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545)
545화. 깜짝 전화
“정답! 병수오빠..!”
“…”
나는 말없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 손은 눈꼬리와 양쪽 볼을 거쳐 입가로 내려갔다.
“흐흡.”
미치겠네, 진짜.
정답이 병수오빠인 건 그렇다 치고, 본인일 거라고는 정말 조금도 생각 못 하는 눈치다.
그 모습이 내 입꼬리를 주체 못 하게 만들었다.
“아빠는요?”
“응?”
“아빠는 정답 머인 거 같아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능청스레 답했다.
“글쎄. 아빠는 정답이 뭔지 알 거 같은데?”
“진짜여?”
“응.”
“뭔데요? 병수오빠에여..?”
“안 알려줄 거지롱.”
“…”
뾰로통한 표정.
그 뒤에는 투정 섞인 자그마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연두한테 알려줘도 호등이형아 볼 못 만지는데……”
“엥?”
“달시미언니만 만질 수 있어요.. 짝꿍 되면……”
잠깐 무슨 이야기인가 했지만 금방 감이 왔다.
호등이형아랑 짝꿍이 되는 게스트에 한해서 주어지는 특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호등이의 빵빵한 볼을 주무를 수 있다는 것.
‘연두가 가장 부러워하는 거지.’
그 촉감이 궁금한 모양이다.
막상 연두의 손 크기로는 가득 잡는 것만으로도 애를 먹을 듯하다.
여담이지만 나는 딱히 호등이형아 볼에 관심 없다.
왜냐고?
콕.
검지로 말랑말랑한 볼을 콕 찌른다.
“.. 으응?”
외마디 소리와 함께 돌아보는 연두.
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아무리 호등이형아 볼 감촉이 좋아도 이 느낌보다 좋을 거 같지는 않고, 아무리 호등이형아가 귀엽다고 해도 이 반응보다 귀여울 거 같지는 않다.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 번 봐 봐, 연두야.”
“.. 네?”
“연두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정답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아빠가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내 말에 연두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서 TV를 바라봤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호등이형아의 유행어가 떠오르는 시점이었다.
‘이주원, 아주 칭찬해…’
이유는 간단하다.
게스트가 인소희인 걸 확인한 시점부터 카메라를 놓아뒀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연두 얘기가 나올 거라는 건 조금도 생각 못 했지만, 초면은 아니다 보니 재미있는 리액션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 수준을 넘어서 잭팟이 터졌다.
‘설마 연두가 언급될 줄이야.’
특히나 아까 그 장면.
눈으로만 봤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장면이었다.
항상 그랬다.
촬영을 안 해서 후회한 적은 많아도, 촬영해서 후회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일상이라는 거겠지.
‘마음 같아서는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싶지만.’
과부하를 생각해서 참는다.
카메라도 연두성분이 과다충전되면 맛이 갈 수가 있으니까.
어쨌거나 이제 내 안에는 연두튜브 편집자 마인드가 완전히 장착된 상태였다.
한편 TV에서는 질의응답에 따른 열띤 추리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내가 배우병이 사라졌어.”
“.. 사라진 거 맞지?”
“마, 맞다니까?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걸 알게 됐지. 흠흠.”
농구선수 출신 서장원이 턱을 괴고서 중얼거린다.
“그만큼 유명인이었다는 건데……”
불쑥 병수오빠가 손을 들고서 외쳤다.
“정답! 오미란 선배님!”
“땡!”
게스트끼리도 서로의 질문은 맞힐 수 있었다.
비록 틀리긴 했지만.
뿅!
뿅망치를 맞고 헤롱거리는 병수오빠를 보는 연두의 표정에는 충격이 드리웠다.
이유는 짐작이 갔다.
정답을 맞히려는 병수오빠를 보고 병수오빠가 정답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된 거겠지.
‘저런 쪽으로는 두뇌 회전이 빠르다니까.’
다시 원점이었다.
영 감을 못 잡는 형아들을 향해 인소희는 말했다.
“힌트를 하나 줄게.”
“응!”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 보는 게 말도 안 될 정도의 셀럽? 이었지.”
코난에 빙의한 듯 김하철이 중얼거렸다.
“배우는 아니겠군.”
“왜?”
“배우는 소희가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모르면 뭐, 논란이 생기는 거고.”
재밌는 표현이네.
그와 별개로 꽤나 정확한 추리였다.
배우를 배제시킨 김하철은 추가 질문을 던졌다.
“그 사람은 소희 너를 알아봤어?”
“응! 놀랍게도.”
“그럼 너를 뭐라고 불렀어?”
조금 코어한 질문이라 생각했는지 인소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달심이언니, 라고.”
슬쩍 고개를 돌려 연두를 바라봤다.
이걸 어쩐다.
알아챌 만도 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눈치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연두에게 있어서 인소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달심이언니였으니까.
‘사실상 힌트도 아닌 셈이지.’
허나 형아들은 아니었다.
그 호칭을 가지고 다시 열띤 추리를 시작했다.
