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8)
38화. 연락
서지혜가 동그래진 눈으로 입을 열었다.
“연두튜브..? 그게 뭐예요?”
연두의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선수를 빼앗겨 버렸다.
뭐, 어차피 이야기할 생각이었으니까 상관은 없었지만.
“사실 지금 말해주려는 참이었는데······”
나는 그녀에게 연두튜브가 대충 어떤 채널인지 설명해 줬다.
그리고 방금 연두가 공부하는 영상을 콘텐츠로 쓰고 싶다는 것까지.
“지혜 씨 목소리는 나오겠지만, 얼굴 나오는 건 걱정 안 해도 돼요. 편집으로 간단히 없앨 수 있으니까.”
“와.. 진짜 전문가였구나.”
“네?”
“카메라 만질 때 혹시나 했는데, 진짜 전문가일 줄은 몰랐어요…”
“하하, 전문가 아니에요. 유투브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뭐.”
서지혜가 웃으며 말했다.
“영상 쓰셔도 돼요. 딱히 제 얼굴 나와도 상관없구요. 근데…”
“근데?”
“채널 한 번만 보여주세요!”
핸드폰을 꺼내서 보면 된다고 말하려다, 그냥 컴퓨터를 켰다.
채널을 보여주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내가 질문했다.
“지혜 씨는 아는 유투브 채널 좀 있어요?”
“네. 저는 브이로그 같은 거 좀 많이 보거든요. 교사 브이로그 채널이라거나.”
“그렇구나. 역시 대부분 관심 분야 위주로 보나 보네요.”
“그쵸. 저는 아무래도 교대생이니까요. 근데 또 눈을 확 사로잡는 채널이 있으면······”
달칵.
그러는 사이,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클릭하자 곧바로 연두튜브가 떠올랐다.
채널이 떠오르자마자 서지혜의 말이 끊겼다.
“으응..?”
이윽고 서지혜의 눈이 다시 한번 동그래졌다.
“뭐, 뭐예요!”
“뭐가요?”
“오빠 유투브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면서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거 맞는데…”
“근데 어떻게 구독자가 삼만칠천이에요..?”
삼만칠천. 이 숫자는 내가 봐도 놀라웠다.
이틀 전만 해도 이만을 살짝 넘겼던 구독자가 이렇게 치솟은 거니까.
상승세는 계속해서 탄력을 받고 있었다.
이 기세라면 십만 구독자에 도달하는 건 그리 먼 목표가 아니었다.
한편, 서지혜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진짜 예쁘다..”
영상을 본 것도 아닌데 뭐가 예쁘다는 거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답을 알 수 있었다.
채널에서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연두를 그린 채널아트밖에 없었으니까.
채널아트 제작자로서 괜히 쑥스러워지는 기분이었다.
서지혜가 나를 가늘게 바라보며 말했다.
“저 속인 거죠, 오빠!”
“갑자기요?”
“아니이.. 별생각 없이 시작하면서 이렇게 예쁜 채널아트를 쓰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 정도 일러면 돈 엄청 들 거 같은데.”
“하하, 그렇게 보여요?”
“네. 너무 예쁜데요? 연두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덩쿨 왕관이랑 배경까지. 제가 아까 말한 눈을 확 사로잡는 채널이 이런 걸 말하는 건데…”
서지혜는 한참이나 채널아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내가 그렸을 거라는 사실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낯간지럽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직 내 그림이 제삼자의 눈에 좋게 보인다는 사실에.
“헤헤…”
그런데 옆에서 자그마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연두가 입을 가리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볼까지 붉게 달아오른 걸 보면 엄청 기분 좋은 표정이다.
“언니이..”
이어서 연두는 말갛게 웃으며 서지혜를 불렀다.
“응?”
“채널아트 있자나요..”
어쩌지. 또 연두에게 선수를 빼앗겨 버릴 거 같다.
어떤 말을 꺼낼지 눈치채긴 했지만, 일부러 끼어들지 않았다.
연두는 세상 뿌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가 그려써요..!”
내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연두는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빠가 저렇게 예쁜 채널아트를 그렸다는 걸.
어떻게 보면 이 채널아트는 나보다 연두에게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연두가 그려진 그림이기도 하고, 내가 처음으로 연두에게 준 선물다운 선물이니까.
