞는 거 같았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철판을 깔고 말했다.
“언제? 기억 안 나는데.”
“…?”
세상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 진짜요? 진짜 기억 안 나요..?”
더 장난치면 울 거 같아서 못 치겠다.
나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장난이야, 장난. 당연히 기억나지.”
“후우.. 진짜 놀랐잖아요…”
“하하, 미안.”
“아무튼! 그 소원권 지금 쓸게요.”
“소원이 뭔데?”
“파티 같이 가기!”
설마 했더니 진짜 예상대로의 소원이다.
나는 실소를 뱉으며 말을 건넸다.
“겨우 그걸로 되겠어?”
“네.”
확실히 이러면 빼도 박도 못 하긴 한다.
가능한 거라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기로 했으니.
다만 보답이랍시고 들어주기도 미안한 소원이다. 그냥 파티 참석이 소원이라니.
“파티잖아요. 제가 연두 엄청 예쁘게 꾸며줄게요. 물론 오빠도요!”
심지어 스타일리스트까지 자처한다.
일단 소원은 소원이니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걸려오는 전화.
“오빠! 대박!!”
굉장히 익숙한 상황인데.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사람이 바뀌었다.
아름이에서 주연이로.
“파티 초대장 받으셨죠!”
역시나 파티에 관한 이야기였다.
마찬가지로 얘기를 나누다 통화가 종료됐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띠링. 띠링.
차례로 울리는 메신저의 알람음.
고래 : 형님. 이번 크리에이터 파티 오시나요?
천인덕 : (첨부파일) 이거 받으셨습니까, 초록님? ㅎㅎ
직장 동료인 스트리머 고래와 근육맨 인덕이까지.
아까의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다.
‘지인이 없긴 개뿔.’
이 정도면 크루를 세워도 될 정도의 인원 아닌가.
뭐지, 이 기분?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미묘한 기분이다.
‘그래.’
믿기지 않지만 내게서 나고 있었다.
인싸의 향기가.
***
인싸가 된 기분도 잠시.
금세 나는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들었다.
달칵.
바로 ‘최고의 한 끼’ 2회차 본방사수 영상의 편집이었다.
메인 게스트인 만큼 저번보다 더 방송에 등장하는 분량이 많았다.
자연히 그에 따른 나와 연두의 리액션 또한 많았고.
“2년 넘게 MC하면서 처음 보네요. 촬영 도중에 게스트끼리 이렇게 꽁냥거리는 거.”
흘러나오는 MC의 목소리.
그 말대로 TV 화면에는 꽁냥대는 나와 연두의 모습이 나온다.
빠른 사과를 하는 하는 화면 속의 나.
그걸 소파에 앉아 보는 나와 연두의 입가에는 웃음이 그칠 줄을 모른다.
‘재밌었지.’
어젯밤 세상 재밌게 생방을 본방사수했던 나와 연두였다.
그렇다 보니 덩달아 유쾌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편집하는 본방사수 영상도.
툭.
‘팬덤명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도 짧게 넣고.’
방송을 본 건 한 시간이 넘지만 유투브에 올릴 영상길이는 10분이었다.
나는 차근차근 편집을 진행했다.
그런 와중 등장하는 장면.
퍼벅! 퍽!
어느 한 부분도 빼기 아깝긴 하지만, 이 장면만큼은 결코 빼놓을 수 없었다.
1회차 본방사수 영상에 이어 이번에도 등장한 담요킥.
방송을 보는 연두가 격렬한 담요킥을 하게 만든 장면은 바로 이 파트였다.
“셰프님들이 연두의 애교를 보면 더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질 거 같대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애교 한 번 보여줄 수 있나요?”
MC 이성주의 사심 가득한 애교 요청에.
“이이잉…”
이풍 셰프 소매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몸을 요리조리 흔들며 하는 애교.
애교를 할 때는 딱히 부끄럼 안 타더니.
막상 화면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이번 feat는 정해졌네. 담요킥 2탄.’
편집하며 제목까지 생각하는 어엿한 프로 편집자였다.
다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이번 영상의 feat에는 하나가 더 추가될 예정이었으니까.
‘리얼 꿀마시.’
이풍 셰프의 ‘연두 is 면들’을 먹고 나온 리얼 꿀마시.
