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뷔페
찰칵.
결혼식의 끝을 알리는 기념촬영.
“네, 됐습니다!”
몇 번의 촬영 이후 사진사의 말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는 하객들.
이렇게 기념촬영까지 모두 끝이 났다.
허나 결혼 절차가 끝났을 뿐, 아직 상당히 중요한 게 하나 남아있었다.
‘뷔페.’
바로 예식장의 뷔페였다.
결혼식 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단어였다.
특히나 어린 시절의 내게 있어서 결혼식은 곧 뷔페이기도 했고.
“끝난 거예요, 아빠..?”
연두가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럼요?”
“무대도 하고 축하도 했는데, 이제 밥 먹어야지.”
굳이 뷔페에 대해 설명해주기보다는 직접 보여주는 편이 빠를 거 같았다.
신랑 신부는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으니.
나는 일행을 향해 말했다.
“슬슬 올라갈까?”
“어, 그러자.”
“여기 음식 되게 맛있다고 하더라.”
“오.. 진짜? 기대되는뎅?”
“나 지금 완전 허기진 상태. 축의금 낸 거 다 내 뱃속으로 들어갈지도 몰라. 미리 말해두는데 말리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사람 특. 딱 두 접시로 끝남, 크크.”
“푸흣, 그거 완전 인정.”
뭔가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아니, 그때도 이렇게 섞여서 허물없이 얘기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시간이 지나서 오히려 더 쿨해진 건가.
남자애들이랑 여자애들이 한데 섞여서 장난스러운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나마 맴돌던 어색함도 다 사라졌고.
‘얘만 조용하네.’
그런 와중에 최서아만 조용하다.
하기야 학창시절에도 말이 많은 타입은 절대 아니었지.
성격도 그대로인 거 같네.
생각해 보니 조용한 사람은 또 한 사람 있었다.
‘.. 나잖아.’
우습게도 나였다.
딱히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최서아를 보다 보니 순간적으로 내가 겹쳐 보여서 깨달은 사실이지.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조용하면 어떤가.
‘불편하지만 않으면 되지.’
전부 다 와다다 말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법이다.
나처럼 밸런스를 조율해 줄 사람도 필요하다.
그렇게 합리화하며 말했다.
“그럼 가자.”
당연한 얘기지만 뷔페는 같은 건물 위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머릿수가 많아서 우리 일행만으로 엘리베이터가 거의 꽉 찬다.
‘동창회 느낌이네.’
저번 풋살 멤버와 나를 제외한 불한당 삼인방, 그리고 여자애들까지.
소규모로 만나는 요즘 동창회를 고려하면 충분히 많이 모였다고 볼 수 있었다.
그건 좋은데 문제가 있다.
“어우. 나눠 탈 걸 그랬나?”
“그러게.”
“됐어, 버텨. 금방 내리니까.”
너무 꽉 차서 밀착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만원이 뜨지 않아서 타긴 탔는데, 아무리 동창이라지만 순식간에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다.
마치 퇴근길 지하철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 밀지 마, 김동하!”
“아니. 어쩔 수 없다고! 유성현이 미는데 어떡해!”
“뭐? 찬율이가 이 덩치로 미는데 어떡하라고!”
“아니, 나도……”
거의 인간 도미노의 현장이었다.
참고로 찬율이는 운동으로 단련된 우람한 몸의 소유자였다.
멸치인 성현이가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아! 자, 잠깐.. 으앗!”
공교롭게도 내 옆에 위치한 사람은 최서아였다.
이리저리 치이면서 비틀거리다가 결국은 내 옆에 바짝 붙어서 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손으로 가방을 들고 뻣뻣하게 선 자세가 너무 어색해 보인다는 게 문제였지만.
“괜찮아?”
“응? 아, 괜찮아!”
“금방 열릴 거야.”
그대로 서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잠깐. 근데 내가 분명히 아이들을 안전한 구석으로 보호해 뒀던 거 같은데.
영문은 모르겠지만 시은이만 떨어져 나와, 나랑 최서아 사이에 쏙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이상하네.’
스르륵.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잽싸게 뛰쳐나가며 성현이가 말했다.
“후..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으으,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었어. 유성현이랑 이렇게 밀착해서 올라가다니.”
“.. 누군 즐거웠는 줄 아냐?”
금세 또 투닥거리는 게 녀석들다웠다.
뒤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
식권을 나눠주는 젊은 남자였다.
“연두야.”
