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573)
573화. 나를 맞혀봐
“좋아. 바로 얘기할게? 연두의 희망짝꿍은……”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답을 보지 않았을 뿐, 나와 이윤결 제외라는 건 분명하게 알려줬으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나와 윤결을 포함했으면 어땠을지.
‘.. 나였겠지?’
평소에는 한 번도 불안한 적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의문이 든다.
워낙 윤결이 강적이라 그런지.
그나마 다행인 건 윤결 역시 짝꿍 후보에서는 배제된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수군형아야!”
수군이 발표한 연두의 희망짝꿍 이름은 자기 자신이었다.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앞선 반응을 보고 수군은 너무 뻔해서 다른 형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형아들은 저마다의 반응을 보였다.
“치이..”
“또 수군이가? 이러면 입신 가져다준 게 연두의 진짜 속마음이었네? 히잉..”
실망한 영훈과 앙탈 섞인 말을 뱉는 호등이.
참고로 입신은 입학신청서다.
신세대가 되고 싶은 마음에 호등은 이렇게 멋대로 단어를 줄여부르곤 했다.
장원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보니까 연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완벽한데 단점이 하나 있구나?”
“뭔데요?”
“아직 어려서 사람 보는 눈이 없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국 본인을 뽑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말이었다.
그 와중에 영철은 한 마디를 뱉었다.
“괜찮아. 난 예상했으니까.”
뭐야, 짠하잖아.
너무 프로라 그런지 가끔은 컨셉인지 아닌지 혼동이 올 때가 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쩔 줄 몰라하는 연두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미안해서 그런가?’
수군을 제외한 형아들한테 미안해서 그러나 했는데 단지 그 때문은 아닌 듯했다.
결국 나는 물었다.
“왜 그래, 연두야?”
“.. 아닌데.”
“응?”
“수군이형아 아니에요…”
뭐가 아니라는 거지?
앞뒤 맥락을 고려할 때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은 하나뿐이었다.
희망 짝꿍.
설마 뻥이었나?
수군이형아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형아들은 직감한 듯하다.
“에라이!”
“똑바로 안 해, 이수군? 너 나랑 싸우고 싶어? 피나고 싶어?”
“그래서 진짜 희망짝꿍은 누군데?
“연두가 말해, 연두가.”
다시 희망이 생긴 형아들의 표정.
웃음이 나왔다.
표정에서 느껴진다. 모두 자신이 뽑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방금 안 뽑힐 걸 예상했던 영철이마저도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다.
그 속에서 연두는 자그맣게 말했다.
“.. 호등이형아.”
쾅!
동시에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며 일어나는 호등.
책상이 걱정될 정도의 박력이다.
그와 별개로 호등이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건 짐작은 하고 있었다.
마침 형아들이 물었다.
“왜 호등이형아랑 짝꿍이 되고 싶었어?”
“만져보고 싶어서……”
“응?”
“볼 이렇게 만져보고 싶었어. 호등이랑 짝꿍 되면 만질 수 있으니까..”
그 말에 호등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잔뜩 볼을 부풀린다.
얄밉다는 듯 바라보는 형아들.
뒤에서 수군이 말한다.
“연두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한 번 만져보게 해 주세요.”
“그럼, 그럼.”
“그래야 생각만큼 좋은 감촉은 아니라는 걸 알죠. 안 그래요?”
“그럼.. 아니, 뭐라고?”
은근히 디스를 끼워넣는 스킬이 일품이다.
어쨌든 기회가 왔다.
토실토실한 호등이의 볼을 만져볼, 그렇게나 연두가 바랐던 순간이.
“지, 진짜 만져도 돼..?”
“당연하지.”
“아직 짝꿍 아닌데도?”
재차 허락을 받고 나서야 연두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다가갔다.
호등의 앞으로.
한껏 부풀린 양 볼에 천천히 손을 가져간다.
톡.
“우아…”
감탄을 내뱉은 연두가 손에 꽉 차는 볼을 몇 차례 주물럭거린다.
마치 반죽하듯이.
그 감촉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배시시 웃는다.
“헤헤.. 말랑말랑하다…”
그 표정과 한 마디는 형아들을 녹아내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동시에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장면은 반드시 방송에 나올 거 같다고.
충분하다는 듯 손을 뗀 연두.
“만지게 해 줘서 고마워, 호등아..!”
