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02)
402화. 스타일리스트 연두
“우, 웃었는데 그거 때문에 웃은 건 아니야!”
“으응? 그거..?”
“…”
제 발등을 찍고서 말문이 막혀버린 선동이.
셀럽 체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알아보는 사람들로 인해 걸음을 멈춰야 할 때가 많았으니까.
‘그중 다수는.’
선동이를 알아보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대충 이유는 짐작이 갔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연두부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였다.
영상을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하나만 본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느낀 바로는 그랬다.
아마 그래서겠지.
“어! 옆에는.. 그 감자소년 아니에요?”
“원스타에서 봤는데!”
“너 선동이 맞지! 우왕, 반가워.. 시골에서 놀러왔구나?”
“잘 들어, 선동아. 연두의 남친이 되기 위한 조건은 총 1836382가지……”
비록 처음 선동이를 보고 멈추는 사람은 없었으나.
연두와 나를 거쳐 결국은 선동이까지 알아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야, 연두튜브 영상을 전부 보다 보면 자연스레 선동이가 나오는 영상도 접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흐흡.”
다짜고짜 연두 남친의 조건을 읊는 연두부를 직관할 때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막상 선동이는 이게 뭐지 싶은 표정이긴 했지만.
근데 남편도 아니고 남친이 되기 위한 조건이 1836382가지나 되다니.
‘더 늘어난 느낌인데.’
유투브에서 본 것보다 개수가 더 늘어난 느낌이다.
이래서 할 수 있으려나.
평생 그런 남편감, 아니 남친감이 한 명이라도 나타나면 기적이 따로 없겠군.
‘뭐, 나야 나쁠 거 없지.’
아직 연두에게 남친은 너무 이르다.
굳이 내가 나설 것도 없이 수백만의 연두부가 든든하게 막아주고 있으니 나야 좋은 일이었다.
나중에 연두가 고충을 겪을 거 같긴 하지만.
“흐헤.”
그나저나 이 녀석.
같은 장면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이 상황을 완전히 즐기고 있었다.
셀럽이 된 기분을 말이다.
곤란한데. 이대로라면 돌아가기 전에 연예인병에 걸리게 생겼다.
걸음부터 아주 위풍당당하네.
‘안 되겠어.’
조금 억제기를 가동시킬 필요가 있겠어.
스윽.
나는 조심스레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혹시 나중에 발뺌할 수 있으니 남겨놓으려는 의도였다.
지금의 모습을.
그리고선 나는 선동이의 잔디 같은 옆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어! 감자소년!”
대놓고 던지긴 했지만 제대로 된 반응을 보기 위해 목소리에 약간의 변조를 가미했다.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의문과 동시에 선동이의 옆얼굴에 움직임이 포착됐다.
스윽.
올라가다 못해 치솟는 입꼬리.
동시에 굉장히 거만한 표정으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네? 무슨…”
그리고 거기에는 내가 있었다.
잠깐의 상황 파악.
이후 속았다는 걸 스스로 파악한 녀석이 카메라를 보며 빽 소리쳤다.
“뭐, 뭐예요, 아저씨!”
“쯧.”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아주 쏟아지는 관심에 정신을 못 차리는구만, 우리 톱스타 오선동. 아니, 감자소년씨?”
“악! 찍지 마세요!”
“어억!”
척.
갑작스레 달려드는 통에 카메라를 놓치려는 걸 간신히 잡았다.
큰일 날 뻔했네.
장난삼아 찍다가 카메라 초상 치를 뻔했다.
필사적인 선동이의 얼굴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카메라를 사수하며 외쳤다.
“초록 살려! 톱스타 감자소년이 사람 잡는다!”
“아저씨!”
“사람 살려!”
그런 우리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꺄르르 웃는 연두.
보이는 거 같았다.
선글라스 뒤에 숨은 가느다랗게 초승달처럼 휘어진 연두의 눈웃음이.
***
한 번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조금 정신을 차린 선동이.
