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72)
472화. 마술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슈페르거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 하파엘 마이어란드루트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 이은경.
둘은 말 그대로 각 분야에 있어서 세계관 최강자였으니까.
비록 그들이 등판한 무대가 가정집의 비좁은 방음실이라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장소도 부차적인 요소 중 하나일 뿐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연두는 손을 꼬옥 쥐었다.
스윽.
살며시 눈을 맞추는 두 연주자.
말은 주고받지도 않고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연주는 예고 없이 시작됐다.
활을 든 하파엘의 손이 우아하게 휘었다.
전주도 없이 바이올린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조금의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깨끗하고 충만한 소리였다.
동시에 물이 흐르는 듯 상큼하다.
‘.. 그대로네.’
그게 은주아의 감상이었다.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깔끔한 소리와, 음악에 취한 듯 움직이는 연주자의 손과 몸체.
예전에 본 하파엘의 모습 그대로였다.
딸인 레나조차도 넋을 놓고 지켜보게 만드는 흡입력이었다.
피아노는 그때 등장했다.
그 등장은 마치 바이올린의 멜로디를 그대로 전해받듯 자연스러웠다.
얼마간 이어지는 연주.
밝고 경쾌한 색의 멜로디는 마치 두 악기가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아름다움에 자연스레 연두의 입이 벌어졌다.
‘… 예쁘다.’
너무 예뻤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주고받는 멜로디가,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지는 그 호흡이.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달콤한 연주는.
‘Beethoven Violin Sonata No.5, Op.24.’
그렇게 느낄 만도 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하는 연주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 5번.
‘봄’이라는 곡이었으니까.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베토벤, 그가 만든 열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제일 밝고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런 곡을 선보인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세계 최고의 연주자 두 명이.
놀라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유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 몰랐어.’
이은경의 연주는 셀 수 없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감탄이 나오는 연주였지만, 본디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충격을 받는 법이다.
그래. 바이올린이었다.
유리가 등허리에 소름이 올라오게 만든 건.
그야, 바이올린이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으니까.
물론 바이올린을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아까 바이올린에 관해 괜한 말을 해서 약점을 잡히긴 했지만, 그건 레나를 약올리기 위해 뱉은 말일 뿐이었다.
진심이 담긴 말이 아니었단 뜻이다.
그런 이유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비교하는 건 누가 들어도 궤변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이건 상정 외였다.
‘많이 들어봤어.’
바이올린 소나타는 많이 들어봤다.
콩쿠르를 감상한 적도 있고, 화면을 통해 뛰어난 연주자의 연주를 들은 적도 있다.
그러나 한 번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왜일까.
어떻게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네 명의 관객은 둘의 손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사한 선율.
모차르트의 기풍과 베토벤의 개성이 어우러진 곡.
듣기에는 아름답고 편안하지만, 연주자의 손끝이 펼치는 테크닉은 조금도 간단하지 않았다.
한데 호흡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윽고 연주가 멎었다.
두 사람이 선보인 건 네 개의 악장 중 1악장에 불과했지만 그 길이는 10분에 달했다.
짧지 않은 연주였다.
그럼에도 한 순간도 눈을 뗀 관객은 없었다.
그저 찰나의 순간이 지나간 것처럼.
연두에게도, 레나에게도, 그리고 유리에게도.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연주였다.
***
연주가 끝나고 일순간 흐르는 정적.
침묵을 깬 건 레나였다.
“짱이었서!”
그렇게 말하며 달려가 안긴 곳은 아빠의 품이었다.
미처 바이올린을 내려놓지도 못한 하파엘이 어정쩡한 자세로 딸을 감싸안는다.
그와 별개로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다.
“…”
왜인지 이은경은 그 장면을 다소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고.
“진짜.. 진짜 짱이었서!”
“하하, 괜찮았니?”
“응! 진짜 예뻤서. 엄마랑 아빠랑 환상의 짝꿍이었서.”
레나가 찡긋 눈웃음을 지으며 연두를 향해 말했다.
“그치, 연두야!”
이렇게 레나가 신이 잔뜩 난 이유는 간단했다.
보여주고 싶었다.
항상 말로만 입이 닳도록 설명하던 환상의 짝꿍이 어떤 느낌인지.
생긋 웃으며 연두는 대답했다.
“응!”
연두도 많은 걸 느낀 상태였다.
선생님의 반주.
그건 분명히 하나의 악기로서 바이올린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물론 차이가 있긴 했다.
