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572)
572화. 희망 짝꿍
“꼼짝 마! 우, 움직이면 가만 안 둬!”
몇 없는 대본 속 멘트다.
실제로 피디가 건넨 대본에서 외워야 할 대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중에서도 연두의 대사는 더더욱 그랬고.
“우악!”
“누, 누구냐!”
“어디서 온 거야! 분하다.. 쉽게 들어올 수 없었을 텐데……”
하철이형아의 말에 뻘하게 터졌다.
방금 들어오라며.
미리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받아주기 위해 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게 역시 프로 방송인이구나 싶다.
그런 와중에도 형아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네.’
한편 박력 넘치게 입장한 연두의 얼굴에는 혼란이 떠오른다.
그럴 만도 했다.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뱉은 데다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대본에 나와있지 않았으니까.
즉, 고갈됐다는 소리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입을 연 건 바로 앞의 하철이었다.
“근데 질문이 있는데…”
“으응?”
“움직이면 어떻게 가만 안 둘 거야?”
장난기 짙은 표정.
이대로면 기세에서 눌리게 된다.
아무래도 지금이 내가 나서야 할 타이밍인 거 같았다.
“후우.”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발을 뻗었다.
톡.
가볍게 연두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허공을 응시하며 입을 뗐다.
왜냐고?
첫만남인 만큼 나도 할당된 대사가 있었거든.
“여기가 그 유명한 형아학교인가?”
벌써 화끈거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이런 대사를 살리는 건 뻔뻔함이 생명이었다.
다행히 형아들은 찰지게 받아쳐줬다.
“너는 누구냐!”
“흥!”
“유명한 거 알긴 아나 보네?”
연두와 달리 나는 대사가 하나 더 있었다.
씩 웃는 게 포인트다.
“알지. 약하다고 온 동네에 소문이 났던데.”
“뭐어?”
“그래서 내가 연두공주님과 같이 이 학교를 접수하러 왔다.”
그렇다.
곧 무너지긴 하겠지만 방송국에서 지정해준 초기 컨셉은 학교를 접수하러 온 삼인조였다.
그리고 내 역할은 공주님인 연두의 호위무사다.
형아들은 비웃으며 얘기했다.
“고작 너희 둘이서?”
“우리를 너무 얕본 거 아니야?”
“듣기로는 네 하체가 아주 부실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감당할 수 있겠어?”
순간 컨셉이 무너질 뻔 했다.
여기서 그걸 공격한다고?
모함이긴 하지만 연두튜브를 보지 않는 이상 언급할 수 없는 주제였다.
‘역시 김하철인가.’
김하철은 연예계의 백과사전으로 유명했다.
애써 태연하게 답했다.
“하하, 헛소문을 들은 모양이네.”
이렇게 맹점을 찔렸을 때는 잽싸게 화제를 돌리는 게 상책이다.
마침 타이밍이기도 하고.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두 명이 전부가 아니야.”
문 쪽을 바라봤다.
막상 부르려니 조금 미안하긴 한데, 내 의지는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목청을 높였다.
“들어와라.”
위엄있는 명령조.
그 한 마디에 들어온 건 방금까지 함께 있던 이윤결이었다.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고 통통 튀며 다가온다.
“헥헥..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래.”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어디까지나 대본이고, 이 역할을 자처한 건 이윤결 본인이라고 했으니까.
생각지 못한 모습에 연두는 잔뜩 당황한 표정이다.
그나저나 나도 실소가 나온다.
이런 용도로 쓰려고 챙겨온 빗자루인 거였나.
“공주님.”
이번에는 연두를 향해 말을 건다.
“어떤 형아를 물깝쇼? 저기 있는 퉁퉁이?”
호등이형아가 흠칫 몸을 들썩인다.
끝이 아니었다.
영철과 장원을 연달아 가리키며 묻는다.
“아니면 제일 약하면서 맨 앞에 앉은 비실이? 뒤에서 잔뜩 무게잡고 앉아있는 걸리버?”
“뭐! 내가 제일 약하다고?”
“아니, 무게를 잡는 게 아니라……
능청스러운 디스 연발에 형아들의 웃음이 터졌다.
역시 이윤결이었다.
디스는 디스대로 하면서도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못 참겠다는 듯이 강호등이 입을 열었다.
“안 되겠어!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상만이가 못 오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섯명이라구!”
옆에서 충직한 부하 이수군이 거들었다.
“그쵸. 몸무게로 치면 세 배가 넘을 걸요?”
