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중이병
“이 댓글은.. 연두가 읽어줄래?”
“네, 아빠!”
마지막 댓글을 읽을 차례였다.
곧바로 연두가 화면에 뜬 영상을 소리내어 읽었다.
“근데 나만 궁금함? 큐큐. 연두 중이병 걸린 모습.”
이렇게 시작해 수없이 많은 답 댓글이 달린 베스트 댓글이었다.
그만큼 많은 연두부의 이목을 끌었다는 뜻이겠지.
참고로 큐큐는 ‘ㅋㅋ’의 발음이다.
‘전에 키읔을 어떻게 발음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한 번도 발음해 볼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 잠깐의 고민에 빠졌다.
‘크크’나 ‘킥킥’은 뭔가 음습해 보이고.
조금 아기자기한 발음이 없을까 생각해서 떠올린 게 ‘큐큐’였다.
‘그 이후로.’
댓글을 읽다가 키읔이 나오면 연두는 큐큐라고 발음하고 있었다.
뭐, 그건 그렇고.
보다시피 마지막 댓글은 연두의 중이병에 관한 댓글이었다.
‘다소 맥락없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이 댓글을 꼽은 이유는 간단했다. 자연히 나도 상상해보게 됐기 때문이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사춘기가 온 연두의 모습을.
왜인지 연두는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빠..”
“응, 연두야.”
“연두 중이병 걸려요..?”
어떤 오해를 한 건지 느낌이 왔다. 중이병이 진짜 병이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표정으로 미루어 볼 때 꽤나 심각한 병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물음.
“중이병이.. 머에요..?”
“…”
일부러 뜸을 들인 뒤 나는 장난스레 대꾸했다.
“중이병이 뭐냐면.. 아주..”
“아주?”
“아주아주 무시무시한 병이야.”
“..!”
깜짝 놀라서 흠칫 몸을 떠는 연두.
“무시무시한.. 병이요?”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눈동자.
잔뜩 겁을 먹은 게 느껴진다. 너무 으스스하게 말했나.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밀고 나가는 수밖에.
“응.”
“어떤 병인데요? 마니 아파요..?”
“음. 아프긴 한데..”
“.. 한데?”
“연두가 중이병에 걸리면 말이야.”
“네.”
“연두보다도 아빠 마음이 아픈 병이야.”
“아, 아빠 마으미요?”
“응.”
더더욱 충격을 먹은 표정이다.
병을 걸린 스스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아플 거라는 말에.
우습게도 지금 나는 조금의 거짓말도 섞고 있지 않았다.
‘맞잖아.’
통상적으로 그렇지 않은가.
중이병에 걸린 자녀를 보며 부모가 마음고생을 하곤 하니까.
귀에 들어오는 연두의 목소리.
“.. 왜요?”
“응?”
“왜 연두가 중이병에 걸리는데 연두 아니라 아빠가 아파요..?”
“중이병이 그런 병이거든.”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중이병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보통 중이병은 중학교 2학년, 그러니까 열다섯 살쯤에 찾아와.”
“열다섯사리요?”
“응.”
연두가 손가락을 펴고선 숫자를 웅얼거린다.
하나, 둘, 셋..
열심히 세다가 말고 나를 향해 묻는다.
“아빠.. 연두 몇 살 남아써요? 열다섯살 대려면..”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손가락까지 동원했지만 끝내 계산에 실패하는 연두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지혜선생님과 한글 공부는 끝냈지만 아직 수학은 따로 공부하지 않은 연두니까.
‘물론.’
나는 연두의 계산 실력을 알고 있었다.
이 정도는 펜과 종이, 그리고 시간만 있다면 스스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문제긴 하다.
지금은 손가락뿐이라서 애를 먹는 거지.
나는 양손을 들어 아홉개의 손가락을 펴며 말했다.
“아홉살.”
“네?”
“십오 빼기 육은 구니까. 아홉살을 먹으면 연두는 열다섯살이 되는 거지.”
“아홉살…”
생각보다는 남은 기간이 길었던 걸까.
그나마 안심한 표정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아빠는 이십 육살이자나요.”
“그렇지.”
“그럼.. 아빠도 중이병 걸려써요?”
***
“어.. 어?”
이건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아니라고 부정하기에는 그 당시의 내 모습이 기억 속에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러니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아빠는 거짓말 안 한다고 몇 번이고 연두한테 얘기했으니까.
“.. 응. 걸렸었지.”
다시금 연두는 걱정을 잔뜩 머금은 표정으로 묻는다.
“지금은 다 나아써요..?”
“하하, 그럼. 원래 중이병은 잠깐 왔다 가는 병이니까.”
“잠깐요?”
“응, 잠깐.”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가끔 예외적으로 중이병이 불치병처럼 낫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보면 알지 않는가.
지금의 나는 성숙하면 성숙했지 중이병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튼.”
재빨리 나는 화제를 돌렸다.
아직 가장 중요한 걸 얘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이병의 정의에 대해.
“만약 연두가 중이병에 걸리면 아빠를 멀리하게 돼.”
“.. 아빠를요?”