‘봄’은 바이올린 소나타이긴 해도 피아노의 역할이 중요한지라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는 피아노 소나타라고 불리는 곡이니까.
허나 그와 별개로 이은경의 연주는 그 자체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언젠가는 선생님처럼 연주할 수 있을지.
겁도 났다.
지금 실력으로는 절대 선생님처럼 할 수 없는데, 레나의 콩쿠르를 망쳐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다 연두는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빠의 말이 떠올랐으니까.
‘연두는 할 수 있을 거야.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언제나 그랬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믿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빠의 말은 믿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빠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런 아빠가 몇 번이나 말해줬다.
연두는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또 얘기했다.
‘연두야.’
‘네에.’
‘꿈이 있다면 말이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꿈을 말하는 거야. 아무리 그 꿈이 이룰 수 없을 거 같고 멀게만 느껴져도.’
그런 아빠의 말에 연두는 물었다.
‘이룰 수.. 없을 거 같아도요..?’
‘응.’
‘.. 왜요? 이룰 수 없을 거 같은데 왜 다른 사람한테 얘기해야 해여..?’
아빠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얘기하고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을 테니까.’
…… 꿈에.
그게 마지막으로 이어진 말이었다.
연두는 가까워지고 싶었다.
방금 바로 눈앞에서 본, 연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피아니스트의 모습에.
그러려면 지금 말해야 할 거 같았다.
“…”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지만.
입 밖에 내기에는 너무 커다란 꿈이라 겁이 나서 삼키고 싶지만.
“연두도……”
그래도 얘기해야 했다.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그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테니까.
역시 아빠가 해 준 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순간, 연두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연두도 선생님처럼 멋진 피아니스트가 될 꺼에요..!”
그와 동시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세게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마치 일종의 선전포고를 하듯, 입 밖으로 말이 멋대로 달려나가 버렸다.
꿈을 말하는 건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조금도 더듬지 않고 당당하게, 또박또박 얘기했으니까.
난데없는 연두의 선언에 눈이 땡그래진 유리.
풀이 죽어있던 이은경이 쿡쿡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꼭 될 수 있을 거야.”
선생님도 똑같이 말해줬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옆에서 하파엘도 흐뭇하게 웃음지었다.
“.. 으읏.”
한편 유리는 선수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야, 피아니스트로서 그녀를 동경한 건 연두보다 자신이 한참 먼저였으니까.
게다가 더욱 분한 게 있었다.
‘연두도 선생님처럼 멋진 피아니스트가 될 꺼에요..!’
멋있어 보였다.
생각하지도 못한 타이밍에 튀어나온 맥락없는 그 말이, 이상할 정도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냐. 인정 못 해.
입술을 잘근 깨물고서 유리가 말했다.
“내가 먼저야.”
“응?”
“선생님처럼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내가 먼저야.”
대놓고 선전포고였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리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경쟁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대상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는 걸.
시간이 지나 집에 돌아가기 직전,
“.. 유리야!”
연두가 유리를 불렀다.
“왜.”
뒤에 이어진 건 뜻밖의 이야기였다.
“콩쿠르에 와 줘!
“.. 뭐?”
“레나랑 연두 콩쿠르를 보러 와 줘..!”
조금 당황한 유리는 괜히 시선을 허공에 두고 대답했다.
“내, 내가 왜? 어차피 상도 못 탈 텐데.”
“보여줄께.”
“.. 어?”
“유리가 듣고 놀랄 수 있는.. 유리 연주처럼 예쁜 연주.. 보여줄께..!”
“…”
잠깐동안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다가 유리가 홱 고개를 돌렸다.
그 뒤에 이어졌다.
들릴 듯 말 듯 희미한 한 마디가.
“가만 안 둬. 시간낭비하게 만들면.”
오겠다는 뜻이었다.
***
얼마 전 업로드한 스트리밍 영상.
보장된 콘텐츠인 만큼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연두의 연두부 이상형 월드컵!(Full Version)] [연두의 연두부 이상형 월드컵!(편집 Version)]풀버전과 편집 버전.
둘 다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을 기록했다.
-이상형 월드컵이란 것만 보고 분노에 차서 들어왔는데 그 대상이 나였네 ㅋㅋㅋ
┖연두튜브 맞춤 이상형 월드컵 ㅋㅎㅋㅎㅋ
┖이건 킹정이지 ㅋㅋ
┖아아악! 왜 스트리밍 알림 안 뜨냐고! 생방 또 놓쳤네.. 하;
┖저도 ㅠㅠ 풀버전 있어서 천만다행.
