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585)
585화. 굿바이 고래
[아는 형아 teaser 1] [아는 형아 teaser 2]총 두 개의 티저 영상이다.
업로드된 곳은 공식 홈페이지와 TBS 공식 유투브 계정.
조회수를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 이 정도라니.’
올라온 지 채 한 시간도 안 된 영상의 조회수가 벌써 수십만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투브 실시간 인기 영상 1위에 등극했다.
“.. 아빠!”
어느새 옆에 다가온 연두가 화면을 보더니 말한다.
“우아. 연두다..!”
그 말대로였다.
두 개의 티저 영상 모두 썸네일은 연두가 차지하고 있었다.
‘나도 보이긴 하네.’
첫 번째 썸네일은 연두의 잔뜩 놀란 표정이다.
언제인지는 바로 알아봤다.
이윤결의 마술쇼에서 이마에 동전이 붙었다고 생각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장면이니까.
“으응..?”
정작 당사자인 연두는 아리송한 표정이다.
하얀 손으로 눈을 슥슥 비비고선 화면을 보더니 또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선 나를 바라본다.
“아빠아..”
“응.”
“동전 없어요.. 이마에…”
그럼 그렇지.
아직도 연두는 속았다는 걸 자각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그러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이마에 착 달라붙어 있어야 할 동전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게. 왜 없을까?”
“.. 아!”
능청스럽게 답하니 연두는 골똘히 고민하더니 손뼉을 짝 쳤다.
깨달았다는 듯이.
동시에 눈을 반짝이며 얘기한다.
“동전은 안 보여요!”
“응?”
“마법 동전이니까.. 연두 눈에는 안 보이는 거에요!”
“하하, 그래?”
그런데 또 이상함을 느낀 건지 연두가 의문사를 뱉는다.
“.. 응?”
“왜?”
“이상해여.. 다 보인다고 했는데.. 형아들도, 시은이도, 레나도, 유리도, 그리고… 아빠도.”
날카로운 추리다.
이제는 이런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진 똑똑한 우리 연두였다.
안 되겠군.
어차피 본방사수하는 도중에 들키겠지만, 그걸 굳이 앞당기고 싶지는 않다.
나는 매를 먼저 맞는 타입이 아니니까.
“아는 형아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네에..”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여기도 연두네?”
“어디요?”
“여기. 마법학교 유니폼 입은 연두.”
두 번째 썸네일이다.
어떤 내용이 나올지는 영상을 봐야 알겠지만, 각각 1부와 2부 내용을 담았을 거 같다.
빙긋 웃으며 썸네일을 클릭했다.
‘어디 볼까.’
나도 써보기로 했다.
연두부가 자주 사용하는 선 댓글 후 감상 스킬을 말이다.
-드디어 떴다…
┖근데 좀 너무한 거 아닌가요?
┖뭐가요.
┖나름 이윤결도 더블게스트인데 너무 연두 위주인 거 같아서요. 편집자님… 아주 칭찬해~
┖변화구 보소 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이게 참편집자지.
-썸네일만으로 녹아내렸다…
┖ㅇㅈ… 바로 흐물흐물 연두부행.
┖진지하게 못 누르겠음. 클릭하기가 아까워 ㅠㅠ
┖ㅋㅋㅋㅋㅋㅋㅋ 나랑 똑같네. 헤벌쭉하게 웃다가 검은 화면 뜨면 슬퍼질 내가 그려진다고.
┖에이, 이분들 뭘 모르시네.
┖네?
┖괜히 유투브에 반복재생 기능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ㅋㅋㅋㅋ
-아니 근데 티저 영상 길이 실화냐?
┖티저 영상 뜬 거 보고 내적 비명 지르고, 두 개인 거 보고 외적 비명 지르고, 각각 14초 15초인 거 보고 책상에 샷건쳤다.
┖ㅋㅋㅋㅋㅋㅋ 파노라마식 감정변화 미쳤네.
┖편집자 양반! 소금을 얼마나 넣은 거야! 이건 짜도 너무 짜잖아!!!
┖근데 짧은 만큼 달콤하다…
┖그니까 ㅠㅠ 지금 한 시간째 못 헤어나오는 중… 너무 달아… ♥
┖29초 만에 조련당했다.
확실히 조금 심하긴 하네.
총 29초라니.
나름 편집자로서 셀 수 없이 많은 히읗을 받았지만, 그런 내가 생각해도 많이 짜긴 하다.
아직 내가 다다르지 못한 경지인 걸까.
‘궁금하네.’
동시에 궁금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대체 어떤 장면들이 응축되어 있을지.
어떻길래 이런 반응인 건지.
“그럼 한 번 볼까, 연두야?”
