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수능
“오랜만이야, 동건아.”
오늘 초콜릿 배달의 첫 손님은 다름 아닌 동건이였다.
“행님! 연두야!”
“동거니오빠..”
“잘 지냈어?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구나, 연두는. 흐허허…”
빙구웃음을 짓는 녀석.
전과 같은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녀석은 기지개를 쭉 켜며 말했다.
“흐아.. 진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응?”
“저같은 녀석 하나 때문에 행님이랑 연두가 이렇게 몸소 찾아와 주기까지 하고.”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당연한 거지. 네가 어떤 녀석인데.”
“어떤 녀석인데요?”
“음..”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생각하는 와중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전에 동건이가 틈만 나면 입버릇처럼 말했던 호칭.
“굳이 말하자면.. 내 오른팔?”
“와..”
벌어지는 녀석의 입.
역시 내 입으로 말하는 건 오버였나 싶어 얼버무리려는데, 감격스러운 녀석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감동입니다, 행님..”
“.. 응?”
“제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그렇게 얘기해 주시다니……”
세상 진지한 표정.
이어서 동건이는 말했다.
“그 녀석한테도 말해 주세요, 행님.”
“누구?”
“우영이요. 아마 진짜 좋아할 거예요. 제가 인정한 행님 왼팔이니까. 왼손잡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우영이한테 내 왼팔이라고 얘기하라고?”
“네.”
“…”
좋아하기는커녕 의가 상하지 않으면 다행일 거 같은데.
미소를 띠며 물었다.
“공부는 잘돼?”
“네.”
“이제 며칠 후면 수능인데 떨리지는 않고?”
그 말에 동건이는 씩 웃으며 답했다.
“제가 누굽니까, 행님.”
“.. 내 오른팔?”
“물론 맞죠. 그리고 저, 조동건입니다. 수능 따위로 겁내지 않죠. 그냥 마실 간다는 마음으로 가서 부숴버린다는 마인드입니다.”
“하하, 그렇구나.”
자신감이 넘쳐 보이네.
이제 최소한 수능 전까지는 보기 힘들 터였다.
응원의 메시지도 지금 건넬 필요가 있었다.
“조금 이르긴 한데.. 차분하게 잘 보고 와, 동건아.”
“예, 행님.”
“수능 끝나고 보자. 진짜 맛있는 거 사 줄게.”
“한우.. 아니, 랍스타도 됩니까?”
“뭐든 말만 해.”
오래 잡아둘 수는 없었다.
애초에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동건이를 잠시 불러낸 거니까.
슬슬 전달할 필요가 있겠지.
“자, 연두야.”
내 말에 연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건이에게 내밀었다.
손에 든 봉투 하나를.
“어.. 오빠 주는 거야?”
“네에.”
아직 초콜릿을 만드는 영상은 연두튜브에 업로드하지 않은 상태였다.
내용물은 모르겠지.
봉투를 건네받으며 동건이가 말했다.
“뭔지 물어봐도 돼?”
대답해주려는 연두의 말을 가로막고 내가 말했다.
“말해 주면 재미없지.”
“행님.”
“들어가서 열어봐. 아마 마음에 들 거야.”
굳이 사족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열어서 보는 순간 어떤 선물인지는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때 중얼거리는 듯한 자그마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예쁘지 않은 건.. 연두가 만든 거에요…”
“응?”
“연두는 예쁘게 못 만들었어요..”
아직 아쉬워하는 걸까.
나와 인덕이에 비해 예쁘게 만들지 못한 걸.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이어지는 목소리.
“그래도.. 많이 담았으니까…”
“.. 뭘?”
“마음.”
초콜릿을 만들 때처럼.
두 손을 꼭 모은 채 가슴에 얹고서 연두는 생긋 웃으며 얘기했다.
“마음을.. 가득 담아써요..!”
“.. 마음?”
“네.”
미묘한 표정의 동건이.
뭔지 말해 주지는 않았지만 무척 큰 힌트가 된 거 같다.
머리가 좋은 만큼 뭔지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네.
뭐, 상관없겠지.
“그래, 연두야.”
녀석은 봉투를 든 채로 쪼그려 앉아서 연두를 향해 말했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 정말여?”
“응.”
“그럼.. 연두가 만든 것도 먹어줄 거에요..?”
이건 너무 결정적인 힌트네.
