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축제
관객석 위를 빛내는 수많은 야광봉.
색상부터 일반적인 콘서트와는 차이가 느껴지는 아이덴티티가 있었다.
연두색.
흔치 않은 색상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연두색만으로 점철된 모습은 쉽게 보기 힘들지 않을까.
단비음악대 콘서트이기에 가능한 장면이지.
“와아아!!”
함성소리와 함께 파도처럼 일렁이는 연두색 물결.
‘.. 예쁘다.’
내 눈에는 그 어떤 화려한 색상보다도 예뻐 보였다.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닐 터.
역시나 고개를 돌려 본 아이들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꺄아!!”
“연두야!!”
“연시레! 연시레! 연시레!”
본격적으로 백명의 연두부는 단비음악대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재미있었다.
단비음악대의 피아니스트인 연두, 야광봉은 연두색, 관객 이름은 연두부.
‘교집합이 몇 개야.’
연두로 똘똘 뭉친 콘서트장이었다.
열렬한 환호성 속에 입을 뗀 건 사회자인 고래였다.
“와! 저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연두부분들이 이런 걸 준비해 오셨을 줄이야! 그것도 몇 분도 아니고 이렇게나 많이… 우리 단비음악대 친구들도 많이 놀란 거 같은데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며 고래는 관객석 측에 마이크를 전달했다.
한 명의 연두부가 대표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나도 궁금했다.
‘가능할 리 없으니까.’
서로 합의가 되지 않은 이상 이렇게 단합이 가능했을 리 없었다.
아무리 연두부가 한 마음 한 뜻이라 해도.
약속이라도 한 듯 전부 연두색 야광봉을 가져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역시 내가 몰랐던 상황이 존재했다.
“단톡방을 만들었어요!”
연두부 여성분이 해맑게 웃으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고래가 물었다.
“단톡방이라면.. 제가 생각하는 그 단톡방 맞나요?”
“네.”
상황 설명이 이어졌다.
“이벤트 당첨 메일을 인증해야 들어올 수 있는 연두부 단톡방을 만든 다음 투표를 진행했거든요. 저희 연두부가 콘서트를 위해 뭘 준비하면 좋을까 하고.”
“아! 그랬군요.”
이제야 이해가 됐다.
어떻게 일면식도 없을 터인 백명의 연두부가 이렇게 단합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친해 보였어.’
몇몇은 너무 친해보였다.
원래 알고 있던 사이처럼 친근하게 말을 주고받았으니까.
비로소 설명이 되는 장면이었다.
“그럼 그 투표에서 연두색 야광봉이 일등을 차지한 건가요?”
“네, 맞아요!”
내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그냥 올 수도 있는데 투표까지 진행해서 이렇게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
그 사이 자연히 서동한이 자리를 이동했다.
다름아닌 연두의 옆으로.
“자, 그럼 여기서 안 들어볼 수가 없는데요. 연두부분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 우리 단비음악대 친구들은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요. 궁금하다, 궁금해! 크하하!!”
전부터 느낀 거지만 확실히 예사 인물은 아니다.
이런 자리에서의 사회자 역할은 처음일 텐데도 연기까지 해 가며 능숙하게 이끈다.
끝이 아니었다.
“우리 연두부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해요!”
“와아!!!”
심지어 관객의 호응까지 유도하는 모습.
역시 괜히 스트리머 경력 수년차가 아니다.
‘하긴.’
한 순간에 나락과 극락을 오가는 수천명의 민심을 매일같이 컨트롤해야 하는데.
지금은 딱 백명인 데다가 그 대상이 우리 착하고 순한 연두부 아닌가.
더군다나 비슷한 경험도 존재하고.
‘백만 구독자 이벤트로 진행한 스트리밍.’
고래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그 날 한 방송이 자신의 방송 역사상 가장 행복한 방송이었다고 했지.
어찌 보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니, 더 좋은 상황이라 봐도 무방할지도 모르겠다.
‘연두뿐만이 아니라.’
최고의 케미를 자랑하는 시은이와 레나까지 있으니 말이다.
앞에는 세상 하얀 연두부가 있고.
그래서일까. 고래의 표정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그럼 먼저 연두의 감상을 한 번 들어볼까요? 연두부가 준비한 깜짝 선물. 무대에 서서 봤을 때 어땠나요?”
