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79)
379화. 후일담
한편 이주원이 떠나고 난 뒤 남은 무리.
자연히 남자 일행과 여자 일행으로 나뉘어 서로 인사를 나눴다.
“또 보자.”
“그래. 잘 지내구!”
두 무리는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우르르 함께 걷던 와중 감자삼촌 박준수가 친구들을 향해 물었다.
“너네 어디로 가냐?”
“난 지하철역.”
“방향 같으면 내 차 타고 가. 태워줄게.”
그렇게 또 남자 일행은 둘로 나뉘었다.
차를 타고 가는 일행과 대중교통을 타고 가는 일행.
몇몇이 떠나고 남은 건 총 다섯 명이었다.
“오늘 리얼 재밌었다.”
“그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걸, 동창회.”
“맞아.”
“일단 결혼식 때 텐션이 제대로 올라서 그래. 단비음악대 축가가 신의 한 수였지.”
“축가 영상 찍은 사람? 나 멍때리고 보다가 못 찍음.”
“킥킥, 난 찍었지.”
“오.. 보내줘. 다시 그 열기를 느끼고 싶다고.”
“그냥 연두가 보고 싶은 거 아니고?”
“그것도 맞지.”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차.
다섯은 바로 안에 탑승했다.
차가 출발하고 다시 대화를 나누던 와중, 최시영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야, 성현아. 주원이 있잖아.”
“응. 왜?”
“혹시.. 이혼한 거냐?”
“…”
전혀 생각 못 했던 물음에 말문이 턱 막힌 유성현.
운전대를 잡은 박준수와 뒷좌석에 앉은 최윤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까 잘 넘겼다 생각했는데, 차에서 이런 물음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특히나 유성현은 더더욱 그랬다.
‘.. 나 때문인가.’
아까 자신의 말실수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웠고.
섣불리 친구의 사정을 얘기하는 것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모른다고 하는 건 거짓말로 보일 게 뻔했으니까.
결국 유성현은 아까처럼 웃으며 말했다.
“하하, 왜.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러냐? 그거 라고 할 뻔이잖아, 라고 할 뻔.”
“아니, 꼭 그거 때문이 아니라..”
최시영이 말을 이었다.
“전부터 생각했어.”
“.. 전부터?”
“어. 연두튜브 봤을 때는 그냥 노출을 꺼리는 거겠지 했는데, 우리랑 있을 때 와이프 얘기를 한 번도 안 꺼내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찬율이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던 모양이다.
쭉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니 충분히 납득이 갔다.
친구들은 바보가 아니니까.
그에 더해 아까 자신이 한 말실수 때문에 더 오해의 불씨가 커졌을 게 분명하다.
‘아오. 이 멍청이.’
이 바보 같은 입을 어떡해야 될까.
마음 같아서는 꿰매버리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아플 거 같다.
주인 잘못 만난 입이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주원이가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이혼해서 혼자 연두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 너희랑은 지금도 그렇고 전부터 워낙 친했으니까.”
“뭐, 그렇지.”
이혼.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라 볼 수 있었다.
허나 그 추론은 틀렸다.
주원이의 경우는 얘기를 듣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으니까.
‘그 녀석이 무슨 이혼이야.’
실소가 흘러나왔다.
아직 연애도 제대로 안 해 본 주제에 이혼을 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호각을 다투던 녀석이.
유성현은 빙긋 웃으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너네 의외로 되게 착하다?”
“엥? 갑자기?”
“일부러 주원이 생각해서 얘기 안 꺼낸 거 아냐. 풋살장에서도 그렇고 오늘도.”
“하하.. 뭘 새삼스럽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친구 녀석들에게 어떻게 대답해주는 게 좋을지.
허나 애초에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냐.’
자신이 얘기하는 건 정답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 얘기를 할 권리는 당사자인 주원이에게 있는 거니까.
비록 이 녀석들이 섭섭해할지라도 말이다.
그렇게 말하려는데,
“성현아.”
뜻밖에도 입을 연 건 가만히 듣고 있던 김찬율이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얘기 안 해도 돼.”
“뭐?”
“주원이가 때가 되면 말해주겠지. 안 말해줘도 상관없고. 그게 뭐 중요하냐. 주원이가 지금 연두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게 중요한 거지.”
“…”
몰랐다.
입을 열기도 전에 역으로 이렇게 얘기할 줄은.
끝이 아니었다.
“하긴.”
짧게 말을 받은 시영이는 말했다.