“푸핫!”
간간이 나오는 드립이 TV 속 모습 그대로였다.
어느새 교탁 앞에 선 우리 셋.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강호등은 입을 열었다.
“그전에 자기소개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 거기 쪼꼬미?”
쪼꼬미.
처음 들어보는 호칭에 연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말.
“우리 쪼꼬미 와 대답이 없노.”
그제야 연두는 되물었다.
“쪼꼬미가 뭐야?”
“쪼꼬미는 쪼꼬미지. 다른 말로는 꼬맹이라고도 할 수 있고.”
“…”
꼬맹이.
입에 담는 것만으로 발끈 연두를 소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단어였다.
역시나 연두는 반응했다.
“연두 쪼꼬미 아니야! 꼬맹이도 아니야..!”
화들짝 놀란 호등이.
옆에 앉은 민영훈이 쯧쯧 혀를 찬다.
“으휴..”
수군도 숟가락을 얹는다.
“형이 심했어요. 형한테 뚱땡이라고 하면 기분 좋겠어요?”
“뚜, 뚱땡이?”
“그래요. 아니면 먹보라든지……”
장원도 빠지지 않았다.
“이제 큰일났다, 형.”
“.. 왜?”
“저번에 생각 안 나? 영훈이한테 언제적 비즈냐고 했다가 혼쭐 난 거.”
그럴 만도 하다.
국내 가수 중에서 민영훈만큼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가수도 드무니까.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처지는지 호등은 말했다.
“그, 그런데?”
“아무리 영훈이라도 연두는 비교가 안 돼. 연두부는 수천만명이라고. 그것도 전세계에 포진되어 있고.”
“…”
“방금 꼬맹이 발언으로 형은 세계인의 적이 된 거야.”
사실 우스운 일이었다.
꼬맹이라 한 번 했다고 전세계의 연두부가 호등이형아를 공격할 리는 없으니.
형아들의 몰아가기 능력이 탁월할 뿐이었다.
얼어붙어 있던 호등이형아는 조용히 일어나서 카메라 앞에 섰다.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인다.
“.. 증말 죄송합니더.”
대국민 사과로 시작하는 강호등이었다.
***
본격적인 자기소개 시간.
어차피 1회성이었던 만큼 컨셉은 거의 집어던진 상태다.
그래도 준비해 온 멘트는 해야겠지.
“자, 공주님.”
“으응.”
“먼저 소개해주시죠.”
첫 타자는 연두였다.
우물쭈물하던 연두는 마음을 다잡은 듯 교탁 옆으로 나왔다.
핑그르르.
내 손을 잡은 채로 발레하듯 한 바퀴 돈다.
“안녕.”
잔뜩 수줍은 표정으로 말한다.
“나는 귀여움으로 형아들을 사로잡으러 왔고! 에서 전학온 연두야. 잘 부탁해…”
얼굴이 홍시가 됐다.
그래도 수없이 집에서 연습했던 대사라 다행히 틀리지는 않았네.
이로써 연두의 대본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우와아!”
“절대 연두해!!”
“아, 진짜 미치겠네… 흣.”
그 와중에 영훈이 웃으며 뱉은 혼잣말에 하철이 반응했다.
“왜 그래?”
“아니.. 그냥 너무 귀여워서.”
“와…”
감탄사를 뱉은 하철이 말했다.
“다 들었어? 영훈이가 애기 보고 이러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애, 애기 아닌데……”
내 뒤에 숨어 빼꼼 고개를 내민 연두.
하철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치가 빨라서인지 야유가 쏟아지기 전에 카메라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호등에 이어 두 번째 대국민 사과다.
그와 별개로 애청자로서 하철의 말뜻이 뭔지는 감이 왔다.
방송중 영훈이 웃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
누군가의 드립에 진심으로 터지거나, 자신을 이상형으로 뽑는 여성 게스트가 나오거나.
‘후자는 사실 컨셉이지만.’
영훈의 성격을 아는 팬들은 안다.
여자 게스트를 좋아하는 모습은 방송의 재미를 위한 연출이라는 걸.
지금은 새로운 경우였다.
딱히 꾸며낸 말이나 표정이 아닌, 순수하게 연두가 귀여워서 나온 반응이었으니까.
“어, 영훈이 귀 또 빨개진다.”
쏠리는 시선에 벌겋게 달아오르는 귀.
영훈이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됐어. 넘어가, 넘어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형아들은 한참 더 영훈을 놀리다가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다름 아닌 내 소개 시간이었다.