다시 양옆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스윽.
기왕 꺼낸 거 나는 카메라를 든 채로 걸었다.
브이로그 형식으로.
제목을 붙이자면 ‘선동이의 서울 탐방 브이로그(with 연두, 초록)’ 정도일까.
“오오.”
선동이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끊일 줄 모른다.
그럴 만도 했다.
사극으로 따지면 이곳은 상점 거리 같은 곳이었으니까.
각종 액세서리와 장난감을 비롯한 여러 물건들이 즐비하게 널린 상점가.
툭.
처음으로 타의가 아닌 자의로 발걸음이 멈췄다.
멈춰선 건 다름 아닌 연두였다.
한 장소 앞에 서서 자그맣게 입을 벌린 채로 중얼거린다.
“예쁘다…”
시중의 마트가 아닌 거리에 물건을 깔아두고 파는 노상 형식의 가게.
반짝거리는 물건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가게라는 걸.
‘국룰이지.’
사극을 보면 무조건 나오는 국룰 같은 장면이었다.
장신구를 파는 가게에 멈춰서는 남주와 여주.
여주에게 반지나 머리핀 같은 걸 끼워주고선 미소를 지으며 남주는 스윗한 멘트를 던지곤 하지.
“아릅답구려..”
무의식적으로 입 밖에 뱉고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드라마 속 남주가 하니까 스윗한 거지 함부로 쓰다가는 큰일 나는 멘트이니 조심하길 바란다.
‘아름답구려’가 아니라 그냥 ‘구려’ 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튼.’
지금 상황을 사극으로 치환하자면 멈춰선 연두는 사극 속 여자주인공이라 볼 수 있었다.
신분은 거의 둘 중 하나다.
신분을 숨기고 왕궁을 빠져나온 공주님, 아니면 악당으로부터 도망치는 와중 우연히 왕자를 만난 서민.
‘짬이 있지.’
어릴 때 여러 사극을 본 짬이 있었다.
뭐, 우리 연두는 외모만 보면 영락없는 공주님이긴 한데.
뭘 보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쁘다’라는 단골 멘트까지 했으니 이제 나올 시점이었다.
장신구를 꽂아주며 멋진 멘트를 날릴 남주가.
스윽. 스윽.
그런데 어딜 봐도 없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보이지 않는다. 남주라 할 만한 인물이.
그런 와중 눈에 들어오는 한 아이.
“.. 뭐가 예쁜데?”
툭 던지듯 연두를 향해 묻는 한 아이가 있었다.
설마 이 녀석인가.
눈치챘겠지만 그 아이는 바로 선동이였다.
‘폭발했겠어.’
만약 이게 진짜 사극이었다면 정말 시청자 게시판이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화가 잔뜩 나서 빨개진 연두부들로 인해.
다행이다. 이게 나만 보는 장면이라서.
‘어디 볼까.’
이 순간만큼은 한 번 조용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선동이가 어떻게 하는지.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다, 선동아.
“이거.. 진짜진짜 예뻐…”
선동이의 물음에 연두가 가리킨 건 다름 아닌 아이보리색 머리핀이었다.
자연히 머리핀을 향한 선동이의 시선.
연두의 머리와 머리핀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왜인지 실실 웃는다.
‘.. 상상한 건가.’
머리핀을 착용한 연두의 모습을 상상한 게 틀림없다.
속 보이는 녀석.
그 사이 연두는 쪼그려 앉은 채로 빤히 머리핀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동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안 사?”
고개를 끄덕이며 연두는 답했다.
“연두 집에 머리핀 마나요. 아니, 마나!”
“그래도……”
절제력이 뛰어난 연두.
원래라면 이 타이밍에 내가 나섰을 텐데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선동이가 무언가 떠오른 듯 행동을 개시했으니까.
휘릭.
등에 멘 백팩을 펼치더니 지퍼를 열어 뒤지기 시작한다.
