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78)
478화. 첫 연습
“제 1회, 연두튜브 마이크래프트 건축 콘테스트 시상을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1회.
그 말인즉슨, 또 콘테스트를 진행할 생각이 있다는 뜻이었다.
2회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굳이 언급하지 않았을 테니.
미리 언급한 대로 심사위원은 다섯 명이었다.
나와 연두, 고래, 시은이, 레나.
심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네, 대망의 1위는… 조커를 만들어 주신 ‘초록아들’ 님입니다!”
우리 아들이 1위를 차지했다.
이변은 없었다고 해야겠지.
시청자 반응과 임팩트로 미루어볼 때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축하드려요.”
따로 준비한 선물.
그에 더해 우승자에게는 특전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다음 건축 콘테스트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
‘괜히 1회라 한 게 아니지.’
다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순조롭게 마무리까지 했으니.
초록아들 :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ㅠㅠ
감사해야 할 건 나인데.
우승자는 아직 밝히지 않은 선물보다 다음 콘테스트 참가권을 얻은 게 더 기쁜 거 같았다.
다른 참가자들도 무척 부러워하고.
그와 별개로 우승 혜택은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네임드 될 듯. 초록아들.
-그런 거 만들어 놓고 세상 해맑게 좋아하는 거 귀엽네 ㅋㅋ
-이분 이길 수 있을까 ㅋㅋ 다음 우승자도 똑같은 거 아녀?
-모르지. 마크 고인물의 세계는 넓으니까.
-방송 개꿀잼이었다.
-연두 팬이자 마크 덕후로서 ㄹㅇ 극락이었다.
채팅창 반응을 본 건지 고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2회는 무조건 진행해야겠는데, 형?”
“그러게.”
“그때.. 나는 없을지도 모르겠네.”
“응? 왜……”
왜냐고 물으려다가 말을 멈췄다.
말뜻을 깨달았으니까.
채팅창에는 우수수 댓글이 쏟아진다.
-앗.. 아앗..
-잘 가. 사요나라, 고래쨩… ★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괜찮아, 고래야. 금방이야. 눈 한 번 깜빡하면 전역이라니까?
-악마 ㅅㄲ…
-ㅋㅋㅋㅋㅋ 뭔가 웃기면서 슬프네.
모르는 척 넘어가려 했는데.
이렇게 되면 못 본 척하기도 뭐한 상황이다.
나는 살며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 동한아.”
“응?”
“약속은 지킬게.”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함께 방송했을 때 했던 약속을.
아까와 달리 다소 생기가 도는 목소리로 고래가 말한다.
“.. 기억하고 있어?”
“당연하지.”
빙긋 웃으며 연두를 향해 물었다.
“혹시 연두도 기억하고 있어?”
이건 답을 알고 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반신반의했다.
함께 약속을 한 건 맞지만 꽤 오래전인 데다가, 군대는 연두가 잘 모르는 분야였으니까.
모르는 분야는 잘 잊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네! 기억하고 있어요..!”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 없이 연두는 대답했다.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고래 오빠가 군대 가면 아빠랑 연두랑……”
그런데 왜인지 말을 멈춘다.
뭐지.
여기까지 왔으면 다 온 건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날 리는 없고.
“회의? 아닌데.. 찾아가는 거……”
그제야 눈치챘다.
약속의 내용은 기억나는데 그 단어가 안 떠오르는 모양이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면회 말하는 거야?”
“아, 면회..!”
막힌 속이 뻥 뚫린 듯한 표정으로 연두는 덧붙였다.
“맞아요! 면회 가기로 했어요..!”
“하하, 기억하고 있구나.”
“네.”
“만약에 고래 오빠가 엄청 먼 곳으로 가게 돼도 괜찮아? 그래도 면회 갈 거야?”
이거야말로 답정너다.
연두가 어떻게 대답할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조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 그러면 더 조아요…”
예상한 답이긴 했다.
그런데 단순 동의를 넘어서 멀면 더 좋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
뭐지?
말투도 그렇고 방실방실 웃는 게 능글맞기까지 하다.
나한테 배웠나.
“왜 더 좋은데?”
“멀면.. 여행이니까.”
“아.”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단순한 발상이었구나.
하기야 목적지가 멀다면 그것만으로도 여행 느낌이 나긴 하지.
가볍게 연두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는데, 고래야?”
바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 고래야?”
한 번 더 부르자 그제야 들려오는 목소리.
“형..”
“왜 그래?”
“지금 감동 받아서.. 말도 잘 안 나와요… 그 약속, 연두가 기억해줄 줄은 몰랐는데.”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는데.
진짜 감동 받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고래가 말한다.
“진짜야, 연두야?”
“으응?”
“진짜 오빠가 엄청 멀리 가도 면회 올 거야?”
“네! 진짜진짜 멀어도 갈 꺼에요!”
“허윽!”
연기다.
아까는 아리까리했지만 이건 연기가 틀림없다.