“네, 아빠.”
“저기 저 오빠한테 식권 받으면 들어갈 수 있어.”
“식거니요..?”
“응. 식사하러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쿠폰 같은 거야. 연두가 어버이날에 아빠한테 만들어준 쿠폰처럼.”
“아!”
열심히 설명해주다가 뒤늦게 눈치챘다.
나를 향하고 있는 시선을.
조나예와 최서아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신기해하는 표정 같은데 딱 잘라 정의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그럴 만도 한가.’
하기야 무려 7년 만에 본 건데.
아빠가 된 내 모습이 적응이 안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조나예가 입을 뗐다.
“우와.. 이주원 너…”
“응?”
“방금 진짜 아빠 같았어. 이제야 실감이 확 간다. 그치, 서아야.”
끄덕. 끄덕.
최서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괜히 쑥스럽네, 이거.
대충 말을 받고서 고개를 돌리니 아이들이 사라져 있었다.
다행히 바로 눈에 들어왔다.
“하하.”
빠르기도 해라.
역시 완전체 연시레의 행동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세 아이가 서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식권을 나눠주는 오빠 앞이었다.
생긋 웃으며 손을 내미는 연두.
“오빠!”
“으, 응?”
“연두랑 시으니랑 레나. 식건 주세요..!”
“식건? 아, 식권. 잠깐만..”
횡설수설하는 걸 보니 반쯤 정신이 나가 보인다.
충분히 이해는 가는 반응이었다.
나는 웃으며 아이들을 향해 걸어갔다.
***
식권을 건네받고 일행과 함께 식사 장소로 들어가려는데,
“형님!”
가로막는 음성이 들렸다.
얼굴을 보지는 않았지만 나를 부르는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우습지만 순간적으로 동건이가 아닌가 생각했다.
‘아냐.’
허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형님과 행님은 어감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으니까.
그럼 누구지.
툭.
자연히 함께 멈춰선 일행의 발걸음.
나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앳된 남학생이 한 명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재차 인사하는 걸 보니 대상이 나인 건 확실해 보인다.
또래로 보이는 옆의 남학생들은 낄낄거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자연히 내 입에서는 한 마디가 나갔다.
“.. 누구세요?”
누군지 알아야 인사도 받을 거 아닌가.
처음 보는 얼굴이라 나로서는 달리 할 얘기가 없었다.
그러자 들려오는 대답.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현재 평화고 이학년 재학 중인 김혁이라고 합니다!”
“평화고?”
“넵! 평화고의 자랑이신 초록님, 선배님한테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하, 하하..”
생각해 보니 우리만 있으리란 법은 없었다.
아까 앳된 얼굴이 꽤나 보인다 싶더니 현재 평화고 재학 중인 수찬쌤 제자들도 온 모양이었다.
신부인 최정윤 선생님 제자일 수도 있고.
그와 별개로 마음은 고맙지만 정신이 어질어질해지는 인사다.
“오오! 이주원!”
“이야~ 평화고의 자랑 나왔죠?”
“어깨 올라가죠?”
이 녀석들이 이럴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래도 후배인 만큼, 선배로서 잘 대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랬구나. 반가워. 같은 학교 출신이니까 말은 편하게 해도 되지?”
“예, 물론입니다!”
한 명이 성공해서인지 떨어져서 지켜보던 후배 녀석들도 우르르 와서 말을 섞기 시작했다.
“옆에 계신 분들도 다 평화고 선배님들이신 거죠?”
“응, 맞아.”
“우와..”
“왜?”
“7년 동안 평화고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해서요. 진짜 지금은 학교에 예쁜 애 한 명도 없는데.”
옆에서 바로 디스가 튀어나왔다.
“니 얼굴부터 보고 말해.”
“뭐가. 나 정도면 평화고에서 잘생긴 편이지.”
“그래. 그게 평화고 남자도 하향평준화 됐다는 걸 알려주는 지표인 거야.”
“…”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날카로운 녀석이었다.
조나예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원래 그런 거야, 얘들아. 커서 화장하고 의술의 힘을 빌리면 예뻐진단다. 그러니까 지금 여자애들이랑 친하게 지내.”
“그럼.. 누님도 빌리셨나요?”
“뭘?”
“의술의 힘이요..”
“흐흐, 아주 조금? 얘처럼 특이 케이스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최서아를 가리킨다.
호기심 많은 후배의 물음.
“왜요?”