남주라 보기에는 다소 경박한 움직임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웃음이 나왔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져서.
막상 연두는 전혀 감을 못 잡은 듯 아리송한 표정이다.
얼마 뒤 소리치는 선동이.
“찾았다!”
역시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가방 깊은 곳에서 선동이가 꺼낸 건 바로 내가 돌려준 돈 봉투였다.
무려 20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있는.
‘큰돈이지.’
특히나 선동이에게는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괜히 가방 깊숙한 곳에 보관해둔 게 아니라는 뜻.
슥. 슥.
돈 봉투를 손에 쥔 선동이는 고개를 저어 양옆을 주시했다.
사주경계까지 하다니 조심성이 대단하다.
그러고 나서야 선동이는 봉투를 열어 배춧잎 한 장을 꺼냈다.
동시에 집어 들었다.
연두가 말한 아이보리색 머리핀을.
“자!”
“으응..?”
“받아. 선물..이니까.”
당당하게 건넨 거 치고는 선물이라는 단어에서 멈칫하는 모습에서 겸연쩍어하는 게 느껴진다.
얼떨결에 받아든 연두는 아차 하고 말했다.
“여, 연두 갠차는데..”
재차 이어지는 연두의 말에도 선동이는 기어코 머리핀을 선물했다.
의외로 뚝심 있다니까, 이 녀석.
뒤이어 하는 계산.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가게였다.
“.. 얼마인가요?”
“흐흐.”
선 선물 후 결제라 그런지 선동이의 눈빛에 약간의 불안감이 맴돈다.
설마 만원이 넘지는 않을까 하는 표정.
물론 그럴 일은 없었다. 아무리 서울이라 해도 물가가 그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이천오백 원이란다.”
“이천.. 만.. 휴우…”
바로 계산은 안 되는지 단위를 비교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선동이.
그런 선동이를 향해 할머니가 말했다.
“어여쁜 여자친구가 좋아하겠네, 홍홍.”
“..!”
얼굴이 홍당무가 된 선동이였다.
***
머리핀을 시작으로 우리는 많은 가게를 들렀다.
양손도 점점 무거워져 갔다.
걷다 보니 내가 기다리던 장소도 모습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이곳에 온 건 선동이를 위해서였다.
선동이에게 좋은 추억을 비롯한 많은 것들을 남겨주고 싶어서.
그중 하나를 줄 수 있는 게 이 장소였다.
[지니 서점]“어서 오세요.”
서점에 들어가자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들른 건 문제집 코너였다.
“선동아.”
“네.”
“집에 있는 수학책은 너무 쉬워서 풀 게 없다고 했지?”
의외로 학구파인 선동이였다.
고등학생이 돼도 생기기 쉽지 않은 게 학구열이란 녀석인데.
그러니 선물해주고 싶었다.
“이거, 이거, 그리고 이것도.”
수학뿐만이 아니었다.
과목별로 문제집을 뽑아 들었다.
그걸 본 선동이가 당황한 듯 나를 보며 말했다.
“아, 아저씨.”
“응.”
“저 그거 다 사면 돈 없는데..”
다 사면 없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괜히 궁금해진 나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왜? 다 없어지면 안 돼?”
“그건 아닌데.. 맛있는 것도 사 먹어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연두를 힐끔 바라보는 걸 보니 더 안 물어봐도 알 거 같았다.
사 주고 싶은 거구나.
피식 웃으며 나는 말했다.
“그럼.. 자신은 있나?”
“네?”
“집에 가서 이걸로 열심히 공부할 자신은 있어?”
이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열성인 거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얇은 문제집들이었다.
권수가 좀 될 뿐이지.
내 말에 선동이는 의지가 담긴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있어요.”
좋아. 느껴졌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 됐어.”
처음부터 내가 다 살 생각이었다.
봉투에 담고 나니 연두가 나를 콕콕 두드리더니 묻는다.
“아빠. 연두는 공부 안 해도 대요..?”
“연두?”
“네.”
