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546)
546화. 선배님
늦은 저녁.
살며시 방에 들어간 유리는 손에 쥔 핸드폰에 몰두하고 있었다.
요즘 생긴 새로운 취미였다.
틱. 틱.
아직 활용법은 잘 모른다.
핸드폰으로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원스타그램과 유투브뿐.
그마저도 루트는 한정되어 있었다.
제한된 동선이었지만 지루할 틈은 없었다.
두 플랫폼 모두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왔고 옮겨 다니면서 보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갔으니까.
그렇다고 음악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취미활동을 즐기는 건 지금 같은 밤 시간뿐이었다.
엄마가 뭐라고 하지 않냐고?
‘.. 유투브로 영상 볼 거야.’
‘무슨 영상?’
‘피아노 영상. 연주를 듣는 것도 연습이니까.’
그렇게 훌륭한 핑계를 만들어뒀다.
왜인지 핸드폰을 건네며 엄마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긴 했지만.
뭐, 이전 같은 상황만 피하면 되는 일이다.
‘문도 잘 닫아놨으니까.’
사실 죄는 아니었다.
그저 엄마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뿐.
오늘도 마찬가지로 유리는 두 플랫폼 댓글창을 옮겨 다니며 댓글을 구경하고 있었다.
‘.. 찾았다.’
그러다 보면 등장했다.
-연유케미 달달해애… ♥
-ㄹㅇ 이 기내샷 몇 번째 보는지 모르겠다. 서로 기대고 잠든 거 왜 이렇게 사랑스럽냐구…
-게다가 초록님 그림까지… 비행기 안에서 저걸 어케 그린 거야.
-초록님 저런 거 한두 번 보는 거 아니잖아요 ㅎㅎ
-초유케미 ㄹㅇ 사상 초유의 케미다. 시초 레초를 위협할 초유케미 ㄷㄷ
-그건 좀…
-말이 그렇다는 거겠죠 ㅎㅎ 굳이 진지하게 비교할 필요는 없잖아용.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보고 있던 유리의 입꼬리가 스르륵 내려갔다.
왜 ‘그건 좀’이야?
시초와 레초의 뜻은 알고 있었다.
초성을 따서 케미 이름을 붙이는 거라면 시초는 연시은과 아저씨, 레초는 레나와 아저씨일 테니.
‘초유는 아저씨랑 나고…’
유리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조금 유치하긴 해도 딱히 그 두 케미에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 인정한다.
딱 외모만 놓고 보면 둘에게 밀릴 수도 있겠지.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
‘케미는 달라.’
왜 그렇지 않은가.
케미를 평가하는 기준은 외모가 아니다.
원스타그램의 투샷만 놓고 봤을 때 별로 밀린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밀리고 싶지 않았다.
‘뭐든지 지는 건 싫으니까.’
딱히 연시레, 그리고 유리 간의 케미를 비교한 댓글은 없었다.
따라서 타켓은 아저씨가 끼어있는 케미였다.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린 유리는 핸드폰에 손을 가져갔다.
-저는 초유케미가 제일 좋네요
“히히.”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유리.
허나 몰랐다.
원스타그램 내에서 댓글 작성자의 계정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건.
툭.
댓글이 올라갔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뒤늦게 낯뜨거워진 유리는 원스타그램을 닫아버렸다.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그 짧은 댓글이 뭐라고 이렇게 손수 댓글까지 쓴 건지.
‘.. 응?’
그때였다.
잘못 터치한 걸까.
원스타 창을 닫은 핸드폰 화면에는 전화번호부가 떠올라 있었다.
자연스레 입이 벌어졌다.
‘3672개..?’
역시 발이 넓은 은주아의 연락처 항목이었다.
순간 호기심이 든 유리는 빠른 속도로 커서를 휙휙 내리기 시작했다.
손이 멈춘 건 ‘ㅇ’ 항목이었다.
-연두 아버님
“…”
괜히 유리는 침을 꼴깍 삼켰다.
방금 그런 짓(?)을 해서인지 괜히 더 의식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때였다.
툭.
“.. 에?”
찰나의 순간이었다.
스치듯 엄지가 화면을 터치하고 통화연결음이 울리기 시작한 건.
띠. 띠. 띠.