“얘는 고등학교 때 그대로거든.”
“와, 대박..”
뜻하지 않게 이루어진 선후배 간의 만남.
의외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며 친근하게 대화하는 녀석들이었다.
그런 와중 머릿속에 떠오른 사실.
“잠깐만, 얘들아.”
“네?”
“너희 우영이랑 동갑 아니야? 같은 평화고 다니고.”
옆에서 우영이가 한 마디도 없길래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아까 혁이라 소개한 후배가 바로 대답했다.
“맞아요. 안 그래도 얘기하려 했는데..”
“서로 알아?”
“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인데 당연히 알죠. 우영 하이!”
그런데 대참사가 발생했다.
“난 너 처음 보는데.”
소위 말하는 갑분싸의 순간이었다.
***
꽤나 긴 시간, 나는 후배를 달래줘야 했다.
말을 꺼낸 걸 후회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혁이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복도를 오가며 마주칠 때 몇 번이나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하니까.
‘우영이도 받아줬다고 했고.’
대충 느낌은 왔다.
우영이의 성향을 고려할 때 그냥 무미건조하게 받은 거겠지.
상대가 누군지는 안중에도 없이.
‘결국.’
위로와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나서야 혁이는 웃으며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연두의 공이 컸다.
내 옆에 꼭 붙어서 혁이의 위로에 동참했으니까.
“고마워, 연두야.”
“네에.”
드디어 식사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혼자 다 챙기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동창의 힘을 빌렸다.
여자애들이 기꺼이 나서줬다.
“내가 레나 접시까지 챙겨줄게!”
“시은이는.. 언니랑 같이 갈래?”
각각 조나예와 최서아를 따라가는 레나와 시은이.
덕분에 나는 마음 놓고 연두와 함께 뷔페 이곳저곳을 돌 수 있었다.
엄청난 음식 수에 연두의 입이 헤 벌어졌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
“여기 있는 음식이면 뭐든지 먹어도 돼. 그게 뷔페거든.”
“머든지요?”
“응.”
“우아…”
감탄사를 내뱉은 연두는 중얼거렸다.
“비페 진짜 짱이다…”
“푸흣.”
진심 어린 혼잣말에 터져버린 웃음.
궁금한 게 생각났는지 연두는 자그맣게 입을 열었다.
“그럼요, 아빠..”
“응.”
“마니 담아도 대요..?”
“음식?”
“네.”
“그럼. 담고 싶은 만큼 담아도 돼. 그게 뷔페의 특징이거든.”
다시 한번 벌어지는 연두의 입.
이 정도면 뷔페에 대해서는 대충 다 설명해준 거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였다.
“자, 담아 볼까?”
“네!”
가장 먼저 들어온 음식은 공교롭게도 연두가 좋아하는 소시지였다.
연두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쏘시지다..!”
“하하, 그러네. 연두 소시지 먹을 거지?”
“네!”
“잠깐만. 아빠가 담아줄게.”
토독. 토독.
소시지와 야채를 적당히 덜어 그릇 한켠에 놓아줬다.
그리고 집게를 내려놓는데,
“응?”
연두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소시지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는데, 뭔가 미련이 남은 표정 같다고 해야 하나.
곧이어 연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빠..”
“응?”
“연두 소시지 마니 먹고 시픈데…”
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마음껏 담아도 된다고 해 놓고선 조금만 담는 내가 이해가 가지 않은 모양이다.
연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했다.
“연두야.”
“네에.”
“뷔페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엄청 많잖아.”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를 향해 설명해줬다.
“그런데 소시지만 너무 많이 먹어버리면 어떨까?”
“으음..”
고민하던 연두는 대답했다.
“배가 불러여..”
“맞아. 배가 부르면 다른 음식을 먹기 힘들어지겠지?”
“네.”
“그러니까 여러 음식을 조금씩 담는 거야. 다 먹고 나면 소시지는 또 와서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거든.”
동그래진 눈으로 연두가 묻는다.
“.. 또 올 수 이써요?”
이제 보니 가장 중요한 걸 얘기해주지 않았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응. 열 번도 와도 돼.”
“여, 열 번…”
실상은 세 번 오면 성공이긴 하겠지만.
열 번이라는 말에 연두는 의지가 불타오른 거 같았다.
“연두 진짜 마니 먹을 꺼에요, 아빠..”
“흐흐, 그래.”
그렇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생애 처음으로 뷔페에 온 연두의 첫 접시가.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