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10)
610화. 시작
사실은 무서웠다.
데뷔의 기쁨 뒤로 찾아왔다.
부담감과 더불어 앞으로 찾아올 일에 대한 두려움이.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기대를 저버리면 어쩌지,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쩌지.
‘.. 즐거웠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아저씨, 그리고 연두와 함께하는 시간.
너무 즐거웠다.
그 시간만큼은 모두 잊고 즐길 수 있었다.
…… 예전처럼.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았다.
‘그럼 난 간다.’
우영이가 가고,
‘쭈여니.. 바쁘겠지만 무리하지 말구, 아프지도 말구. 알겠지?’
‘응! 조심히 들어가!’
예림이가 가고,
‘나 간다! 힘들면 톡하셈. 해도 나 말고 예림이한테 하겠지만.’
‘.. 흐흥, 이제는 성 빼고 부르네?’
‘…’
범재가 가고,
‘.. 야. 쉬엄쉬엄 해라. 그리고……’
‘뭐.’
‘데뷔하기 전에 연예인병은 꼭 고치고 가고.’
‘야! 진짜 죽을래?’
웬일로 진지한가 했더니 마지막까지 약 올리던 동건이까지 갔다.
이상했다.
즐겁던 마음이 점점 초조해졌다.
애써 반갑게 인사했지만, 친구들이 하나하나 내릴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몸을 감쌌다.
혼자만 멀어지는 거 같다는 생각에.
‘.. 아니야.’
중요한 건 마음이다.
아까 조동건한테도 잘난 듯이 얘기하지 않았던가.
‘그냥 너 성격이면.. 내가 바빠져서 안 놀아줄까 봐 불안해할 거 같기도 해서……’
주연은 깨달았다.
그 말이 되려 스스로의 불안감을 내포한 말이었다는 걸.
우스웠다.
그토록 원했던 데뷔였다.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다는 게, 꼭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
데뷔권에 들지 못한 프로젝트 101 동기들에게.
그렇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주연은 많이 지쳐있었다.
특히나 심적으로.
몇 달간에 걸친 서바이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일부터 엄청 바쁠 텐데 얼른 들어가 봐, 주연아.’
‘네, 오빠.’
울렁거리는 속.
태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고서 문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아, 참.’
주원오빠의 말이 들려온 건.
‘오글거릴 수도 있긴 한데……’
항상 그랬다.
이렇게 말문을 틀 때면 늘 주원오빠는 건네곤 했다.
마음 깊숙이 위로가 되는 말을.
‘힘든 순간이 많을 거야. 그럴 때마다 생각해. 우리가 항상 주연이 네 편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거.’
정말이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언제든 네 편이라는 말.
그래서일까. 울렁거림이 멈추고 놀라울 정도로 안도감이 일었다.
‘연두도.. 항상 주연이언니 편이에여!’
그렇게 나선 자동차.
정말 혼자가 됐지만 더는 소외감이 들지 않았다.
자꾸만 입가에 번지는 웃음.
“다녀왔습니다!”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기사가 떠올랐다.
[프로젝트 101, 초연 부녀 깜짝 인터뷰!]유서영의 기사였다.
아직도 실검을 프로젝트 101 관련 키워드가 장악하고 있는 걸 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올라온 기사였다.
하기야 기자에게 속도는 생명이니까.
‘어디 볼까.’
기대가 됐다.
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걸 보고 주연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차에서 내리기 직전까지 궁금해했으니 말이다.
편지에 대해.
“호오..”
쭉 읽어내려갔다.
인터뷰의 전반적인 내용이 빠짐없이 잘 정리되어 있다.
오해의 소지는 없었다.
그야, 영상도 첨부되어 있었으니까.
‘다행이네.’
혹시나 했던 불안감은 사라지고 유서영에 대한 신뢰도는 올라간다.
기사를 읽었으니 남은 건 하나다.
탁.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고 스크롤을 내렸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막 올라온 따끈따끈한 기사라 댓글이 얼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장난 아니네.’
프로젝트 101의 화제성이 엄청나긴 한 모양이다.
연두는 말할 것도 없고.
