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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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화. 반 편성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 꿈이 맞는 건지, 부모님 꿈이 맞는 건지.”
그 말로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생각한 걸까.
동건이는 괜히 웃으며 말했다.
“연두는 어때?”
“.. 연두요?”
“응. 행님.. 그러니까 아빠가 바라는 연두 꿈이랑 연두가 되고 싶은 꿈이랑 다르면 뭘 선택할 거 같아? 물론 지금은 그게 같긴 하지만.”
웃어넘기려는 듯 보이지만 앞서 한 말은 100%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동건이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바라는 자식의 꿈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그래서였어.’
관련된 얘기가 나왔을 때 얼버무린 것도 이제는 이해가 갔다.
허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노력을 통해 성적을 얻었고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으니까.
더는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거다.
한편 질문을 들은 연두는 질문을 곱씹는 듯 중얼거렸다.
“아빠가 바라는 꿈.. 연두가 되고 싶은 꿈..?”
너털웃음을 지으며 동건이는 말했다.
“연두는 대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확실히 그랬다.
나는 연두가 자유롭게 꿈꾸길 원했고 지금으로서는 그 꿈이 피아니스트라 볼 수 있으니까.
한 마디로 같다는 뜻이다.
부모로서 내가 바라는 꿈과 연두가 되고 싶은 꿈이.
‘딱히 부딪힌 적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꿈에 관해 부딪힐 만한 요소가 없다는 건 아니다.
만약에 연두가 다른 꿈을 가지게 됐을 때.
그 꿈이 개인적인 기준에 반한다면 강요는 아니더라도 얘기를 해 볼 수는 있겠지.
직업의 귀천과 별개로.
‘사실 처음에는 피아니스트도 그랬으니까.’
힘든 분야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게 맞았고.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는다면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나름 진지하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봤다.
진심으로 피아노를 즐기고 행복해하는 연두의 미소를.
‘.. 쉽지 않았어.’
돌이켜보면 미술도 쉬운 분야는 아니었다.
단순히 금전적인 요소만 봐도 월 100 이상을 버는 미술계 종사자가 20% 언저리일 정도니 말 다 했지.
돌아가신 아빠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미술을 선택한 나를 한 번도 막으려 하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도 색연필을 포함한 고가의 미술용품을 사 주며 나를 지지해 줬다.
‘힘든 길을 택하는 건 자유야. 단, 그만큼 더 치열하게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문득 아빠의 그 말을 떠올리며 나는 다짐했다.
지지해 주자고.
힘든 길을 택하더라도 연두를 지지해 주고, 나는 그 옆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기둥이 되자고.
아빠처럼 말이다.
“동건아.”
“네.”
“부모님이 원하시는 네 꿈은 뭔데?”
내 물음에 동건이는 대답했다.
“항상 바뀌었어요.”
“바꼈다고?”
“네. 아마 제가 진짜 어렸을 때는 그랬던 거 같아요. 우리 동건이는 다람쥐처럼 날쌔니까 호날도같은 축구선수가 되면 딱이겠다고요.”
“.. 호날도?”
“네. 지금은 큰일 날 소리지만요.”
우리형이 너희형이 되어버린 그 사건 말이구나.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고개를 끄덕이자 동건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축구선수 얘기는 하지 않게 됐어요. 점점 끝이 사로 끝나는 직업을 갖길 원하시더라고요.”
“사자 직업이라면……”
“많았죠. 변호사, 검사, 약사…, 그리고 지금은……”
실소를 뱉으며 동건이는 말을 이었다.
“의대에 진학했으면 좋겠대요.”
정확히 예상한 대로였다.
줄줄이 나열한 사자 직업의 마지막은 의사가 장식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더군다나 동건이는 그만한 성적을 얻은 상태이고.
녀석은 괜히 장난스레 말을 덧붙였다.
“시험 좀 못 볼 걸 그랬나 봐요.”
나는 넌지시 물었다.
“얘기해 본 적은 있어?”
“네?”
“부모님한테 말씀드린 적 있어? 꿈에 관해서.”
“한 번이요.”
“뭐라고 하셨는데?”
