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566)
566화. 연두의 선택
한경우의 합류.
이로써 초창기 멤버는 대충 다 정해졌다고 봐도 좋았다.
지금 시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만나봤으니까.
‘소수인원이긴 하지만.’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성과라 실망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리 많은 인원을 만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만난 인원을 고려하면, 상당히 타율 높은 동료 영입이라 자평할 수 있다.
슥.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작화팀을 구상하며 태블릿에 그렸던 마인드맵 형식의 줄기들.
벌써 큼지막한 열매를 여러개 맺었다.
처음부터 이보다 과한, 이를테면 세계수 수준의 나무를 꿈꾸는 건 독이다.
‘그게 내가 추릴 만큼 추려서 만난 이유이고.’
말 그대로다.
범위를 넓히고자 하면 얼마든지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영입하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확실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열매라면 나는 뿌리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
뿌리가 단단해야 더 예쁜 꽃을 피우고 과실을 맺을 수 있는 법이니.
아직 나는 얕았다.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무작정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아뒀다가는 그걸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그래. 지금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였다.
‘그렇다고 계속 그럴 거란 건 아니지.’
꿈은 클수록 좋고 이상은 높을수록 좋다.
서두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차근차근 나아가 그 여정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누구보다도 높길 바랐다.
다시 빗대자면 세계수 수준으로.
‘그렇게 될 거야.’
간단한 이치다.
뿌리가 더 단단해지고 꽃이 더 아름다워지고 열매가 더 달콤해지면 모여들게 되어있다.
나무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인재들이.
그렇게 비로소 완성될 나무, 그게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작화팀의 모습이었다.
“근데 어떡하지.”
나도 모르게 생각이 혼잣말로 나왔다.
벌써부터 예쁘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날 정도다.
내 눈에는 보이는 거 같았다.
가지에 매달린 각각의 열매들이 앞으로 맺게 될 눈부신 과실이.
‘넌 그렇게 박혀있어라.’
뿌리, 즉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보이지 않아도 좋았다.
빙산처럼 깊게 뿌리내려 단단하게 나무를 지탱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펜을 들어 뿌리를 좀 더 깊숙하게 그려줬다.
‘나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좀 더 심지를 굳건하게 하면 될 일이다.
그림을 바라본다.
아직은 얕은 뿌리와 비교적 앙상한 줄기를 가진 나무지만 괜찮았다.
한 번씩 꺼내서 그림을 완성해 갈 생각이니까.
‘그렇게 그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세계수가 되어있겠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가 되면 모두에게 보여줄 생각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게 변모한 우리의 모습을.
***
초기멤버도 확정됐겠다.
본격적으로 나는 작화팀을 만들기 위해 밟아야 할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일련의 절차를 대신 진행해주는 여러 기관이 있었으니까.
“어때? 대충 이해됐어?”
“네.”
그 과정에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감사해요, 삼촌.”
대상은 다름 아닌 외삼촌 김윤호였다.
비록 직장인이긴 했지만 사회생활에 잔뼈가 굵은 터라 관련 지식에 해박했다.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고려한 적도 있다고 하고.
‘신기한 회사야.’
내 기준에서는 그랬다.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 입장에서 유능한 직원은 절대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나 역시 그건 마찬가지일 테고.
얼마 전에 홍원대 교수님이랑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한 것도 비슷한 이치였다.
나중에 혼자만의 치열한 싸움이었다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삼촌 회사는 달라.’
베일앤컴퍼니.
세계 최고의 경영컨설턴팅 회사는 뭐가 달라도 다른 걸까.
회사의 직급은 단 두 개였다.
일반 사원과 파트너.
나이와 관계없이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사원은 파트너로 승진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 권력을 가지는 건 아니다.
대우가 좋아질 뿐.
기본적으로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를 지향하는 회사니 말이다.
국내에 파트너 직급을 가진 사람은 삼촌을 포함해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인재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오케이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한 건 바로 이 다음이었다.
회사는 그런 고급인재인 파트너를 잡기는커녕 되려 독립을 장려한다는 거다.
그들이 독립해 성과를 내는 건 회사 입장에도 좋은 일이라며.
‘멋있긴 해.’
마인드가 멋있긴 했다.
쿨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로.
실제로 삼촌에게 듣는 회사 이야기는 재밌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기존에 회사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깨부수는 일화도 많았고.
‘참고한 것도 엄청 많지.’
작화팀을 구상하며 참고한 것도 적지 않았다.