역시 예상을 한 건지 아무런 동요 없이 동건이는 대답했다.
“당연하지. 첫 번째로 먹을 거야. 아, 근데 전부는 못 먹을 수도 있겠다.”
그 말에 연두가 조금 슬픈 표정으로 묻는다.
“예쁘지 않아서..?”
“아니. 완전히 그 반대지.”
“반대?”
동건이는 능청스레 말했다.
“연두가 만들어준 거잖아.”
“으응..?”
“먹으면 뱃속으로 사라지는데 소중해서 다 어떻게 먹어. 남겨둬야지.”
짜식. 제법인데.
꽤나 센스있는 오빠미가 느껴지는 멘트다.
수줍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연두가 배시시 미소 짓는다.
“너무 오래 잡아뒀네. 이제 들어가 봐, 동건아.”
사실 오래는 아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슬슬 보내줄 필요가 있었다.
동건이가 대답한다.
“네, 행님. 근데……”
“응?”
“그전에 사진 한 장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진?”
“네. 이런 선물을 받았는데 인증샷 한 장도 안 남기는 건 아쉬우니까.”
“아, 그래.”
곧바로 카메라를 꺼냈다.
이제는 수중에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더 많은 카메라였다.
“그럼.. 찍는다?”
“네, 행님!”
봉투를 들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포즈를 취한다.
“셋, 둘…”
카운트다운을 하는 찰나.
휙.
마지막 숫자를 셀 때 무언가가 앵글에 끼어들었다.
반응할 새도 없었다.
이미 내 손은 셔터를 누르고 있었으니까.
찰칵!
“여, 연두야..”
놀란 표정의 동건이.
앵글 속에 난입한 건 다름 아닌 연두였다.
“장난꾸러기네, 우리 연두.”
“히히.”
뒤이어 사진을 확인했다.
세상 놀란 표정의 동건이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연두.
자연스레 입 밖에 튀어나왔다.
“오히려 좋네.”
“동감입니다, 행님.”
연두의 난입으로 더 건지기 어려운 인증샷이 탄생한 느낌이다.
그렇게 끝이 났다.
첫 손님을 향한 배달부 연두의 초콜릿 배달이.
***
촤라락.
커튼을 닫는다.
온통 캄캄해지는 독서실 내부.
의자에 앉은 동건은 더듬거리며 조명 스위치를 찾았다.
달칵.
환해지는 책상 위.
학교 외에는 매일같이 와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었다.
1인실이라 방 내부에 사람은 없다.
‘괜찮겠지.’
조용하다는 것.
1인실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었다.
혼자밖에 없으니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지만, 가끔은 너무 조용해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어쨌든 괜찮을 거 같았다.
봉투를 여는 정도로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테니.
‘어지간해서는.’
웬만큼 큰 소리가 아닌 이상 옆방까지 소리가 닿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실제로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오랜 기간 1인실을 이용하며 누군가 피해를 호소한 일은.
부스럭.
조심스레 봉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사실 열어보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안에 있는 게 뭔지.
‘.. 초콜릿이겠지.’
먹는 거라는 건 진작에 눈치챘고.
예쁘게 만들지 못했다는 연두의 말에서 거의 확신했다.
초콜릿일 거라고.
데코가 필요한 수능 선물이라 한다면 달리 떠오르는 게 없으니까.
툭.
역시나.
투명한 박스 안에 각양각색의 초콜릿이 보인다.
슥 올라가는 입꼬리.
“뭐야, 잘만 만들었네.”
예쁘지 않다고 하더니 예쁘기만 하다.
그와 별개로 알 수 있었다.
주원이형이 만든 초콜릿과 연두가 만든 초콜릿은.
공간이 나뉜 건 아니었지만 한눈에 봐도 구분이 갔으니까.
‘그래도.. 많이 담았으니까…’
‘.. 뭘?
‘마음.’
생각하니 다시금 웃음이 번진다.
마음.
이 초콜릿 속에 연두는 어떤 마음을 담은 걸까.
먹어보면 알 수 있을까.
퍽.
“억!”
그때였다.
박스에 올려둔 손등 위로 떨어졌다.
위에 올려뒀던 문제집이.
손등과 입을 동시에 부여잡고서 동건은 괜히 주위 눈치를 살폈다.
“큰일 날 뻔했네.’
손은 상관없었다.
