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2)
42화. 도와줄래?
-안녕하세요! 페이스톡 채널 ‘크리에이터 모여라!’입니다!
달칵.
나는 곧바로 메일을 클릭했다.
앞서 확인한 연두의 섭외나 합동방송 제안 메일은 눌러보지도 않았다.
어차피 어떠한 조건이라도 응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 메일은 달랐다.
‘연두튜브 댓글에서 본 내용대로라면.’
이 채널은 유명 크리에이터를 섭외하거나 방송을 하는 채널이 아니었다.
그럼 어떤 채널이냐고? 채널명 그대로 크리에이터를 모아 놓은 채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핫한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업로드하는 계정.
즉, 여러 유투버들의 영상을 올려 몸집을 키운 SNS 채널로 볼 수 있었다.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영향력이 엄청나게 크다고 들었지.’
유사 영상 업로드 채널에 비해 가장 큰 채널이라는 거 같았다.
그래서 연두튜브 시청자들도 이 채널에 연두튜브가 소개되었으면 했던 거고.
더군다나 이 채널은 페이스톡 채널이었다.
원스타그램과 함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톡.
SNS에 별 관심이 없는 나지만, 원스타그램과 페이스톡은 잘 알고 있었다.
‘파급력 자체가 다르겠지.’
국내 채널이긴 하지만, 영상이 소개되는 것만으로 채널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는 SNS 채널이니까.
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메일 내용을 확인했다.
[저희 채널에 연두튜브에 관한 많은 제보가 들어와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천사 같은 아이가 있다는 말에 후다닥 달려가서 확인했는데, 웬걸? 천사보다 더 예쁜 아이가 있더군요. 저도 모르게 구독 버튼을 눌러버렸습니다······]“푸흡.”
채널 관리자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유쾌한 사람인 듯했다.
그때 연두가 웃는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아빠아..”
“응, 연두야.”
“모예요..? 연두도 보고 시픈데..”
연두가 답답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내가 뭘 보고 웃는 건지 궁금해진 모양이다.
글자를 모르는 연두는 화면을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씩 웃으며 메일 내용을 요약해 줬다. 다소 주관적인 요약이긴 했지만.
“연두튜브를 본 사람인데. 연두가 천사보다 더 예쁘대.”
“천사아..?”
아차. 연두는 천사가 뭔지도 잘 모르는 거 같다.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
결국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해 줬다.
“응. 천사는 하얀 날개가 달렸는데, 엄청 예쁘고 착해.”
“우아… 그럼 천사는 하늘을 날 수 이써요..?”
“그럼. 날 수 있지.”
“…연두는 날 수 없눈데.”
그렇게 말하며 연두는 풀 죽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 때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는 생각이었다. 왜 나는 날개가 없는 걸까.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연두의 볼을 살짝 움켜쥐었다.
“아야..!”
“그런 표정 짓지 마, 연두야.”
“연두 볼 아파여…”
“하하, 미안. 근데 연두는 날개 같은 거 없어도 돼.”
“.. 왜여?”
“그런 거 없어도 아빠 눈에는 천사보다 훨씬 예쁘니까. 그리고 연두가 날고 싶을 땐 아빠가 비행기 태워주면 되지.”
그 말에 연두의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갔다.
그나저나 혼자 확인하느라 연두를 너무 심심하게 만들어버린 거 같다.
슈웅.
“꺄아!”
나는 앉은 채로 연두를 들어 올렸다.
솜털같이 가벼워서 굳이 일어설 것도 없었다.
“연두는 아빠 무릎에 앉아있어. 궁금한 거 있으면 뭐든지 또 물어보고.”
“네! 그럼 천사는 어디 가면 볼 수 이써요, 아빠..?”
“…”
뭐든지 물어보라고는 했지만, 곧바로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할 줄이야.
천사를 어디 가면 볼 수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나를 향해 연두가 한 번 더 물었다.