“단칼이었죠. 사자 직업은 그렇게 좋아하시면서 교사는 왜 그렇게 싫어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교사는 훌륭한 직업이지만, 자식이 있는 많은 부모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데 교사가 된다고 한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둘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해야 동건이가 더 행복해질지는.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꼭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 맞으리란 법은 없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힘든 길일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궁금했다.
“확고한 거야?”
“네?”
“막상 교대에 진학하면 꽃길만 펼쳐지는 건 아닐 테니까. 지금 한 선택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고. 그래도 동건이 넌 괜찮은 거야?”
그 말에 동건이는 답했다.
“정말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응.”
“괜찮지는 않겠죠. 제가 생각지도 못한 최악 중의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그래도……”
크지는 않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동건이는 말을 이었다.
“버틸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선택한 거니까.”
수없이 고민한 게 느껴지는 답.
반대로 말하면 부모님이 선택한 길을 걷는다면 그 불행을 버틸 자신은 없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그럼 그 불행에 대한 원망의 화살은 누구를 향할까.
‘.. 생각하기도 싫어.’
최악의 경우였다.
깊이 관여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동건이는 내가 아끼는 동생이었다.
결정을 내려줄 수는 없다.
그래도 한 마디는 하고 싶었다.
“얘기해 봐.”
“.. 네?”
“정말 확고하다면 한 번 더 부모님한테 얘기해 봐. 네 진심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물론 힘들겠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생각에 겁이 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야 하는 얘기였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제대로 얘기조차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분명히 후회할 테니까.
“.. 형은 제가 바보같지 않으세요?”
“네가 왜 바보같냐? 내가 아는 고등학생 중에 제일 똑똑한데.”
“…”
그때 귀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목소리.
“아빠가 바라는 꿈.. 연두가 되고 싶은 꿈……”
아까 한 중얼거림을 그대로 되뇌는 연두의 목소리였다.
이어지는 짤막한 한 마디.
시선은 동건이를 향하고 있었다.
“생각해 봤어요..”
“.. 어?”
“연두는 세상에서 아빠를 제일 좋아해요.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미소를 띠며 연두는 덧붙였다.
“아빠가 바라는 꿈을 꾸고 시퍼요…”
흠칫하게 만드는 답변이었다.
어찌 보면 내가 한 말과 생각과는 반대되는 얘기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연두의 생각이고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으니까.
동건이는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 그렇구나.”
이제 일곱살 된 연두의 말이지만 흘려들을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동건이 입장에서도 꽤나 임팩트가 컸겠지.
뭐라 얘기해야 할까. 쉽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 어?’
그런데 다시금 열리는 연두의 입.
아직 할 말이 남았던 걸까.
“그런데……”
소곤거리듯 연두는 동건이를 향해 배시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빠가 말했어요..”
“.. 응?”
“아빠 꿈은.. 연두가 최고로 행복해지는 거라고.”
왜인지 그 말에 닭살이 돋았다.
습관처럼 내가 하던 말을 연두의 입으로 들은 것뿐인데.
“그러니까……”
아까와 같은 말.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말은 다를 거 같았다.
“연두는.. 연두가 행복해지는 꿈을 꿀래요…”
더더욱 닭살이 돋는 한 마디.
표정을 보니 나보다도 더 그런 건 동건이인 거 같았다.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연두의 말은 그렇게 들렸으니까.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꿈을 꾸라고.’
긴 시간 아무 말이 없었던 건, 그동안 계속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일까.
이건 그래서 나온 답인 걸까.
한동안 멍하니 연두를 바라보다가 동건이는 말했다.
“연두야.”
“네, 동거니오빠.”
“고마워, 진심으로.”
조금은 답을 찾은 듯한 표정이었다.
***
끼익.
문이 닫히자마자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
“아들, 왔니?”
밝은 목소리인데도 숨이 막힌다.
애써 웃음을 지으며 신발을 벗고 나니 보이는 얼굴.
아빠였다.
“어, 동건이 왔냐?”
“.. 네.”
“여기 앉아 봐라.”
아빠는 할 말이 있어보였다.
동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 위에 앉았다.
뒤따라 옆에 앉은 엄마.