배우는 아니다, 여자다, 인소희보다 어리다, 드라마 팬이다 등등.
오답도 계속해서 튀어나왔다.
쾅! 쾅!
그런 와중 난데없이 교실에 울리는 굉음.
놀랍게도 호등이형아가 발을 구르는 소리였다.
“못 맞히게써! 힌트 줘, 힌트!”
그 모습에 이수군이 다시 한번 땀 삐질 화법을 구사했다.
“이번에는 진짜 결정적인 힌트를 줘야 할 거 같아요. 힌트 두 번 줬다가는 교실이 무너질 수 있어요.”
“아, 알겠어.. 그럼 마지막 힌트!”
이번 힌트는 내가 봐도 결정적이었다.
“그 사람은 되게 조그마했어. 무진장 귀여웠고. 그 날 이후로 나도 엄청난 팬이 돼 버렸거든.”
“조그맣고 귀엽다고?”
“아역 아니야?”
“배트맨이 돌아왔다 해외촬영 있었냐, 하철아?”
자연스레 하철에게 묻는 게 재미있었다.
그야, 별의별 소식들을 전부 꿰고 있는 하철이니 당연하긴 했지만.
그래서일까.
“와하하, 정답!”
감을 잡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며 하철은 말했다.
100% 확신이 담긴 표정으로.
“연두! 연두 맞지!”
“흐흣, 정답!”
속이 뻥 뚫린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이 벌어진 연두의 표정이 보인다.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아빠가 말했잖아. 깜짝 놀랄 만한 정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
놀라움도 잠시였다.
인소희는 공항에서 연두를 만난 썰을 상세하게 풀었다.
함께 나눈 대화까지.
“그 날 이후로 내가 연두튜브 영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주행했거든. 진짜 연두부가 안 될 수가……”
김하철이 혀를 차며 말했다.
“힌트가 페이크였네, 페이크였어.”
“응?”
“연두 처음 봤다는 힌트. 나는 아직도 대한민국에 연두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맞혔을 텐데. 소희 너, 어디 지하실에 갇혀있다 왔니?”
“미, 미안…”
정답을 맞힌 김하철에게는 연두에게 영상편지를 남길 기회가 주어졌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입을 뗐다.
“연두야, 안녕! 하철이형아야! 우리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는 거 알고 있어.”
익살스러운 표정.
아직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연두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하철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나도 연두튜브 영상은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있단다. 독일에는 잘 다녀왔지?”
그것까지 알 정도면 의심의 여지가 없네.
최근 영상까지 봤다는 거니까.
간단한 안부인사 후에 하철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지금도 보고 있다면 꼭 옆에 있는 아빠를 졸라서 얘기해 줘. 아는 형아에 출연하고 싶다고. 우리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고 있단다. 언제나 지금처럼 건강하고. 그럼 이만!”
마무리는 특유의 손등 키스였다.
역시 하철이었다.
이렇게 방송을 통해 직접적으로 구애해 올 줄이야.
실제로 나는 연두의 옆에 앉아있었다.
슥.
살며시 고개를 돌린 연두가 입을 뗀다.
“아빠..”
“하하, 하철이형아가 역시 짓궂네. 그치?”
이후 다음 코너로 넘어간 아는 형아.
잠깐의 해프닝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서 그 임팩트는 결코 작지 않았다.
연두도 마찬가지고.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건 방송이 끝난 후였다.
“하하..”
절로 나오는 실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고 켠 실시간 검색어에는 여지없이 떠올라 있었으니까.
1. 연두
2. 아는 형아
3. ………
또 한 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실검 1위에 등극한 연두였다.
***
파급력은 엄청났다.
실검 1위는 그렇다 치고, 연두가 언급된 부분이 따로 영상 클립으로 제작돼서 SNS를 통해 나돌았다.
[아는 형아!(연두 cut)]실소가 나온다.
출연도 안 했는데 연두 컷이라니.
이미 SNS에서 한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누군가 촬영한 공항에서 인소희와 연두가 만났던 장면이.
그 연장선상 느낌이었다.
-ㅋㅋㅋ 연두 또 출연했어.
┖아무것도 안 하는데 언급될 때마다 파급력이 ㄷㄷ 또 실검 1위 미쳤네.
┖심지어 실검 줄세움.
┖이 정도면 아무런 맥락도 없이 프로그램 도중에 ‘연두!’ 외치기만 해도 실검 갈 듯 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보고 있었을까, 연두 ㅎㅎ
┖재밌게 보다가 띠용 했을 연두 상상하니까 웃음 나오네 ㅋㅋ
-나만 연두인 거 바로 맞혔냐?
┖그 영상 봤으면 모를 수가 없지.
┖심지어 힌트 : ‘조그마했어. 무진장 귀여웠고.’ 이건 빼박 연두자너 ㅋㅋㅋ
┖내 생각에 김하철 알면서 모르는 척함.
┖ㅇㅈ
-이 정도면 진짜 기대해도 되는 거 아니냐…
┖뭘요.
┖연두 아는 형아 출연.
