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병문안
“우리 할머니 보러요.”
할머니를 보러 가자는 우영이의 말.
그 말을 듣고 몸을 흠칫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다소 타이밍이 뜬금없었다는 것도 있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알고 있으니까.’
우영이의 할머니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었다.
자세한 건 몰라도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래. 돌려 말할 거 없이 그녀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질병과 싸우고 있는 상태였다.
‘그 얘기를 들은 지가 벌써 몇 달이 흘렀지.’
다름아닌 우영이의 어머니 입에서 들은 얘기였다.
전에 학습지 작화를 위해 우영이 집을 방문했을 때.
즉, 진위여부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영이도 얘기를 꺼낸 적 있고.’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대화 도중 흘러가듯 말한 적이 있었다.
할머니가 아프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른 꽤 많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우영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그로 인한 상실감에 장난기 많고 활발하던 꼬마가 무기력한 아이가 된 것.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미술을 권한 게 다름아닌 할머니라는 것.
‘아, 맞아.’
그러고 보니 또 떠오르는 일화가 있었다.
우영이가 그리던 그림을 학교에서 어떤 자식이 이유없이 망쳐놨던 적이 있었지.
눈과 코에 눈물과 콧물을 그려서 우스꽝스럽게.
‘우영이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 빌어먹을 자식은 학교에서 짱 노릇을 하는 덩치가 엄청 큰 녀석이었다고 했다.
망쳐놓은 그림을 본 우영이의 반응은 간단했다.
붓을 들어 녀석의 머리를 마구 찍었다고.
‘반대로 엄청 맞았다고 하긴 했지만.’
우영이가 붓을 그림 그리는 용도가 아니라 때리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우영이에게 얼마나 커다란 사람인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좋아하고 따르던 아빠가 떠나고 난 뒤 남은 빈 공간을 채워준 존재가 할머니일 테니.
그래서 당시에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먹먹해졌지.
동시에 부담도 됐다.
‘괜히 나한테 그 얘기를 하신 게 아니니까.’
이야기를 끝맺으며 어머니가 하신 부탁이 있었다.
혹시 그 공간이 다시 비게 된다면, 내가 그 공간을 채워줬으면 한다고.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었다.
‘아무도 채워주지 못했으니까.’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어느 누구도 내 안의 공허함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내가 그 존재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다니.
가능할까.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이르잖아.’
이런 생각을 하기는 일렀다.
우영이가 이런 얘기를 한다는 건 적어도 아직 할머니는 최악의 상태가 아니란 뜻이니까.
어쩌면 기적적으로 완치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은가.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비현실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는 법이다.
“힘들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우영이의 목소리.
아무래도 내가 고개를 젓는 걸 보고 대답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재차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그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할머니 병문안에 가자는 거지?”
“네, 맞아요.”
물을까 말까 고민했다.
갑자기 지금 병문안에 가자고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입을 떼기 전에 우영이가 먼저 얘기했다.
“연두튜브 보거든요, 우리 할머니.”
“.. 할머니께서?”
“네. 그래서인지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연두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할머니께서 나랑 연두를 알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럴 만도 했다.
꼭 우영이가 아니더라도 어머님이 얘기했을 수 있으니까.
‘내가 우영이 할머니에 대해 아는 것처럼.’
이로써 의문점은 전부 풀렸으니 걸리는 건 없다.
정해진 일정도 없을뿐더러, 만약 있었다고 해도 취소하고 가지 않았을까 싶다.
한 번쯤은 우영이 할머니의 병문안에 가고 싶었으니까.
상세한 이야기를 어머님께 들은 만큼 얘기를 꺼내는 게 망설여졌을 뿐이지.
먼저 가자고 말해준다면 거리낄 이유는 없었다.
더군다나 흔치 않은 일이었다.
우영이가 무언가를 나한테 부탁하는 건.
“그래, 가자.”
“고마워요.”
“어디로 가면 돼?”
“오성 메디……”
툭. 툭.
바로 내비게이션에 병원 위치를 찍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출발하려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말.
“아빠..”
이번에는 연두의 목소리였다.
“응, 연두야.”
“병무난이 머에요..?”
“.. 병문안?”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의 표정에는 순수한 궁금증이 잔뜩 묻어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함께 가는 이상 어차피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민하는 와중 우영이가 입을 열었다.
“우리 할머니가 아프거든, 땅콩.”
깜짝 놀란 연두가 걱정스런 표정을 머금고 말한다.
“.. 우영이오빠 할머니요?”
“그래.”
“할머니 마니 아야해여? 감기 걸려써요..?”
“…”
이럴까 봐 설명을 망설였던 건데.
아직 어린 연두로서는 이렇게 반응하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프다는 말에 깊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어려운 나이니.
‘감기.’
그 이상을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더 얘기하는 건 막아야겠다 싶어 입을 떼는데 우영이가 또 대답했다.
왜인지 실소를 내뱉으며.
“글쎄. 감기보다는 조금 더 아플걸.”
“가, 감기보다요..?”
“응.”
우영이는 창 밖을 바라보며 툭 말을 이었다.