이걸 안전히 보관할 비밀장소를 찾겠다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던 연두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했다.
한편, 연두의 말을 들은 서지혜가 내게 말했다.
“오빠.”
“네.”
“연두가 제가 많이 편해지긴 했나 봐요. 이렇게 장난도 칠 정도면. 그쵸!”
“하하..”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저 고개를 으쓱해 보였다.
서지혜는 그런 나를 보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반응이 왜 그래요..?”
“흠, 글쎄요.”
연두는 옆에서 답답한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맞는데에.. 우리 아빠가 그린 건데…”
이쯤 되니 서지혜도 장난이 아니란 걸 느낀 듯했다.
그때 연두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나를 불렀다.
“아빠아..!”
“응, 연두야.”
“언니한테 보여줘도 대요..? 보여주고 바로 비밀상자에 너으면 대는데..”
“크크, 그래. 연두 마음대로 해.”
와다다다.
연두는 곧장 구석으로 달려가 숨겨둔 상자를 꺼내 가져왔다.
조금이라도 빨리 보여주고 싶은지,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스윽.
연두는 바로 상자를 개봉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상자를 열어서 그림을 보는 연두였다.
그런데도 볼 때마다 좋은가 보다. 저런 웃음을 짓는 걸 보면.
“와…”
물론 가장 놀란 건 서지혜였다.
이쯤 되면 조금 서운할 정도다. 정말 조금도 내가 그렸을 거라 생각 안 한 모양이니까.
아니, 생각해 보면 이런 반응이 당연하긴 하지.
나는 한 번도 과거에 그림을 그렸다는 걸 얘기한 적 없었으니 말이다.
연두는 조심스레 그림을 들고 서지혜에게 보여줬다.
“아빠가 연두 보면서 그려줘써요..!”
서지혜는 홀린 듯 그림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 진짜 오빠가 그린 거예요?”
“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리세요? 미술 하셨어요?”
“예전에 조금요.”
굳이 자세한 사정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나는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혹시 또 삐진 건 아니죠?”
“네? 제가 왜 삐져요?”
“미술 했던 거 미리 얘기 안 했다고 또 삐지는 거 아닐까 걱정돼서요.”
“아악! 저 진짜 그런 애 아니라니까요!”
***
“와.. 진짜 뭐예요?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 있지?”
처음에 영상 네 개로 구독자 삼만칠천을 넘겼다는 말을 듣고는 기절초풍을 한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달라졌다.
“알 거 같아요. 이런 영상만 올리는데 구독자가 안 붙고 배길 리가 없죠..”
그렇게 서지혜는 앉은자리에서 영상 네 개를 몰아봤다.
한 번도 모니터에서 눈을 안 떼는 게 신기했다.
연두도 옆에서 영상을 빤히 감상했다.
그 모습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자기 모습을 보는 건데 저렇게 다른 사람 보듯이 감상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하긴, 저번에도 그랬지.
매운 걸 먹고 집안을 뛰어다니는 자기 영상을 보며 ‘우아.. 연두 완전 빠르다..’라고 했으니까.
서지혜는 영상을 전부 보더니 한마디를 내뱉었다.
“.. 이게 끝이에요? 더 없어요?”
역시 사람은 전부 비슷한 모양이다.
서지혜의 반응은 연두튜브 댓글 반응과 거의 똑같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없네요.”
“하으아… 더 보고 싶다. 그래도 연두튜브 주인공인 연두를 안다는 게 행운이네요. 앞으로 같이 공부도 할 거고. 그치, 연두야!”
“네에.. 글자 공부!”
“기역은 뭐지, 연두야?”
“.. 그, 그, 구렁이요!”
서지혜가 엄지를 내밀며 자연스레 다음 글자를 말했다.
교대생 아니랄까 봐. 복습을 시켜주려는 모양이다.
“그럼 니은은?”
“어어.. 느.. 느..”
서지혜가 무언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깐 고민하던 연두는 말했다.
“누렁이!”
“푸흡.”
결국 웃음이 터져 버렸다.
연두의 머릿속에는 학습지에 그려진 그림보다 누렁이라는 단어가 강렬히 박힌 모양이었다.
서지혜는 당황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 연두야. 누렁이가 아니라 나비. 나비 날개 모양으로 기억해야지.”
“아.. 맞다.. 니은은 나비인데.. 잘모태써요..”