“다들 반갑다. 나는 무서운 형아들로부터 연두공주님을 지키러 왔고! 에서 전학온 호위무사 초록이야.”
“오오!”
“호위무사! 하체는 약하지만 연두만은 지키겠다! 오오!”
빠직.
조금 열 오르네.
한 번 언급하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계속 하체로 공격하다니.
안 되겠다.
오늘 형아들 중에서 내 적은 하철이형아다.
“하하, 하철아.”
“응?”
“하철이는 하체만이 아니라 전부 약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 헉.”
형아학교 내에서 하철은 약골 이미지다.
애청자이기에 칠 수 있는 멘트였다.
꼭 웃기려는 말보다는, 상황에 따라 부담없이 말을 할 생각이었다.
소위 말하는 티키타카.
“푸하하!”
“하철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구나? 우리 초록이.”
고맙게도 가볍게 던진 멘트에도 형아들은 잘 받아줬다.
이제 마지막 차례였다.
우리의 충실한 애견이지만, 이제는 그 컨셉을 집어던진 이윤결.
“다들 주목!”
교탁을 쳐서 이목을 끈 윤결은 빗자루를 들고서 말했다.
“아까는 장난을 좀 쳤지만 그 모습으로 나를 판단하면 곤란하다.”
“그럼?”
“나는 호구아트 마법학교에서 마술을 가르치고 있는 이윤결이다. 마술로 너희를 혼내주러 왔고! 에서 전학왔다. 이상.”
선생다운 말투.
그러자 수군이 불쑥 손을 들고서 말한다.
“저기, 잠깐만.”
“뭐지?”
“그러니까 윤결이는 호구아트 마법학교에서 선생님이라는 거지?”
“그렇지.”
“미안하지만 돌아가 줘.”
갑작스런 귀가 요구에 윤결의 눈이 커다래진다.
“.. 뭐라고?”
“안타깝지만 우리 학교는 선생님은 받지 않거든. 아마 학교를 잘못 찾아온 거 같은데.”
“에이, 아니야. 제대로 찾아왔는걸?”
“우리 윤결이가 눈치가 조금, 아니 많이 없는 편이구나?”
“하하! 그런 칭찬 많이 들어.”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자주 나오는 구도였다.
게스트를 내보내고 싶은 형아들과, 절대 나가지 않으려는 게스트의 치열한 싸움.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이윤결로 낙점된 모양이다.
‘재밌네.’
문득 깨달았다.
어느새 나도 부담감을 내려놓고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걸.
비로소 시작인 느낌이었다.
***
잘 모르겠다.
본방은 한 회차에 한 시간 반 정도지만, 실제 촬영시간은 더 길 수밖에 없다.
그게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었다.
‘원래 이 정도인가?’
첫 코너인 입학신청서 읽기.
보통 그전까지 방송 분량은 정말 길어도 10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벌써 수십 분째 잡담이 오가고 있다.
하기야 2회차 편성이니까 평소보다 좀 더 길 수는 있겠지.
워낙 분위기가 좋기도 하고.
“근데 왜 이제 왔어, 연두야! 우리는 진짜 오래전부터 연두 보고 싶었는데. 연두는 우리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요..”
또 혼자 깜짝 놀라서는 정정한다.
“.. 보, 보고 싶었어!”
역시 익숙하지 않나 보다.
그런 연두의 사소한 행동에도 형아들의 반응은 장난이 아니었다.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빨리 오고 싶었는데… 연두가 형아학교가 어디 있는지 잘 몰라서……”
세상 진지한 대답에 형아들은 또 폭소를 터트렸다.
오랜 시간의 잡답이 흐르고 나서, 연두가 반말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너희들 입학신청서는 가지고 왔지?”
“물론이지.”
“그럼 연두가 대표로 가져다줄래? 제일 읽어줬으면 하는 형아한테 가져다주면 돼.”
다들 기대에 찬 눈빛이다.
연두의 손에 들린 입학신청서.
형아들을 바라보던 연두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슥.
영철이형아를 거쳐가는 연두.
그 발끝이 도달한 곳은 바로 수군의 앞이었다.
“여기요..!”
또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휙휙 젓더니 후다다 달려서 자리로 돌아온다.
상승하는 수군의 입꼬리.
“이거 좀 이따 물어볼 필요도 없겠는데요?”
“뭐를?”
“우리 공식질문 있잖아요.”
알 거 같았다.
