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95)
395화. 얼음땡
타이밍 좋게 도착한 세연씨와 피아니스트 이은경.
전부 모였으니 사전에 약속한 대로 이제 놀이터로 향할 차례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안대!”
눈에 쓰는 안대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 돼!’였다.
어눌한 발음 때문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 안 댄단 마리야!”
연두를 제외하고 이 자리에서 이런 어눌한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양손 주먹을 꾹 쥐고서 빽 소리치는 꼬맹이.
다름아닌 민우였다.
스윽.
자연히 민우에게로 쏠린 시선.
그런 와중에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건 어린이집 교사 유미경이었다.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는 물었다.
“왜 그러니, 민우야?”
민우는 입을 삐죽 내밀고 선생님을 향해 답했다.
“실탄 말이에요!”
“뭐가?”
“나만 빼고 노리터 놀러 가자나요! 나도 노리터 조아하는데…”
방금 놀이터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은 걸 들은 모양이다.
민우 입장에서는 확실히 서운할 만도 했다.
자기만 두고 놀러 가는 것도 모자라 그 멤버에 영혼의 라이벌인 선동이도 끼어 있다고 생각하면.
‘이걸 어쩐다.’
나로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민우 어머님이 계셨다면 몰라도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대려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연두도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다.
안타까운 듯 민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말한다.
“아빠..”
“응, 연두야.”
“노리터 가치 가면 안 대요? 미누도…”
마음은 알겠으나 방금 말했듯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었다.
그 사이 민우를 향해 말하는 유미경.
“이렇게 고집 부리면 안 돼, 민우야. 놀이터는 다음에 가도 되니까 어머니 오실 때까지……”
그런 그녀의 설득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우의 서러움만 증폭시킬 뿐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여섯살이란 나이는 내 서러움 이외의 사정같은 걸 생각하기에는 어린 나이니까.
아마 민우의 머릿속도 ‘나만 못 가!’라는 생각 하나로 가득 차 있겠지.
‘이걸 어쩐다.’
이대로 조금만 뒀다가는 울음을 터트려도 이상할 게 없어보인다.
무작정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교육상 좋지는 않지만, 어떤 심정인지 이해가 가니 매몰차게 두고 가기도 뭐했다.
생각 끝에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툭. 툭.
몇 번의 터치 끝에 화면에 떠오른 글자.
-민우 어머님
보다시피 민우 어머님의 번호였다.
옆에 있던 세연씨가 그걸 보고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민우 어머님 번호가 있네요?”
“네, 저번에 학부모 참관수업 때 교환했거든요.”
“아!”
당시에 짧게 대화를 주고받고 번호를 교환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네.
선생님께 먼저 양해를 구한 뒤 민우를 향해서도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민우야.”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을 앞에 두고 전화를 걸었다.
바로 연결된 통화.
나는 바로 자초지종과 함께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 민우도 같이 데려갈까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이야기를 다 들은 어머님은 대답했다.
“아유, 죄송해서 어떡해요. 우리 민우가 또 고집 피운 거죠?”
바로 정황을 파악하시다니 통찰력이 대단하시네.
하기야 민우에 대한 데이터가 자그마치 7년이 쌓였을 테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하하, 아니에요. 그럼 민우는 제가 데려갈 테니까 이따가 놀이터로 오시면 될 거 같아요.”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해요.”
”뭘요.”
이렇게 종료된 통화.
옆에서 귀 기울여 듣던 연두의 표정에 안도의 미소가 떠오른다.
당사자인 민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싸!”
기합과 함께 펄쩍펄쩍 뛰던 녀석은 나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짱이에요!!”
“이번 한 번만이야. 다음에는 고집 부리면 안 된다?”
“네!”
곧바로 들려오는 우렁찬 대답.
이렇게 민우가 놀이터로 가는 길에 합류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놀이터.
연두랑 둘이서는 자주 오긴 하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놀러 온 건 오랜만이었다.
가장 첫 타자는 역시 그네였다.
“타, 연두야. 아빠가 밀어줄게.”
“네..!”
능숙하게 그네에 앉는 연두.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처음 연두를 데리고 놀이터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네를 처음 접한 것도 그때였지.
애초에 놀이터가 뭐냐고 물었을 정도이니 그네가 뭔지 알 리가 없었다.
‘되게 신기하게 쳐다봤는데.’
옆에서 씽씽 그네를 타던 시은이를 무척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던 연두가 떠오른다.
물론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 연두도 시은이 못지 않은 숙련도를 갖춘 상태니까.
슈웅. 슈웅.
“아빠!”
그네를 밀어주며 나는 물었다.
“재밌어, 연두야?”
“네, 재미써요! 더 쎄게 해도 연두 탈 수 이써요..!”
“오, 정말? 괜찮겠어?”
잔뜩 신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그 모습이 괜히 뿌듯하게 다가왔다.
그네를 보며 신기해하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정말 나이에 맞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빠 진짜 세게 민다? 줄 꽉 잡아야 해?”
“.. 네!”