그렇게 셋이 나란히 앉은 상황, 동건의 아빠 조해철은 무언가를 꺼냈다.
“자, 이거 봐라.”
“이게 뭐예요?”
“올해 예상 입결표인데 전문가랑 상담해 보니 여기까지 충분히 노려볼 만 하다더구나.”
아빠가 가리킨 곳은 다름아닌 서울권 의대였다.
굳어지는 동건의 표정.
그런 아들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조해철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방으로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얼마나 다행이냐.”
“아빠.”
“아들아, 아빠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
아빠의 말에 동건은 이를 악물었다.
의대에 가는 건 확실시한 상황에서 얘기하고 있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몇 번이고 피해 왔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굳어지는 부모님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게 무서워서 항상 도망쳤다.
‘.. 안 돼.’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가장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영원히 얘기하지 못할 거 같았다.
평생 이 순간을 후회할 거 같았다.
호흡을 가다듬고 동건은 입을 열었다.
“.. 할 얘기가 있어요, 아빠.”
“응?”
“저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아요.”
흠칫하는 반응.
이런 적이 없어서인지 엄마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떠오른다.
애써 태연하게 조해철은 아들을 향해 말했다.
“허허, 짜식. 의대 공부가 힘들 거 같아서 그러냐?”
“아니요.”
“그럼 오래 공부해야 해서? 애비가 그 정도 밀어줄 능력은 있는데.”
“.. 그것도 아니에요.”
조해철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어디, 따로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는 거냐?”
대답할 새도 없이 그는 덧붙였다.
“공대는 추천하지 않는데. 아빠처럼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전문직만큼의 메리트는 없거든. 또 같은 전문직끼리 비교해 보면 의사만 한 게 없고. 당장은 꺼려질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니요.”
“.. 뭐?”
“저는 후회할 거예요.”
처음 보는 아들의 반응에 당황한 조해철은 말했다.
“그럼.. 하고 싶은 게 뭔데?”
“기억하세요?”
“뭘?”
“제가 전에 말했던 꿈 얘기요.”
그러자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
얘기를 꺼내던 아들의 모습과 바로 묵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조해철이 입을 열었다.
“동건이 너.. 설마 교사를 말하는 거냐?”
“맞아요.”
“안 돼!”
저절로 언성이 높아졌다.
입결표를 강하게 내려놓는 조해철을 향해 아내 오승혜가 말했다.
“여보, 진정해.”
“분명히……”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힌 조해철이 말했다.
“분명히 후회할 거다.”
“…”
“아빠 말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교사가 나쁜 직업이라는 게 아니다. 단지……”
차갑게 조해철은 덧붙였다.
“동건이 넌 교사가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게 아니야.”
대외적인 이미지와 아들로서의 동건은 많이 달랐다.
한 번도 없었다. 부모님의 말에 대놓고 반항한 적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군것질하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에 친구들을 바라만 보며 입맛만 다셨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학원을 다니라면 다녔고, 독서실을 가라면 갔다.
‘나를 위해서였으니까.’
실제로 그랬다.
엄마아빠가 했던 말들은 전부 아들인 자신을 위해서였다.
허나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 아니에요.”
“뭐?”
“교사가 되려고, 제 꿈을 이루려고 열심히 공부한 거에요.”
“동건이 너……”
“저를 독서실에 보낸 건 아빠였지만, 거기서 공부할지 말지 선택하는 건 저였어요. 전부 포기하고 자거나 다른 걸 할 수도 있었죠. 그런데 왜 그러지 않은지 아세요? 푼 문제집을 수십번 풀고, 들은 인강을 수십번 듣고, 흔적이 남아서 지워도 지워도 답이 다 보이니까 똑같은 문제집을 사서 또 풀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공부했던 건……”
동건은 쓰게 웃으며 덧붙였다.
“.. 꿈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하지 못하고 담아둔 얘기가 마구 쏟아져나왔다.
마치 폭포처럼.
그렇게 쏟아낸 뒤에 동건은 말했다.
“증명하고 싶었어요.”