“이걸 주원이가 아니라 너한테 전해 듣는 것도 이상하긴 하네. 그냥 말하지 마라. 말하면 평생 모쏠.”
“…?”
눈이 띠용 부푼 유성현이 말했다.
“아니, 여기서 모쏠이 왜 나오냐?”
“크크, 쏘리.”
“그리고 애초에 말할 생각 없었거든? 내 입이 그렇게 가벼운 줄 아냐? 철근보다 무거운 게 내 입이라고. 보여? 어?”
“아, 그래서 아까 그 철근 같은 입으로 말실수하고 허둥지둥하셨구나~”
“푸흣.”
우람한 발을 동동 구르며 웃음을 참는 찬율이.
준수랑 윤우는 이미 웃음이 터진 상태였다.
유쾌함 가득한 차 안이었다.
***
한편 집에 도착한 조나예.
손을 씻고 나온 뒤 최서아를 향해 말했다.
“서아야. 들어가.”
“응.”
왜 최서아도 집 안에 있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했다.
둘의 집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기 때문.
그래서 친한 사이인 둘은 심심할 때마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톡. 톡.
손을 씻은 뒤 물기를 털어내는 최서아.
끼익.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소파에 앉은 둘.
최서아가 살며시 입을 뗐다.
“나예야.”
“웅.”
“뭔가.. 있어 보였지?”
워낙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는 터라.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조나예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너도 느꼈구나?”
“응..”
“유성현 진짜 연기 못 하더라. 눈동자가 그렇게 흔들리는데 어떻게 눈치를 못 채겠어, 프흣.”
여기서도 디스를 당하는 유성현.
대화에서 느껴지듯 대화에서 숨겨진 주어는 다름 아닌 이주원이었다.
냉장고에서 가져온 오렌지주스를 홀짝홀짝 마시며 조나예가 말했다.
“더 멋있어지긴 했더라.”
“누구?”
“누구긴, 이주원이지.”
“아..”
“뭔가 전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더 성숙해진 느낌이라 해야 하나. 으른이 된 느낌? 딸이 생겨서 그런가.”
“.. 그럴 수도 있겠다.”
조나예는 살짝 고개를 돌려 최서아의 얼굴을 살폈다.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그런 건 아니지?”
“뭐?”
“7년 만에 첫사랑의 얼굴을 보고 사그라들었던 마음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거나, 누구를 봐도 뛰지 않던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거나, 사랑이란 감정이 어떤 건지 알게 됐다거나. 그런 순정만화 여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우리 서아?”
“아, 아냐!”
당황한 최서아는 강하게 부정하며 중얼거렸다.
“어떤 사정인지도 모르는데..”
말하고서 아차 싶었다.
역시 조나예는 한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았다.
“잠깐. 그 말은 내가 납득할 만한 사정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니래도!”
“흠.. 수상해?”
조나예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하긴 너희가 되게 순정만화 같긴 했지. 학교에 오면 미술실에서 그림만 그리는 남주, 그리고 그런 남주를 졸졸 따라 맨날 미술실에 가던 여주. 그리고 명품 조연인 여주 친구 캐릭터 나까지.”
비유에서부터 순정만화를 여럿 섭렵한 티가 나는 조나예였다.
그 와중에 본인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다.
최서아는 바로 반박했다.
“야, 졸졸 따라다녔다는 건 뭔데!”
“응? 아니야?”
“당연하지. 나 수찬쌤이랑도 친했고 그림 그리는 거도 좋아했는데.”
“가서 그림 그린 게 손에 꼽는 거 같은데…”
“그건……”
말문이 막힌 사이 조나예는 계속해서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 사건까지 완벽한 순정만화네. 위기 단계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멀어진 남주와 여주가 7년 뒤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까지 완벽해.”
“…”
“남주가 딸이랑 같이 왔다는 점에서 장르가 완전 뒤바뀌어 버리긴 하지만.”
확실히 만화로 치면 어마어마한 반전이긴 하다.
아마 작가가 성난 독자들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왜인지 이번에는 조용히 생각에 잠긴 듯한 최서아.
조나예는 슬쩍 보더니 말했다.
“서아야.”
“응?”
“맥주 마실래?”
제안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서아와 깊은 얘기를 나누기 좋은 타이밍일 거 같아서였다.
하지만 최서아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오늘은 안 돼. 다음에 마시자.”
“왜?”
“그냥.”
거절하는 이유 역시 간단했다.