-뭐냐, 이 조합은?
┖프젝 101이랑 초연의 조화라고? 이게 무슨 일이고?
┖아니 잠깐. 연두랑 초록님이 직관갔다고?
┖ㅁㅊ 나 오늘 직관갔는데.
┖인터뷰에서까지 연두를 보게 되다니.. 연두부는 행복해서 웁니다…
역시 놀란 사람들이 많다.
하기야 주연이와의 연관성을 배제하면 다소 뜬금없을 수 있긴 하지.
인터뷰를 보면 의문이 풀리겠지만.
마침 그런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ㅋㅋㅋㅋㅋ 분장 퀄리티 뭐냐고.
┖매직 글래스 ㅋㅋㅋㅋㅋㅋㅋ 엄청난 물건이다. 연두의 미모를 가릴 수 있다니.
┖자기소개 개귀엽네…
┖초록 딸 연두입니다! 이게 뭐라고 입꼬리가 안 내려가냐.
┖기자님, 영상 진짜 복받으세요… ♥
┖중간에 나란히 매직 글래스 끼고 인터뷰할 때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
대체로 좋은 반응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인터뷰한 게 멋있다는 댓글도 많았다.
뿌듯한 마음이었다.
딱히 칭찬을 받으려 한 건 아니지만.
-진정한 승자는 하주연이네…
┖ㅇㅈ
┖근데 유세은도 이거 보면 좋아 죽을 듯. 연두가 공개 구애했는데 ㅋㅋ
┖ㄹㅇ이네.
┖연두는 세은이언니랑도 친해지고 싶어요! 내가 이 말 들었으면 구라없이 행복사했다.
┖1등 2등 나란히 승리자네.
┖이걸로 둘 이간질하는 애들도 줄어들 듯. 둘이 제일 친한데 은근히 이간질하는 애들 많았는데.
┖ㅋㅋㅋ 그니까. 연두가 논란 종식해버렸자너.
┖그저 ‘연두’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프로그램 도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댓글이 많았지.
어쩌다 보니 연두가 공식 선언한 셈이다.
“.. 푸흣.”
그런 와중 한 댓글을 보고 뻘하게 웃음이 터졌다.
-오늘부로 우리 연두부 일동은 하주연, 유세은의 지지를 선언합니다.
┖선언합니다.
┖데뷔하자마자 이천만 팬 확보 레전드.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두부들의 화력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무섭다… 물론 나도 연두부다.
┖프로미스 데뷔.. 혼내준다…
┖ㅋㅋㅋ 광기 미쳤냐고.
물론 알고 있다.
장난스레 드립으로 주고받는 말이라는 건.
그래도 재미있었다.
‘마음만으로도 고맙고.’
이제 시작이다. 내일부터 주연이는 꿈을 펼쳐나가겠지.
아까 말한 대로 응원하며 쭉 지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준비는 끝났어.’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딜 시간이었다.
***
기사의 여파일까.
프로젝트 101 관련 키워드와 함께 나와 연두도 실검을 장악했다.
이쯤 되니 헛웃음이 나온다.
‘실검이 무슨 마실도 아니고.’
요즘은 잊을 만하면 올라가는 거 같다.
자연히 시끌벅적해진 단톡방.
오예림 : 뭐야.. 이래서 연락 안 된 거였어요, 오빠?
조동건 : 캬, 역시 주원행님.
오범재 : 속보) 하주연 팬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중.
거의 실시간 정보통이었다.
어떨 때는 나와 연두에 관한 소식도 단톡으로 먼저 접할 때가 많으니 말 다했지.
주연이는 뒤늦게 등장했다.
하주연 : 오빠… 편지가 이걸 말하는 거였어요? 나 진짜 눙물나려 그래…(우는 연두)
이주원 : 좋은 의미인 거지?
하주연 : 당연하죠!
다행히 영상편지는 주연이에게 잘 닿은 모양이다.
가만히 넘어가지 않는 녀석들.
조동건 : 뭐 하냐, 하주연.
하주연 : ?