“에이, 뭘. 호등이랑 짝지 되면 볼은 백 번도 넘게 만지게 해 줄 수 있는데. 연두 니 내 짝지 할래?”
“그럼 호등이가 연두 질문 많이 맞춰야 하는데?”
“호등이 힘내 볼게!”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열의를 불태운다.
총총 돌아오는 연두.
다시 한 번 멍때리고 있던 하철은 호등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진짜 형의 뚱뚱함이 부러웠던 건 처음이야.”
“푸흣!”
표현이 묘하게 재미있었다.
평소라면 발끈했을 텐데도 호등은 마냥 싱글벙글했다.
희망짝꿍으로 뽑혀서 그런지.
‘귀엽긴 하네.’
과거 ‘스타왕’이라는 프로그램 시절 피해자가 많다고 하긴 하지만 오래전 일이다.
지금의 호등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
입신 읽기가 끝났는데도 연두의 턴은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원래 그랬다.
템포를 정해놓기보다는 이렇게 즉흥적으로 토크하며 진행하는 게 아는형아의 매력이었으니까.
형아들은 연신 연두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연두야.”
“으응.”
“짝꿍으로 장원이는 별로야?”
그 물음에 장원이는 멋쩍게 중얼거렸다.
“왜 나를 콕 집어서 물어보고 그래, 부끄럽게.”
개의치 않고 하철은 덧붙였다.
“장원이형이랑 짝꿍 되면 좋은 거 알려줄까, 연두야?”
“응, 알려줘!”
“연두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여기서 장원이가 제일 부자거든.”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한다.
“돈이 이조가 넘으니까.”
“.. 이조?”
“응.”
장원이 기가 찬다는 듯 입을 뗀다.
“야, 김하철.”
“응?”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진짜 믿는 분들이 있다니까? 내가 진짜 이조가 있다고.”
“있는 거 맞잖아.”
난데없이 수군이 일어서더니 뒤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한다.
“오늘은 못 왔는데 여기 앉는 상만이형아는 빚이 이조가 있어. 장원이는 재산이 이조가 있고.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와 발바닥인 셈이지.”
수군의 드립에 터진 장원은 체념한 듯 말했다.
“그래, 있다.”
아예 부자 컨셉을 밀어붙이기로 한 모양이다.
“말만 해, 연두야. 뭐든 다 사 줄 테니까.”
수군이 슬쩍 말을 얹는다.
“연두 소시지 제일 좋아하는데, 이렇게 된 거 소시지 공장을 하나 사 주는 건 어때요? 연두와 소시지공장. 딱이네.”
“푸핫!”
소시지공장을 상상하는 건지 연두도 입이 자그맣게 벌어진다.
재밌긴 하겠네.
현실로는 무리고 나중에 마이크래프트를 켜서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들려온다.
“이렇게 된 거 우리 다같이 말해보는 거 어때?”
영철의 말이었다.
“뭔데?”
“장원이 카드는 한도가 없잖아. 하루동안 장원이 카드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들 뭘 할 건지.”
“오, 좋다, 좋다!”
“웬일이야, 박영철?”
애청자이기에 아는데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형아들의 인정이었다.
영철의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해냈다는 표정.
“자, 그럼 우선 상만이형 대답은 들은 셈 치고.”
“왜 들은 셈 쳐?”
“뻔하잖아요. 5년치 밀린 월세를 완납한다고 하겠죠.”
진짜 상만이가 있었다면 그렇게 답했을 거 같아 웃픈 감정이었다.
그 심정 나도 모르는 건 아니지.
월세를 밀린 적은 없지만, 빠듯하게 살았던 기간은 짧지 않으니까.
“윤결이는?”
“물어봐 줄 걸 기다리고 있었어! 나는 우선 우리 마법학교 학생들에게 최고급 마도구들을 공급할 거야. 그리고……”
“알겠어. 초록이는?”
내게 던져진 질문.
뻔할지도 모르지만 떠오르는 게 하나밖에 없었다.
“연두랑 엄청 좋은 곳으로 여행갈 거 같은데?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 우리도 데려가주면 안 될까?”
그러자 장원이 끼어든다.
“내 카드인데 나만 데려가야지.”
“의리라는 게 있잖아요, 형.”