초콜릿이 다치기라도 했어 봐.
박스와 손이 바리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 줘서 천만다행이었다.
실소를 뱉으며 앞을 응시했다.
“하나, 둘, 셋……”
세기도 힘들다.
수십 권의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전부 최소한 몇 번씩은 봐서 겉면이 새카매진 책들이다.
아까 주원이형을 향해 뱉은 말이 떠올라 다시 한번 실소가 흘러나왔다.
‘.. 센 척하기는.’
가시지 않았다.
본 책을 또 보고, 새벽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문제를 풀어도.
불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 무서웠다.
어김없이 머릿속을 엄습하는 생각들을 동건은 고개를 휙휙 저어 떨쳐냈다.
타닥.
박스를 열었다.
당분을 보충하면 나아지겠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건은 손을 뻗어 초콜릿을 하나 집어 들었다.
하트 모양의 초콜릿. 연두가 만든 게 틀림없다.
쏙.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그와 동시에 입안에 맴도는 달콤함.
느껴지는 거 같았다. 초콜릿에 담긴 연두의 마음이.
***
[연두의 수능 대박 기원 초콜릿 만들기!(feat. 인덕)]수능을 앞두고 올린 영상.
연두튜브뿐 아니라 다른 채널 역시 수능에 관한 영상을 업로드했다.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만큼 큰 시험이니까.’
사실상 가장 규모가 큰 시험이라 볼 수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출근 시간을 늦출 정도로.
그래서일까. 짧은 시간인데도 댓글 수가 장난이 아니다.
-연두. 앞치마. 끝.
┖ㄹㅇ ㅋㅋ 앞치마 입은 연두 보는 순간 게임셋이었다.
┖썸네일 미쳤냐고 ㅋㅋㅋ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부녀와, 앞치마를 터트릴 거 같은 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
┖공통점 : 둘 다 조회수 제조기
┖리얼 성덕 연두부네. 팬미팅 때에 이어 콜라보까지.. 개부럽다, 하아…
-받을 다섯명은 진짜 선택받았네.
┖연두성분 폭발로 수능 만점 쌉가능.
┖속보) 역대 최고의 불수능에도 수능 만점자 다섯명으로 알려져……
┖진짜 너무 귀여워 ㅠㅠ 손 모으고 마음을 담고 있대.. 하윽.
┖초콜릿 얼굴에 묻힌 거 진짜 씹덕사할 거 같다…♡
하나같이 좋은 댓글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아, 참. 초콜릿은 다섯 명에게 무사히 전달했다.
각기 다른 반응이었지.
‘꺄아! 연두야!’
‘공부 열심히 안 했는데 받으려니까.. 되게 찔리네요.. 흑.’
‘와.. 진짜 형이랑 연두밖에 없네요..’
‘.. 고맙다. 잘 먹을게.’
그래도 하나같이 좋아하는 반응이었다.
연두의 마음은 잘 전해졌을까.
‘그럴 거야.’
꼭꼭 눌러 담은 마음이니 분명히 잘 전해졌을 터였다.
넘쳐흐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따로 수험생들을 위해 나와 연두가 함께 남긴 응원의 말도 있었다.
그에 대한 반응도 올라와 있었다.
-올해 수능 보는 고3들 부럽다.. 연두랑 초록님 응원도 받고.
┖그렇게 부러우면 다시 보던가 ㅋㅋ
┖.. 저 고2인데요?
┖뭐야. 사람을 속여? 이 어린놈의 자식!
┖저 그냥 부럽다고만 했는데……
억울할 만하네.
실소와 함께 들어온 다음 댓글.
-수험생 연두부 여러분! 이 댓글 보고 있다면 연두성분 잔뜩 받아 가세요!
┖수능 대박!!!
┖이 댓글 본 수험생들 다 원하는 대학 간다!
┖파이팅!!
┖아 ㅋㅋ 수능 딱 대!
┖ㅋㅋㅋㅋㅋ 고3임?
┖ㅇㅇ 이미 와이파이 연결해서 연두가 만든 초콜릿도 섭취 완료함. 올해 수능은 내 거임! 으하하!
새로운 사실이다.
와이파이가 그런 기능도 있었다니.
뭐, 마음만 같아서는 다 만들어주고 싶긴 하다.
‘불가능하지만.’