“네, 아빠!”
나란히 앉은 채로 티저 영상을 재생했다.
눈앞에 흐르는 14초.
영상이 끝나자마자 홀린 듯이 다음 영상을 클릭해서 재생했다.
스윽.
영상이 끝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와 연두는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그건 신호와도 같았다.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소리다.
톡.
그렇게 우리는 정확히 스무 번가량 티저 영상을 반복재생했다.
당사자인 연두와 아빠인 나.
그 둘마저도 거스를 수 없는 연두성분의 위력이었다.
***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편집자는 역시 달랐다.
자연히 깨달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한창 물이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겸손해지는 계기가 됐다고나 할까.
‘안 볼 수가 없겠어.’
확신이 들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티저 영상을 본 이상은 결코 본방을 놓칠 수가 없겠다는.
나만 해도 그러니까 말이다.
“아빠..”
“응, 연두야.”
“아는 형아 보려면.. 몇 밤 남았어요..?”
이거 봐라.
연두도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물어오잖아.
마침 옆에 달력이 있었다.
“여기 봐, 연두야.”
“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화요일!”
“그럼 아는 형아는 무슨 요일에 할까요?”
바로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중요하니 말이다.
간단한 것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건.
“토요일이여..”
“그럼 아는 형아 보는 날까지 몇 밤 남았을까?”
“수, 목, 금… 토!”
알았다는 듯이 연두는 생긋 웃으며 외쳤다.
“4일! 4일 남았어요..!”
“하하, 맞아.”
이제 4일이었다.
우리가 게스트인 아는 형아 회차가 방영되는 건.
당연히 본방사수할 생각이다.
‘영상도 찍을 거고.’
최고의 한 끼 때와 마찬가지였다.
본방사수 영상을 올렸을 때 반응이 장난 아니게 좋았으니 말이다.
연두의 담요킥이 등장한 것도 그때였고.
‘담요를 준비해야겠군.’
예상컨대 아마 그보다 훨씬 강력한 담요킥이 나올 거 같다.
그때였다.
연두가 손가락으로 달력을 가리켰다.
“아빠. 이건 뭐에여..?”
“응?”
시선을 돌린 내 눈에 들어온 건 내일 날짜에 표시된 동그라미였다.
순간 동공이 확장됐다.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고래!’
그렇다.
달력에 표시된 건 다름 아닌 스트리머 고래, 동한이의 입영날이었다.
표시해둔 이유는 간단했다.
입영날 전에 잊지 않고 연락을 하기 위해서였다.
‘저번에 하려 했는데.’
어지간해서는 연두랑 같이 연락하는 게 더 힘이 될 거 같다는 생각에 미뤄둔 참이었다.
큰일 날 뻔했다.
연두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먼 길을 떠나보낼 뻔했으니까.
“고마워, 연두야.”
“으응..?”
못난 형이군.
원래 입영 직전에는 한 명 한 명의 연락이 소중한 법인데.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연두를 향해 바로 본론을 꺼냈다.
“혹시 기억해, 연두야? 고래오빠가 곧 군대에 간다고 했던 거.”
“네.”
“그때 우리가 약속했던 건?”
고개를 끄덕이며 연두가 답한다.
“기억해여! 아무리 멀어도 꼭 면회 가기로 약속했어요..! 그리고……”
응? 또 있었나?
왜인지 연두는 배시시 웃더니 수줍은 듯 말을 이었다.
“멀면 연두는 더 좋다고도 했는데……”
“푸흣!”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했더니.
확실히 그랬다.
멀면 멀수록 더 여행 가는 거 같아서 좋다고 이야기했었지.
“맞아, 그랬지.”
애써 웃음을 지우며 얘기했다.
지금부터는 슬픈 이야기를 하려는 참이니까.
“그런데 연두야.”
“네에.”
“고래오빠가 내일 군대에 간대.”
“내일이여..?”
“응.”
연두에게 군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준 기억은 없다.
그래도 직감인 걸까.
연두의 표정이 꽤나 심각해진다.
“너무 걱정하지 마, 연두야. 가면 못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고래오빠는 몸 건강하게 잘 돌아올 거니까.”
착각이겠지?
의도와 달리 말을 좀 무섭게 한 느낌인데.
재빨리 덧붙였다.
“그래도 멀리 가는 거니까 아빠랑 연두가 전화해서 힘내라고 얘기하면 고래오빠가 되게 힘이 날 거 같은데.”
“…”
말없이 연두가 손을 뻗는다.
슥.
목표는 핸드폰.
핸드폰을 손에 쥔 연두가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키보드를 두드린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고래
화면에 뜬 번호.
나를 보며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고서 연두가 발신버튼을 누른다.
