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5)
45화. 폭등
평일에 연두와 동물원에 가기로 한 후, 사장님께 부탁드려 하루를 비웠다.
바로 빼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연두를 데리고 동물원에 갈 생각이라 말씀드리자 바로 허락해 주셨다.
‘그럼, 그래야지! 가족끼리 한 번씩 기분전환도 하고 그래야지! 허허.’
조금 죄책감이 들긴 했다. 사장님은 철석같이 내가 결혼했다고 믿고 계시니까.
일부러 속이려 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해명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뭐, 연두랑 나 둘뿐이라고 해도 가족은 가족이니까. 그렇게 합리화하며 넘기는 수밖에.
‘아, 생각해 보면 둘만 가는 건 아니네.’
시은이네 가족과도 함께 가기로 한 상태였다.
그 가족도 둘뿐인 걸 보면 나처럼 사정이 있는 거 같긴 하지만.
매일 시은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걸 보면 신세연은 직장인인 거 같았다.
여러 차례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전에 세연 씨가 물어봤을 때 나도 안 말해 주기도 했고.’
말하고 싶었다면 그녀가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굳이 내가 먼저 물어볼 이유도 없었고, 그렇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정확한 날짜를 정했다는 것이다.
연두와 함께 동물원에 가는 날짜를.
‘언제 한 번 동물원에 가자.’와 ‘언제 동물원에 가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약속이 확정된 후, 나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서 날짜를 표시했다.
동물원에 가는 날이라는 의미로.
그리고 연두에게 달력을 가리키며 말해 줬다.
“이날에 동물원에 갈 거야, 연두야.”
연두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동무런에 가려면 얼마나 남아써요, 아빠…?”
“음.. 오늘이 16일이거든?”
“네에.”
“그럼 아빠가 동그라미 친 날은 뭐라고 적혀 있어?”
숫자 공부를 시켜줄 겸, 나는 질문했다.
연두는 달력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이.. 오..?”
“크크, 맞았어. 이랑 오가 같이 있으면 뭐라고 읽는 걸까?”
“이랑 오가 가치 이쓰면요..?”
“응.”
연두는 다시 고민하다가, 답이 생각났는지 신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오!”
“푸흡.”
또 예상치도 못하게 웃음이 터져 버렸다.
이십오라는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답할 거라고도 생각 못 했다.
웃는 나를 보고 연두는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아, 아니에여..?”
“연두야.”
“네에…”
“이랑 오가 이렇게 바짝 붙어있잖아. 친구처럼. 그치?”
“칭구처럼..?”
“응.”
“연두랑 시으니처럼요..?”
“그래, 연두랑 시은이처럼.”
연두는 이해가 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설명해 줬다.
“이렇게 붙어있으면 숫자의 중간에 십을 붙여서 이십오라고 읽는 거야.”
“이시보..?”
“응. 이십오.”
가능한 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긴 했지만, 아직 연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도였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말했다.
“그러니까 동물원에 가려면 이십오에서 십육을 빼면 돼.”
“어, 어떠케 빼요..?”
읽기도 불가능한데 빼기가 가능할 리 없지.
나는 웃으며 답을 말해 줬다.
“이십오에서 십육을 빼면 구야. 그러니까.. 연두가 아홉 번 자고 일어나면 동물원에 가는 날이 오는 거지.”
“아홉 번… 끄응..”
“하하, 아홉까지는 셀 줄 알지, 연두야?”
예전에 연두가 숫자 세던 게 떠올랐다. 워낙 기억에 남아서 순서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히 ‘하나, 두울, 넷, 셋, 일곱..’ 이렇게 셌었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신박한 숫자 세기였다.
아마 천재 수학자 가우스도 저걸 보고 패턴을 발견할 수는 없을 듯했다.
그래서 내가 손가락으로 열까지 세는 방법을 알려줬다.
‘기억하고 있으려나.’
평소에 사소한 것도 곧잘 외우곤 하는 연두였다.
알려준 방법을 기억하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연두는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세엣…”
좋아. 둘에서 넷으로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발전이었다.
나는 숨죽인 채 연두가 숫자 세는 모습을 바라봤다.
“일곱, 여덜, 아홉.. 어..? 아호비다..!”
기뻐하는 연두를 보며, 나도 웃으며 손뼉을 쳤다.
“잘했어, 연두야.”
그런데 아홉까지 센 게 그렇게 기쁜 건가?
연두는 기쁘다 못해 날아갈 듯한 표정으로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그러더니 나를 불렀다.
“아빠아..!”
“응, 연두야.”