┖ㅋㅋㅋ 불쌍하네. 생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는데.
┖ㄷㅊ 죽이기 전에.
오늘따라 댓글창이 살벌하네.
스트리밍 영상을 올릴 때마다 나오는 얘기였다.
알람이 안 떴다는 얘기.
-진짜 졸귀다, 연두… ♥
┖아니 저게 저렇게 고민할 일이냐곸ㅋㅋ 연두부랑 연두부 중에서 하나를 못 골라.
┖그만큼 우릴 아낀다는 거지 ㅎㅎ
┖근데 나도 고민 뒤지게 하긴 함. 둘 중 하나는 출시 안 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자너 ㅠㅠ
┖ㅇㅈ 너무 다 잘 만듦.
┖왜 거울 보면 배 나온 아저씨가 있을까.. 나는 연두부인데.. 분명히 연두부인데…
┖아재요…..
┖진짜 그냥 다 나오면 좋겠다.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ㅠㅠ
┖어이, 초록! 왜 이렇게 완벽한 거냐고!!!
댓글을 보며 나는 그저 씩 웃었다.
전이라면 같이 슬퍼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마음 같아서는 답 댓글로 적고 싶다.
-나옵니다 ㅎㅎ
행복이 묻어나는 댓글을.
허나 꾹 참았다.
미리 알려주기보다는 깜짝 출시하는 게 더 감흥이 클 테니.
설마 이렇게 설레발치고 첫 시리즈가 쫄딱 망해서 돌연 취소되는 건 아니겠지?
부디 아니길 바란다.
‘못 버린단 말이야.’
내 새끼들 못 버린단 말이다.
뭐, 그럴 가능성은 극히 적을 터였다.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고 제이디가 말을 꺼내지는 않았을 테니.
-연두부송 부를 때 ㄹㅇ 심장 부여잡았다.
┖그 와중에 초록님은 또 음을 가지고 노시네 ㄷㄷ 사스가 갓초록.
┖ㅋㅋㅋㅋㅋㅋㅋ 눈치보면서 최대한 작게 부르는 게 웃음포인트.
┖님들아. 지금 풀버전 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두색으로 물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원래대로 돌아감?
┖ㅋㅋㅋㅋ 벌써 연두부콘 돼버린 거냐고.
┖그 상태에서 편집본까지 ㄱㄱ
┖그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나요?
┖ㄴㄴ 연두성분 과다충전으로 터져죽음.
┖ㅋㅋㅋ ㅁㅊ놈아. 그래도 죽을 때 행복하긴 하겠네.
댓글만 봐도 알 거 같았다.
연두부콘이 출시되면 얼마나 많이 쓰일지.
그 밖에도 많은 댓글이 보였다.
방송 말미에 예고한 마이크래프트 시참 이벤트. 그에 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댓글에 더불어 또 하나.
‘예능.’
다름아닌 예능에 관한 댓글이 무척 많았다.
그럴 만도 했다.
마지막에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같은 연두부인 만큼 여론도 비슷할 테니.
역시 출연하길 바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잔뜩 눈에 들어온다.
-님들아.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역시 연두는 러닝맨에 나와야 됨.
┖왜죠? 합당한 이유를 말해봐요.
┖코앞인데도 연두 이름표 아무도 못 뜯는 걸 생각해 보셈. 상상만 해도 귀여워 죽을 거 같자너 ㅠㅠ
┖이 ㅂㅅ은 러닝맨이 이름표 뜯는 거밖에 없는 줄 아나.
┖뭐야 ㅋㅋ 갑자기 혼자 발화하네.
┖원하는 다른 예능 있는 듯. 추하다 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아는 형아다.
┖절대형아해!
┖아니지. 국룰은 국민 육아 예능 ‘배트맨이 돌아왔다’지.
┖제목부터 맘에 안 드네. 나는 슈퍼맨 좋아함.
┖ㄷㅊ
┖그냥 유스케 나오는 것도 꿀잼일 듯. 유해열이랑 연두 피아노 조합부터 꿀잼 토크쇼, 그리고 초록님 노래까지. 캬~
┖와 ㅁㅊ 생각도 못했는데. 너 천재냐?
┖근데 연두 피아노 접었잖아 ㅠㅠ
┖단언 ㄴㄴ 영상에 안 올라올 뿐 치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믿고 싶다고.. ㅠㅠ
이 밖에도 수많은 예능이 연두부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대체로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어떤 예능에 나와도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거 같으니까.