“읏차!”
슈욱!
힘껏 그네를 밀어주니 들려오는 비명소리.
“꺄아..!”
비명소리라고는 해도 무서움보다는 짜릿함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그 무서운 청룡열차까지 탄 연두인데 고작 그네에 겁을 먹을 리가 없지 않은가.
‘부끄럽긴 하지만.’
나보다 잘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한참 그네를 밀어주다가 조금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으니 들려오는 목소리.
세연씨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까.. 처음 놀이터 갔을 때 생각나네요. 그렇지 않아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하기야 그때 세연씨도 옆에서 시은이 그네줄을 밀어줬었지.
벤치에 앉아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아는 게 없었으니까.’
거의 초면이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때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가까워지긴 했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네요.”
그녀는 가만히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생각할 수록 다행인 거 같아요.”
“뭐가요?”
“연두랑 시은이가 친해진 거랑, 또.. 저랑 주원씨가 친해진 것도요.”
그렇게 말을 끝맺은 뒤 조금 어색하게 미소짓는 신세연.
전자의 경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나 역시 연두랑 시은이가 만나서, 그리고 단짝이 돼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나마 생각할 여지가 있는 건 후자였다.
장난 섞인 목소리로 나는 되물었다.
“하하, 후자는 왜요?”
그러자 세연씨의 얼굴에 굉장히 서운한 표정이 떠오른다.
뒤이어 중얼거린다.
“와.. 너무해.”
“저요?”
“그럼 주원씨지 누구겠어요! 저는 주원씨랑 친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는데 왜냐고 묻는다는 건…”
“묻는다는 건?”
“.. 주원씨는 아니라는 거잖아요.”
장난스레 말한 건 맞지만 이렇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데.
다소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서운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눈을 보며 나는 천천히 입을 뗐다.
“아닌데.”
“.. 네?”
“아닌 게 아니라구요.”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
아니라고 했다가 아닌게 아니라고 하니 뭐가 뭔지 헷갈릴 만도 하다.
그렇다면 정확히 얘기해 줄 필요가 있겠지.
나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당연히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
“오히려 반대의 의미에서 한 말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도 세연씨가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나 하고.”
나는 세연씨에게 배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모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서 육아를 하며 사소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 하나하나까지.
문제는 그 반대였다.
‘나는 뭘 줬지?’
그 물음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따라서 궁금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녀가 다행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지.
신세연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정말.. 바보같다니까.”
“.. 예?”
절로 나오는 물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갑자기 디스를 받아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런 나를 향해 세연씨는 웃으며 말했다.
“이유가 없을 리가 없잖아요.”
“…”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요. 그리고 시은이가 전보다 밝아진 것도 연두 영향도 있겠지만.. 저는 주원씨 영향도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확실히 그랬다.
내 생각 이상으로 세연씨 모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무척 많았다.
동물원부터 시작해서 소소한 일상들까지.
‘바보 맞네.’
내가 그 시간을 즐겁다고 느꼈다면 상대 역시 그랬을 거라 보는 편이 합리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들려오는 말.
“물론 저도 엄청 즐거웠고요.”
왜 바보라 한 지 알 거 같았다.
깔끔하게 그 사실을 인정한 뒤에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저만 다행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어서.”
“푸흣.”
그녀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말했다.
“라임 맞추는 거에요?”
“연두튜브 봤으면 알 텐데, 요즘 제가 힙합에 관심이 많아서요.”
너스레에 또 다시 터지는 웃음.
이어서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 나는 말했다.
“저번에 우리 육아동맹 맺은 거 잊은 건 아니죠?”
“당연하죠.”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오냐.”
“…”
이로써 더욱 공고히 한 나와 신세연의 육아동맹이었다.
***
차례로 그네를 태워준 뒤 우리 학부모 일동(?)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얼마간 아이들끼리 노는 걸 지켜볼 생각이었다.
마침 그때 도착했다.
“아유, 제가 좀 늦었죠?”
민우의 어머님이었다.
인사를 나눈 뒤 신세연이 옆으로 손짓하며 말했다.
“여기 앉으세요, 민우 어머님!”
“감사해요.”
“민우는 저기서 같이 놀고 있어요.”
그녀 말대로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 상태였다.
“시~작!”
첫 놀이 종목은 얼음땡이었다.
가위바위보에 져서 술래가 된 선동이가 추격을 시작했다.
시골 아이인 만큼 남다른 순발력을 뽐내는 선동이.
와다다!
엄청난 속도로 잡으러 달려간다.
마치 초식동물을 사냥하러 초원을 달리는 맹수같은 느낌이었다.
표적은 민우였다.
결국 얼마 못 도망가 멈춰 선 초식동물 민우는 손이 닿기 직전 다급하게 외쳤다.
“얼음!!”
“쳇.”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민우.
선동이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고선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민우는 외쳤다.
“얘드라, 나 땡 해조! 빨리!!”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선동이의 견제 탓에 나머지 세 아이는 쉽사리 민우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스윽.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 연시레.