“진짜 아홉 번만 자면 아빠랑 동무런에 갈 수 이써요..?”
“그래.”
연두는 다시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중얼거렸다.
“오늘 자고, 내일 시으니랑 낮잠, 그리고······”
잠깐만.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설마 연두는 내가 말한 잠에 낮잠도 포함하고 있는 건가?
혼잣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예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연두는 아홉 번 자는 걸 전부 계산하고는 말했다.
“아빠..! 연두 지금 잘래요..!”
“…”
이걸 어쩌면 좋지. 연두는 내 말을 완전히 오해한 거 같다.
나는 아홉 밤을 자면 갈 수 있다고 한 건데.
연두는 아홉 번을 빨리 자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말하면 상처받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지금 말하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상처가 더 커질 터였다.
결국 나는 연두를 무릎에 올리고 이야기해 줬다.
“연두야.”
“네에!”
“속상해하지 말고 들어. 아빠가 말한 아홉 번은······”
이야기하는 내가 다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는 처음부터 오해가 없도록 정확히 얘기해 줘야겠다는.
***
연두튜브의 여섯 번째 영상.
-언니와 함께하는 연두의 글자공부!(feat. 수제 학습지)
이번 영상의 반응도 엄청났다.
확실히 구독자수와 조회수가 영상이 쌓일수록 급증하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영상을 올릴 때마다, 다른 영상들의 조회수도 엄청나게 증가했으니까.
‘하나만 보고 나가지 않는 거겠지.’
영상이 마음에 들면 이전에 올라온 영상들까지 찾아보는 것일 터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 조회수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물론 영상이 그만큼 매력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겠지만.
‘연두니까.’
이 짧은 한 마디로 설명이 가능했다.
연두의 영상을 보고 그냥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뭐, 굳이 따지자면 없지는 않겠지. 그런데 극소수일 거라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단순히 연두가 예쁘게 생겼기 때문이 아니었다.
‘어떤 영상을 봐도.’
심지어 2분짜리 영상을 봐도 드러났다. 자연스레 웃음 짓게 만드는 연두의 매력이.
매일같이 연두를 보는 나지만, 조금도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연두는 그런 아이였다.
‘십만 구독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까마득했는데, 이제는 정말 코앞이었다.
연두튜브를 개설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연두다! 연두가 떴다..!
-진짜 이 순간만 기다렸음… 연두가 올라오는 순간.
-연두 실제로 한 번만 보고 싶다 ㅠㅠㅠ 영상으로 봐도 이렇게 녹는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귀여울까? 흐아아…
-제 생각엔 연두 아부지가 조회수 올리는 법을 아시는 거 같아여 ㅋㅋ 일부러 텀 좀 두고 올리면 우리가 전에 올라온 영상들 보러 갈 거 알고.
맹세코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그건 그렇고 댓글창을 봐도 신기했다.
채널 개설이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연두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게.
심지어 알림이 뜨기를 하루 종일 기다린다는 구독자도 많았다.
-그래도 3일은 안 넘겼으니 봐 드릴게요, 초록님.
└엥? 초록님이 누구임?
└댓글에서 누가 연두 아부지 초록님이라 부르길래요. 뭔가 잘 어울려서 ㅎㅎ
└ㅋㅋㅋ 그렇긴 하네. 연두 아빠 초록. 딱 맞아떨어지는데?
└우리 앞으로 그렇게 부르죠. 계속 연두 아빠라 부르기도 그러니까.
색깔과 관련된 특이한 별명이 생겨 버렸다.
뭐, 무엇보다도 핫한 건 역시 영상에 대한 반응이었다.
-ㅋㅋㅋ 나도 외워따! 기역은 구렁이!
└연두 말할 때 ㄹㅇ 귀염터져 ㅋㅋ 기역은 구렁이!!
└우리 연두 라임도 맞출 줄 알아요! 니은은 누렁이!!
└느.. 느.. 느.. 누렁이! 현웃터졌네 ㅋㅋㅋ
└잘 보면 선생님 엄청 당황함. 나비라 할 줄 알았는데 누렁이라 해서.
└연두 엄청 열심히 공부하네. 기역을 몇 번을 쓰는 거야 ㅎㅎㅎ 귀여워…♥
-되게 잘 가르쳐 주신다. 저분… 나도 저분한테 과외받고 싶다. 뭐 하시는 분이지?
└학습지도 저 어여쁘신 분이 만들었다고 자막에 적혀 있던데. 지성에 미모까지..
└거의 뒤밖에 안 나오는데 저분이 어여쁜지 너네가 어케 앎.