뚜. 뚜.
나보다 행동력이 좋은 연두였다.
***
그 시각.
고래는 방송을 켜고 있었다.
오늘 진행하는 콘텐츠는 주력방송인 마이크래프트도, 애증의 갓오브레전드도 아니었다.
방제 그대로였다.
[마지막 날.. 술먹방…]그렇다.
벌써 두 병째 혼자서 소주를 비우고 있는 고래였다.
그것도 대낮에.
안주는 새우꽁 하나였다.
“캬! 직이네!”
시청자들은 제각각의 반응이었다.
-그만 마셔 ㅋㅋㅋㅋ
┖아냐, 더 마셔. 마시고 잊어!
┖아 ㅋㅋ 다 지나간다고. 내가 해 봐서 안다고.
┖솔직히 요즘 군대는 편하지. 라떼는 말이야! 어? 너희는 상상도 못 할. 어!?
┖삐빅! 미필입니다!
┖진짜 악질들이네 ㅋㅋㅋㅋㅋㅋㅋ
┖고래야, 그만 마셔라. 걱정된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평소에 비해 채팅창의 맵기는 덜하다.
걱정하는 채팅도 많고.
“후우..”
취기가 오른 얼굴.
채팅창을 본 고래는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크하하!”
그러고선 말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들! 저.. 하나도 안 취했쒀요!”
국룰이었다.
자기 입으로 안 취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취했을 확률은 90% 이상이니까.
통계학에 근거하는 팩트다.
출처는 없지만.
“제가 지금 마쉬는 이거! 형님들 눈에는 이게 소주로 보이죠? 노우! 자, 그럼 이게 뭘까요오?”
비틀거리는 잔.
소주가 찰랑이며 키보드 위에 떨어진다.
게임비제이인 만큼 평소라면 물 한 방울만 떨어져도 펄쩍 뛰었을 텐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물밀듯 올라오는 채팅.
-그게 뭔데.
-소주 보고 소주가 아니라는데?
-상태 심각한 거 아니냐?
-그니까 그만 부추기라고 악질들아.
-ㄱㅊ 얘가 술먹방 한두 번 하냐? ㅋㅋ 이러다 누님한테 전화 오면 화들짝 놀라서 방종함.
-ㅋㅋㅋㅋㅋㅋㅋ 고래잘알 ㅇㅈ
누님은 윤수아를 뜻한다.
취한 와중에도 그녀의 말에는 꼼짝도 못 하는 고래였으니까.
다시 한번 잔을 들이켜며 고래는 말했다.
“바로 인생이에요, 형님들! 저는 소주가 아니라 인생을 마시는 거라구요! 술? 알코올? 너 나 못 이겨!”
뒤이어 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알통맨 자세를 취한다.
“군대? 군대애? 암 더 킹! 너도 나 못 이겨!”
말이 필요 없었다.
빠른 템포의 두 병으로 고래는 한계를 넘은 상태였다.
슬슬 때가 됐다.
고래 억제기인 누나이자 풀잎컴퍼니 대표 윤수아가 등장할 타이밍이.
드르륵.
“어! 전화 왔다..”
모두가 생각했다.
고래한테 걸려온 전화가 윤수아일 거라고.
허나 아니었다.
잘못 본 듯이 눈을 비비고서 다시 핸드폰을 본 고래가 입을 뗐으니까.
“형이다! 으헤!”
채팅창에 올라오는 수많은 물음표.
고래는 덧붙였다.
“우리형이다! 우리 초록이형이다!!”
그 한마디는 채팅창을 불타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초록이형이 초록님 말하는 거 맞지?
-받아!
-빨리 받아, 빨리!
-아니 ㅋㅋㅋㅋㅋ 좋아서 방방 뛰지만 말고 전화를 받으라고. 끊기기 전에.
-방송 보고 전화한 건가?
-전화 받았는데 연두 목소리 들리면 레전드…
-아오, 답답해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전화를 받을 생각은 안 하고 핸드폰을 붙들고 흐헤헤 웃기만 하는 고래를 보고.
뒤늦게 채팅창을 본 동한은 말했다.
“알겠숴요, 형님들. 받으면 되잖아요, 받으면.”
다행히 전화는 끊기지 않은 상태였다.
움직이는 동한의 손.
발신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핸드폰을 귀에 대고 목소리를 낸다.
“여보쉐요.”
그 와중에 핸드폰을 거꾸로 든 게 포인트다.
잔뜩 꼬인 발음.
톡.
허나 고래조차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핸드폰을 귀에 대는 와중에 절묘하게 스피커폰이 눌렸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대로 새어나왔다.
“.. 고래오빠아?”
인방계의 역사에 길이 남을 한 마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