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댓글 읽기!
“선동이오빠..?”
생각지 못한 감자소년의 등장.
핸드폰을 타고 딱딱한 듯 보이지만 쑥스러움 가득한 한 마디가 들려왔다.
“.. 어.”
“마따! 선동이오빠다!”
선동이라는 걸 확신한 듯 세상 반가워하는 연두.
그럴 만도 했다.
전에 시골에 갔을 때 이후로 선동이의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니까.
‘나도 그렇고.’
장난꾸러기 녀석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나 역시 반가움이 일었다.
녀석과 함께한 여러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결국 못 참고 통화에 끼어들었다.
“어이, 오선동. 잘 지내냐?”
“.. 누구세요?”
아니, 이 녀석. 너무한 거 아닌가?
나는 목소리 듣자마자 바로 눈치챘는데 누구냐고 묻다니.
서운함을 가득 담아서 말했다.
“연두 아빠다.”
“아.”
심지어 누군지 알려줬는데도 시큰둥하기 그지없는 반응이다.
이어지는 녀석의 짤막한 인사.
그와 동시에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취소.’
반가워한 거 취소다.
아니, 사실 하나도 안 반가웠다. 그냥 맛있었던 감자가 생각났을 뿐.
그렇게 내가 유치한 뒤끝을 부리는 사이,
“요 놈아. 할 말 있으면 질질 끌지 말고 얼른 해. 통화료 많이 나오잖어!”
할머니의 구박이 쏟아졌다.
그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선동이였다.
‘나이스.’
지금만큼은 할머니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따라서 통화료가 무제한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태클을 걸지 않았다.
이어지는 선동이의 목소리.
“하, 할 거에요!”
녀석이 전화를 받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할머니 댁으로 심부름을 왔다가 연두랑 통화하게 해 달라고 졸랐다는 모양이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어느 정도 예상은 가지만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 야.”
이 녀석도 우영이랑 똑같다.
연두를 이름으로 부르기 어려워하는 건.
“네에.”
“큼.. 잘 지냈냐?”
“잘 지내써요! 선동이오빠는요..?”
“나, 나도.”
꽤나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한쪽은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한쪽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게.
계속해서 시답잖은 얘기로 말을 이어가는 선동이.
답답함에 열이 오르려는 찰나, 녀석이 툭 던지듯 말을 꺼냈다.
“야.. 서연두.”
조금 놀랐다.
성을 붙였다고는 하지만 연두를 이름으로 부르는 걸 보고.
연두도 마찬가지인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대답했다.
“네.”
“너 시골에서 집 가고 나서 있잖아.”
“으응.”
평소와 달리 반말을 지적하지 않는다.
그 대신 녀석은 망설임 끝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 내 생각 안 났냐?”
선동이답지 않은 돌직구였다.
이게 만약 TV 속 드라마였다면 시청자들이 꺄아 소리를 지르게 했을 만한 임팩트 있는 장면이 아닐까.
제목을 짓자면 ‘감자소년의 돌직구’ 같은 느낌.
‘물론.’
상상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에서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그게 누구냐고?
바로 나다.
그에 더해 600만이 넘는 연두부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즉, 말도 안 되게 험난할 예정이었다.
연두를 향해서 가는 감자소년의 여정은.
‘쟁쟁한 라이벌도 있고.’
서로의 존재는 아직 모르겠지만 라이벌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름하여 포클레인 소년 민우.
표현이 우습긴 하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직진남의 면모 하나만큼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 녀석이다.
아마 둘이 맞붙으면 치열한 싸움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최종 승자가 없을 확률이 크다는 거지만.
아니, 없을 거다.
그래도 지금은 들어주기로 했다. 선동이녀석이 하는 말을.
연두는 순수한 눈망울로 대답했다.
“나써요.”
“어?”
“생각 나써요. 선동이오빠 생각..”
사실이었다.
몇 번이고 연두는 선동이 얘기를 하곤 했으니까.
말 그대로 생각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긴 했지만.
“…”
왜인지 알 거 같았다.
선동이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잠깐의 침묵 후에 녀석은 또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큼.. 그럼 놀러 오지 그랬냐.”
“가고 시픈데…”
말끝을 늘이며 연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눈빛에 담긴 의미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빙긋 웃으며 말했다.
“시골 가고 싶어, 연두야?”
“네..”
“그럼 조만간 가자.”
“.. 진짜요?”
“응. 할머니도 한 번 찾아봬야 하니까.”
그밖에도 동화책 작화를 끝내기 전에 한 번은 다시 보고 싶었다.
시골 산의 모습을.
연두는 세상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마어요, 아빠..”
“하하, 뭘.”
신이 난 연두는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선동이오빠! 아빠가 시골 갈 꺼래요..!”
허나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아니, 오지 마.”
***
당황한 연두가 반응했다.
“.. 네?”