수평적인 구조, 업무 방식, 팀 내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 등등.
그런데 단 한 가지.
방금 언급한 쿨하다 못해 차가운 마인드만큼은 배울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야, 나는 그렇게 쿨한 놈이 아니니까.
전에는 쿨하다고 자화자찬하지 않았냐고?
그러긴 했지.
불과 얼마 전에 깨달은 사실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나는 싫었다.
팀원이 회사를 떠나는 게.
애써 쿨한 척 하며 그걸 독려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왜 나가서 잘 돼야 해? 같이 잘 되면 좋잖아.’
조금은 꼰대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게 팀이라고 생각한다.
루피 해적단처럼.
해적을 옹호하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팀원의 의사지.’
정 나가겠다고 하면 눈물을 머금고 보내주긴 할 거다.
그래도 잡아보겠지.
이솝과 루빈이 해적단을 나가려 했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잡았던 루피처럼.
그래도 바짓가랑이는 절대 안 잡을 거다.
나도 자존심은 있는 놈이니까.
“.. 주원아?”
“아, 네!”
“무슨 생각해?”
삼촌의 목소리에 생각이 끊겼다.
“아니에요. 저번에도 그렇고 진짜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다행이네.”
“근데 삼촌은 회사에서 독립할 생각은 없으신 거예요?”
“글쎄. 지금 당장은?”
“왜요?”
삼촌은 뛰어난 사람이다.
얘기하면서 느꼈다.
두뇌 자체가 나랑은 다르게 설계된 천재라고.
‘그런 사람이라고 꼭 성공한다는 법은 없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늘 위에 우주가 있는 것처럼, 삼촌이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라는 사실을.
그래서 생각했다. 구상하는 게 없을 리가 없다고.
삼촌 스스로도 회사에서 독립할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의문 속에 들려오는 대답.
“주원이 너랑 다르게 나는 아직 없는 거 같거든.”
“.. 네?”
“책임질 자신.”
역시 그랬다. 아이템이 없어서가 아니다.
삼촌은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멋쩍게 웃으며 삼촌은 덧붙였다.
“뭐, 아직은 회사에 있는 게 좋은 거 같기도 하고. 회사생활에도 나름 만족하니까.”
“그렇군요.”
더 물을 건 없었다.
“나중에 준비되면 말씀하세요. 이렇게 도와주셨으니 저도 도울 게 있다면 최대한 도울게요. 제가 도울 만 한 게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 고맙다.”
그때 삼촌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참. 주원아.”
“네.”
“팀원은 다 정해진 거야?”
“네. 우선은 다섯명 정도로 시작할 거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그랬다.
졸업 등의 이슈로 빠른 시일 안에 합류하기로 한 팀원들이 있긴 했지만.
그런 내 말에 삼촌은 물었다.
“경리는?”
뜻밖의 단어.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단지 그렇게 서둘러야 할 문제로 판단하지 않았을 뿐.
그렇게 얘기하자 삼촌은 말했다.
“최대한 빨리 구하는 게 좋을 거야.”
내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도 경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모양이었다.
단순 서류처리를 넘어 돈과 관련된 경영의 전반을 관리한다고.
그 밖에도,
“입사일, 연봉, 연말정산, 수당, 건강보험, 소득세……”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어떻게 삼촌은 이걸 다 외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경리의 업무를 한참 더 읊은 삼촌은 덧붙였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숙달된 사람을 고용하는 게 마음이 편할 거야.”
바로 이런 게 내가 알아야 할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였다.
생각해 보라.
만약에 경리 고용을 미뤘다가 저런 일을 내가 처리해야 했다면… 생각만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혹시 좋은 경리를 구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면접으로 뽑는 것도 좋겠지만… 더 확실한 건 추천을 받는 것도 있지.”
“추천이요?”
“응. 한 번 생각해 봐. 네 주위에 너한테 좋은 인재를 추천해줄 만큼 신뢰감이 쌓인 사람이 있는지. 물론 그 사람도 따로 면접은 봐야겠지만.”
듣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쯤 되면 신기하다.
어떻게 이 정도로 매번 뚜렷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건지.
“참고로 나는 안 돼. 왕따거든.”
“푸흣.”
이제는 빠지면 섭한 삼촌표 아재개그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이제는 고차원 개그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올 때가 많았다.
이러다 나도 천재가 되면 좋겠네.
“알겠어요. 마침 떠오르는 사람이 있네요.”
