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43)
443화. 기일
“뭐, 뭔데..”
[잠깐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영상도 아니었다.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공지의 반응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그야, 댓글창이 폭발하기 직전이니까.
‘대체 몇 개야.’
자고 일어난 사이에 몇 개의 대체 댓글이 달린 거지.
이렇게 공지가 커다란 파급력을 가진 적은 내 기억상 하나뿐이었다.
이벤트 관련 공지를 올렸을 때.
‘아니, 그 이상이야.’
어찌 보면 당연하긴 했다.
마지막으로 이벤트 공지를 올린 뒤로 거의 400만 가량의 구독자가 증가했으니까.
그에 따라 댓글이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럽긴 하다.
문제는 그 공지가 이벤트에 관한 것도 뭣도 아닌 단순 휴재공지라는 것.
‘없었어.’
문제가 되는 내용은 없었다.
장례식에 관한 일이나 개인적인 일같은 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렇다면 짚이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순수 파급력.
순수하게 휴재 공지를 올렸다는 것만으로 이 정도의 댓글이 달린 거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빠르겠지.
실소를 뱉으며 나는 댓글창을 확인했다.
-내가.. 뭘 본 거지..?
┖제목 보고 설마설마하면서 눌렀는데… 진짜 휴재라니.. ㅠㅠ
┖공지에 설레고.. 공지에 울었다…
┖어억! 일주일 간 연두성분 없이 어떻게 살란 말이오!!
┖차라리 나더러 죽으라고 해!!!
┖죽어.
┖그건 좀… 일주일 후에 연두 봐야됨…
┖ㅋㅋㅋㅋㅋ 연두 때매 죽으려다가 연두 때매 살아야 된다는 거 웃기네.
-전세계 구백만 연두부 오열..(나포함)
┖단 여섯줄로 구백만을 울리는 마성의 남자.. 초록, 그는 대체…
┖11월 3일, 오후 11시 17분. 내 시간은 멈췄다.
┖속보) 세계 각지에서 900만명 돌연 의문사,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주력하고 있어……
┖ㅋㅋㅋㅋㅋㅋ 무슨 이세계 끌려갔냐고
┖원인 연두튜브 공지로 밝혀지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작성자 초록님 수감 ㅋㅋ
┖아흑 ㅠㅠ 일주일간 연두튜브 정주행 가야겠다. 연두성분 없이 못버텨 ㅠ.ㅠ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다.
순수하게 휴재 공지로 인한 파급력이었다.
한 달이었으면 몰라도 일주일 휴재에 이 정도의 댓글이 달리다니.
‘큰일날 뻔했어.’
기간을 보름이라도 잡았다가는 신변에 위협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장난이다.
나한테 해를 끼칠 만한 연두부는 없을 테니까.
-초록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건강보다는 영상이 우선입니다! 언제나 파이팅하십쇼!!
이런 묘하게 앞뒤가 바뀐 거 같은 댓글이 많이 달리긴 하지만.
진심일 리가 없잖아.
그렇게 되뇌며 나는 시선을 옮겼다.
-연두튜브 휴재 처음 아니냐?
┖ㄴㄴ
┖엥? 휴재한 적 있다고? 내 기억상 없는데.
┖공식적으로는 없는데 완전 초창기 때 한 번 있었음. 그때 전후로 영상 퀄리티 완전 좋아짐.
┖아 ㄹㅇ?
┖ㅇㅇ 아마 그때도 일주일 정도였던 거 같은데.
┖설마.. 이 휴재가 초록님의 큰 그림이라면?
┖큰 거 오는 거냐…
┖다들 기다려! 큰 거 온다. ㄷㄱㄷㄱㄷㄱㄷㄱ!
아냐, 그러지 마.
이번 휴재는 그런 이유로 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부담감에 나도 눈물이 나려 한다.
‘어쩔 수 없지.’
방법은 하나였다.
공지의 마지막 줄에 한 말처럼 더 재미있고 즐거운 영상으로 돌아오는 것뿐.
그렇게 생각하니 부담감이 조금은 가신다.
스윽.