지금 술을 마시면 말실수를 해 버릴 거 같아서.
“구랭. 그럼 TV나 보자.”
“응.”
TV는 좋은 탈출구였다.
***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서 핸드폰을 보니 수많은 알림이 떠올라 있었다.
대부분 단톡방 알림이었다.
‘또 하나 생겼네.’
단톡방이 또 하나 생겼다. 남자애들뿐 아니라 어제 결혼식에 참석한 여자애들.
그리고 수찬쌤까지 포함된 단톡방이었다.
새벽쯤 초대된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수많은 채팅이 쌓여있었다.
스르륵.
쭉 올려 처음 채팅을 보니 영상 파일이 하나 올라가 있었다.
준수가 올린 파일이었다.
터치와 동시에 영상이 다운로드 후 재생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준수입니다. 존경하는 홍수찬……”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제 프라이빗 라운지에 앉아서 동창들끼리 촬영한 영상편지라는 걸.
“신부가 많이 아깝습니다.”
영상으로 보니 더 웃겼다.
표정에 조금의 미동도 없이 수찬쌤을 디스하는 준수의 모습을 보니.
얼마 뒤 나오는 연시레의 영상편지.
“결혼 추카드려요..”
“오늘 엄청 예뻤어요.”
“Herzlichen Glückwunsch zur Hochzeit.”
어느 집 아이들이길래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절로 번지는 미소.
이후에도 차례로 동창들의 영상편지가 재생됐다.
‘어디 볼까.’
지금쯤이면 발리에 도착한 선생님의 반응이 어딘가에 있을 터.
쭉쭉 내리며 선생님의 이름을 찾았다.
꽤나 손가락 노동을 한 끝에 나는 홍수찬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홍수찬 : 연두, 시은이, 레나. 고맙다. 너무 귀엽구나♡
아니, 잠깐만.
영상편지가 이렇게 수두룩한데 제자를 향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니.
연시레한테는 안 쓰는 하트까지 보내고.
이건 너무하잖아.
역시나 아래에 친구녀석들의 반응이 쭉 이어져 있었다.
유성현 : ?????
박준수 : 허허, 메시지가 누락된 거 같은데요, 선생님.
조나예 : 와.. 이건 진짜 마상이다…
김찬율 : (우는 연두)
최서아 : 너무하시긴 하다. 진심을 다해 찍었는데 ㅠㅠ
최서아까지 이럴 정도면 진짜 너무한 거다.
그 와중에 연두티콘을 쓰는 찬율이를 보고 웃음이 터진 건 안 비밀이다.
하나같이 장난스러운 느낌의 채팅이긴 하지만, 나 역시 이건 참을 수 없었다.
화면을 내려 서운함을 표현하려는데,
홍수찬 : 장난이다, 이 녀석들아. 장난 한번 쳤다고 득달같이 물어뜯기는.
수찬쌤의 채팅이 이어져 있었다.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재미있게 봤다는 말을 덧붙인 채팅.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많은 제자들 중 나만 콕 집어서 남긴 채팅도 있었다는 것.
홍수찬 : 주원이 너는 돌아가면 보자. 선배님 대접 제대로 해 주마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동시에 떠올랐다.
예능감을 보여주겠답시고 육아 선배라는 걸 어필하며 조언하듯 찍은 영상편지가.
히읗 아홉 개까지 완벽하네.
아무래도 당분간은 수찬쌤과의 만남을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절대 보복이 두렵다거나 한 건 아니다.
‘즐기셔야지.’
꿀 떨어지는 신혼을 즐길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걸 위한 제자의 배려였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단톡방을 닫으려는데,
‘응?’
다른 단톡방도 채팅이 쌓여있었다.
다름 아닌 고딩 녀석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이었다.
채팅을 쏟아낸 건 주연이였다.
하주연 : 오빠.. 이거 보세요…
오범재 : 와 ㅁㅊ
조동건 : 갑자기 뭐냐?
주연이의 채팅에는 링크가 하나 첨부되어 있었다.
링크 주소에 들어 있는 유투브라는 영어를 보자마자 대충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결혼식 전에 올린 영상.
원래는 단톡방을 끄고 연두튜브 영상의 반응을 보러 가려 했는데, 그 전에 먼저 봐야 할 게 생긴 듯했다.
주연이의 채널에 꽤나 큰 변화가 일어난 거 같으니까.
달칵.
나는 씩 웃으며 링크를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