“동무런에 가면 천사 볼 수 이써요..?”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더 혼란스러워지려는 찰나, 연두가 말을 이었다.
“시으니가 동무런에는 동물이 엄청 많다고 해써요! 어흥 호랑이도 있고, 코가 이따만한 코끼리도 있고······”
생각만 해도 신나는지, 연두는 아는 동물을 잔뜩 늘어놨다.
나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연두야. 동물원에 천사는 왜? 시은이가 동물원에 가면 천사도 볼 수 있대?”
시은이가 그런 말을 했을 거 같지는 않았다.
민우 녀석과 달리 시은이는 쓸데없는 거짓말을 할 아이로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연두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선생님이 날개는 하늘을 나는 새만 가지고 이때요. 아빠가 천사는 날개가 이따고 해쓰니까…”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연두는 날개가 있다는 이유로 천사를 새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냐고 물어본 거고.
정말 나로서는 하지도 못할 신박한 발상이었다.
“그러니까 연두야. 그건 말이지. 천사는······”
나는 최선을 다해 천사와 새의 차이를 설명해줬다.
그 과정에서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내 구린 언변을 원망했다.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을 가졌다면, 연두에게 더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구린 설명에도 불구하고 귀 기울여 듣는 연두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연두야.”
“네!”
“아빠랑 언제 동물원 한 번 가자.”
말보다는 직접 동물원이 어떤 곳일지 보여주는 게 빠를 거 같았다.
연두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진짜여..?”
“응?”
“진짜 연두 아빠랑 동무런 가도 대요…?”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
예상대로 메일은 연두튜브 영상을 게시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그것 외에 다른 요구사항은 없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허가 메일을 발신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이건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었다.
‘크리에이터 모여라!’ 채널은 연두튜브 영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커질 수 있을 테고.
연두튜브도 SNS에서의 홍보 효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과연 이걸로 어느 정도나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뭐, 기다려 봐야 알 일이지.’
지금 아무리 기대해봐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선은 당장의 일에 집중하는 게 옳았다.
아니, 이걸 일이라고 해야 하나?
지잉. 지이잉.
고딩 녀석들과 번호를 교환한 이후 상당히 많은 문자가 오고 있었다.
조동건 : 행님. 월요일에도 인사드리러 찾아뵙겠습니다.
이 요상한 사투리 쓰는 서울 토박이 녀석은 그렇다 치고.
오범재 : 형, 저희 밥 언제 먹어요?
오예림 : 저 진짜 연두 보고시퍼요 ㅠㅠㅠ
연두와 녀석들의 식사는 의도치 않게 미뤄진 감이 있었다.
녀석들에게 고마운 게 많은 만큼, 어느 정도 좋은 곳에서 대접하고 싶었으니까.
문제는 현재 내 자금 상황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거고.
‘하지만.’
하주연 : 아조씨..! 저 채널아트 언제 그려주실 거예요!!
주연이의 채널아트를 그려주는 문제는 귀찮아서 미룬 게 아니었다.
솔직히 조금 바빴던 것도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여유로운 시간에 그려주는 편이 좋겠지.
마침 문자도 왔으니, 미룰 이유는 없었다.
[지금 그려줄게.]답문은 바로 날아왔다.
-진짜요?
[응. 근데 주연이 너 채널명이 뭐야? 그걸 알아야 그려주지.]-아, 말하려니까 갑자기 부끄러운데.
[그럼 못 그려주는 거지, 뭐. 수고.]장난스레 그렇게 문자를 보내자 답문이 쏟아졌다.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말할게요! ‘노래하는쭈연’이에요!
[ㅋㅋㅋㅋㅋ 알았어.]-왜 웃으세요..?
[아냐. 일단 원하는 느낌의 그림 있으면 말해.]-넹!
나는 곧바로 유투브에 ‘노래하는쭈연’을 검색했다.