“응. 맨날 하던 뽀뽀도 안 해주고, 이야기도 안 하려 하고, 심지어 눈도 잘 안 마주치려 하고, 아빠한테 떨어져서 혼자 있고 싶어하고. 그게 중이병이야.”
“…”
잔뜩 충격받은 표정이다.
얼마간의 침묵 끝에 연두의 입에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 연두가요?”
굳이 주어를 한 번 더 묻는 걸 보면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 모양이다.
중이병에 걸린 스스로의 모습이.
간신히 표정을 유지하며 나는 대답했다.
“응, 연두가. 여기 봐.”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아까 말했듯 댓글에는 수많은 답 댓글이 달려있었다.
-근데 나만 궁금함? ㅋㅋ 연두 중이병 걸린 모습
┖ㅋㅋㅋ 뭐야. 상상이 안 가잖아.
┖근데 억지로 상상해 보니까.. 왜 귀여운 건데!!
┖중이병 걸린 모습마저 귀여운 연두.. :하트1:
┖초록 : 연두야, 아빠랑 얘기 좀 할까? | 연두: 아빠랑 얘기 안 할 꺼에요! | 초록 : 또르르….
┖에이 ㅋㅋ 그때면 연두 발음 완전 정확하지
┖아, 그러네 ㅋㅋㅋ
┖과연 그런 일이 생길 것인가. 연두의 중이병으로 인해 초록구역과 연두구역이 나눠지는 일이.
┖초록님한테는 죄송한데 한 번쯤은 보고 싶다 ㅋㅋ 중이병 걸린 연두.
┖방문 쾅!
┖물론 그때까지 연두튜브는 쭉 함께하겠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밖에도 수많은 댓글이 쭉 이어져 있다.
놀랍게도 나는 그 댓글을 혼자 있을 때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읽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밌었으니까.’
연두부가 그리는 연두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두는 아닌 듯하다.
“시러..”
“응?”
“연두는 중이병 걸리기 시러요! 아빠랑 떠러지는 것도, 혼자가 대는 것도 시러요..!”
진심으로 싫은 표정이다.
조금은 화가 난 듯 한 마디를 덧붙인다.
“바보.”
“뭐라고, 연두야?”
“중이병 걸린 연두는 바보에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아직 걸리지도 않은 중이병에 걸린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모습도.
연두가 바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연두의 입에서 나오는 ‘바보’는 상당히 심한 표현이었다.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
그만큼 연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하다. 중이병에 걸린 연두가 할 행동들이.
결국 못 참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흡.”
“.. 아빠?”
“연두야. 걱정하지 마.”
뭐, 괜찮다.
어차피 더 두고 볼 생각은 없었으니까.
나는 연두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모든 사람이 중이병에 걸리는 건 아니거든. 걸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
중이병이든 갱년기든.
나이에 따라 일어나는 변화의 경우에는 특징이 있었다.
반드시 오는 건 아니라는 것.
“진짜요..?”
“응. 진짜.”
물론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연두가 중이병에 걸리거나 그렇지 않거나.
똑같이 아껴주고 사랑해 줄 자신이 있으니까 말이다.
스윽.
나는 주머니에서 쿠폰북을 꺼내며 말했다.
자연히 고정된 연두의 시선.
나는 쿠폰북을 흔들며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뭐, 혹시나 연두한테 중이병이 오거나 하면 아빠가 그때까지 아껴뒀다가 쓰면 되지.”
“머를요?”
“소원권. 중이병아, 나아라! 이렇게.”
“.. 그럼 나을 수 이써요?”
“그렇지 않을까?”
“우아…”
결국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소원권은 정말 대단한 거구나, 하고 빤히 바라보는 연두의 눈빛에.
손수 만든 쿠폰북이면서 말이다.
그러다 나를 보더니 자그맣게 입을 연다.
“아빠..”
“응, 연두야.”
“지금.. 쿠폰 쓰면 안 대요?”
“쿠폰? 소원권?”
도리. 도리.
고개를 젓고서 연두는 말했다.
“뽀뽀 쿠포니요. 연두 아빠한테 뽀뽀하고 시픈데..”
“하아, 연두야..”
“.. 안 대요?”
“당연히 되지!”
없던 쿠폰을 만들어서라도 쓸 거다.
흥분한 나는 카메라를 보고 나서야 아차 하고 텐션을 가라앉혔다.
실시간 방송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촬영 도중에 꽁냥거려 버렸다.
잘 참았는데 마지막에 결국 못 참았구나.
‘뭐, 어쩌겠어.’
딸을 연두로 둔 아빠의 숙명이었다.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전에 우선 연두부분들한테 인사할까? 쿠폰은 그다음에 쓰는 걸로 하고.”
“아, 네!”
먼저 내가 인사를 건네고,
“헤헤. 연두부들 안녕..!”
연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기분이 최고라는 걸 증명하는 친근감 넘치는 인사말이.
이렇게 유종의 미(?)를 거두며 댓글 읽기 콘텐츠가 끝이 났다.
틱.
동시에 누른 촬영 종료 버튼.
이후 방 안에는 몇 번이고 쪽쪽 소리가 울려퍼졌다.