“…”
“엄마아빠가 원하는 그 꿈들을 전부 이룰 수 있는 성적을 얻어서.. 그런데도 그것들을 포기하고 제 꿈을 선택하는 걸로 증명하고 싶었다구요. 얼마나 간절한지……”
원래는 하지 않으려 했던 이야기였다.
속마음을 밑바닥까지 헤집어서 꺼내놓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나 떠올랐다. 주원이형이 했던 말이.
‘정말 확고하다면 한 번 더 부모님한테 얘기해 봐. 네 진심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하나도 빼놓지 말고 얘기하라는 말.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얘기였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었다.
마지막에 연두가 한 말을 통해 얻은 답이 있었으니까.
“저는.. 제가 행복해지는 꿈을 꿀래요.”
마지막에 연두가 했던 말 그대로였다.
이제는 꾸고 싶었다.
부모님이 아니라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꿈을.
‘같을 테니까.’
주원이형이 그렇듯 부모님도 생각이 다를 뿐 같을 터였다.
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랄 터였다. 아들이 행복해지기를.
결국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꿈을 꿔야 한다.
그게 연두의 말을 통해 얻은 해답이었다.
침묵은 꽤나 오랜 시간 깨지지 않았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연두의 초등학교 입학은 며칠을 앞두고 있었다.
예비소집일에 학교에 간 것도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은 상태다.
‘특별한 건 없었지.’
입학식이 아닌 예비소집일인 만큼 특별한 일은 없었다.
다니게 될 학교를 미리 둘러보고 입학에 필요한 서류처리를 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나마 더 말하자면 연두가 몇몇 아이들과 안면을 튼 정도겠네.
‘나도 그렇고.’
예비소집일이 겹치는 만큼 몇몇 학부모와 안면을 트고 인사를 나눴으니 말이다.
대부분 깜짝 놀라는 반응이었지.
연두가 선화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얘기를 듣고서.
선화초등학교.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였다.
여러모로 알아본 결과 시설을 포함해 무척 괜찮은 학교라고 들었고.
두 눈으로 보기도 했지.
예비소집일 때만이 아니라 선동이가 집에 놀러왔을 때 탐방도 했으니까.
‘좋았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음악실이었다.
코를 들이마시는 게 특징인 유준이라는 꼬맹이가 데려다줬던 음악실.
그 녀석, 지금은 3학년이겠네.
‘비염은 좀 나았으려나.’
한 번쯤 다시 보고 싶은 귀여운 녀석이었다.
기회가 오겠지.
그건 그렇고, 오늘은 꽤나 특별한 날이었다.
입학식은 아니지만 무척 중요한 게 결정되는 날이니까.
줄곧 시계를 보다가 나는 말했다.
“얘들아.”
“네, 아빠.”
“마음의 준비는 됐어?”
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레나였다.
“오, 올라왔서요?”
“그럴 거야. 시간이 됐으니까.”
“… 후아.”
잔뜩 긴장한 표정.
나머지 두 아이, 연두와 시은이도 마찬가지였다.
“연두야, 레나야.”
“응, 시으나.”
“나만 다른 반 돼도.. 놀러 올 거지?”
“으응!”
보기 드문 시은이의 약한 모습이다.
그럴 만도 했다.
떨지 않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곧바로 데스크톱을 켜고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했다.
-선화초등학교
들어가는 곳은 선화초등학교 홈페이지.
이유는 간단했다.
입학식을 이틀 앞둔 2월 28일.
오늘은 다름아닌 반 배정이 발표되는 날이었으니까.
‘시은이와 레나.’
미리 약속한 대로 두 아이는 연두와 같은 초등학교 입학이 결정됐다.
이제 감이 오는가?
반 배정 결과에 따라 연시레가 뿔뿔이 흩어질 수도, 어쩌면 함께할 수도 있다는 거다.
한데 모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고.
‘나도 떨리는데.’
당사자인 아이들이 떨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공개되는 건 학교 홈페이지.
시간이 됐으니 반 배정 결과가 올라와 있을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신입생 반 편성 안내드립니다.
공지란에 올라와 있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연시레.
나도 연두의 손을 잡고 반대쪽 손으로 제목을 클릭했다.
이윽고 눈앞에 떠올랐다.
달칵.
연시레의 반 편성 결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