“그게 병문안이야. 감기보다 좀 더 아픈 사람 보러 가는 거.”
내게는 꽤나 무겁게 다가오는 설명이었다.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 감기보다 조금 더 아팠던 사람.’
기억에 없는 엄마와 반대로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아빠의 모습.
그나저나 조금은 알아들은 걸까. 연두는 병문안에 대해 더 묻지 않았다.
말없이 나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병원 앞.
병문안을 가기 전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잠깐 가게 좀 들르자, 우영아.”
“뭐 사려고요? 괜찮은데.”
“아냐. 병문안 가는 건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간단한 선물이라도 사 가는 게 옳았다.
걸어가는 와중 꽃집이 보였으나 꽃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배제였다.
‘크나큰 결례니까.’
특히나 시드는 꽃이나 식물을 시한부에게 선물하는 건 금물이었다.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니 말이다.
나름 병문안 경험자로서 지니고 있는 상식이었다.
예정된 병문안이었다면 고민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딱히 선택지가 없었다.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 가는 게 최선일 듯했다.
‘뭐가 좋으려나.’
고민하던 와중 과일 선물세트가 보였다.
자세히 보려고 손을 가까이 가져가는데 들려오는 말.
“그건 안 될 거예요, 형.”
우영이의 말에 손이 그대로 유턴했다.
살 생각 만땅으로 손을 뻗은 건 아니지만 고려대상 중 하나이긴 했는데.
방금 우영이의 말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힘든 상황이구나.’
혹시나 상태가 많이 좋아지신 건 아닐까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과일을 드시는 것도 힘든 모양이다.
“이건 괜찮을까, 우영아?”
조심스레 한 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다름아닌 과일즙을 포함한 즙 선물세트가 진열되어 있는 칸이었다.
우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스윽.
괜찮다는 얘기를 들은 후에야 나는 과일즙 하나를 손에 들었다.
‘.. 응?’
그 순간 문득 드는 기시감과 미묘한 감정.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이유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었다.
‘뭔가 했더니, 하하..’
수년만에 가게 된 병문안.
그에 따라 자연히 떠오르기 시작한 거다.
시간이 흐르며 마음 깊숙이 숨겨뒀던 장면들이.
습관처럼 나는 웃어보였다.
수년간에 걸쳐 깨달은 사실이었다.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슬퍼해 봤자 힘든 건 나뿐이고 변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억지로라도 웃으면 그나마 기분이 나아지곤 했다.
“.. 그럼 갈까?”
“네.”
추가로 연두의 간식거리도 조금 구매해서 마트를 나섰다.
왜인지 나를 바라보는 연두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이상하네. 지금 나는 웃고 있을 텐데.
휙.
더 환하게 웃으며 연두를 품에 안았다.
“연두야.”
“네, 아빠.”
“우영이오빠한테 들은 것처럼 지금 연두는 병문안에 가는 거야.”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무지로 인해 자칫 연두가 할 수 있는 실수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줬다. 주의사항에 대해.
“네에..”
다행히 연두는 어느 정도 잘 알아들은 듯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하기야 순수한 것과 별개로 이해력은 생각보다 되게 빠른 연두니까.
포옥.
대답한 연두가 내 목을 꼭 감싸안았다.
절로 입가에 번지는 미소.
이제 병원에 들어갈 차례였다.
***
우영이의 안내에 따라 병원에 들어갔다.
할머니가 계신 곳은 일반 병동이 아닌 호스피스 병동이었다.
호스피스 병동.
일반 병동과의 차이점은 간단했다.
대상이 되는 환자였다.
호스피스 병동은 대체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동이었다.
그런 만큼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하도록 돕는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 모두가 반드시 사망하는 건 아니다.
기적적으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고, 상태가 호전되어 병동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병동 안으로 들어가 연두를 품에 안고 걸어갔다.
‘잘 되어 있네.’
병동 내부는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길 양옆의 잔디가 산뜻한 느낌을 가져다줬다.
그래서인지 환자로 보이는 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툭. 툭.
지팡이를 짚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옮기는 분도 있고,
스르륵.
휠체어를 탄 야윈 환자와 뒤에서 끌어주는 가족도 보였다.
문득 아까 차에서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비현실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는 법이라 생각했지.
‘우습네.’
그렇게 생각한 게 갑자기 우습게 느껴졌다.
굳이 그런 일을 찾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그 무엇보다 비현실적인데.
‘이 환자들이.’
멀쩡히 살아 숨 쉬고 가족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눈앞의 이 환자들이 예정되어 있는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
생각해 보면 그것만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없다.
그때였다.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한 마디가 들려왔다.
“.. 어?”
마주친 휠체어를 탄 여성 환자의 말 때문이었다.
나와 내 품에 안겨있는 연두를 보더니 그녀는 다시 입을 뗐다.
혹시나 나올까 싶었던 말이었다.
“어머! 연두랑 초록님 아니에요? 맞네! 어쩜 좋아..”
왜인지 바로 인사가 나오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답했다.
“.. 안녕하세요.”
“내가 진짜 팬이거든요. 요즘 진짜 연두튜브 보는 낙으로 사는데.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한없이 야윈 얼굴로 활짝 웃으며 얘기하는 중년의 여성.