가장 보고 싶었던 형아를 말하는 거겠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영훈은 고개를 휙휙 저으며 말했다.
“그건 다르지.”
“엥?”
영훈이 고개를 돌려 묻는다.
“왜 수군이한테 가져갔어, 연두야?”
연두는 대답했다.
“아는형아 많이 봤는데.. 수군이형아가 맨날 읽어줘서.”
“이거 봐!”
영훈이는 열을 올리며 덧붙였다.
“좋아서 가져다준 게 아니라 우리 프로 많이 봐서 그런 거라니까?”
“영훈아.”
“응?”
“알았으니까 흥분 좀 가라앉혀…”
그 말에 영훈이 멋쩍은 듯 웃음을 터트리며 자세를 고쳐앉는다.
뒷좌석의 장원이 말한다.
“아들.”
둘은 형아학교 내에서 부자 컨셉이었다.
“오늘 왜 이래? 하철이는 평소랑 다르게 말이 없고. 둘이 바뀐 거 같은데?”
하철이 멍한 표정으로 답한다.
“나만 이래?”
“뭐가?”
“방송이 아니라 힐링하는 기분이야. 방금 연두가 입학신청서 가지고 갈 때도 아무 생각 없이 헤벌레 웃고만 있었다니까? 이런 적 처음이라고.”
큰일이네.
인사말 그대로 연두의 귀여움이 형아들을 사로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서로 인격이 바뀔 정도로.
“정신 차려, 김하철. 너 프로야. 프로라구!”
“오, 오케이.”
막상 원인을 제공한 연두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 속에서 수군이 일어났다.
입학신청서를 손에 든 채로 이야기한다.
“그럼 읽는다?”
“응!”
“먼저 연두! 나이는 여덟 살! 소속은 초록연두구역 공주님! 오호, 장래희망은 피아니스트네?”
묻는 형식의 말에 연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피아니스트가 꿈이야..”
“왜 피아니스트를 꿈꾸게 됐어?”
“피아노를 치면 너무 즐거워서.. 그리고 선생님처럼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서……”
“선생님?”
“응.”
옆에서 장원이 적절하게 설명을 얹었다.
“연두 피아노 선생님이 피아니스트 이은경이야.”
“대단한 분이셔?”
“당연하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대상 수상자인데. 세계 3대 콩쿠르.”
지식이 많은 그였다.
이은경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럼 이따가 멋진 연주 기대해봐도 되는 거야?”
“.. 으응!”
이제는 쑥스러워도 빼지 않는 연두였다.
뿌듯한 마음이다.
좀 더 스스로의 길에 자신감을 갖게 된 딸을 모습을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연주를 선보일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 우리 연두. 피아니스트 꿈 꼭 이루길 바랄게.”
“고마워, 수군아..”
수군이는 계속해서 신청서를 읽어내려갔다.
“별명은 두 개네? 쥐방울이랑 땅콩.”
“응.”
“누가 지어준 별명이야?”
“쥐방울은 할머니가 지어줬고, 땅콩은 우영이오빠가 지어줬어!”
“둘 다 작다고 놀리는 별명같은데 별명으로 부르는 건 화 안 나?”
“안 나!”
의외로 쿨하게 대답한 연두는 말했다.
“예전에 지어준 별명이니까!”
“예전에?”
“응. 예전에는 연두가 엄청 작아서 진짜였는데.. 이제는 많이 커서 진짜 아니야. 그래서 화 안 나.”
한 마디로 이제는 클 만큼 커서 타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훌륭한 마인드다.
아직도 나는 어릴 적 별명으로 불리는 게 상당한 타격인데.
“그렇구나. 알겠어, 땅콩.”
“…”
아닌가 보다.
입을 삐죽 내민 걸 보니 연두도 쿨한 척 한 게 틀림없다.
역시 부전여전인가.
수군까지 대국민 사과를 한 후에 계속해서 입학신청서 읽기가 진행됐다.
어느새 막바지의 질문이었다.
“그럼 이제 희망짝꿍인데……”
희망 짝꿍.
당연한 얘기지만 나와 이윤결은 배제였다.
수군은 답을 확인했는지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나 참! 미치겠네.”
수군인 걸까.
나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른다.
질투가 날 거 같기도 하고, 그 편이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 안 봤거든.
덕분에 꽤나 흥미진진했다.
“좋아. 바로 발표할게? 연두의 희망짝꿍은……”
그 속에서 들려왔다.
예상을 뒤엎는 연두 희망짝꿍의 이름이.
“…… 형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