확실히 지혜씨가 만든 학습지를 마스터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다음 진도가 필요하긴 했다.
허나 조금은 더 기다려볼 생각이었다.
“아직은 괜찮아, 연두야.”
“네에.”
다음으로 향한 건 개인적으로 내가 선물해주고 싶었던 게 있는 곳.
미술 관련 칸이었다.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연두가 눈이 동그래져서 말했다.
“아빠! 여기!”
“응?”
“우영이오빠가 연두한테 준 채기에요!”
그 말대로였다.
전에 집들이 때 우영이가 연두에게 준 선물인 그림 연습장.
하도 많이 그려서 지금은 겉이 바래다 못해 새카매진 연습장이었다.
‘많은 도움이 됐지.’
그건 연두의 그림 실력 상승에 많은 도움을 줬다.
기본기를 확립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으니 말이다.
지금 내가 여기 온 이유이기도 하고.
‘아쉬워했으니까.’
그림을 많이 배우지 못해 아쉬움을 드러냈던 선동이였다.
따라서 주고 싶었다.
내가 없는 동안 혼자서 그림 연습을 할 수 있는 교본을.
“자, 받아.”
“.. 아저씨.”
“다음에 볼 때까지 다 그려보는 거다?”
여기까지가 서점에서 내가 선동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아동 의류매장.
먼 길 온 선동이에게 기깔난 옷 하나쯤은 입혀서 보내야지.
‘하나만 살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이 쥐어서 보내면 어머님이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적당히 살 생각이었다.
알록달록한 옷들에 이미 매료된 선동이.
그런 녀석을 앞에 두고 나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
“연두가 한 번 골라줘 볼래? 선동이오빠한테 잘 어울릴 거 같은 옷.”
“선동이오빠한테요..?”
“응.”
고개를 돌려 선동이를 바라보는 연두.
얼마간 뚫어져라 보더니 감을 잡은 듯 생긋 웃으며 얘기했다.
“네! 연두가 골라줄께요!”
“그래.”
그렇게 연두는 스타일리스트로 빙의했다.
이곳저곳을 오가며 옷을 보는데 본인 옷을 고를 때보다 더 신중한 모습이다.
그런 신중한 고민 끝에 연두의 양손에 들린 옷과 바지.
“오호라.”
정확히는 프린팅이 가미된 하얀색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였다.
얼핏 보기에는 꽤나 괜찮은 매치다.
관심 없는 척 서서는 바라보는 선동이.
나는 연두를 향해 물었다.
“왜 그 옷을 골랐는지 물어봐도 돼, 연두야?”
“네!”
연두는 바로 대답했다.
생각보다 무척 단순한 이유였다.
“하양색은.. 아빠가 여름에 이브면 시원하다고 해써요!”
“하하, 그래.”
곧 여름이 지나가긴 하지만.
나는 빙긋 웃으며 또 물었다.
“그럼 파란색 반바지는?”
“파랑색은……”
조금 뜸을 들인 뒤 연두는 선동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선동이오빠랑 제일 어울리는 색까리에요!”
“선동이오빠랑?”
“네.”
연두의 눈에 파란색은 선동이의 시그니처 색깔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연두의 시그니처 색깔이 연두인 것처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듯 놀란 표정의 선동이.
“선동이오빠, 여기..!”
“으, 응!”
이렇게 완성됐다.
감자소년을 모델로 한 스타일리스트 연두의 첫 코디가.
***
잠깐 연두는 직원에게 부탁하고.
피팅룸에 들어가 톱스타 오선동씨의 환복을 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환복을 마치고 피팅룸 커튼을 펼쳤다.
“짠!”
선동이를 향하는 연두의 시선.
“우, 우아!”
스스로 코디한 결과물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격한 반응이다.
사실 옷 갈아입는 것만 도와줬을 뿐 나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였다.
“가만히 서 있어봐, 선동아.”
그렇게 말하고 연두의 옆으로 이동했다.