***
연시레 촬영분이 올라가며 업데이트된 이든 홈페이지.
달칵.
그에 맞춰 나도 영상을 업로드했다.
[연시레의 첫 촬영!(feat. 주연이언니의 간이 콘서트)]연시레의 모델컷 촬영 장면과 더불어, 즉석에서 진행된 연시레와 주연이의 간이 콘서트까지 담긴 영상이었다.
많은 장면을 담다 보니 영상 길이는 10분을 꽤나 초과했다.
물론 주연이의 경우에는 업로드 이전에 의사를 물었다. 업로드해도 되겠냐고.
‘그럴 의도로 찍은 건 아니지만.’
당시에도 그랬고 막상 촬영분을 돌려보고 나니 더욱 강하게 든 생각이었다.
연두부에게도 주연이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이유는 간단했다. 그만큼 혼자 보기는 아까운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무대를 보며 리액션하는 연시레의 모습도 너무 귀여웠다.
무대 매너가 장난이 아니라 해야 하나.
응원 구호는 물론이고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 덕에 넓은 무대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세 명.. 아니, 나까지 포함해서 네 명으로.’
그야, 나도 열정적으로 응원에 동참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마음이었다.
넷이 보기는 아까운 무대이니 화면으로나마 수많은 관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막상 주연이는 내 물음에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저는 당연히 괜찮은데.. 괜히 오빠랑 연두한테 피해가 갈 거 같아서..”
“응? 뭐가?”
“홍보를 한다고 비춰질 수도 있고 제 노래가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의외로 생각이 깊은 주연이였다.
끝까지 전부 들은 나는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맞는데.”
“.. 네?”
“홍보 맞아. 원래 팬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를 막 알리고 싶어하잖아. 나도 그런 거야.”
“오, 오빠..”
“주연이 너도 그랬잖아.”
어찌 보면 주연이는 연두의 완전 초창기 팬이라고 볼 수 있었다.
연두를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친구들을 데려오고.
내가 유투브를 시작하자마자 이것저것 알려준 것에 더해 여기저기 연두를 알리곤 했으니까.
‘마찬가지야.’
나 역시 주연이의 팬이었다.
주연이가 잘 돼서 꿈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고.
게다가 주연이가 간과한 게 있었다.
“그리고 홍보라고 하더라도 연두부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아.”
“.. 왜요?”
“모르나 본데, 주연이 너 연두튜브에서 꽤나 네임드거든.”
“네임드요?”
“응, 그것도 엄청 호감 캐릭터. 오죽하면 연주케미라는 말이 있겠어. 존재감이 없으면 그런 말도 안 나와.”
우스갯소리로 나는 말을 덧붙였다.
“어감도 연주 케미라서 연두가 단비음악대 시작하고 나서 상승 예정이라는 풍문이 있더라.”
“흐흣, 그게 뭐예요!”
“게다가 이제는 시은이 노래 스승님이잖아.”
“아!”
저번에 헤어지면서 번호를 주고받고 지금껏 몇 번이고 통화를 나눴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고도 하고.
얘기의 출처는 물론 시은이의 입이었다.
‘잘 따르는 거 같단 말이지.’
시은이가 그렇게 얘기할 정도면 활짝 마음을 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주연이를 향해.
나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이제 또 생길지도 모르겠네.”
“뭐가요?”
“시주케미? 주시케미? 아무튼 시은이랑 주연이 너희 둘 간의 케미.”
그 말에 주연이는 또 쿡쿡 웃음지었다.
나도 덩달아 웃으며 말을 끝맺었다.
“그러니까 피해를 줄 거라는 걱정같은 건 안 해도 돼. 그리고……”
“…”
“뒤에 한 얘기는 더더욱 그렇고. 음치인 내가 보증하는데 너 노래 엄청 잘해. 아무도 별로라고 생각 안 할 걸?”
주연이는 장난스레 대꾸했다.
“음치라는 것만 빠졌으면 완전 믿음직스러웠을 거 같아요.”
“잠깐. 전에 말했지. 난……”
“흐흐, 알아요. 성대에 문제가 있는 거지, 음감이나 듣는 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이상해 보이는데?”
“에이..”
몇 마디 더 주고받다가 주연이는 말했다.
“감사해요, 오빠..”
“감사는. 그보다 전에 그 약속 안 잊었지?”
“어떤 약속이요?”
“첫 콘서트 때 나 명당자리 예약인 거.”
“당연하죠.”
이렇게 종료된 통화였다.
부디 이번 영상이 조금이나마 주연이가 꿈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스윽.
영상을 올린 뒤에 곧바로 나는 외출준비를 했다.
평소와 같이 연두를 데리러 가는 길이지만 오늘은 조금 복장을 갖춰입었다.
왜냐고? 이유는 간단했다.
마지막 날.
오늘은 수찬쌤의 결혼식을 앞두고 연시레가 모여서 축가를 연습하는 마지막 날이었으니까.
그런 자리에 내가 빠질 수는 없지.
덜컥.
씩 웃으며 문 손잡이를 돌렸다.
얼마 전과는 100% 달라진 완성된 단비음악대를 보러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