구독자 : 417
전에 이야기했을 때는 300명 정도라 했는데, 꽤 많이 늘어난 모양이었다.
채널아트는 내가 처음에 야매로 만든 연두튜브 채널아트랑 비슷했다.
차이점을 꼽자면 색감이 훨씬 우중충하다는 거지만.
‘감각 없구나.’
색감만 맞춰서 심플하게 만들어도 중간은 가는데.
이것만 봐도 주연이가 별 감각이 없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노래는 잘 부르려나? 예림이가 엄청 잘 부른다고 하긴 했는데.
뭐, 노래하는 채널이니까 어느 정도는 부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맨 위의 영상을 클릭했다.
불과 어제 업로드한 따끈따끈한 영상이었다.
딴. 따딴.
피아노 전주가 흘러나왔다. 주연이는 마이크 앞에 서 있었고.
채널아트와 달리 카메라 구도는 나쁘지 않은 거 같았다.
나는 잠깐 일시 정지한 뒤, 연두를 불렀다.
“연두야, 이거 봐.”
“네! 어어..? 주여니 언니다..!”
“오. 주연이 언니 기억나?”
물론 기억이야 나겠지만,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연두는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주여니 언니 맨날 연두 보러 와써요..! 동거니 오빠랑, 범재 오빠랑..!”
주연이만 기억하는 게 아니었구나.
요새 확실히 느끼는 건데, 연두는 상당히 똑똑한 거 같다.
흘려들은 것도 나중에 물어보면 다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애들이 좋아하겠네. 연두가 기억해줘서.”
“헤헤..”
“언니 오빠들이 연두 엄청 보고 싶어하던데.”
“연두도요! 연두도 보고 시퍼요…!”
식사 약속도 가능한 한 빠르게 잡는 편이 좋을 듯했다.
나는 연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주연이 언니가 노래 부르는 영상인데, 아빠랑 같이 들어보자.”
“노래요..?”
“응.”
탁.
스페이스바를 누르자 다시 전주가 흘러나왔다.
나와 연두는 숨죽여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몇 번의 계절이 더 지나야 괜찮아질까~♪”
어? 첫 소절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평소에 내가 알던 주연이의 목소리가 아닌데, 이건.
연두도 잘 부른다는 건 알겠는지, 자연스레 입이 벌어졌다.
“정말 소중했었고, 많이 행복했었던~♪”
이어지는 고음 파트도 흠잡을 데 없었다.
가사의 애절한 느낌이 목소리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이 정도 노래 실력을 가진 채널이 400따리라니.
진짜 구린 채널아트 때문인 건가?
영상도 수십 개나 올라와 있는데, 구독자 수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새삼 연두튜브 구독자 수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건지 실감이 갔다.
“어땠어, 연두야?”
“주여니 언니 천사 가타요…”
배운 단어는 기가 막히게 응용을 하는 연두였다.
연두는 작은 목소리로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소중해썼고..? 마니 행복해썼던~♪”
“크크.”
주연이의 노래와는 다른 의미로 놀랍다.
어떻게 이 노래를 이렇게 귀엽게 부를 수 있는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연두야.”
“네에.”
“아빠가 연두튜브 채널아트 그려줬잖아.”
“네! 연두 비밀상자에 이써요..!”
“응. 이번에는 주연이 언니 채널아트를 그려주려고 하거든?”
의문형의 내 말에 연두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살짝 뜸을 들인 후,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연두가 아빠 좀 도와줄래?”
연두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연두가 도와줄 수 이써요..? 연두는 그림 완전 못 그리는데…”
“괜찮아. 아빠가 말했잖아. 연두 그림 엄청 잘 그리게 해 주겠다고. 연두가 옆에서 도와주면, 아빠가 훨씬 잘 그릴 수 있어.”
“.. 진짜요?”
“응, 진짜.”
연두가 설레는 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단순히 채널아트를 그려서 주연이에게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스르륵.
나는 서랍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