┖하염없이 존버중인 연두부입니다…
┖나오기만 하면 레전드인데 나오지를 않아 ㅠㅠ 그 덕에 레전드로 남은 최고의 한 끼.
┖저 그 방송 진짜 수십 번은 돌려본 듯.
┖수십 번? 부족하군요…
┖보고 싶어! 교복 입은 연두! 자기소개하는 연두! 아빠한테 반말하는 연두!
┖아는 형아 아니라도 되니 어디라도… 제바알…
수없이 많은 댓글.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방송 출연을 원하는 걸 아는데도 보류하고 있다는 게.
그나저나 의아하네.
하철이형 얘기를 듣고 바로 아는 형아에 나가고 싶다고 조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연두는 잠잠했다.
의아해진 나는 결국 옆에 누워있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
“아까 하철이형아가 그랬잖아. 아빠 졸라서 아는 형아 나가자고 하라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알고 있었다.
연두가 실제로 형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건.
아까 말했듯 호등이형아의 볼을 주물러보는 건 연두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고.
귀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목소리.
“…… 같아서요.”
“응?”
“아빠 바쁠 거 같아서요.. 팀 만들려면.”
생각지 못한 말에 나는 물었다.
“그거 때문에 그런 거야?”
“.. 네?”
“형아들 보고 싶은데 아빠 바쁠까 봐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네. 아빠 꿈이니까……”
아이고야.
전에도 그렇고 연두는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나를 걱정할 때가 많았다.
빨리 눈치채서 다행이네.
톡.
가볍게 손을 맞대고서 말했다.
“연두야.”
“네에.”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돼. 아무리 바빠도 연두가 하고 싶은 걸 같이 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게 더 우선이고.”
마주 보며 덧붙였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도 돼. 알겠지?”
“아빠..”
그제야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드리운다.
“근데 연두야.”
“네.”
“궁금한 게 있는데……”
전에 물은 적이 있다.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뭐냐고.
아는 형아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때는 선택받지 못했다.
그럼 뭐였냐고?
‘단판승부.’
생각지 못한 프로그램이었지.
내가 알기로 이제 마지막 회차가 얼마 남지 않은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계속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초반에 비해 여론이 많이 좋아진 거 같긴 하던데.
“형아들이 더 보고 싶어, 아니면 마술사 이윤결 아저씨의 마술쇼가 더 보고 싶어?”
“…”
역시나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상 저번 연두의 선택도 프로그램 자체라기보다는 이윤결의 마술을 향한 픽이긴 했지.
허나 그는 게스트였을 뿐 고정이 아니다.
‘단판승부도 마술 프로그램이 아니고.’
출연을 포기한 것도 그래서였다.
연두가 가장 원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이었는데 이윤결이 없으면 성사가 되지 않았으니까.
하철의 러브콜 때문일까.
전과 달리 연두는 세상 심각하게 고민에 빠진 상태였다.
‘마술을 정말 좋아하긴 하는구나.’
왜 그렇지 않은가.
형아들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이렇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걸 보면.
결국 나는 웃으며 말했다.
“꼭 지금 대답 안 해도 돼. 천천히 고민해보자, 연두야.”
“네에..”
“그럼 슬슬 잘까? 내일을 위해.”
저녁에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송이 끝나면 취침 시간이었다.
조명을 껐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긴 했지만 손을 꼭 잡고 있어서 안정감이 들었다.
속삭이듯 연두를 향해 얘기했다.
“좋은 꿈 꾸고.”
“네.”
마찬가지로 연두도 속삭이듯 말을 돌려줬다.
“아빠도 좋은 꿈 꿔여..”
“그럼 연두 꿈을 꿔야 하나? 아빠한테는 그게 제일로 좋은 꿈인데.”
“헤헤..”
배시시 웃더니 연두는 말한다.
“그럼 연두는 아빠 꿈꿀래요! 그게 연두한테는 제일 좋은 꿈이니까…”
“정말?”
“네, 정말..!”
“그럼 손 꼭 잡고 자자.”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취침 전 꽁냥거림이었다.
그때였다.
드르륵.
난데없이 울리는 진동음.
침대 머리맡에 올려둔 핸드폰이 몸을 떠는 소리였다.
“잠깐만, 연두야.”
“네.”
조명을 켜고 발신인을 확인한 나는 조금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지, 이 시간에?’
발신인은 은주아였다.
독일에 다녀온 뒤로 첫 연락인 것도 있었지만 더 의아한 건 시간대였다.
보통 이 시간에는 전화 안 하지 않나?
“여보세요.”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상대 목소리가 아니었다.
재차 낸 목소리에도 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잘못 건 건가?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내도 응답이 없길래 전화를 끊으려는 참이었다.
“.. 여, 여보세요.”
깜짝이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낯익지만 예상 못 한 목소리.
잠깐의 침묵 끝에 나는 자그맣게 입을 열었다.
“혹시.. 유리니?”
전화를 걸어온 건 은주아가 아닌 그녀의 딸, 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