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운명공동체
“연두 아빠 찝어써요.. 콕…”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
이럴 리가 없는데. 왜 나를 찍은 거지.
아까 분명히 대답까지 들었는데.
‘네, 아빠..!’
그렇게 대답하던 연두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했다.
소란스러운 탓에 귀로 들은 건 아니지만 잘못 봤을 리는 없었다.
그 입모양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니까.
‘설마 장난으로?’
장난으로 나를 지목한 걸까.
잠시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금방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기에는 나를 보는 연두의 눈빛은 세상 순진무구했다.
동시에 생긋 짓는 미소에는 알 수 없는 뿌듯함마저 머금고 있다.
이건 어디서 온 뿌듯함일까.
자연히 나는 처음에 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연두야. 혹시 이따가 누군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을 골라줘.’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기억.
정확히는 떠오르지 않지만 내 말이 묻힌 타이밍이 있었다.
장현이 외치는 요란한 비트콜로 인해.
‘.. 그건가.’
그때 의사소통의 부재가 발생한 게 틀림없었다.
힘차게 대답하는 연두의 모습에 들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경기도 오산이었다.
‘설마 나를 골라달라고 들은 건가.’
그렇다면 지금 표정에서 엿보이는 뿌듯함이 납득이 갔다.
내 바람을 들어줬다는 생각에 뿌듯해하는 걸 테니.
입 밖에 새어나오는 실소.
“네! 역시 연두양은 아빠인 초록님을 골랐네요! 콕! 하하하! 콕!”
잿빛이 된 내 마음도 모르고 장현은 잔뜩 신이 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초록! 초록! 초록!”
“우오오!”
“디제이! 드랍 더 비트!!”
이미 이목은 전부 내게 쏠린 상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못 빼.’
지금 타이밍에 빼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상 연두한테 지목된 순간부터 그랬다고 볼 수 있었다.
그때 내 운명은 정해진 거다.
스윽.
앞을 바라봤다.
원형의 무대가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어서 오라고. 또 하나의 흑역사를 생성하러.
“하, 하하..”
슬픈 웃음.
연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건네는 한 마디.
“헤헤, 아빠.. 파이팅…!”
당연한 얘기지만 연두는 죄가 없다.
확실하게 얘기하지 않은 내 잘못이지.
내가 안일했던 거다.
“.. 고마워, 연두야.”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
이걸 든 채로 춤을 출 수는 없었다.
운명을 받아들인 나는 연두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들 수 있겠어?”
“네에.”
“자, 여기. 카메라 잘 부탁해.”
다소 비장한 어투의 말과 함께 카메라를 건넸다.
주연이와 아름이에게도 말을 건넸다.
“연두 잘 부탁해.”
“흐흥, 네! 걱정 말고 다녀오세용!!”
“파이팅!!”
두둥.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와 새롭게 흘러나오는 비트.
이제 무대에 나설 시간이었다.
***
터벅. 터벅.
걸어나간 무대의 중앙.
아까 리듬감 넘치던 유찬이의 스텝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
걷는 와중에도 스스로 그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어.’
박치+몸치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360도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우렁찬 함성소리와 호응.
“초록! 초록! 초록!”
“오빠, 파이팅!!”
“아빠..!!”
이제 어떡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해 봤다.
우선 잘 추려 하면 망한다.
‘불가능하니까.’
어설프게 잘 추려 했다가는 그야말로 갑분싸의 현장이 될 수 있었다.
느낌 있게 박자만 타는 건 어떨까.
말할 필요도 없다. 불가능하다.
‘박치가 어떻게 박자를 타.’
박자를 잘 탈 수 있으면 박치가 아니다. 박치 코스프레를 하는 나쁜 사람이지.
즉, 큰 동작 없이 느낌있는 춤을 추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소리.
결국 어설프게 무언가를 하려 하면 전부 패망이었다.
그때 머릿속에 번뜩이는 한 장면.
‘.. 아는 형아.’