몇 차례의 통화연결음.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리의 동공이 땡그랗게 확장됐다.
허둥지둥 핸드폰을 고쳐잡은 유리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여보세요.”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머리가 새하얘진 틈을 타서 한 번 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떡하지?
대답하고 나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끊어버리면 엄마가 알게 될 게 분명하다.
어느 쪽이든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한 번 더 아저씨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저기요?”
알 수 있었다.
지금 대답하지 않으면 전화가 끊길 거라는 걸.
결국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 여, 여보세요.”
독일 여행 이후로 첫 통화였다.
***
“.. 여, 여보세요.”
유리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은주아의 번호였기에 당연히 그녀의 전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더욱더 의외인 느낌이다.
“혹시.. 유리니?”
이어지는 유리의 말에는 그만 웃음이 터질 뻔했다.
“자, 잘못 전화했네? 이상하다…”
뭔데, 이 어색한 혼잣말은.
발 연기를 하라고 해도 이것보다는 자연스러울 거 같다.
한편 내 말을 들은 연두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아빠.. 유리에여..?”
“응.”
다른 건 우선 제쳐두고 인사가 먼저일 거 같았다.
“오랜만이다, 유리야.”
스피커폰으로 전환하고 연두에게도 핸드폰을 가까이 대 줬다.
뜻밖의 연락에 들뜬 표정으로 연두도 인사했다.
“안녕, 유리야..!”
잠시 후 들려오는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
“.. 뭐지? 이상하다? 잘못 눌렀나.”
“푸흣.”
미치겠네.
이건 뭐 깐부 할아버지도 아니고.
계속 실수였다는 얘기를 반복하는 걸 보니 억울하긴 한 모양이네.
어쩔 수 없지.
고장난 유리를 고치려면 수습은 내가 해야 할 거 같았다.
“괜찮아, 유리야.”
“이상…… 네?”
100%다.
또 ‘이상허다’를 시전하려고 했다.
그 일관성에 실소를 터트리며 나는 얘기했다.
“실수여도 돼. 반가우니까 얘기나 하자.”
“그럼……”
“.. 그럼?”
“실수니까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전화한 거…”
“하하, 그래.”
몰폰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왜 전화한 거야?”
“네?”
“전화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이유요?”
“응. 연두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거나……”
이상함을 느낀 건지 유리가 발끈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시, 실수였다니까요!”
안 속네.
조금 기다렸다가 타이밍 봐서 슬쩍 찔러볼걸.
아쉬운 마음에 혀를 차며 핸드폰을 연두에게 넘겨주자 본격적인 수다 타임이 시작됐다.
“어떻게 지냈어, 유리야?”
근황 토크부터,
“이제 우리 초등학교 운동회 한다? 연두는 응원부장이야! 유리는 운동회 언제 해..?”
앞으로의 일정과,
“우리 또 모여서 연습하자! 단비음악대 연습..!”
단비음악대 활동에 대한 이야기까지.
늘 그렇듯 까칠한 뉘앙스로 대꾸하는 유리였지만 분명하게 느껴졌다.
연두와의 대화를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잘됐네.’
실수든 뭐든.
즐겁게 대화하는 두 아이를 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 뭐, 알겠어. 연습하는 날 미리 말하면 시간 한 번 내 볼게. 흠흠.”
저 표현은 어디서 배운 걸까.
예상이긴 하지만 뭔가 엄마인 은주아에게서 배웠을 거 같다.
한참의 대화 끝에 다시 내 손으로 넘어온 핸드폰.
“여보세요.”
“.. 네.”
딱히 나랑 통화하고 싶어 할 거 같지는 않지만, 그냥 끊기는 뭐하니 넌지시 물었다.
“사진은 봤어?”
“네?”
“원스타에 올렸는데. 아저씨가 올리겠다고 한 우리 같이 찍은 사진.”
“아..”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유리는 대답했다.
“그, 그것만 봤어요.”
“그럼 댓글도 봤겠네. 의외로 나랑 유리 케미를 좋아하는 연두부도 많던데?”
“.. 푸핫.”
유리는 난데없이 웃더니 얘기했다.
“.. 유치해.”
“응?”
“유치하잖아요. 케미, 그런 거. 저는 유치한 거 딱 질색이에요.”
“그, 그래?”