곤히 잠들어 있는 연두.
나 혼자라면 몰라도 연두와 함께하는 일상은 점점 더 즐거워질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
그럼 자연히 영상도 점점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사실 무척이나 걱정했다.
우영이 할머니의 장례식이 연두에게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지는 않을지.
무수한 고민이 존재했다.
죽음에 대해 알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거 아닐까.
괜히 트라우마만 자극하는 거 아닐까. 정말 데려가는 게 맞는 걸까.
과연 그게 옳은 판단일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한 선택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상처는 있었다. 다시 한번 우는 연두의 모습을 봐야 했고 장례식장이라는 단어에 떠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건 내게도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과거의 상처에 아파하는 연두의 모습을 보는 건 내게도 트라우마였으니까.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나는 봤다.
절대 마음속 슬픔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우영이를 마음 깊숙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나조차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연두를 데려가지 않았다면, 연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닮아있었지.’
그리고 그 장면은 내가 아는 동화책의 어떤 장면과 꼭 닮아있었다.
상처가 있음에도 누군가의 아픔을 마음 깊숙이 공감하고 보듬을 줄 아는 어떤 동화책 속 소녀의 모습과.
가만히 나는 연두를 바라봤다.
감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 반짝이는 눈, 가늘고 오똑한 코, 앵두같은 입술과 말랑말랑한 볼.
스윽.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펜만 쥐어주면 이대로 꽤나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연두에 대해 잘 안다는 의미였다.
허나 역설적이게도,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나는 깨닫곤 했다.
아직 나는 연두를 잘 모른다는 걸.
이유는 간단했다.
연두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아이였으니까.
앞으로도 쭉,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
이틀이 지났다.
어제의 내 동선은 간단했다.
어린이집에 연두를 데려다주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특별한 건 없었지.’
잡일을 돕거나 우영이와 함께 밥을 챙겨먹는 것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어머님이 몇 차례나 감사인사를 하시긴 했지만.
대충 이런 식이었다.
“너무 고마워요. 제가 먹으라면 들은 척도 안 하는데 형 말은 잘 들으니까. 밥이라도 챙겨먹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확실히 그럴 수 있었다.
심신이 고단한 상주의 역할을 맡으면서 식사까지 거르는 걸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 속이 타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우영이의 식사를 챙겨주는 것.
그것도 내가 장례식에 가는 목적 중 하나였다.
‘중요한 건 오늘이지.’
오늘은 세 번째 날.
빈소를 떠나 장지에 도착하는 발인을 하는 날이었다.
오전부터 진행되는 만큼 어제보다 더 바쁜 하루가 될 터였다.
“그럼 연두야.”
“네에.”
“저녁에 데리러 올게. 잘 놀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를 뒤로 하고 어린이집을 나섰다.
연두는 데리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복잡한 것도 있고, 맡은 역할이 있어 계속 연두를 케어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곧장 차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벌써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발인에 앞서 빈소와 접객실에 있는 모든 짐을 정리해야 하니까.
유가족의 옷과 소품은 물론이고 각종 용품과 남은 음식까지 빠짐없이 처리해야 했다.
“형.”
어머님과 인사를 나누고 나니 보이는 우영이의 모습.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우긴 했지만, 그래도 끼니를 챙겨먹어서인지 아주 퀭한 얼굴은 아니다.
우영이 어머니의 말.
“미안해서 어떡해요. 발인날까지 이렇게 도움을 받고.”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전혀요. 일도 없어서 안 왔어도 집에만 있었을 거예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미 연두튜브는 단기 휴식을 맞은 상태고 따로 진행하고 있는 일도 없었으니까.
프리랜서의 숙명이었다.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 바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누구보다 한가하다.
“밥은 먹었어, 우영아?”
“.. 아뇨.”
“그럼 같이 먹자. 나도 아직 안 먹었거든.”
“별로 입맛 없는데.”
“그래도 먹어야 돼. 이제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옆에서 어머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조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우영이.
그렇게 나는 우영이와 마주앉아 아침을 먹었다.
“기분은 좀 어때?”
“기분이요?”