최근 유투브에서 본 예능 프로그램 제목이다.
거기 나오는 출연진 중 민영훈이라는 가수가 있었다.
학창시절 수많은 남자들의 우상이었던 발라드 가수.
‘엄청났지.’
당시의 인기는 엄청났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그의 노래가 울려퍼질 정도였으니까.
그로부터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
아는 형아 내부에서 민영훈은 댄스킹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뭔가 말이 안 맞지 않냐고?
그렇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발라드 가수가 춤을 잘 추는 건 드무니까.
더군다나 아이돌도 아니고 정통 발라드 가수인데.
그럼에도 그가 댄스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포기했어.’
잘 추기를 포기하는 것.
민영훈은 혼자만의 댄스 세계를 개척해냈다.
마치 노래할 때의 내가 그렇듯이.
‘.. 그래.’
해답을 찾은 느낌이다.
박치도 춤을 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건 박자를 포기하는 거였다.
‘듣지 않는다.’
흘러나오는 비트는 듣지 않는다.
동시에 제거한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수치심을.
노래할 때 해 봤기에 익숙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슉! 슈슉!
댄스를 시작했다.
나도 제어할 수 없는 각도와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팔다리.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경지였다.
“푸흡!”
“우아아!!”
“미쳤다, 초록이형! 크하하!!”
터져나오는 열렬한 호응.
그럴수록 내 춤사위는 격렬해졌다.
그렇게 짧은 시간 무대를 불태우고,
툭.
자리에 멈춰섰다.
다시 한번 쏟아지는 호응.
정신이 돌아오며 엄청난 수치심이 밀려왔다.
‘흐어어..’
장난이 아니라 이대로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와중 눈에 들어오는 연두의 모습.
“아빠! 아빠..!”
카메라를 들고도 총총 뛰면서 나를 부르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인다.
우습지만 수치심이 가셨다.
“네! 초록님의 댄스였습니다!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댄스!!”
“…”
장현의 말에 다시 올라오려 했지만.
서 있던 나는 아차 하고 도망치듯 자리로 돌아갔다.
“아빠!”
“하하, 연두야..”
“아빠 춤 진짜 짱이어써요.. 연두가 찍어써요..!”
“그, 그랬구나…”
어차피 촬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만 해도 카메라를 들고 있는 스트리머가 몇인데.
생방송으로 전부 중계됐을 터였다.
‘좋네.’
물론 반어법이었다.
“자, 초록님……”
이어지는 다음 주자를 호명하라는 장현의 말.
자연히 눈앞에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슥 올라가는 입꼬리.
“오, 오빠, 안 돼요…”
“… 헉!”
간절한 눈빛으로 말하는 주연이와, 뒤늦게 위기감을 감지한 아름이.
미안하지만 자비는 없었다.
‘나만 당할 순 없지, 암.’
사실 가해자가 없으니 당했다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맞긴 하지만.
나만 경험하기는 아까운 무대였다.
이 순간 고민은 하나. 둘 중 누구를 고를까.
‘알아맞혀 보세요~’
행복한 고민 끝에 뻗은 손.
선택의 기준은 더 추기 싫어 보이는 표정을 짓는 친구였다.
그게 누구냐고?
콕.
가볍게 주연이의 머리를 터치했다.
쿡 아니고 콕.
“오, 오빠!!!”
“하하, 미안.”
옆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아름이가 안도하는 표정과 함께 쿡쿡 웃음짓고 있다.
생각이 짧구나, 아름이.
‘다음은 너일 텐데.’
주연이는 분명히 아름이를 고를 테니.
굳이 얘기하지는 않기로 했다.
“으으.. 진짜 너무해…”
체념한 표정으로 무대로 걸어나가는 주연이.
나는 미소로 그 발걸음을 배웅했다.
“파이팅!”
“주여니언니, 파이팅..!”
“주연아, 파이팅!”
파이팅 3인방.