“오지 말라고.”
이 대답은 뭐지. 설마 지금까지 자기 보러 안 갔다고 삐진 건가?
그렇다기에는 흐름이 너무 갑작스러운데.
계속 좋은 티 내다가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꾸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역시나 반전이 있었다.
“내가 갈 거야.”
깜짝 놀란 연두가 대답했다.
“오빠가요?”
“그래.”
“어, 어떠케요..?”
지극히 당연한 물음이었다.
이제 일곱 살 된 꼬맹이가 무슨 수로 그 먼 거리를 지나서 서울로 오겠다는 말인가.
의문은 이어지는 말에 바로 풀렸다.
“보내준다고 했어.”
진지한 목소리로 녀석은 말을 이었다.
“엄마가 이번 수학시험 잘 보면 서울 보내준다고 약속했어.”
보내준다는 표현에 설마 했는데.
아예 서울로 선동이를 보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며칠 정도 서울체험을 시켜 주겠다는 거지.
“나 공부 열심히 했으니까 시험 잘 볼 거야. 그러니까..”
“…”
“나 서울 놀러 가면 서울구경 시켜주라.”
이건 인정한다.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멘트였다.
연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네! 연두가 서울구경 시켜줄께요..!”
“지, 진짜?”
“으응, 진짜!”
목적을 달성하고서 기뻐하는 선동이.
허나 녀석이 간과한 게 있었다.
“오선동.”
다시 내가 끼어들었다.
들려오는 대답에 나는 장난스레 말했다.
“나한테는 할 말 없나?”
“뭘요?”
“내가 싫다고 하면 연두가 너 서울구경 시켜줄 일도 없을 텐데.”
흠칫한 듯 숨소리가 들리더니 녀석이 말했다.
“아저씨..”
“응?”
“완전 치사해요!”
“뭐? 치사??”
안 되겠다, 이 녀석.
진짜 치사가 뭔지 보여줘야지.
“안 시켜줘.”
“예?”
“너 서울구경 안 시켜준다고.”
“아, 아니. 잠깐만요!”
“어때. 아직도 내가 치사한가?”
내 물음에 녀석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답했다.
“.. 아니요.”
“취소하는 거지? 치사하다는 말.”
“네.”
뒤이어 들려오는 녀석의 물음.
“그럼.. 서울구경 시켜주는 거죠?”
“아니?”
“왜요! 취소했잖아요!”
“에이, 그걸로는 안 되지.”
“그럼요?”
“흠.. 공손하게 부탁하면 한 번 생각해 볼 법도 한데.”
“으윽…”
과연 선동이는 어떡할 것인가.
자존심을 택할 것인가, 연두와 함께하는 서울구경을 택할 것인가.
애초에 밸런스가 맞지 않는 두 선택지였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 시켜주세요. 서울구경.”
결국 꼬리를 내린 감자소년.
이대로 끝내면 재미없지.
한 번 잡은 기회는 최대한 써먹을 필요가 있었다.
“어허, 더 공손하게 하지 못하겠느냐.”
“어, 어떻게 하라고요!”
“그야 난 모르지.”
부글. 부글.
어디서 끓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선동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탁드립니다. 서울구경 시켜주세요..”
“오냐.”
이 정도면 받아줘야지.
참고로 내가 시켜주겠다는 서울구경은 하나가 아니었다.
‘요 까불이녀석.’
아빠한테 손수 전수받은 서울구경도 있었다.
버릇을 고치는 데 특효약인.
두 종류의 서울구경 모두 제대로 시켜줄 생각이었다.
“그럼 시험 잘 봐라.”
“.. 네.”
“선동이오빠, 파이팅..!”
“그, 그래.”
이렇게 서울구경을 기약하며 선동이와의 통화가 끝이 났다.
***
단톡방이 시끌벅적했다.
친구녀석들이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유성현 : 너네 수찬쌤 결혼식 축의금 얼마 할 거냐.
최윤우 : 그건 왜 묻는데
박준수 : ㅉㅉ 속이 보인다. 우리 축의금 파악하고 그거보다 조금 더 넣으려는 거겠지. 얌생이자식.
유성현 : ㅋㅋㅋㅋㅋ 그걸 눈치챈다고?
최윤우 : 와.. 진짜 레전드네. 난 또 통일하자는 건 줄 알았더니. 그래서 진지하게 얼마 넣을 건데.
유성현 : 닥쳐. 내가 내 꾀에 속을 거 같아?
최윤우 :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너랑 같은 줄 아냐?
박준수 : 똥이랑 설사랑 잘 싸우네. 그래서 너네 얼마 넣을 건데. 장난 아니고.
축의금을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다. 서로를 향한 불신이 상상을 초월한다.
자연스레 옮겨간 화제.
최윤우 : 결혼식에 누구누구 오지?