“네.”
뭐, 그럴 수 있지.
연두부 반응이니 나야 재밌지만, 확실히 유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하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랑 유리를 일컫는 케미니까.
“유리야.”
“네.”
“앞으로도 심심하거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연두가 옆에 없을 때도 있긴 하겠지만.”
“실수……”
“그래. 실수로 하는 전화라도 상관없으니까.”
독일에서 알았다.
유리는 방어기제가 많을 뿐 다른 아이들처럼 여린 아이라는 걸.
아무리 가족이라도 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창구.’
나랑 연두가 그 역할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전화가 아무래도 더 얘기하기 편할 테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라면 아무런 부담 없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느새 취침 시간을 넘겼다.
자려던 와중에 전화를 받은 거니 당연하긴 하지만.
나지막이 인사를 건넸다.
“잘 자, 유리야.”
옆에서 연두도 속삭이듯 덧붙였다.
“유리야, 좋은 꿈 꿔..!”
“.. 응.”
그렇게 끊긴 통화.
아무래도 좀 더 따뜻한 잠자리가 될 거 같았다.
***
다음 날 아침.
연두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향한 곳은 평화고등학교였다.
‘선생님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자주 통화는 하지만 찾아뵙는 건 오랜만이다.
그래서 오늘 왜 찾아왔냐고?
그 계기는 어제 날아온 선생님의 짤막한 문자 한 마디였다.
-내일 학교로 오도록. 중대한 할 얘기가 있다.
중대한 할 얘기.
말투로 미루어볼 때 안 좋은 소식은 아닐 거 같았다.
마침 나도 할 얘기가 있었던 터라 딱히 더 묻지 않고 가겠다고 했다.
물어본다고 알려줄 거 같지도 않았고.
‘말씀드려야지.’
내가 할 얘기는 간단했다.
작화팀을 만드는 것과 우영이와 함께 일할 거라는 걸 말씀드릴 생각이다.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게 맞았다.
내 꿈과 관련된 이야기고, 선생님은 누구보다 내 꿈을 지지해 준 사람이니까.
‘방향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은 그림이었다.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고 그 소식을 은사에게 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표현이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교문에 들어서자 나를 알아보는 남학생들이 있었다.
“우와, 초록님이다!”
“형, 팬이에요!”
“수찬쌤 보러 오신 거예요?”
여학생 무리도 있었다.
“잘생겼다..”
“저희가 안내해 드릴까요?”
“연두는요? 연두는 왜 안 데려오셨어요? 히잉…”
정신이 하나도 없군.
이 정도면 내가 평화고 선배라는 건 다들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럼 말은 놔도 되겠지?
녀석들의 말을 최대한 종합해서 나는 대답했다.
“응, 수찬쌤 보러 왔어. 학교 구조는 아니까 안내는 괜찮아. 연두는 학교 가서 못 데려왔고.”
“그렇구나…”
풀이 죽은 거 같아서 한 마디 덧붙였다.
“다음에는 연두도 데려올게.”
“진짜요?”
“응.”
이후 학교로 들어간 나는 익숙한 복도를 따라 미술실로 향했다.
또다.
이 복도를 걷고 있으면 언제나 묘한 기분이 든다.
‘.. 향수인가.’
그럴 만도 하다.
학창 시절 때는 수없이 걸어 다녔던 복도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미술실에 도착한 나는 문을 열었다.
스르륵.
“선생님.”
“어, 왔냐?”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자리에 앉으며 능청스레 자문자답 화법을 구사했다.
“잘 지내셔야죠. 아직 신혼이신데.”
“요 짜식이.”
“왜요.”
“신혼은 무슨. 결혼한 지도 벌써 얼마나 지났는데.”
그렇긴 하네.
체감상은 엊그제인 거 같지만 벌써 꽤나 시간이 흘렀다.
신혼의 경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신혼은 지난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웬일로 군말 없이 왔냐?”
“네?”
“무슨 일이냐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오겠다고 했잖아. 꼬치꼬치 캐묻는 게 네 스타일인데.”
“하하,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요. 저만큼 쿨한 사람이 없는데.”
“쿨하긴 개뿔. 그런 놈이 서아랑 싸우고 3년 내내 말을 안 했냐?”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나는 말했다.