“응.”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이게 어떤 기분인지.”
더 묻지는 않았다.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식사를 마치고 나도 바로 일을 거들었다.
발인 절차는 속속들이 진행됐다.
“그럼 이따 보자, 우영아.”
“네.”
고 천재경의 손주인 우영이는 영정사진을 드는 역할이었다.
나는 관을 운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나 혼자 드는 건 아니었다.
“후우..”
네 명이서 들기에 충분한 무게였다.
관을 리무진으로 옮긴 뒤 장소를 옮겨 예식을 진행한 뒤.
이동한 마지막 장소는 다름 아닌 화장장이었다.
툭.
관을 옮긴 뒤에 나오자 우영이가 어머니와 함께 서 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었다.
곧 화장이 시작될 테고, 무거웠던 관 속의 시신은 유골함에 담겨 나오게 되겠지.
7년 전의 그 날처럼.
째깍. 째깍.
숨 죽인 채로 90분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
유가족들이 수골실로 이동하고 나는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걸어나오는 유가족들.
우영이의 손에는 유골함이 들려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갔다.
“우영아.”
실소와 함께 우영이는 유골함을 보며 중얼거렸다.
“.. 가벼워요.”
“뭐?”
“신기하지 않아요? 어떻게 이렇게 가볍지.”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터였다.
그야, 과거에 내가 한 생각과 같았으니까.
아빠와 함께한 시간과 추억들은 전혀 가볍지 않은데 그와 상충되는 괴리감이 느껴져서.
그래서 버티기 힘들었던 순간.
“.. 알잖아.”
고개를 돌리는 녀석을 향해 말했다.
“가볍지 않다는 거.”
“…”
우영이는 말없이 유골함을 품 속에 안았다.
할머니를 말이다.
***
한국을 대표하는 화백이자 우영이의 할머니 천재경.
그녀를 떠나보낸 뒤.
나도 우영이도 일상으로 돌아갔다.
‘연두튜브가 휴식기를 맞은 만큼.’
잠깐이나마 나도 편집자로서의 임무를 내려놓고 가정에 몰두할 수 있었다.
사실 표현이 우습긴 하다.
가정에 몰두라 해 봐야 특별한 걸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누렁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고, 이호연의 유투브 채널에 올라온 신메뉴를 시도하고, 연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연두가 없는 시간에 심심하면 괜히 연두튜브에 들어가 댓글을 보거나 유투브를 둘러보고.
이 정도면 농땡이를 피우려 7일 휴식 선언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럴 의도는 절대 아니었는데.
며칠 쉬면서 느낀 건, 내가 생각보다 더 편집자 역할을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간질간질하단 말이지.’
손이 간질거렸다.
특히나 연두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직업병이 발동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만 보는 건 아깝다는 생각에.
‘어제도 그랬지.’
갑자기 삘이 받아 밀가루를 찰흙을 가지고 놀다가 연두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이건 찍어야 한다고.
가까스로 사진을 찍어 원스타에 올리는 거로 타협을 보긴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두튜브는 내 일상 속에서도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는 걸.
‘아, 참.’
한가해지니 평소에는 안 하던 짓도 하게 됐다.
이를테면 이런 거.
뜬금없이 호기심이 일어 유투브에 내 이름을 쳐 봤다.
물론 실명을 검색한 건 아니고, 유투브상의 내 이름인 ‘초록’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영상 제목에 입이 벌어졌다.
[나니의 이상형 월드컵!(우, 우승자가..?)]이상형 월드컵.
토너먼트 식으로 이상형을 골라 1위를 뽑는 일종의 게임이었다.
의아했다. 왜 나를 검색했는데 이런 영상이 뜨는 건지.
궁금해진 이상 안 눌러볼 수도 없고.
틱.
나니는 여성 스트리머였다.
처음 들어보긴 하지만 영상 조회수가 백만대가 나온 걸 보니 꽤 유명한 스트리머인 듯했다.
2배속으로 영상을 재생하는데,
띠용.
중간에 내가 등장했다.
머릿속에 드는 한 가지 의문.