민우는 답답한지 계속 땡 해 달라며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보고 있던 어머님이 낯을 붉히며 말했다.
“어휴, 쟤를 어쩜 좋아.. 민우야, 조용!”
민우의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목소리에도 시은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구출을 시도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레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윽.
외면하지 못한 건 역시 연두였다.
잠깐 선동이가 시선을 돌린 사이 조심스레 민우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기 시작했다.
허나 선동이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거기 서!!”
“꺄아!”
뒤늦게 도망쳤지만 선동이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연두도 외쳤다.
“어, 어름..!”
이렇게 얼어붙은 두 아이.
민우를 구해주려다가 애꿎은 희생양이 된 연두였다.
얼음이 된 연두의 시선은 자연스레 벤치에 앉은 나를 향했다.
또르르.
서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선 나를 바라보는 연두.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편 멀찌감찌 도망가 있던 시은이는 태세를 180도 전환한 상태였다.
‘구해야 해!’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 같다.
민우는 눈길조차 주지 않더니 연두가 얼음이 되니 구할 의지로 불타오르는 모습이다.
레나도 살금살금 움직이며 간을 보고 있고.
“흐흣.”
옆에서 이은경이 소리내어 웃음지었다.
신세연이 넌지시 물었다.
“왜 웃으세요, 레나 어머님?”
“그냥.. 제가 원하던 레나 모습이라서요.”
어떤 의미인지 알 거 같았다.
전에 이은경에게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 말이다.
가능한 한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레나를 키우고 싶다고.
‘나도 같은 생각이고.’
그러니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웃음짓는 그녀의 심정을.
한편 그 사이 끝이 났다.
“잡았다!”
“으악!”
민우가 풀려나는 타이밍을 노려 터치한 선동이의 승리였다.
다음 술래가 된 민우.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다 거기 서!!”
이후에도 즐거운 얼음땡이 이어졌다.
***
얼음땡이 끝나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연두.
“아빠!”
“그래, 연두야. 얼음땡 재밌게 했어?”
“네. 히히.”
내게 안겨 연두는 배시시 웃음지었다.
다른 세 아이도 각자 엄마 품에 안겨서 휴식을 취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나만 아빠네.
“선동이도 재밌었어?”
물론 타지에서 온 선동이를 챙기는 건 잊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녀석.
“예.”
“선동이 너 진짜 잘 뛰더라. 초등학교 가면 계주 하겠는데?”
“계주가 뭔데요?”
“반에서 제일 달리기 빠른 애를 계주라고 해. 운동회에서 반을 대표해서 달리는 역할이고.”
“우와..”
내 설명이 멋있게 느껴진 걸까.
선동이가 부푼 표정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연두도 나를 보며 말한다.
“아빠. 연두도 하고 시퍼요..!”
“계주를?”
“네.”
나는 장난스레 말했다.
“그럼 우리 연두, 달리기 연습 열심히 해야겠는데?”
아무리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내 딸 연두라지만.
냉정히 말해서 달리기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계주를 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진할 필요가 있었다.
“네! 열씨미 할 꺼에요!”
“하하, 그래. 아빠가 도와줄게.”
“으응!”
얼마 뒤 부모님의 품 속에서 나와 일어선 아이들.
얼음땡이 끝나긴 했지만 집에 돌아갈 마음은 조금도 없어보였다.
민우가 외쳤다.
“또 놀자!”
그런데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랐다.
연두의 말이 시작이었다.
내 손을 잡고 일으키며 연두는 해맑은 표정으로 얘기했다.
“아빠도 가치 노라요!”
“응? 아빠도?”
“네!”
그걸 시작으로 시은이와 레나, 그리고 민우도 엄마 손을 잡고 일으켰다.
“엄마도 가치 놀아!”
“어, 엄마도..?”
“응.”
반응이 재미있는 건 이은경이었다.
흐뭇하게 아이들이 노는 걸 바라보던 모습과는 달리 함께 놀자는 레나의 말에는 사뭇 당황하는 모습이다.
척.
어쨌거나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레 이어진 화제거리는 다름아닌 놀 거리에 대한 문제였다.
“머 하고 놀지?”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탔는데.. 얼음땡도 했고.”
확실히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할 수 있으면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놀이.
뭐가 있을까.
나도 얼마간 고민에 빠졌다.
‘.. 응?’
그런 와중 눈에 들어오는 놀이터 한 켠의 넓은 공간.
끝에 있는 굵고 길다란 나무.
그걸 보니 팟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놀이가 있었다.
지금 멤버와 함께하면 엄청나게 즐거울 거 같다는 판단이 든 나는 입을 열었다.
“얘들아.”
“네.”
“여기로 와 볼래?”
곧바로 나는 아이들을 방금 본 장소로 이끌었다.
자연히 따라오는 학부모들.
나무 앞에 멈춰선 나는 씩 웃으며 얘기했다.
“우리 그거 하자!”
바로 내 입에서 이어졌다.
얼음땡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놀이의 이름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