조동건 : 너도 빨리 영상편지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 감동의 눈물 인증 ㄱㄱ
오범재 : ㅋㅋㅋㅋㅋㅋ 좋다. 연예인병은 눈물셀카 국룰이지.
하주연 : 하나도 안 좋아 ㄷㅊ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대추라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건수를 잡은 녀석들이 물고 늘어진다.
조동건 : ??? 공인이 그런 말 써도 되냐???
오범재 : 허허, 이건 좀 논란이 있겠는데요…
조동건 : 속보) 프로젝트 101 2등 하주연, 데뷔와 동시에 인성 논란 휩싸여……
오범재 : 하주연 지지를 선언했던 순수한 연두부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대단한 녀석들이다.
초성 두 개 가지고 이 정도로 몰아갈 수 있다니.
보다 못한 예림이가 등장한다.
오예림 : 나쁜 놈들아, 우리 쭈여니 그만 괴롭혀!
조동건 : ㅎㄷㄷ 여기서 범재의 반응은? 1) 여친의 말대로 그만한다. 2) 상남자답게 태도를 고수한다.
오범재 : 장난하냐?
조동건 : ?
오범재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여? 사나이 가오가 있지.
이건 생각지 못한 반응인데.
2번을 택하다니.
신나게 주연이를 놀리다 보니, 잠깐이지만 동건이에 빙의한 듯한 모습이다.
그 뒤에 이어진 건 예림이의 짤막한 한마디였다.
오예림 : 갠톡.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조용히 나온 단톡방.
떠들썩한 단톡방은 또 하나 있었다.
[스튜디오 초록]경리 유하나의 합류로 총 여섯 명이 포함된 단톡방이었다.
사실 조금은 걱정했다.
어찌어찌 단톡방을 만들긴 했지만 잘 유지가 될까 하고.
‘괜한 우려였어.’
팀원들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공통주제가 일치하다 보니 소재가 마르지 않는 느낌이었다.
각기 개성이 다르기도 했고.
경리 유하나의 합류로 단톡방은 더더욱 활성화됐다.
‘밝은 사람이야.’
직접 만나고 느꼈듯이 유하나는 기본적으로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단톡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동성인 서도연과는 빠르게 친해졌다.
서도연 : 이런 것도 도움이 될까요, 초록님?
서도연의 특징을 꼽으라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
지금껏 전공과 관련된 그림 위주로 그려왔다 보니, 작화팀에 합류했을 때 유연함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거 같았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성향은 정반대지만, 한경우 역시 그의 방식대로 노력하고 있다.
우영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쩌면 펜을 잡고 있는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최표식.’
공모전 때 인연이 닿았던 친구다.
특징은 안정감이었다.
달리 말하면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일정 퀄리티 이상으로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기복이 없다는 것.
그건 개인이자 작화팀의 일원으로서 엄청난 장점이었다.
경리를 제외하면 팀원은 총 다섯명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숫자다.
왜냐고?
‘융화돼야 하니까.’
생각해 보라.
사실 퀄리티만 생각할 때 가장 최고의 방법은 능력있는 개인이 혼자 그리는 거다.
작화의 통일성 측면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허나 그 경우에는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마감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우영이와 같이 작업하게 된 것도 그래서였지.’
마감시간을 맞추는 건 작화팀에 있어서는 필수요소다.
따라서 프로젝트는 총 두 개로 나눌 생각이다.
개인 단위와 팀 단위.
개인 단위는 말 그대로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관건은 팀 프로젝트다.
팀원이 적어서도 안 되지만 많으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개인의 작화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그 차이를 최소화하는 게 작화팀의 역량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그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의견충돌이 벌어질 확률도 높고.
‘기계가 아니니까.’
따라서 중요했다.
차이를 최소화하고 의견충돌 등의 문제도 해결하기 수월한 적정 인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그 적정인원이 5명 전후였다.
이제 첫 출근까지 남은 건 고작 며칠이다.
적어도 머릿속에는 업무체계가 확립되어 있어야 했다.
팀원들이 헤매지 않도록.
사각. 사각.
작화팀의 찬란한 시작을 위해, 오늘도 펜을 쥔 내 손은 새벽까지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