우는 건 오버잖아.
그래도 기뻐하는 건 진심인 거 같아 웃음이 나왔다.
-와 ㅅㅂ세상..
-고래 군생활 폈네.
-내가 군인인데 연두가 면회를 온다? 오우 쉣!
-아 ㅋㅋ 우는 척하는 거 봐. 진짜 딱밤 한 대만 때려주고 싶네.
-ㄹㅇ ㅋㅋ
-왜일까. 고래가 기뻐하는 모습만 보면 이렇게 승질이 나는 건 ㅋㅋㅋㅋㅋ
-잠깐이지만.. 군대 가는 고래를 부럽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 자신이 밉다…
“에이, 여러분!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세요, 크하하!”
굳이 그 한 마디를 덧붙여서 나락을 가는 고래였다.
뭐, 이제는 의도를 알 거 같지만.
***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2회 건축 콘테스트도 차후에 진행할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오늘 많은 걸 깨달았다.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지부터 그 밖의 사소한 부분들까지.
또한 확신이 생겼다.
다음 콘테스트는 훨씬 더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
바뀔 건 크게는 두 가지였다.
‘심사위원.’
다음에는 심사의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위임할 생각이었다.
투표 기능을 통해.
그편이 더욱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거 같고, 내 입장에서도 재미있을 거 같았다.
왜 그렇지 않은가.
결과는 모르고 보는 편이 더 쫄깃하고 재미있으니까.
‘또 한 가지.’
당연한 얘기지만 주제를 바꿀 생각이다.
오늘의 주제인 자유건축.
참가자들이 지은 건축물들을 보며 그 역량을 충분히 확인했다.
다음은 주제를 한정 지을 생각이다.
잠깐만 생각해도 떠오르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넘쳐났다.
‘영화도 좋을 거 같고.’
킹콩부터 우승을 차지한 조커까지.
오늘 캐리한 건 영화였다.
그밖에도 동물, 애니메이션, 동화 등등 어떤 걸 선택해도 재미있을 거 같다.
아니면 아예… 공포 특집을 해 버려?
오싹한 공포 특집.
유령의 집에서 유령이 마구 튀어나오면 화들짝 놀란 연두는 내게 와락 안기는 거다.
그럼 나는 연두의 눈을 보며 세상 멋지게 말하겠지.
‘걱정하지 마, 연두야. 아빠가 옆에 있으니까.’
‘아, 아빠…’
그렇게 안 그래도 돈독한 부녀간의 애정이 더 깊어질 테고.
세상 행복한 스토리였다.
절로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
“흐흐.”
“.. 아빠?”
연두의 목소리에 비로소 나는 망상에서 깨어났다.
눈을 보니 죄책감이 든다.
세상 순수한 연두를 두고 그런 망상을 하다니.
“하하..”
한 번 멋쩍게 웃어준 뒤 나는 말했다.
“그럼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오늘 방송은 여기서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뒤이어 연시레와 고래의 인사가 이어지고 마침내 종료됐다.
연두튜브의 첫 건축 콘테스트가.
***
성공적으로 마친 건축 콘테스트.
편집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클립이 여기저기서 공유되고 있었다.
현재 내가 보는 건 원스타그램이었다.
[코리안 초커!(feat. 연두의 반격)]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번에는 제목까지 내가 짓는 방식이랑 비슷하게 해뒀네.
‘연두의 반격이라..’
짧은 길이의 영상 클립.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장면은 내가 ‘코리안 초커’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된 장면이었다.
발연기를 통해.
‘내가 아직도 초록으로 보이니?’
영상으로 다시 보니 말투가 꼭 하얼빈 출신일 거 같은 느낌이다.
이름은 장 천일 거 같고.
아무튼간에 그런 내 장난에 반격을 하는 연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예상은 했다.
방송 클립이 생성된다면 1순위는 이 장면이 될 거라고.
‘시청자들 반응도 그랬고.’
당사자로서 그때의 연두는 진짜 말이 안 되게 귀여웠으니까.
예상은 완전히 들어맞았다.
엄청난 조회수가 그걸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뒤따라 눈에 들어오는 댓글창.
-이 영상 보고 안 웃으면 사람 아니다.
-ㅇㅈ 나는 딱 한 번 웃긴 했지만.
-어떻게 한 번밖에 안 웃음? 방법 좀.
-영상 튼 순간부터 웃음이 안 멈춰서 한 번으로 쳤음. 참고로 지금도 웃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한 번이긴 하네 ㅋㅋㅋㅋ
-연두 눈에 힘 꾹 주길래 무슨 말 하려는 건가 했더니 ㅋㅋ
-연두가.. 아직도 아빠 딸로 보여요..?
-진짜 뭐지? 반격한다고 하는 말이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냐고 ㅠㅠ
-연두 딴에는 세상 오싹한 표정 짓는 게 포인트 ㅋㅋㅋ
-근데 하나도 안 무섭고 귀엽기만 한 게 또 포인트.