박준수 : 일단 저번 풋살 멤버는 다 오기로 했고. 따로 또 몇 명한테 연락 돌림.
유성현 : 솔직히 우리 진짜 참제자 아니냐. 8년이 지났는데도 스승의 은혜 안 잊고 결혼식 참석하고, 축의금 누가 더 많이 낼 지 다투고.
최윤우 : ㅇㅈ ㅇㅈ
뭐든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축의금 때문에 다툰 걸 저렇게 스스로 미화할 줄이야.
나는 실소를 뱉으며 채팅을 쳤다.
이주원 : 걔도 아마 올 거야
최윤우 : 오. 주원좌 등장!
유성현 : 누구?
이주원 : 최서아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긴 하지만.
참석하는 동창 얘기가 나온 김에 꺼낸 말이었다.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격했다.
최윤우 : 최서아???
유성현 : 우리가 아는 최서아 말하는 거 맞냐?
박준수 : 나 걔한테는 따로 연락 안 했는데. 너 최서아랑 연락 닿았어? 아니, 그보다 갑자기 왜??
나랑 엮인 게 그나마 가장 많은 여자애라 그런지 관심이 쏠리는 듯했다.
실상은 싱겁기 그지없는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주원 : 그냥 연두랑 애기들 데리고 동네에서 촬영하는 도중에 우연히 만났어. 대충 인사하고 수찬쌤 결혼하는 거 말해주니까 오겠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 그게 다야. 안 올 수도 있어.
어설프게 말하면 계속 캐물을까 봐 최대한 축약해서 한 번에 얘기했다.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게 문제지만.
최윤우 : 와.. 길 가다가 동창을 7년 만에 만났다? 그것도 짝사랑을?
유성현 : 그 정도면 빼박 인연 아니냐?
박준수 : 그래서 어쨌는데. 썰 좀 자세하게 푸러봐.
아오, 괜히 말 꺼냈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이주원 : 오버하지 마 ㅁㅊ놈들아. 한 동네 사는데 이사 안 갔으면 마주칠 수도 있지.
그럼에도 녀석들은 그치지 않았다.
유성현 : 어떠냐? 고딩때랑 똑같냐, 최서아?
최윤우 : 생각만 해도 숨 막히네 ㅋㅋ 그 사건 이후로 처음 말한 거일 거 아냐.
유성현 : 그 기간이 9년 ㅋㅋㅋㅋ 미쳤네
최윤우 : 나름 첫사랑인데 설레지 않냐. 원래 남자는 첫사랑 못 잊잖아.
박준수 : 그래서 넌 최서아 보니까 어땠냐?
굳이 길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따라서 깔끔하게 이 화제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주원 : 아무렇지도 않았어
없는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최서아를 만났을 때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냥 예전이랑 똑같네 정도의 생각이 들었을 뿐, 다른 동창을 만났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굳이 말하면.’
변한 건 내 감정이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나 역시 많은 게 바뀌었다.
과거의 감정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좋아했다. 열일곱 살의 나는 분명히 그 애를 좋아했다.
‘어쩌면.’
그 사건이 있고 난 뒤에도 얼마간은 좋아했을지 모른다.
딱 그 정도의 문제였다.
지금은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따라서 그 말은 거짓이었다. 첫사랑은 잊을 수 없다는 말.
이주원 : 그니까 놀릴 생각은 접어둬라.
최윤우 : 싫은데?
유성현 : 아직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얼레리 꼴레리!
박준수 : (메롱하는 연두)
“…”
잊고 있었다.
이 녀석들에게 진위여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툭.
나는 미소를 띠며 단톡방을 나갔다.
***
달칵.
“후..”
드디어 끝났다.
꽤나 긴 나날에 거쳐 진행한 베스트 댓글 엄선 작업.
최신 영상을 끝으로 그 작업이 끝이 났다.
연두부의 희망 콘텐츠 중 하나인 댓글 읽기 콘텐츠를 위해 한 준비였다.
‘어디 한 번 볼까.’
모은 댓글을 쭉 읽어내려갔다.
“흐흐.”
중간중간에 새어나오는 웃음.
최소 한 번씩은 본 댓글들이지만 다시 봐도 기똥찬 댓글이 많았다.
괜스레 연두부에 대한 자부심이 일었다.
‘그야.’
이 댓글은 모두 연두부가 작성한 댓글이니 말이다.
편집을 통해 댓글은 읽기 편하게 정리해 둔 상태.
이제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스윽.
먼저 카메라를 세팅했다.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는 모니터 부근의 적당한 위치에.
좋아. 완벽하다.
카메라 세팅도 끝났으니 남은 건 단 하나였다.
주인공.
정해 둔 콘텐츠의 가제는 ‘연두의 연두튜브 댓글 읽기!’였다.
제목만 봐도 느낌이 오지 않는가.
이제 데려올 시간이었다. 주인공인 연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