매는 먼저 맞았으니 이제 즐길 차례였다.
***
역시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수줍은 댄스를 끝내고 주연이가 지목한 건 역시나 아름이.
콕.
“주, 주연아..?”
“다녀오세요, 언니. 흐흥.”
오늘 처음 만난 둘의 참된 우애였다.
해탈한 표정으로 무대로 나간 아름이는 예상치 못한 엄청난 춤을 선보였다.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는 게다리 춤을.
“푸흣.”
‘설마 엽기춤을 출 줄이야.’
열띤 반응이 쏟아지고.
계속되는 지목에 따라 춤이 이어졌다.
춤을 추고 난 홀가분한 입장에서 보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네! 정말 많은 분들이 흥과 끼를 발산해 주셨습니다!! 그럼 쇼미더 댄스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구요!!”
곧바로 사전에 얘기한 1등 발표가 이어졌다.
1등은 단 한 명.
딱히 발표에 긴장감은 없었다.
‘아니까.’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알고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쟁쟁한 댄서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참가자.
“서하준 군입니다!”
박수가 쏟아졌다.
옆에 있는 연두도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1등 선물은 바로 주어졌다.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하준이.
‘응?’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하준이의 발길은 제자리가 아닌 우리의 앞을 향했다.
“여기. 너 줄게, 연두야. 춤 같이 춰 줬으니까.”
그리고선 받은 선물을 내민다.
깜짝 놀란 연두와, 쏟아져 나오는 호응.
“뭐야, 뭐야!”
“뚜루 뚜~ 뚜 뚜루 뚜~ ♪”
“하준이 저러는 거 처음 보는데?”
감자를 건네는 선동이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그나저나 같이 춰 줘서 준다니.
멘트도 꽤나 어른스럽잖아, 이 녀석.
‘그와 별개로.’
여기서 선물을 받기는 좀 그랬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절대 커트하는 게 아니다.
나는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준아.”
“네.”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선물은 하준이가 가지는 게 좋을 거 같아.”
이유는 간단했다. 저 상자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어쩌면 고가의 물건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건지 연두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연두는 갠차나요..!”
여기까지는 어린 마음에 속이 상할 수 있으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하준아.”
“네.”
“나중에 만나면 연두 춤 좀 가르쳐 줄래?”
눈이 동그래진 하준이가 되묻는다.
“.. 진짜요? 그래도 돼요?”
“물론이지. 하준이한테 배우면 완전 영광이지. 그치, 연두야?”
“마자요! 진짜 영강이에요..!”
영광의 뜻을 아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하준이의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네! 꼭 가르쳐 줄게, 연두야!”
“으응! 아, 네..!”
아차 하고 존댓말로 대답하는 연두.
언제쯤 오빠들한테 말 놓으려나. 이게 다 선동이녀석 때문이다.
한편 하준이는 손을 흔들며 신난 발걸음으로 돌아간다.
뭔데 멋있지, 이 꼬맹이.
‘아, 그럴 수밖에 없구나.’
생각해 보니 엄청난 녀석 아닌가.
댄스 신동. 능력 있는 멋진 오빠 포지션.
그 두 녀석이 보면 긴장할 만 하다.
이제는 빠지면 섭한 감자소년 선동이와 포크레인소년 민우.
‘물론.’
셋 다 긴장만 해야 한다.
“아빠!”
“응?”
“연두 안아주세여…”
그야, 연두의 품은 내 차지거든.
***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쇼미더 댄스.
게임은 끝이 아니었다.
“자, 다음은 OX 퀴즈를 한 번 진행해 볼까 합니다! 이번에도 1등에게는 엄청난 상품이 걸려있으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흐하하!”
넓은 파티장 내부를 활용해 진행하는 OX 퀴즈.
중간의 선을 경계로 오른쪽이 O, 왼쪽이 X 칸이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1등을 차지하는 게임.
‘몇 번 해 봤지.’
학교에서인가 해 본 경험이 있었다.
