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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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더 좋은 거
“삼백만 원.”
“뭐?”
“월에 삼백만 원 벌어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주연이는 한 마디 덧붙였다.
“물론 순수익으로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순수익으로 삼백만 원?
유투브 구독자 십만으로 그 돈을 버는 게 가능하다고?
장난이라 치부하기에는, 주연이를 포함한 녀석들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마치 그걸 모르고 있었던 내가 이상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이상한 거 맞지. 내가 최대치로 생각한 30만 원과 300만 원은 갭이 너무 크니까.
무려 열 배 차이가 나는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정확히 어디서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인터넷을 보다가 흘리듯 넘긴 내용이 있었다.
대충 떠올리자면 최근 유투버의 수익이 엄청나다는 내용이었다.
유투브 시대로 넘어가면서 큰돈을 만지는 유투브 크리에이터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나는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일도 아니었을뿐더러, 솔직히 말해서 ‘벌면 얼마나 벌겠어.’라는 생각이었다.
내 학창시절 때만 해도, 유투브는 지금처럼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아니었으니까.
즉, 역사가 짧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정말 최정상급의 유투버가 아니라면, 그냥 용돈 벌이 수준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용돈은 개뿔.
10만 유투버가 300만 원 가량을 버는 게 사실이라면, 내 아르바이트 수익을 훨씬 상회한다.
아니, 아르바이트 수준이 아니다. 300만 원이라는 돈은 웬만한 대기업 초봉과 맞먹는 액수니까.
물론 구독자 10만을 찍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연두튜브는 단 세 개의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 7000명을 돌파했다.
지금은 그보다 더 늘었을 테고.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십만은 그리 멀어 보이는 고지는 아니다.
주연이 말대로 이 기세라면 금방일지도 모른다.
‘300이라······’
30이라는 숫자가 300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정말 많은 게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연두에게 해 주고 싶었던 것. 사 주고 싶었던 것. 데려가고 싶었던 곳.
머릿속으로 막연히 생각만 했던 것들이 가능해진다.
물론 그 돈이 생긴다고 당장 근사한 집으로 이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두에게 근사한 장난감을 사 줄 수 있다. 예쁜 옷도 사 줄 수 있을 테고.
달에 한 번쯤은 고급스러운 뷔페나 레스토랑에 데려갈 수도 있겠지.
그 밖에도 떠올리려면 끝도 없이 떠올릴 수 있다.
300만 원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돈이다.
“진짜야?”
“네?”
“십만 유투버들이 정말 그 정도의 돈을 벌어?”
돈에 대해 되묻는 게 조금 속물 같기는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 돈으로 연두에게 좋은 것들을 해 줄 수 있다면.
주연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에요. 콘텐츠에 따라 구독자 십만을 넘어도 조회수가 엄청 적게 나오는 채널이 있거든요. 반대로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가 엄청 많이 나오는 채널도 있고요. 또 저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해외 구독자 비율도 엄청 중요하죠.”
기억난다. 저번에 국내보다 해외의 광고 단가가 훨씬 높다고 설명해 줬었지.
그중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세 배가량에 달한다고 했고.
당시에는 ‘왜 그런 건데? 나는 한국인 구독자가 더 좋은데.’라고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단순히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미국인보다 한국인이 좋지만, 한국인 구독자보다는 미국인 구독자가 더 좋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원래 나는 이런 놈이니까.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는 속물 덩어리.
주연이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뭔데?”
“시청 시간이에요.”
“아.”
“사실 300만 원이라 말하긴 했는데.. 연두튜브는 조회수도 엄청 잘 나오고, 다른 채널에 비해 해외 구독자 비율도 압도적으로 높죠. 게다가 ‘평균 시청 시간’ 비율은 저번에 봤을 때 100%에 가까웠고요. 그러면…”
뒷말은 안 들어도 알 거 같았다.
“영상만 자주 올리면 진짜 대박일 거 같은데요?”
“.. 이제 알겠네. 왜 요즘 초딩들 장래희망 1순위가 유투버인지.”
“크크, 저는 아저씨가 이걸 모르고 있었다는 게 신기해요.”
옆에 두 녀석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오, 이 얄미운 자식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
주연이는 이때가 기회다 하고 내게 유투브 수익에 관해 설명해 줬다.
과장이 아니라 그 설명은 정말 신세계였다.
동시에 내가 엄청난 바보였다는 걸 깨닫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았다니.’
나는 유투브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루트가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그냥 영상에 딸려 나오는 광고 수익이 전부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주연이 말을 들으니 에드센스 수익은 극히 일부였다.
전체 수익의 극히 일부.
오히려 영상을 통해 유료 광고를 진행하거나, 제품 협찬을 통해 창출하는 수익이 훨씬 높다고 한다.
뮤직 유투버를 예로 들면 ‘마이크 리뷰’ 비슷한 거겠지.
주연이가 설명을 마친 후, 녀석들은 돌아갔다.
‘다만.’
범재 녀석이 연두가 보고 싶다고 노래를 하는 탓에 약속을 하나 해야 했다.
빠른 시일 안에 연두와 함께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뭐, 딱히 상관은 없겠지. 연두도 그 녀석들을 보고 싶어 했으니까.
***
사흘이 흐른 저녁.
나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서 연두를 데리고 집에 도착했다.
요즘은 생각해 보면 알찬 나날들이 이어졌다.
엊그제는 연두랑 즐거운 산책을 나갔고, 어제는 함께 포로로 극장판을 보며 힐링했으니까.