먹먹한 기분과 동시에 심장을 옥죄는 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애써 그 감정을 감추며 얘기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좋아해 주셔서.”
엄마의 환한 웃음을 봐서일까.
휠체어를 잡고 있는 딸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입가에도 놀라움 뒤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우영이.
“내가 누워서 시도 때도 없이 틀어 놓거든요. 아프다가도 연두랑 초록님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힘이 나서.”
다시 환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혹시..”
“네.”
“실례가 안 된다면 애기 한 번만 쓰다듬어 봐도 될까요? 내 소원이라……”
“.. 엄마. 그건……”
뒤에서 딸이 입을 뗐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실례가 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딸의 목소리를 들은 환자가 당황해서 중얼거린다.
“아, 이건 좀 불편하실……”
“아닙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다른 분도 아닌 연두부신데요.”
놀란 듯한 딸의 표정.
그 사이 나는 연두를 조심스레 품에서 내려줬다.
사뿐.
사실 안고 있는 게 힘들기도 했다.
무거워서가 아니라 아까부터 연두가 내려가려고 발버둥쳤거든.
정확히 환자분이 쓰다듬어도 되냐고 묻던 시점부터.
‘한 마디로.’
연두의 의사는 들은 거나 다름없다는 소리다.
내 품에서 내려간 연두는 바로 구십도로 고개를 숙여 배꼽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여..!”
“호호, 어쩜 좋아, 정말. 내가 연두랑 인사를 다 해 보고.”
뒤에서 딸이 웃으며 덧붙인다.
“그걸 요즘 말로 성덕이라고 하는 거야, 엄마.”
“성덕?”
“응.”
“그게 무슨 뜻인데?”
왜인지 대답해주지 않고 그녀는 나를 보더니 묻는다.
“초록님은 아세요? 요즘 공부 많이 하시잖아요.”
이렇게 묻는 걸 보니 그녀도 연두부가 틀림없다.
쿡쿡 웃는 모습에서 더 확신했다.
최근 어설프게 신세대 용어를 쓰는 나를 보고 놀리는 연두부가 상당히 많았으니까.
허나 이걸 물은 건 나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 거다.
“당연히 알죠. 성공한 덕후 줄임말이잖아요.”
“오오..”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덕후? 그건 뭐야, 은영아?”
비록 아주머니의 물음이 또 이어지긴 했지만.
이제 팬서비스 시간이었다.
아주머니의 주름진 손이 조심스레 연두의 말랑말랑한 볼을 향했다.
톡.
살짝 건드리더니 본격적으로 연두의 볼을 쓰다듬는다.
“아유.. 어쩜 이렇게 하얗고 말랑할까?”
“헤헤..”
연두부의 손길에 연두도 가늘게 미소짓는다.
꽤나 긴 팬서비스가 끝난 뒤 딸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한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딸이 좀 섭섭한데, 엄마?”
“응? 네가? 왜?”
“왜긴. 나는 그런 표정으로 안 쓰다듬으면서.”
“얘도 참. 은영이 너도 어릴 때는 연두처럼 예뻤지.”
“뭐, 뭐야. 그 말은 지금은 안 예쁘다는 거야?”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와, 너무해…”
귀여운 모녀간의 다툼.
토라진 은영이란 여자가 나를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
“저도 연두 한 번만 쓰다듬어도 될까요?”
이걸 위한 토라짐이었던 건가.
나는 장난스레 대꾸했다.
“그러려면 확인해야 할 게 하나 있는데요.”
예상치 못한 건지 그녀의 눈이 동그래진다.
안 되지, 안 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
“.. 뭔데요?”
되묻는 그녀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연두부 맞으세요? 연두는 연두부만 쓰다듬을 수 있거든요.”
“아, 진짜……”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듯 말이 이어진다.
“당연히 맞죠! 절대 연두해! 참고로 제가 미는 케미는… 정석인 초연 케미예요, 흐흐.”
유행어와 케미로 연두부 인증까지 완벽하게 하는 그녀였다
“하하.”
피식 터져나오는 웃음.
나뿐 아니라 연두, 그리고 살짝 빠져있는 우영이까지 옅게 웃음지었다.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인연이었다.
***
헤어진 뒤 곧바로 병실을 향해 이동했다.
뭔가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진 기분이다.
연두부 둘의 환한 웃음을 봐서일까.
스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내려서 양옆을 보니 복도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영이가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이에요, 형.”
“응.”
연두를 안고 우영이를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막상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우영이 할머니를 뵙게 된다는 생각에.
툭.
얼마 지나지 않아 우영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멈춘 우영이가 손을 올렸다.
똑똑똑.
가볍게 노크한 뒤 손잡이를 돌렸다.
동시에 열리는 병실 문.
“할머니, 나 왔어.”
“.. 왔니?”
조심스레 우영이를 따라서 병실에 들어갔다.
그런 와중 시선은 자연스레 침상 위에 몸을 앉히고 있는 사람을 향했다.
슥.
마침내 눈에 들어온 우영이 할머니의 모습.
그 순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어?’
할머니는 내 예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계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