1등을 차지한 적은 없지만.
웅성. 웅성.
‘이게 몇 명이야.’
거의 모든 크리에이터가 게임에 참여하는 거 같았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운이 좋아서 끝까지 남으면 장현 피셜 ‘엄청난 상품’을 타는 거고.
떨어진다고 해도 잃을 건 없었다.
그런고로 나도 연두와 함께 스리슬쩍 O와 X의 경계선에 발을 걸쳤다.
이어서 주의사항을 말하는 장현.
“방송을 하고 계신 스트리머 분은 채팅창 보기 금지입니다! 제 레이저에 탐지되는 순간, 바로 실격과 동시에 아웃입니다!”
“저기, 장현님. 죄송한데 레이저가 아니라 레이더 아닌가요?”
“곰왕님. 1차 경고입니다.”
난데없는 옐로카드에 곰왕의 눈이 띠용 벌어진다.
그리고 억울한 목소리로 항변한다.
“예? 왜요?”
“사회자 말에 토 달아서요.”
“와…”
권력의 부조리함 앞에서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곰왕.
그러면서도 또 경고를 받아 퇴장당할까 입을 꾹 다문 모습.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네, 그럼 본격적인 퀴즈, 시작하도록 하죠!”
그렇게 OX퀴즈가 시작됐다.
퀴즈의 특성상 첫 번째 문제는 주는 문제일 확률이 높다.
사실상 눈치만 잘 보고 움직여도 통과할 수 있다.
‘나중에는 난이도가 극에 달하지.’
그때가 되면 사실상 순전히 운이 될 터였다.
우선 당장 살아남는 걸 목표로 하자.
“연두야.”
“네에.”
“이제부터 아빠랑 연두는 운명공동체야.
“운명공동체..?”
“응. 살아도 같이 살고, 탈락해도 같이 탈락하는.”
그 사이 시작되는 첫 번째 퀴즈.
“방귀를 참으면 건강에 해롭다! O는 오른쪽 X는 왼쪽! 바로 카운트다운 시작하겠습니다!”
다소 더티한 첫 번째 문제.
역시 주는 문제였다.
혹시나 해서 간을 보다가 카운트다운에 맞춰 발을 움직였다.
“연두야! 이쪽으로!”
선택한 칸은 오른쪽.
몇 번이고 들은 적이 있었다.
방귀를 참는 건 몸에 해롭다는 말을.
‘X 간 사람도 있네.’
하나, 둘, 셋, 넷… 심지어 꽤 많았다.
이 정도면 많이 참아봐서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 간 걸 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들려오는 장현의 목소리.
“네, 정답은 O입니다!”
“예쓰!!”
“당연히 오지, 킥킥.”
“아, 까비. 역배 실패네…”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1차 관문에서 몇 명이 탈락하고,
“맞췄다, 연두야!”
“아싸..!”
짝.
나와 연두는 하이파이브로 기분을 표출했다.
이어지는 다음 퀴즈.
“고양이는 잘 때 꿈을 꾼다! 마찬가지로 O는 우측, X는 좌측입니다!”
아까와 달리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심지어 꽤 거만한 웃음을 지으며.
‘이래서 고양이를 키워야 해.’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퀴즈였다.
정답은 생각할 것도 없이 O.
연두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한 글자를 뱉었다.
“오..!”
“정답!”
고양이도 꿈을 꾼다.
특히 악몽을 꾸며 몸을 벌벌 떨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연두가 울먹이며 걱정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빛을 발하는군.’
그때의 경험이 빛을 발했다.
카운트다운에 맞춰 또다시 나와 연두는 이동했다.
척.
“정답은.. O입니다!”
우후죽순 발생하는 탈락자들.
솔직히 몰랐다.
이 문제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탈락할 거라고는.
‘누렁아, 고맙다.’
집에 있을 누렁이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이후 계속 진행되는 퀴즈.
예상한 대로 갈수록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아..”