자연히 입 밖으로 나오는 말.
“.. 오?”
“아빠! 선동이오빠 진짜 머쪄요..!”
그 말대로였다.
내 생각 이상으로 선동이는 훌륭하게 연두의 코디를 소화해냈다.
흰색과 파란색의 조화로 보는 것만으로 시원해지는 느낌.
‘하나만 추가하면 완벽할 거 같은데.’
마침 옆을 보니 보이는 녀석이 있었다.
노란색 캡 모자.
바로 빼어 든 나는 선동이의 머리에 씌워줬다.
‘포인트는.’
정면이 아닌 챙이 뒤로 가도록 씌워주는 거다.
다시 본 선동이의 모습.
이건.. 진짜 말이 필요 없었다.
‘누가 시골아이로 보겠어.’
잠깐.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시골 패션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소위 말하는 도시적인 패션.
지금 선동이의 모습은 그 힙한 도시의 느낌이 가득 담긴 코디였다.
“거울 한 번 봐봐, 선동아.”
연두의 멋지다는 말에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제야 거울 앞에 서는 선동이.
그대로 선 채로 얼어붙는다.
난생처음 보는 자신의 힙한 모습에.
“.. 나?”
“푸흣.”
그 한 글자에 폭소가 터졌다.
이렇게 연두의 첫 스타일링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뒤이어 몇 벌의 옷을 더 고른 후, 양손 가득 무거워진 채로 우리는 매장을 나섰다.
‘신났네.’
그대로 입고 나와서 그런지 텐션이 잔뜩 오른 모습이다.
그 상태로 얼마나 걸었을까.
“나왔다!”
서점 이상으로 내가 기다리던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하여 스티커사진기.
세 명 내지 네 명이 스티커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계였다.
‘오고 싶었는데.’
연두와 단둘이는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시은이와 레나까지 동원해서 함께 찍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선동이랑 먼저 찍게 될 줄이야.
‘딱이네.’
타이밍은 완벽했다.
직전에 새 옷으로 잔뜩 치장한 선동이였으니까.
“이게 뭐예요?”
“일단 들어와. 그럼 자연히 알게 될 거야.”
마침 줄도 없었다.
나는 아이들을 이끌고 포토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나도 잘 몰랐다.
어떤 방식으로 찍는 건지도, 기계의 동작 원리도.
‘그냥 찍는 거지.’
즉흥적인 맛.
그게 스티커사진의 묘미라는 건 알고 있었다.
돈을 넣고 화면을 클릭하니 나오는 여러 모양의 배경.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 거 같은데..”
“저는 상관없어요!”
묻기도 전에 선수를 치는 녀석.
자연스레 선택권은 연두에게 넘어갔다.
“연두는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
고민하더니 살며시 손가락을 내미는 연두.
톡.
“.. 어?”
그 순간 음악이 부스 내에 울려 퍼졌다.
딴. 따란.
깜짝 놀란 표정의 연두.
누르면 바로 진행될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 사이 화면에 하트 모양의 배경이 떠오르고, 예고도 없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괜찮아! 정신 차려, 연두야. 선동이도!”
이조차 묘미였다.
“하트 안으로! 얘들아, 하트 안으로!”
“하, 하트..!”
“으, 으어어..”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떻게든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잡은 우리 셋.
바로 촬영음이 울려 퍼졌다.
찰칵!
“푸하하.”
끝나고 나니 웃음이 터졌다.
방금 우리의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웃겼으니까.
그런 나를 따라 덩달아 웃는 연두와 선동이.
그때였다.
“다섯, 넷……”
다시 시작되는 카운트다운.
그 순간 떠올랐다.
맞다, 이거 한 번만 찍는 거 아니었지.
“다시! 다, 다시 하트 안으로!”
“꺄!”
“으, 으어..”
좌충우돌 스티커사진 찍기.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잔뜩 남기며 끝이 났다.
선동이와 함께한 진짜 서울 구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