연두의 입 앞에 마이크를 대 주는 서동한.
자그맣게 연두가 입을 뗀다.
“너무..”
“…”
“너무너무 예뻐써요……”
그 대답에 다시 한번 연두부는 환호성을 보냈다.
이어지는 시은이와 레나의 차례.
비슷한 감상이었지만 특히나 레나의 말이 임팩트가 컸다.
“처음 밨서요..”
이렇게 예쁜 무대는 처음 봤다는 말.
그럴 만도 했다.
레나는 비교적 많은 무대를 접해봤을 테지만 분위기는 아예 달랐을 테니.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연주회였겠지.
‘달라.’
오늘의 무대는 달랐다.
연주회보다는 다 함께 즐기는 축제에 더 가까우니까.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우리 연시레, 단비음악대 콘서트를!”
***
본격적인 콘서트의 시작.
그에 따라 나는 무대 위에서 연두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연두야.”
“아빠..”
“맨 앞에서 지켜볼 테니까 떨리면 아빠 보면 돼. 알겠지?”
“.. 네!”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내려가기 전에 시은이와 레나한테도 힘을 불어넣어줬다.
이제 내 역할은 다한 셈이다.
터벅. 터벅.
내 자리는 맨 앞에 마련되어 있었다.
옆에는 세연씨와 레나의 부모님이 나란히 앉아있고.
세연씨가 웃으며 나를 반겼다.
“왔어요?”
“네.”
이제 관객으로서 무대를 지켜볼 차례였다.
‘아, 참!’
그전에 준비해야 할 게 하나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서 연두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클릭했다.
동시에 벌어지는 입.
‘이게 몇 명이야..’
보기만 해도 아득한 시청자 수였다.
저번 방송 때 세운 기록을 또 갱신할 거 같았다.
채팅창도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시작한다
-ㄷㄱㄷㄱㄷㄱㄷㄱㄷㄱ
-떨지 마, 얘들아 ㅠㅠㅠㅠ
-못 해도 돼!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우리는 행복하니까!!
-화면 속으로 들어가서 야광봉 흔들고 싶다.. 으어ㅠㅠ
시청자들만큼이나 현장의 분위기도 달아오른 상태.
그 속에서 시작됐다.
“자, 단비음악대가 선보일 첫 곡은.. 바로 대국민 동요 숫자송입니다!!”
첫 곡은 가볍게 숫자송으로 시작이었다.
그런 와중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초록님!”
뒤를 돌아보니 한 학생이 웃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다름아닌 연두색 야광봉이었다.
“여분이니까 받으세요!”
“아, 고마워요.”
“여기 또 있어요!”
세연씨와 레나의 부모님에게도 차례로 야광봉을 건네는 연두부.
건네받고 앞을 바라봤다.
그 순간 연두와 시선이 맞닿았다.
휙. 휙.
보란 듯이 팔을 힘껏 뻗어서 흔들었다.
연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후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세를 취했다.
이윽고 시작됐다.
뚠 뚜둔.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음악.
뒤에 이어지는 바이올린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완벽한 도입부.
“원 앤 투 앤 쓰리 앤 포 앤~ ♪”
이어서 맑고 또랑또랑한 시은이의 음색이 귓가를 파고든다.
허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남아있었다.
‘콘서트의 묘미.’
괜히 첫 곡을 숫자송으로 정한 게 아니다.
숫자송은 그 묘미를 살리기에 최적화된 곡이니까.
그래서 그게 뭐냐고?
‘.. 나온다.’
만약 나만 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또 하나의 흑역사가 생성될 테지만.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뒤에 있는 백명의 연두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이제 시간이 됐다.
타이밍에 맞춰 나는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일!”
“일!!”
동시에 무대를 뒤흔들 정도로 우렁찬 소리가 뒤따랐다.
그래. 바로 이거지.
깜짝 놀란 표정의 보컬리스트 시은이.
그런 와중에도 타이밍을 놓치지는 않았다.
“일초라도 안 보이면~ ♪”
“이!!”
“이렇게 초조한데~ ♪”
“삼!”
“삼초는 어떻게 기다려~ ♪”
“이야이야이야이야!!!!”