그러려면 연두와 초콜릿 공장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허나 진심이었다.
모두가 원하는 성적을 얻어 목표한 대학을 가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왔네.’
언제나 그렇듯 수능을 치르는 날짜는 둘째 주 목요일이었다.
오늘은 11월 14일.
대망의 수능 날이었다.
***
집 안인데도 왜인지 북적이는 느낌.
TV에서는 흘러나온다.
수험생이 아니라면 아침에 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 달라는 앵커의 말이.
연두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아빠.. 삼가는 게 뭐에요..?”
충분히 모를 수 있는 어려운 단어였다.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지 말아 달라는 거야.”
“으응..?”
“그러니까 외출을 삼가 달라는 건, 밖에 나가지 말아 달라는 거지.”
“왜요?”
“수능은 엄청 중요한 시험이라고 아빠가 얘기했던 거 기억하지?”
고개를 끄덕이는 연두.
“그래서 제시간에 도착해야 하는데 밖에 사람들이 많이 나가면 복잡할 수 있거든. 시험에 늦는 학생들이 생길 수도 있고.”
“아..”
“그러니까 오늘은 연두도 나가지 말고 아빠랑 같이 있자.”
“.. 그래도 돼요?”
“응, 오늘은 괜찮아.”
입가에 번지는 미소.
여전히 나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연두였다.
아, 웃음 나오네.
덩달아 긴장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연두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뭐 들을까, 연두야?”
“.. 베토벤!”
“베토벤 소나타?”
이제는 익숙한 장면이다.
함께 앉아서 클래식 음반을 듣는 건.
시간이 지난 만큼 연두도 수많은 클래식 음반을 접했으니까.
따란. 딴.
그리고 여전히 연두는 좋아했다.
피아노를.
지금 음률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손가락이 그 증거였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
그런 와중 연두는 나를 향해 말했다.
“아빠..”
“응, 연두야.”
“언니오빠들.. 시험 잘 보겠죠..?”
역시 연두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럴 거야. 연두가 마음을 담아서 응원해줬으니까.”
“잘 봤으면 좋겠다…”
“아빠도.”
혼자였으면 굉장히 느리게 시간이 흘러갔을 거 같은데.
연두가 있어서인지 빠르게 흘러갔다.
시시각각 핸드폰을 꺼내서 뉴스를 봤다.
“국어가 어려웠다고 하네..”
꼭 어렵다고 나쁜 건 아니었다.
시험이란 건 내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도 어려운 법이니까.
다만, 유독 중요했다. 첫 시험인 국어의 난이도는.
‘멘탈이 깨질 수 있으니까.’
그랬다가는 뒷 시험까지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었다.
간절히 바랐다.
녀석들이 멘탈을 잘 컨트롤하기를.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떠올랐다.
“수학은 평이하게 나왔나..”
“영어는 전체적으로 쉬웠는데 빈칸 문제가 난이도가 극악이었다는 거 같고……”
PTSD가 발동하려 한다.
빈칸 문제는 학창 시절에 줄곧 나를 괴롭히던 녀석이었으니까.
객관식인데도 정답률이 10%가 나오지 않을 때도 꽤 있었고.
‘틀리라고 주는 문제란 거지.’
그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 나는 세상 진지하게 수능 난도를 분석하고 있었다.
학원 선생이 이런 기분일까.
아끼는 녀석들이 다섯 명이나 있다 보니 계속 마음이 쓰인다.
“슬슬 끝났을 거 같은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거의 다섯 시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언니오빠들을 걱정하던 연두가 반응한다.
“끄, 끝났어요..?”
“글쎄. 한 번 전화해 볼까.”
“으응!”
피해를 줄 염려는 없었다.
어차피 핸드폰은 제출하게 되어있고 전화를 받는다는 건 시험이 끝났다는 의미니까.
물론 그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시험을 망쳐서 전화를 받는 게 달갑지 않을 경우.
‘..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그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핸드폰을 들고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번호를 눌렀다.
동건이의 번호였다.
연두와 마주 보며 서로 침을 꼴깍 삼키고 수신 버튼을 눌렀다.
뚜루. 뚜루.
귀에 들어오는 수신음.
‘.. 켜져 있어.’
결과와 별개로 시험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두근거리는 심장.
얼마간의 기다림이 지나고 들려왔다.
“.. 여보세요.”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동건이의 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