“웃기고 있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단어가 몇 가지 있어. 그 중 하나가 의리……”
다소 냉소적인 성향이 있는 장원이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생각해 볼게. 아무튼 연두랑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거 같아. 호등이는 뭐 할 거야?”
자연스럽게 호등이에게 턴을 넘겼다.
비스듬히 틀어앉는 호등이.
왜인지 아련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운을 뗀다.
“내 경우는.. 장훈이 카드로는 살 수 없는 거야.”
벌써부터 영훈은 웃음이 터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호등이가 이렇게 폼을 잡을 때는 호등이표 명언이 튀어나오는 타이밍이었으니까.
“사실 장훈이 카드로 화려한 것들은 살 수 있어도.. 행복한 가정을 살 수는 없거든. 방금 초록이가 말한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이라든지……”
쓴웃음을 짓는 장원.
그럴 만도 한 게 가정에 관해서 씁쓸한 과거가 있었으니까.
딱 봐도 그걸 생각하고 뱉은 말이었다.
호등이는 열변을 토했다.
“상만아!”
자리에도 없는 상만이를 불러가며.
괜찮았다.
대신 연기해 줄 충직한 부하인 수군이가 있었으니까.
“돈으로 멋진 집을 살 수는 있어!”
“.. 살 수 있어요.”
“근데 행복한 가정은 못 산다 이 말이야!”
“.. 살 수 없죠.”
“행복한 꿈을 꿀 수 없다구!”
“.. 꿀 수 없죠.”
역시 티키타카가 장난이 아니다.
그때였다.
웃으며 가만히 듣고 있던 장원이 호등을 향해 입을 연 건.
“.. 행복한 가정!”
“…?”
“계속 잘 가꿔 나가세요, 꼭!”
“켁. 켁.”
말 자체는 덕담이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애초에 연두가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의 대화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멋지다..”
“응?”
“호등이오빠 진짜 멋있어요.. 아니, 멋있어…”
순수하게 호등의 멘트에 마음이 동한 거 같았다.
확실히 멋있긴 했지.
돈으로 화려한 것들과 멋진 집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한 가정과 행복한 꿈을 꿀 수는 없다는 말.
전적으로 동감한다.
“연두는?”
“으응?”
“연두는 하루동안 장원이 카드를 쓸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거 없어? 뭐든 할 수 있는데. 지금보다 더 넓고 멋진 집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고.”
영철의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연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했다.
“이사 안 갈래.”
“왜?”
“우리집이 좋아.. 아빠랑 누렁이랑 같이 있는 집.. 더 멋진 집은 없어..!”
꽤나 마음을 울렸다.
필요없어도 아니고 없어라니.
그만큼 연두는 우리의 보금자리를 최고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선택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나도 마찬가지야.’
가능해졌다.
꼭 장훈이의 카드가 없더라도 더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다.
허나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고?
‘알고 있으니까.’
중요한 건 집 크기와 외관이 아니다.
가족이다.
실제로 현재 보금자리 이전에 반지하의 단칸방에 살 때조차도 나는 행복했다.
소중한 사람, 연두와 함께했기 때문에.
‘더 환경이 좋아진 건 사실이야.’
그러나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았다.
연두와 함께 꾸미고, 함께한 추억이 묻어있는 지금의 집이 최고로 좋았으니까.
다행이었다.
연두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서.
***
다음 차례는 나였다.
“다음은 초록! 소속은 초록연두구역 호위무사! 장래희망은 최고의 작화팀을 만드는 거네?”
“맞아.”
“지금 소속된 작화팀이 있어?”
“사실 여기서 처음 공개하는 건데, 곧 내가 작화팀을 만들거든.”
“오, 정말?”
수군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름이 뭔데?”
“아직 확정은 아니긴 한데, 쑥스러우니까 연두가 얘기해 줄래?”
내 말에 연두는 생긋 웃으며 외쳤다.
“스튜디오 초록!”
“이야, 굉장히 자기애가 강한 팀명이네.”
“자, 잠깐만.”
당황한 나는 해명했다.
“오해하지 말아줘.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 팀원들이 추천해준 거거든. 연두도 좋다고 했고.”
“농담, 농담~”
“더 좋은 게 떠오르면 얘기해 줘.”
고개를 끄덕이며 수군은 계속해서 읽어내려갔다.
“희망 짝꿍은 영훈이네?”
“응.”
“이유가 뭐야?”