단비음악대와 연두부가 주고받는 콜라보레이션.
한쪽은 노래보다는 고함에 가깝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게 콘서트의 묘미 아닌가.
‘재미있는 건.’
옆에 있는 레나의 부모님도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었다는 거다.
특히나 레나의 어머니인 이은경.
야광봉을 흔들며 떼창에 동참하는데 이렇게 풀어진 모습은 처음 본다.
화면 속 연두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아아악!!!
-사랑해요 연시레! 우윳빛깔 연시레!
-그냥도 극락인데 잘하기까지 하면 어떡하라고! ㅠㅠ
-삼촌은 어떻게 기다리냐고? 기다려! 삼촌이 갈게!
-삼촌이 아니라 삼초다, 멍청아 ㅋㅋㅋㅋ
연두부의 열띤 호응에 아이들은 완전히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많이 떨던 시은이의 표정도 여유로워졌다.
그에 따라 더 상큼해지는 목소리.
“사랑해 널 사랑해~ 오늘은 말할 거야~ ♪”
연두와 레나의 완벽한 호흡도 빼놓을 수 없었다.
채팅창은 노랫말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나도! 나도 사랑해, 얘들아!
-육십억 지구에서 연시레를 만난 건 칠럭키야!!
-심장이 8딱8딱 뛴다…
-누가 9급차좀 불러줘. 귀여워서 심장 멎을 거 같아…
숫자를 활용한 신박한 주접이 마구 쏟아진다.
콘서트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다.
어느새 귀에 들어오는 숫자송의 마지막 소절.
“언제나 이 맘 변치 않을게~ ♪”
노래가 끝나도 집중을 유지하는 연두와 레나.
끝까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성황리에 첫 곡이 마무리된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분위기.
“사랑해요 연시레! 우윳빛깔 연시레!”
한동안 노랫말같은 떼창이 무대 내에 울려퍼졌다.
***
첫 단추를 완벽하게 꿴 탓일까.
이어지는 무대는 모두 순조롭게 진행됐다.
귀여움이 폭발한 ‘멋쟁이 토마토’부터 시작해서 준비한 곡들 하나하나가.
“와…”
중간에 선보인 레나의 독주 파트에서는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다.
프로 연주자와 견주어 봐도 밀리지 않는 연주에.
콘서트가 진행될수록 진심으로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왔다가.’
생각보다 높은 연주 퀄리티에 놀라는 느낌이었다.
연습 영상을 비롯한 사전 영상에서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연두도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피아노를 접한 기간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뚠. 뚜둔.
열심히 연주하다가도 연두는 끝이 나면 내 쪽을 바라봤다.
잘 보고 있나 확인이라도 하는 듯이.
그렇게 확인하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우윳빛깔 연시레!”
나도 응원구호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자연히 그런 예감이 들었다.
오늘 이후로 얼마간 연두튜브 댓글창은 연시레 코인이 잠식하게 될 거 같은 예감.
그런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 채팅이 올라왔다.
-이 케미 달다, 달아.. 이 썩을 거 같아…
-괜히 단비음악대가 아니지 ㅋㅋ
-단비코인 탑승합니다
-시청자 수 봐 ㅋㅋ 연두부 여기 다 모였네.
-또 하나의 레전드방송 탄생 ㅋㅋㅋ
정신없이 즐기다 보니 어느새 찾아온 마지막 곡.
제목은 바로 ‘우산’이었다.
왠지 익숙하다 싶을 텐데 그 생각이 맞았다.
‘익숙한 곡이니까.’
연두와 처음으로 노래방에 갔을 때 함께 열창했던 곡 중 하나.
내게는 흑역사를 만들어준 곡이기도 했다.
내가 맡은 건 랩 파트였지.
‘다행히.’
우산은 총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랩이 섞인 버전과 오로지 노래만 있는 버전.
단비음악대가 선보일 무대는 후자였다.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
동요가 아닌 만큼 쉽지는 않은 곡이었다.
그럼에도 능숙한 연주 속에 안정적인 보컬이 섞여들었다.
이 곡은 연두와 레나도 노래에 참여했다.
“그대는 내 머리 위에 우산~ ♪”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였다.
나도 모르게 입모양으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예쁜 노랫말.
마무리를 장식하기 더할 나위 없는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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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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