‘연두는 크록을 가장 좋아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곰돌이 포우가 참 귀여웠다.
푸근해 보이지 않는가.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고.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금 내 기분은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아니, 까놓고 말하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사랑스러운 연두가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왜 그러냐고?
-아조씨 뭐하세요?
-언제까지 잠수 타실 생각이신가요? 그러다 호흡곤란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는데. 아, 물론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연속으로 두 개 올린 게 잠수를 위한 복선이었나? ㅎㅎㅎㅎㅎㅎㅎㅎ
-내일이면 영상이 짠! 하고 올라와 있겠지? 암, 그렇고말고.
다름 아닌 이 살벌한 댓글들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이건 연두튜브의 댓글을 모아 놓은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댓글을 다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사흘간 영상을 하나도 올리지 않았으니까.
‘.. 올리고 싶었어.’
핑계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올리고 싶었다.
사흘 전에 수익에 관해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의지에 불탔고 쉼 없이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
물론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한 건 아니었다.
연두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매력 있고 예뻤으니까.
간단히 말해 어떤 모습을 찍어도 콘텐츠가 된다는 거지.
다만, 유투브에 임하는 자세가 더 진지해졌고, 프로 유투버의 자질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뿐이다.
더 높은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고수익이 발생할 테고, 그 수익은 전부 연두에게 투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연두튜브로 버는 돈은 1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쓸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기다렸지.’
앞으로 연두튜브 채널의 영상은, 산 지 몇 년이 지난 똥폰 카메라 대신 좋은 카메라로 찍고 싶었다.
영상을 며칠 못 올리더라도 그게 채널의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오늘을 기다렸다.
왜 하필 오늘이냐고?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날이니까.
얼마 전, 나는 중고시대 카페에 올라온 카메라를 발견했다.
흔히들 꿀 매물이라고 표현하는 카메라였다. 원가에 비해 상당히 저렴했으니까.
‘돈이 부족해서 못 샀는데.’
오늘이 돼서야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대가 세긴 하지만, 연두튜브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괜찮아요.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 괜찮다.
이런 무서운 댓글도 며칠 뒤 좋은 영상으로 보답하면 사라질 테니.
내 표정이 많이 안 좋았는지, 연두가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아..”
“응, 연두야.”
“사람드리 나뿐 말 해요..?”
“아니, 아니야, 하하. 연두 예쁘다는 말밖에 없는데?”
연두는 댓글을 빤히 바라봤다.
“히응이다..”
“응?”
“어리니집에서 배워써요! 히응이 뭔지!”
“그렇구나. 역시 똑똑해, 우리 연두.”
“헤헤.”
연두가 알 길은 없겠지.
저 히읗 때문에 내가 떨고 있다는 걸.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
“아빠가 카메라를 하나 살 거야.”
“카메라..?”
“응. 연두 더 예쁘게 찍을 수 있는 좋은 카메라.”
그렇게 말하고 나는 곧장 즐겨찾기 해둔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하지만 창이 뜨자마자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판매완료)
‘판매 완료라고?’
사흘간 안 팔렸던 제품이 33분 전 판매완료로 전환되어 있었다.
제기랄. 운이 얼마나 안 좋은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예약 시도라도 해 보는 건데.
옛 속담처럼 다 잡은 토끼를 놓친 기분이었다.
연두도 내 반응에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덩달아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하, 걱정 마. 연두야. 원래 인생이란 게 이런 거거든. 다 잡은 것도 놓치고, 놓쳤는데 더 좋은 게 오기도 하고. 막 그러는 거야.”
이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지.
다섯 살 딸한테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안심시키려 한 말인데, 연두의 표정이 더 우울해졌다.
“갠차나요, 아빠.. 연두는 아빠만 이쓰면 돼요..”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나는 일부러 텐션을 높여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아빠도 카메라 같은 거 없어도 돼! 연두만 있으면 되지. 연두는 어떻게 찍어도 예쁜데, 뭐.”
그리고선 나는 중고시대 창을 꺼 버렸다.
‘그래. 내가 너무 깊게 생각했어.’
사실 연두튜브 구독자들은 퀄리티 높은 영상을 보러 오는 게 아니었다.
연두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 자체가 좋아서 보러 오는 거지.
카메라는 플러스 요소가 될 수는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었다.
팔려버린 게 조금 씁쓸하긴 했지만, 미련은 없었다.
‘나중에 또 좋은 매물이 올라오거나 여유가 생기면 사면 되니까.’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맛있는 거나 해 먹을까, 연두야?”
“우아.. 어떤 마싰는 거요..?”
“먹고 싶은 거 있어?”
“연두는.. 안 매운 계란프라이!”
“.. 또?”
“네!”
아무래도 연두는 내 계란 요리에 중독이 되어버린 거 같다.
뭐, 최근에는 일부러 주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상관없겠지.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 아빠 메일만 좀 확인하고 해 먹자.”
달칵.
중고시대 때문에 로그인도 했으니, 간만에 메일함을 들어갔다.
들어가 봐야 스팸 메일밖에 없겠지만, 가끔은 정리해 줘야 속이 시원하니까.
‘어..?’
그런데 메일함을 열자마자 한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홀린 것처럼 메일을 클릭했다.
‘뭐야, 이게…?’
아까 연두에게 중구난방으로 한 말이 떠올랐다.
다 잡은 것도 놓치고, 놓쳤는데 더 좋은 게 오기도 하고 그런다고.
말이 씨가 됐다. 더 좋은 게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