‘뭐, 그거랑은 다르지만.’
지금껏 예능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는 그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해서였다.
첫째로 우리는 방송인이 아니고, 둘째로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으니까.
‘잘 모르는 분야잖아.’
유투브와 예능은 그 분야가 달랐다.
‘최고의 한 끼’에 출연하긴 했지만 그건 예외의 경우였다.
우선 연두가 그 프로그램을 좋아했고, PD님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으며, 마침 그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진인 이호연 스승, 아니 셰프님도 있었다.
‘아다리가 맞았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나간 방송은 레전드를 기록했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기록했으니까.
아직까지도 여기저기서 섭외 연락이 오는 이유이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서 부담이 됐다.
‘그 기대감을 충족해야 한다는 거니까.’
굳이 그 부담을 안고 출연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한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담을 가질 이유가 있나?
생각해 보면 ‘최고의 한 끼’도 그랬다.
딱히 부담을 갖고 나갔다기보다는 맛있게 한 끼를 먹고 오자는 생각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네.
TV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바로 가자며 옷을 챙겨입고 나오던 연두의 모습이.
‘그런 거지.’
어차피 출연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문제였다.
무언가를 얻을 생각으로 출연하려는 것도 아니고 불이익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많은 연두부가 원한다.
‘콘텐츠나 마찬가지야.’
구독자가 원하는 일종의 콘텐츠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게 최우선 사항은 아니었다.
연두부의 바람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까.
연두의 의사.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연두의 의사였다.
연두가 싫다고 하는 걸 억지로 밀어붙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예능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물어볼 생각이었다. 바로 지금.
“연두야.”
“네에.
“아빠랑 같이 ‘최고의 한 끼’ 나갔던 거 기억하지?”
묻고도 우스웠다.
첫만남도 생생히 기억하는 연두인데 그걸 기억 못 할 리가 없지.
역시나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네, 기억해여..!”
환하게 웃는 걸 보니 좋은 기억인 모양이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
“또 나가고 싶은 마음 있어?”
그러자 연두의 눈이 반짝인다.
“최고의 한 끼에여..?”
“아니.”
오해를 살 만한 질문이었네.
어쩌다 보니 주어를 쏙 빼먹고 말해버렸다.
나는 재빨리 정정했다.
“최고의 한 끼 말고 다른 프로그램. 아빠랑 같이 본 프로그램 많잖아.”
놀랍게도 나랑 같이 본 프로그램 대부분은 적어도 한 번은 섭외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까지도.
나는 장난스레 덧붙였다.
“연두가 원하는 게 있으면 또 들어갈 수 있는데.”
…… TV 속에.
그렇게 이은 내 말에 연두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입을 뗐다.
무언가 떠오른 표정으로.
“.. 있어요!”
“응?”
“연두가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 있어요..!”
“잠깐!”
곧바로 입을 떼려는 연두의 말을 내가 가로막았다.
아리송한 표정의 연두.
그런 연두에게 눈을 맞추며 나는 말했다.
“아빠가 맞춰볼게. 연두가 생각한 프로그램.”
그러자 연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왜인지 맞추고 싶었다.
그리고 맞출 자신이 있었다. 연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잘 알고 있으니까.
아까 댓글창에서 명단을 보기도 했고.
1순위는…… 이거다!
“아는 형아! 어때, 맞지?”
확신에 찬 대답이었으나 연두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네에. 아는 형아도 나가고 싶은데.. 연두가 생각한 거 아니에요..”
“그럼 러닝맨?”
“아니여.”
“그럼 배트맨이 돌아왔다? 벤톨리가 보고 싶었구나, 우리 연두?”
옳지, 이거다!
‘배트맨이 돌아왔다’에서 연두가 가장 애정하는 벤톨리.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화면과 가까워져서 내가 뒤로 데려오곤 하는 그 프로그램.
벤톨리를 보고 싶은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벤톨리도 보고 싶은데.. 진짜 진짜 보고 싶은데……”
‘싶은데’가 마지막에 나왔다는 건 역시 아니라는 뜻이었다.
맙소사.
순식간에 선택지가 달아났다.
무조건 이 세 프로그램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패배를 인정하며 나는 말했다.
“그럼 뭐야, 연두야? 연두가 제일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
“연두는……”
그 뒤에 들려온 건, 완전히 예상 밖의 프로그램이었다.
“.. 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