└실루엣만 봐도 빼박 여신이자너.
-근데 나만 저 학습지 탐나냐?
└그니까. 수제 학습지라는디. 그림 퀄이 좀 구지긴 한데 머리에는 쏙쏙 남는데?
└저 네 살 아이 엄마인데 진짜 탐나네요.. 어디 가면 살 수 있죠?
└아이 엄마? 뻥치시네 ㅋㅋ
└야. 저분 닉네임부터 현이엄마인데 무슨 뻥이야. 속고만 살았나 ㅉㅉ
└ㄹㅇ 학습지로 나오면 좋겠다. 혹시 만들어지면 알려주세요 ㅠㅠ
의외로 학습지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다.
생각해 보면 이해는 가는 반응이었다.
‘아이들 부모님이 많이 보니까.’
키즈튜브인 만큼, 아이가 있는 부모님 구독자가 상당히 많았다.
그래서인지 연두가 공부하는 학습지를 향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는 거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아이디어가 톡톡 튀고 깔끔한 구성의 학습지였으니까.
댓글에 언급된 것처럼 그림이 허접한 건 사실이었지만.
영상을 본 서지혜도 댓글을 보고 내게 문자를 해 왔다.
-저 이거 진짜 출간할까요? 휴우.. 이래서 인기가 너무 많아도 곤란하다니까?
학습지로 인기 자랑하는 사람은 또 처음 봤다.
[맘대로 해요 ㅋㅋ 진짜 출간하면 홍보해 줄게요.]-ㅎㅎ 장난이에요. 아, 맞다! 근데 너무한 거 아니에요?
[뭐가요?]-제목 말이에요! ‘언니와 함께하는’ 앞에 ‘예쁜’이라도 붙여주지.
[얼굴도 거의 안 나오는데요, 뭐.]-.. 오빠가 안 예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당연히 아니죠. 지혜 씨는 누가 봐도 예쁜 얼굴인데.]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후 답장이 왔다.
-어쨌든 제목 앞에 교대생이라도 좀 붙여주세요! 그냥 언니는 좀 그렇자나여..
뭐, 제목 수정이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1분도 안 걸리는 일이니까. 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대로 바꿔줬다.
-교대생 언니와 함께하는 연두의 글자공부!(feat. 수제 학습지)
연두튜브 여섯 번째 영상의 최종 제목이었다.
***
“아빠아..!”
눈을 가늘게 뜨자 따뜻한 햇살, 아니 햇살 같은 연두의 얼굴이 보였다.
햇살이 들 리가 없지. 내 자취방은 완전 북향이니까.
그래도 진짜 햇살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았다.
잠에서 깬 나를 반기는 사람이 연두라는 게.
“웬일로 아빠보다 일찍 일어났어?”
“모르게써요.. 연두가 빨리 일어나고 시펐나 봐요!”
“하하, 그래?”
“네! 아빠..”
“응?”
“이제 여덜빰 남아써요, 헤헤..”
왜 빨리 일어나고 싶었나 했더니.
아홉 밤에서 한 밤이 조금이라도 일찍 줄어들길 바랐나 보다.
문득 어제 생각이 났다.
‘낮잠은 안 치는 거라고 사실대로 말했을 때.’
아홉 번을 아홉 밤으로 정정했을 때, 연두는 상당히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금방 웃어 보이며 ‘갠차나요, 아빠..!’라고 하긴 했지만.
연두의 마음을 알기에, 나도 하루라도 빨리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아홉 밤이라는 시간이.
“흐읍..!”
나는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아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뭐야?’
웬 카톡이 이렇게 많이 와 있지?
내가 들어있는 단톡방이라고는 단 두 개뿐인데.
일어났을 때 이렇게 채팅이 많이 쌓여있는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양쪽 채팅방 모두, 상당수의 채팅이 쌓여 있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윤우와 따까리들(4)
최윤우 : 야, 뭐냐? 연두튜브?
유성현 : ㅋㅋㅋ 주원아. 아직 꿈나라냐?
·········
채팅이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고딩 녀석들의 단톡방도 마찬가지였다.
오예림 : 헐.. 아저씨. 연두튜브 뭐예요..?
하주연 : 실화야? 말도 안 돼…
뭔가 불안한 느낌에 나는 곧바로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달칵.
연두튜브 채널이 화면에 떠올랐다.
그 즉시, 나는 단톡방 채팅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내 입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한 마디가 나왔으니까.
“뭐냐, 이거?”
구독자 수가 폭등해 있었다.
어제 ’10만 구독자는 코앞이겠네.’라고 생각한 게 우스워질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