그걸 보며 다시금 입맛을 다시는 연두의 모습이 두 번째 하이라이트였다.
담요킥과 더불어.
“또 먹고 싶따..”
“하하, 뭐가?”
“연두 이즈 면들…”
“푸흣.”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정직한 영어 발음까지.
내 입가에는 편집하는 내내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본방사수하는 연두의 모습은 내 눈에도 너무 귀여웠으니까.
다행히 이번 회차에는 내가 담요킥할 만한 부분은 없었고.
‘이래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마친 편집.
10분이 살짝 넘는 영상 편집본이 완성됐다.
제목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최고의 한 끼 2회차 본방사수!(feat. 담요킥 2탄, 리얼 꿀마시)]***
크리에이터 파티 당일.
앞에 있는 전신거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진짜 적응 안 되네.’
설날 때 입은 한복과는 다른 느낌으로 적응이 안 되는 내 모습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간단했다.
저번에 통화를 마칠 때 아름이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파티잖아요. 제가 연두 엄청 예쁘게 꾸며줄게요. 물론 오빠도요!”
그에 더해 아름이는 말했다.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의 손에 온전히 맡겨 달라고.
지금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그 결과였다. 온전히 맡긴 결과.
‘정장에 넥타이. 그리고 코트까지.’
어디선가 들은 일화가 있었다.
대학교 입학실 날 정장을 입고 가라는 말에 입고 갔다가 놀림거리가 됐다는.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 작년도 파티 영상을 찾아봤다.
‘기본 복장이 어떤가 하고.’
생각 이상으로 다들 한껏 꾸민 복장이었다.
몇몇은 프리한 복장이긴 했으나 대부분 잔뜩 치장한 티가 났다.
마치 귀족 파티같다고 해야 할까.
‘이러면 거절 못하지.’
공 들여 파티 컨셉에 맞게 꾸며줬는데 거절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신 소심한 목소리를 내긴 했다.
“저.. 아름아.”
“네, 오빠!”
“이거. 꼭 이렇게 걸쳐야 할까?”
입지 않고 어깨에 걸친 코트.
코트를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건 처음이었다.
들려오는 단호한 대답.
“네. 꼭이요.”
심지어 연두도 옆에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뾰족하게 각진 빨간 모자를 쓴 채로.
새삼스럽지만 드는 생각.
‘.. 진짜 예쁘네.’
이미 연두는 나에 앞서 파티룩으로 치장을 마친 상태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름이의 손길에 의해.
드레스코드는 강렬한 빨간색이었다.
‘안 그래도 눈에 띄는데.’
강렬하게 입으니 더 시선을 끄는 느낌이다.
파티에 참가하는 아기 공주님같다.
한편 나와 연두 말고도 수혜를 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톡. 톡.
누군가의 얼굴에 이름 모를 쿠션을 두드리는 아름이.
메이크업을 해 주는 중이었다.
“와.. 진짜 신세계다…”
의자에 앉은 채로 아름이의 손길을 느끼며 중얼거리는 녀석.
다름아닌 주연이였다.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입꼬리가 귀에 걸려있다.
잠시 후 아름이가 손을 떼고서 말했다.
“됐다! 거울 봐 봐, 주연아.”
“응, 언니!”
놀랍지만 아름이가 한 살 언니다.
이미 서로 말은 놓은 상태.
거울을 본 주연이는 연신 감탄사를 터트린다.
“대박…”
“어때? 마음에 들어?”
“사랑해, 언니..”
놀랄 만도 했다. 확연히 변신을 거친 모습이었으니까.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름이의 실력이다.
나도 미소를 띠며 한 마디를 건넸다.
“예쁘네. 그치, 연두야.”
“네. 주여니언니 진짜 예뻐여…”
주연이는 연두를 부둥켜안고 말했다.
“에이, 우리 연두가 더 예쁘지!”
그러다 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오빠도.. 파티 가면 장난 아니겠는데요?”
“하하..”
어색한 미소를 띠며 앞을 바라봤다.
빨갛게 차려입은 아기 공주 연두, 주연이, 그리고 아름이.
이제 준비도 전부 마친 상태였다.
나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가 볼까?”
“네에..!”
“네!”
귀에 들어오는 설레는 세 명의 목소리.
드디어 크리에이터 파티 장소로 출발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