“나?”
“삼촌 말고요.”
“알아.”
“저도 알아요, 장난인 거.”
그렇게 고차원 개그를 주고받은 후 슬슬 전화를 끊을 타이밍이었다.
삼촌이 말했다.
“주원아.”
“네.”
“나 휴가 얼마 안 남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곱씹고 있으니 목소리가 이어진다.
“.. 그냥 그렇다고.”
뒤늦게 터진 웃음.
어째 날이 갈수록 귀여워지는 거 같은 삼촌이었다.
***
나무에는 열매를 하나 더 그려넣었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경리 역시 엄연한 팀원 중 하나였으니까.
주말이 끝나는 대로 연락해 볼 생각이다.
‘있을 거 같단 말이지.’
왠지 몰라도 그녀라면 추천해줄 만한 인재가 주위에 있을 거 같았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주말을 맞이해 고민하다가 결국 만들어버렸다.
[임시 톡방]그래, 알고 있다.
작화팀 임시 단톡방이라기에는 작명센스가 너무 노잼이라는 걸.
연두튜브 공식 편집자 초록이라는 이름에 오명이 생길 정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직 작화팀 이름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니까.
그렇다고 해서 ‘초록 해적단’, 이런 걸 가제로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나마 지금의 노잼 제목 선정이 최선이었다.
사실 톡방을 만들지 말지도 많이 고민했다.
결국 이렇게 만들었지만.
다들 구두로는 함께 일하기로 한 상황이고, 본격적으로 일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해 알고 인사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다행히 다들 바로 인사해줬다.
한경우 : 안녕하십니까아!!!
그의 밝은 인사가 신호탄이었다.
서도연 : 안녕하세요(꾸벅)
최표식 : 처음 뵙겠습니다. 최표식이라고 합니다!(웃는 연두)
선우영 : 안녕하세요.
넘쳐나는 이모티콘.
우영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모티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역시 첫만남에는 이모티콘만 한 게 없지.
‘연두티콘이랑 연두부콘도 엄청 많네.’
역시 센스있는 팀원들이다.
나도 뭐라 얘기하려는데 마침 옆에 있는 연두가 물어왔다.
“아빠.. 왜 웃어요..?”
내가 웃고 있었나 보네.
그럴 만도 한 게, 처음 마주한 팀원들을 보는 건 내게도 설레는 일이다.
나 역시 그 팀원들 중 하나이고.
“연두도 보여줄까?”
“네.”
“아빠가 만드는 작화팀 팀원들이야. 여기서 지금 처음 만나서 인사하고 있는 거고.”
중얼거리듯 연두가 이름을 읊는다.
“서도연.. 도연이언니다..!”
“하하, 맞아.”
“한경우는 경우오빠!”
“그것도 맞고.”
“그리고 우영이오빠! 여기 우영이오빠도 있어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히히.”
반갑나 보다.
아는 사람 이름이 연달아 나오니.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나온 팀원은 모두 연두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제 남은 건 한 사람이었다.
“최.. 표식..?”
역시 기억 못 하나.
이제는 꽤나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해진 연두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프로필사진을 누른다.
“.. 아!”
활짝 웃고 있는 사진.
그걸 유심히 본 연두가 외마디 소리를 뱉고서 덧붙였다.
“알아요! 표시기오빠..!”
“정말?”
“네. 아빠 시상식 때 봤어요..!”
정확했다.
최표식과의 첫 인연은 청년미술공모전 시상식 때였다.
그때 나란히 대상과 최우수상을 차지했지.
‘그 뒤에도 교류가 있었고.’
끝내 이렇게 함께 일하게 된 거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신나서 폴짝폴짝 뛰는 연두를 보며 말했다.
“표식이오빠가 알면 좋아하겠는데?”
“으응..?”
“이렇게 오랜만인데 연두가 기억해줘서.”
그 말에 연두는 배시시 웃다가 왜인지 심각해져서는 말했다.
“기억 못 하면요?”
“응?”
“연두는 기억하는데.. 표시기오빠가 연두 기억 못 하면 어떡해요..?”
“하하, 글쎄.”
웃으며 덧붙였다.
“기억 못 할 수가 없을 거 같은데.”
그야, 나는 기억하고 있다.
연두를 처음 봤을 때 최표식이 지은 표정을.
그 표정의 임팩트로 미루어 짐작할 때, 도무지 잊을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애초에 연두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들고.