아니, 남성 유투버 이상형 월드컵에 내가 왜 나와?
이윽고 드는 생각.
‘.. 맞구나?’
엄밀히 말하면 나는 남성 유투버가 맞긴 했다.
여성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고서 다시 영상을 재생하는데,
달칵.
나니라는 스트리머는 빛의 속도로 마우스를 클릭하고서 다음 선택으로 넘어갔다.
놀랍게도 선택한 건 나였다.
옆에 쏟아지는 채팅창의 반응.
-나니!?!?
┖미친 거냐고!
┖당신. 구백만 연두부한테 폭격을 당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 ㅋㅋ 초록 선택은 선 넘었지.
┖팩트 : 초록님은 나니 모름
슬쩍 넘어가려 한 거 같은데, 채팅창의 반응에 나니는 결국 입을 열었다.
“아, 여러분! 저도 알아요! 연두부로서 팬심이라구요, 팬심!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팬심으로 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치면 여기 초록님 말고도 가정 있으신 분 얼마나 많은데.”
-ㅇㅈ
-팬심이면 킹정이지
-솔직히 초록님같은 남자 없긴 하지 ㅋㅋㅋ
-잘생겼어, 그림 잘 그려, 요리 잘해, 노래 잘해, 고무줄총 잘 만들어. 진짜 완벽 그 자체… ㄷㄷ
-남자한테도 인기 오지잖음 ㅋㅋ
이어서 그녀는 울상이 되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초록님이 저 알 수도 있죠. 이 영상 올라가면 알게 될 수도 있고.. 힝.”
-그건 아님
┖모른다에 손목 검
┖앞으로도 모를 거다에 손목 검
┖초록님은 연두밖에 모름. 워너비도 잘 몰랐는데 나니를 알겠냐
여기 댓글도 맵구나.
고래의 스트리밍 댓글을 보는 기분이다.
그런 와중에 이어지는 스트리머의 말.
“그리고 이번에 더 팬 됐어요, 크크크.”
뭐야. 왜 갑자기 웃어.
그냥 웃음도 아니고 뭔가 심상치 않은 웃음이다.
불안하게 만드는 웃음.
“진짜 귀엽지 않아요? 유성초 스나이퍼, 평화고 미켈란젤로. 진짜 매력 미치지 않았어요? 안 그래?”
-ㅋㅋㅋㅋㅋㅋㅋ
┖그 레전드를 꺼내버리네.
┖이거 올라가면 확실히 초록님한테 기억될 듯. 안 좋은 이미지로.
┖ㄹㅇ 빠꾸없네 ㅋㅋㅋ
┖이 정도면 초록님 분노의 고무줄총 만드는 거 아니냐
순간적으로 영상을 끌 뻔했다.
잊고 있었던 흑역사가 이 타이밍에 튀어나올 줄이야.
이렇게 언급할 정도면 정말 모두가 알고 있는 거 아닐까.
‘…’
우울해지네.
결국 나는 최종 1위까지 뽑힌 뒤에 영상이 종료됐다.
그래서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인도해 준 거구나.
‘신기하네.’
제목에 내가 언급된 것도 아닌데.
유투브 알고리즘에는 정말 감탄이 나올 때가 많았다.
그나저나.. 정말 별 일이 다 있구나.
내가 이런 이상형 월드컵에도 이름을 다 올리고.
‘하긴.’
내 삶에 일어난 다른 변화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웃어넘길 정도의 일.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찾아온 다음날.
연두튜브에 휴재 공지를 올리고 5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연두야.”
“네에.”
“기억하지? 오늘 아빠랑 어디 가기로 한 거.”
괜히 휴식기를 일주일로 잡은 게 아니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전에 연두와 한 약속이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연두가 되묻는다.
“네에. 우리.. 어디 가여..?”
“어디냐면……”
빙긋 웃으며 나는 말했다.
“아빠의 아빠, 그러니까.. 할아버지를 보러 갈 거야.”
“.. 할아버지요?”
“응.”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벌어지는 연두의 입.
나는 덧붙였다.
“지금 바로.”
오늘은 11월 8일, 아빠의 기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