“아냐! 누렁이도 틀린 건 아니야. 니은으로 시작하는 단어니까.”
그녀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내게 말했다.
“어쨌든 채널 진짜 성공할 거 같아요. 재밌고 귀엽고 또 보고 싶고.”
서지혜는 옅게 웃음을 띠며 말을 이었다.
“다음 영상에는 저도 출연하겠네요?”
“아마 그럴 거 같아요. 한 번 돌려봐야 하긴 하겠지만.”
“헤헤, 잘 편집해 주세요. 아까 말했지만 얼굴은 나와도 상관없어요! 괜히 편집해서 어색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요. 고마워요.”
“에이, 뭘요.”
***
지혜씨가 돌아간 후, 나는 조금 고민에 빠졌다.
다음 영상을 무엇을 올릴까 하는 고민이었다.
‘원래는 그냥 오늘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려 했지만.’
저번에 남겨둔 동화책 읽은 후의 비하인드 영상이 있었다.
내 멘트가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올릴지 말지 고민했던.
어느 정도 각오하고 서지혜에게 그 영상을 보여줬는데,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왜 고민해요..? 이 영상 대박인 거 같은데. 엄청 재밌으면서도 감동적이고. 원래 이렇게 다양한 느낌의 영상을 올려야 해요! 그리고 오빠 말하는 거 하나도 안 오글거리고.. 오히려 멋있는데······”
마지막은 빈말이겠지만, 지혜 씨 말대로 재미있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은 영상이었다.
호랑이 안부를 걱정해 주는 연두. 민우가 호랑이보다 세다고 대답하는 연두.
그리고 ‘연두야. 호랑이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라며 동심파괴 하는 나.
뒤이어 ‘아빠는.. 연두가 꼭 지켜줄게요..!’라며 내 손을 꼭 잡는 연두의 모습까지.
잠깐 생각해서 떠오르는 것만 이 정도였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엄청 많은 영상이었다.
유일하게 걸리는 거라면, 내 멘트가 좀 오글거렸다는 건데.
편집을 통해 자르면 되게 흐름이 어색해질 거 같고.
그러나 사실 상관없었다. 내 이미지가 어찌 되든 영상 반응만 좋다면.
‘좋아, 올리자..!’
사실 이 영상은 편집을 어느 정도 진행해 둔 상태였다.
딱히 다른 편집할 영상이 없기도 했고, 나중에 비하인드 영상으로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우선 오늘은 이 영상을 마저 편집해서 업로드할 생각이었다.
오늘 찍은 연두가 글자공부를 하는 모습은 그다음 영상으로 미루기로 하고.
뭔가 기분이 좋았다.
오늘 영상을 올린다고 해도, 여유 영상이 하나 있다는 사실에.
탁. 탁. 스르륵.
나는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원본을 재생하며 자막을 넣는 작업과, 필요하다면 각종 효과를 넣는 작업.
필요 없는 부분은 제거하는 작업까지.
이제는 상당히 능숙해진 편집 실력이었다.
‘미, 미누 나빠여..! 연두한테 거짓말 해써..!’
‘하하, 연두한테 멋진 모습 보여주려고 그런 걸 거야. 그러니까 민우 미워하지 마.’
‘미누 하나도 안 멋저요!’
“크크.”
이 일의 장점이었다.
연두의 영상 편집은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나는 빠른 속도로 편집을 진행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후우..”
편집이 완료됐다.
7분가량으로 나쁘지 않은 길이의 영상이 나왔다.
-연두의 동화책 읽기!(호랑이와 곶감 – 비하인드)
나는 곧바로 연두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영상으로 연두튜브 채널은 얼마나 더 성장할까.
무척 기대가 됐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아직 시간은 별로 늦지 않았다.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다음 영상도 편집할 필요가 있었다.
‘조금 해 둘까.’
미리 편집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나는 바로 다음 편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편집에 몰두하는 도중.
지이이잉.
주머니 속 핸드폰이 몸을 떨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따로 저장해 둔 번호는 아니었다.
“여보세요.”
“주원아. 오랜만이야..!”
여자의 목소리였다.
다짜고짜 이름을 불린 나는 말했다.
“누구시죠?”
“치, 섭섭한데? 내 목소리도 기억 못 하고.”
이어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윤우 누나 윤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