“아깝다…”
“으악, 거의 다 왔는데!”
매 퀴즈마다 탈락자가 발생하고.
“히잉.. 오빠, 연두야. 꼭 1등해요!!”
“파이팅!”
주연이와 아름이도 차례로 탈락했다.
놀라운 건 하나.
아직까지 내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연두와 함께.
‘이게 무슨 일이냐.’
모르는 문제의 반복이었는데.
순전히 감에 의해 고른 선택이 모두 정답지였다.
연두의 선택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뭐인 거 같아, 연두야?”
“엑스..!”
“정답은.. 엑스입니다!”
봐라. 또 맞았다.
오늘 완전히 행운의 여신이 깃든 부녀였다.
그렇게 살아남은 끝에 남은 사람은 열 손가락 이내.
“후우.. 떨린다.”
“찍기 신공 발동중, 크크.”
“이 와중에 연두랑 초록님 둘 다 살아남았네..”
슬슬 나도 떨린다.
품에 안긴 연두도 조마조마한 표정이다.
“또 맞추자, 연두야.”
“네에..!”
이후 들려오는 문제.
애초에 풀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
머릿속 고민은 하나였다. 이번에는 어떤 걸 찍을까.
그런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오른손으로 턱을 받치고 있다! O일까요, X일까요?”
미술 관련 퀴즈라고?
생각지도 못한 미술 분야의 퀴즈가 튀어나왔다.
곧바로 머리가 회전했다.
“셋! 둘..”
카운트다운 속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본 적은 꽤 됐지만 모양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 그래!’
확실히 떠올랐다.
마침 끝나는 카운트다운.
“하나!”
그에 맞춰 나는 발을 움직였다.
오른쪽 칸으로.
확실했다. 조각상에서 남자가 턱을 받친 손은 오른쪽이었다.
왼쪽 손은 무릎 위에 걸치고 있고.
‘너무 맞춤 문제인데.’
뭐, 그렇다고 편애일 확률은 없다.
미술 분야 문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니.
아마 우연의 일치겠지.
‘내 입장에선 완전 땡큐고.’
더 웃음이 나는 건 ‘X’ 칸을 선택한 사람의 수였다.
무려 다섯명이다.
딱 한 명 빼고 전부 ‘X’를 택했다.
오른쪽이 정석 선택지라 생각해서 그 반대를 택한 건가.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만.’
아무리 심리전에 능하다 해도 답을 아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는 법.
나는 미리 승리의 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반전은 없었다.
“정답은 O입니다!!”
“으악!”
이제 남은 건 단 세 명.
그중에서도 두 명은 나와 연두이다.
“아빠!”
“연두야!!”
실컷 즐거운 기분을 발산했다.
지켜보던 아름이와 주연이도 호들갑을 떤다.
“대박!”
“역시 미술 문제! 주원오빠!!”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관문.
심호흡을 하며 귀를 기울였다.
“다음 퀴즈입니다!”
혹시나 또 미술 퀴즈가 나오는 건 아닐까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꿀벌은 1초에 약 200번가량 날갯짓을 한다! O일까요, X일까요?”
듣자마자 알았다. 풀 수 없는 문제라고.
꿀벌이 1초에 몇 번 날갯짓하는지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꿀벌학자도 아닌데.
‘피차일반인 듯하네.’
다른 한 명도 전혀 모르는 표정이다.
여지없이 울려퍼지는 카운트다운.
결국 찍는 게 답인가.
‘.. 어?
그때 머릿속에 번뜩이는 한 아이디어.
바로 지금이 타이밍이었다.
“셋, 둘, 하나!!”
타이밍에 맞춰 나는 왼쪽 칸으로 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 연두야!”
톡.
안고 있던 연두를 살며시 내려놨다.
바로 내 반대편에.
“으응…?”
살포시 바닥에 앉은 채 영문 모를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연두.
곧 의도를 알게 될 터였다.
나는 미소를 띠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운명공동체 일시적 해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