“아니,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나와요!”
“푸흡.”
껄껄 웃음을 터트린 수찬쌤은 덧붙였다.
“발끈하긴, 짜식.”
“…”
숨을 한 번 고르고 입을 뗐다.
“저도 할 얘기가 있었거든요.”
“응?”
“쌤한테 드릴 말씀이요. 얼굴 보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뭔데?”
“먼저 얘기 안 하세요?”
“아니, 네가 먼저 말해. 내가 나중에 얘기할 테니까.”
왜인지 멋쩍은 미소가 수찬쌤의 입가에 스친다.
뭐, 딱히 상관없었다.
선후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작화팀을 만들기로 했어요.”
뜸 들일 거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더 격한 리액션이 돌아오긴 했지만.
눈이 커다래진 수찬쌤이 놀라움을 머금은 목소리로 묻는다.
“.. 작화팀?”
“네.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려고요.”
“그럼.. 이미 만든 거냐?”
“아뇨. 생각해 둔 사람들을 천천히 만나보고 있어요. 좀 가닥이 잡히면 바로 만들 생각이고요. 그리고 이미 몇 명은 같이 일하기로 했어요.”
사실상 핵심 내용이었다.
“우영이도 그중 하나예요.”
“…”
잠깐의 침묵.
이윽고 나는 볼 수 있었다.
지금껏 본 수찬쌤의 웃음 중에서 가장 커다란 웃음을.
“와하하!”
덥석 내 손을 잡으며 수찬쌤은 말했다.
“잘 됐다, 잘 됐어!”
“.. 선생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니까. 우영이한테는 이미 얘기한 거냐? 언제 얘기했어? 우영이 요 뺀질이 녀석. 그런 얘기를 했으면 바로 나한테 전화를 했어야지. 하여간……”
솔직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표정과 말 하나하나에서 너무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있다는 게 마음 깊숙이 느껴져서.
그래. 수찬쌤은 이런 사람이었지.
“.. 감사해요.”
“응? 뭐가?”
“그냥요. 축하해주신 거잖아요.”
입 밖에 뱉기는 오글거렸다.
학창 시절 내 선생님이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서 다행이라는 말은.
동시에 생각했다.
나 역시 선생님에게 자랑할 만한 제자가 되고 싶다고.
“짜식, 싱겁긴.”
“그래서 뭐예요? 선생님이 말씀하시려 한 중대사는.”
“아……”
슬쩍 화제를 전환했다.
다시 한번 멋쩍은 표정이 떠오르고 수찬쌤은 천천히 운을 뗐다.
“그게 말이야..”
“네.”
“내가 와이프랑 신혼여행 갔을 때 너희가 뒤풀이를 했었잖아.”
“그랬죠.”
“그때 너희가 찍어서 보낸 영상 편지 기억하냐?”
물론이다.
뒤풀이 장소에서 준수의 제안에 의해 릴레이로 선생님께 보내는 영상 편지를 찍었었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당연히 기억하죠.”
“그럼 그때 주원이 네가 했던 말도 기억해?”
“제가 했던 말이요?”
“응.”
뭐라고 했더라.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을 맞추듯 그 날의 기억을 상기해 봤다.
그러자 신기할 정도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멘트 하나하나까지.
‘2세에 대한 얘기였지.’
분명히 그랬다.
부담감을 팍팍 주는 친구 녀석들 틈에서 생각해 낸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아들도 좋지만 연두나 시은이, 레나 같은 예쁜 딸을 추천 드리구요.’
딸바보 아빠답게 딸을 추천했다.
‘제가 또 이 자리에서 유일한 육아 경험자잖아요?’
육아 선배임을 어필했다.
끝으로 말했다.
‘물론 선배 대접은 확실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육아에 관해 질문할 때는 뒤에 꼭 선배님 붙여주세요.’
그 정도였다.
생각을 갈무리한 나는 질문에 대답하며 얘기했다.
“.. 그런 얘기였죠. 그런데 그 얘기는 갑자기 왜……”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자연스레 말을 멈췄다.
이후 다시 시선이 맞닿는 순간, 수찬쌤은 짤막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등허리에 전율이 일게 만드는 한 마디를.
“.. 선배님.”
현실이 되어 펼쳐진 그 날의 영상 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