“걱정하지 마, 연두야. 기억할 테니까.”
“네에.”
“그럼 아빠랑 같이 볼까?”
공원 벤치였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단톡방을 눈팅했다.
대화를 주도하는 건 한경우였다.
한경우 : 동료로 다시 만나뵙게 돼서 반갑네요, 도연님 ㅎㅎ
서도연 : 누구시죠?
한경우 : 에이, 왜 그러세요. 팀 동료라고 이제는 완전히 비즈니스라는 건가?
서도연 : 원래부터 비즈니스였는데요.
한경우 : ………
콩트같은 둘의 대화와,
한경우 : 표식님도 반가워요. 오랜만에 뵙네요.
최표식 : 오, 기억하시는군요! 저만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한경우 : 설마요. 그때 그리신 그림도 다 기억한답니다.
최표식 : 헉쓰.. 영광입니다.
생각해 보니 두 사람도 시상식 때 만난 적이 있었다.
인사도 했던 걸로 기억하고.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던 인연은 또 존재했다.
최표식 : 그럼 혹시.. 우영님도 저 기억하고 계실까요.
선우영 : 기억합니다.
최표식 : 오오. 그때 저한테 말 놓으라고 하셨던 것도 기억하나요? 물론 지금 놓겠다는 뜻은 아니고요.
선우영 : 기억합니다. 놓으셔도 됩니다.
뭐야, 이 사무적인 말투는.
우영이는 알 수 없는 역할에 잔뜩 몰입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건 그렇고 이건 생각지 못한 그림이었다.
‘다 인연이 있잖아.’
신기하게도 넷은 가지처럼 얽혀있었다.
선후배 관계로, 또는 시상식 때의 인연으로.
이런 걸 보면 내가 나무에 빗댄 건 생각보다 더 탁월한 비유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연두야. 아빠도 한 마디 할까?”
“네!”
“뭐라고 할까?”
세상 진지하게 고민하던 연두는 대답했다.
“일단 인사해야 해요!”
“어떻게?”
“공손하게. 배꼽인사로 안녕하세요 해야 해요..!”
배꼽인사라.
마침 떠오르는 이모티콘이 있었다.
이주원 : 안녕하세요!(배꼽인사 연두)
찰떡같은 연두티콘.
갑작스레 튀어나온 스스로의 모습에 놀란 연두가 눈을 깜빡거린다.
그러다 배시시 웃는다.
“어때, 마음에 들어. 연두야?”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연두.
“네. 완전 공손해여..!”
“푸흣.”
뻘하게 웃음이 터졌다.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공손함을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니.
재미가 붙은 나는 얘기했다.
“이 다음은 뭐라 할까, 연두야?”
“다음에?”
“응.”
끙.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야 이런 사회생활은 해 본 적 없는 연두니까 고민될 만도 하지.
슬쩍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어때?”
“어떤 거요?”
“아빠가 아직 작화팀 이름을 못 정했거든. 팀원들한테 추천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눈을 반짝이며 연두는 답했다.
“좋아요!”
“오케이. 그럼 팀원들이 말하는 걸 보고 연두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라봐.”
“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채팅을 작성했다.
이주원 : 아직 작화팀 이름을 못 정한 게 고민인데요.
이주원 : 그래서 톡방 이름도 허전하고요 ㅠㅠ
이주원 :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얘기해 주세요.
작성하기 무섭게 마구 쏟아져나온다.
한경우 : 매드하우스 어떠신가요? 우리는 미친 작화를 보여준다! 이런 뜻으로 매드하우스 추천해봅니다!
서도연 : 그냥 매드하신 거 같네요.
한경우 : 네?
서도연 : 차라리 귀엽게 ‘그림그림’ 이런 건 어떤가요?
한경우 : 허.. 잠깐만요. 지금 그런 작명센스로 저 디스하신 건가요? 그림그림이 아니라 구림구림인데요?(비웃는 연두부)
서도연 : 경우님, 잠깐 갠톡좀요.
최표식 : 그림공방 어떨까요? 어감도 친근하고.
선우영 : 지니어스……
우영이는 생략한다.
각자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대답.
여러 아이디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그때였다.
척.
화면을 가리키는 연두.
“이거! 연두는 이게 제일 좋아요..!”
단번에 꽂힌 거 같았다.
이렇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하나를 고른 걸 보면.
기대감 속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하, 하하.”
흘러나오는 웃음.
정말이지 연두다운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