“알다시피 그 시절 우리는 비즈였거든. 영광이지만 영훈이랑 닮았다는 얘기를 조금 듣기도 했고.”
영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인다.
“맞아. 나도 팬들한테 많이 들었어. 너도 춤을 그렇게 잘 춘다며?”
“좀 추긴 하지.”
이어서 별명 토크까지 하고 내 순서는 넘어갔다.
무난한 느낌이다.
이렇다 할 활약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수를 하지도 않았다.
‘뭐, 큰 욕심은 없으니까.’
어차피 내가 토크 형식에서 큰 활약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지면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이었다.
형아들이 힘써주지 않을까.
“다음은 윤결이!”
“하핫! 드디어 내 차례인가!”
“소속은 호구아트 마법학교 교사. 장래희망 세계평화. 희망 짝꿍은 서장원. 비희망 짝꿍은 박영철.”
속사포로 읽어내려간 수군은 입학신청서를 덮으며 말했다.
“좋아, 여기까지.”
윤결의 눈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잠깐만. 이게 끝이라고?”
“응.”
“질문 안 해? 왜 장래희망이 세계평화인지, 왜 영철이를 싫어하는지 이런 거 질문 안 한다고? 진짜 기가 막히게 재밌는 이유인데?”
억울할 만도 하다.
연두는 물론이고 나도 꽤나 토크를 진행했는데 혼자만 빛의 속도로 넘어가기 직전이니.
물론 알았다.
이것도 방송적 재미의 일환이라는 걸.
한편 난데없이 디스를 당한 영철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야! 너만 싫은 줄 알아? 나도 너 싫거든?”
“응, 내가 더 싫어~”
“웃기고 있네. 패션센스가 그게 뭐니? 시꺼멓게 입어서 아주 칙칙해가지고.”
“칙칙 안 하고 폭폭한데? 푸헤헤!”
자강두천이다.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게 비슷했다.
“조용!”
호등의 제제가 있고 나서야 둘은 말을 멈췄다.
이로써 끝난 입신.
편집자의 시선으로 보건대 편집팀이 꽤나 애를 먹을 거 같았다.
‘벌써 분량이 장난 아니게 나온 거 같으니까.’
가장 힘든 경우였다.
분량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넣고 싶은 장면이 넘쳐나는데 할애할 시간이 없을 때.
다행이었다.
이걸 편집하는 게 내가 아니라서.
길었던 입신 타임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코너가 시작됐다.
“나를 맞혀봐!”
제목 그대로였다.
자신에 관한 질문을 하고 형아들이 문제를 맞히는 코너였다.
첫 타자는 연두.
“아빠 앉아있어도 잘할 수 있지, 연두야?”
“으, 응.”
“정답은 맞힐 때까지 알려주면 안 된다?”
노파심에 뱉은 말.
이후 나와 윤결은 각각 희망 짝꿍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안녕, 초록아.”
“하하, 안녕.”
우리는 어딘가 수줍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새학기 첫날 인사하는 학생처럼.
그런 우리와 달리 뒷자리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와, 장원아. 너 정말 크다. 나도 큰 편인데……”
친화력이 차원이 다른 윤결이었다.
바로 시작된 코너.
직사각형 모양의 대본을 손에 쥔 연두는 생긋 웃으며 입을 뗐다.
“.. 얘들아.”
“응.”
“이제부터 물어볼게? 나를 맞혀봐!”
“와아!”
옆에서 영훈이가 묻는다.
“너는 정답 알아?”
“아니.”
정말이었다.
서로 알려주지 않기로 해서 나 역시 답은커녕 질문이 뭔지도 모르거든.
아는 건 하나뿐이다.
최종적으로 선정한 질문이 피디님으로부터 오케이를 받았다는 거.
‘기대되네.’
피디님과 논의했다고는 해도 질문의 출처는 연두의 머릿속이다.
기대가 됐다.
연두가 어떤 질문을 선택했을지.
“나도 맞춰도 되는 거지, 얘들아?”
그 물음에는 하철이가 대답해줬다.
“맞춰도 돼. 근데 아는 질문이면 맞추면 안 된다?”
“아, 오케이.”
납득했다.
바로 답을 알 수 있는 질문이라면 정답을 맞히는 게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 속에서 귀에 들어왔다.
“…?”
아빠인 나조차도 도무지 답을 유추할 수 없는 질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