-미안해, 연두야 ㅠㅠ 아무리 무서운 표정 지어도 연두는 초록님 딸로 보여 ㅠㅠ
확실히 내가 느낀 거랑 비슷했다.
세상 무서운 표정으로 연두가 연기할 때 정말이지 쓰러질 뻔했으니까.
너무 사랑스러워서.
-채팅창 연두 우승이라는 게 개웃기네 ㅋㅋㅋㅋ
-나도 그 부분에서 터짐 ㅋㅋ 기승전 연두 우승.
-조커 만든 사람 오열.
-아아.. 조커는 좋은 희생양이었다. 이 영상 클립을 만들었으니까.
-희극이었구나 ㅋㅋㅋ
-ㄱㅊ 그 사람이 우승함.
-아 ㅁㅊ놈아. 놓쳐서 풀영상 존버중이었는데.
험악한 욕이 많아서 그만 읽어야 할 듯했다.
이제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댓글창에는 주접과 더불어 풀영상과 편집본을 기다리는 댓글도 무척 많았으니까.
‘일해야지.’
연두튜브 편집자로서 어서 연두성분을 공급할 필요가 있었다.
스윽.
마우스를 쥐었다.
편집자 모드 가동이었다.
***
방음실 내에 울려 퍼지는 음악.
“좋아. 다시 해 볼까?”
“네!”
몇 번이나 반복됐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이중주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연주자는 레나와 연두였다.
오늘은 둘이서 제대로 합을 맞춰보는 첫날이었다.
핵심은 ‘제대로’였다.
한 번씩 손을 맞춰보긴 했지만 실전을 염두하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충분한 개인 연습을 한 상태.
서로의 호흡을 확인하고 맞춰가는 연습을 하는 데 최적인 상태였다.
원래는 그 조력자 역할을 이은경이 맡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급한 일이 생겨 첫날 연습에 함께하지 못했다.
역할을 대신한 건 그녀의 남편.
동시에 레나의 아버지인 ‘하파엘 마이어란드루트’였다.
자격요건은 충분했다.
그 역시 세계 최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였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더 적합하다고도 볼 수 있다.
레나와 연두가 함께하긴 하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바이올린 콩쿠르.
바이올린에 대해 더 잘 아는 건 그였다.
“레나.”
“응.”
“Du musst leichter spielen als jetzt. Damit Vibrato nicht übertrieben klingt.”
연주가 끝나자 외계어가 한차례 등장했다.
연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레나는 답했다.
“알겠서.”
하파엘이 한 말은 간단했다.
손에서 조금 더 힘을 빼고 연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비브라토가 과하게 들리지 않도록.
레나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연습 첫날인데다가 호흡을 생각하며 연주해야 하다 보니 자꾸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두도 레나랑 호흡 생각하면서.. 자, 다시 해 볼까?”
“네!”
연습이 계속됐다.
점점 하파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어떤 파트너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니.
심지어 그와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건 지금 완벽한지가 아니었다.
콩쿠르 당일에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는지.
그럴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하파엘의 눈에는 보였다.
그 가능성이.
딸 레나가 전문 반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합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두는 콩쿠르 자체가 처음이고.
심지어 둘은 고작 여덟 살이다.
결코 쉬울 리 없었다.
혼자 연주할 때와는 달리 모든 게 생소할 터였다.
새로울 터였다.
그런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호흡을 맞춰가고 있었다.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조그마한 아이들이.
‘훌륭한 파트너군.’
줄곧 딸이 얘기하던 환상의 파트너를 찾은 걸까.
동시에 드는 우스운 생각.
미약하긴 하지만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본 느낌이다.
굳이 말하지는 않겠다.
그것까지 얘기하고 나면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조금은 질투가 날 거 같으니.
게다가 지금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목전에 두고 있는 콩쿠르.
지금은 그걸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좋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공주님들.”
하파엘은 생각했다.
이렇게 앞으로 쭉 나아간다면 콩쿠르 날에는 최고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
아니, 확신했다.
툭.
연주를 멈춘 레나가 그를 보며 말했다.
“아빠. 우리 늘었서?”
연두도 눈을 반짝인다.
이런 질문에 하파엘은 확실하게 말해 주는 타입이었다.
맞으면 맞다고, 아니면 아니라고.
지금은 전자의 경우였다.
“응. 많이 늘었구나. 레나도, 연두도.”
다정함이 가득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두 아이의 표정에 번지는 웃음.
이윽고 서로를 바라본다.
“레나야..”
“연두야..”
와락.
서로의 품에 안긴 뒤에 둘은 얘기했다.
“꼭!”
“우리!”
“콩쿠르!”
“우승하자…!”
한 사람이 얘기했다고 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물 흐르듯 잘 이어진다.
여기서도 호흡이 맞는다.
그렇게 연두와 레나는 손을 맞대고 열의를 다졌다.
공동 목표.
콩쿠르 우승을 머릿속에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