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11)
611화. 누렁빔
다음날 아침.
프로젝트 101의 데뷔 멤버, 프로미스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우와.. 나 이렇게 큰 차 처음 타 봐.”
“우리 진짜 데뷔했구나…”
“나 지금 얼굴 부었어? 어떤 거 같아?”
소연의 물음에 민주가 장난스레 대답한다.
“응, 완전 갓 나온 찐빵 같아.”
“.. 진심?”
손거울을 들고서 ‘오 마이 갓’을 연신 내뱉는 지소연.
다들 웃음을 터트린다.
“킥킥, 장난이야. 하나도 안 부었어.”
“아, 진짜……”
첫 스케줄인 만큼 외모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화제가 전환된 건.
“아, 맞다!”
얘기를 꺼낸 건 다혜였다.
“주연아.”
“응?”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 연두랑 초록님이랑은 얼마나 친한 거야?”
안 나올 수가 없는 주제였다.
어제 그 인터뷰로 인해 하루종일 인터넷이 들썩였으니까.
모두의 시선이 주연이를 향한다.
“아, 그게……”
살짝 웃으며 주연이는 말했다.
“친하지. 되게 많이.”
다들 눈이 반짝인다.
한껏 호기심 많을 나이긴 했다.
“따로 만나서 놀기도 해?”
“응. 어제도 같이 놀았어. 카페도 가고 노래방도 가고.”
“우와…”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다들 한 마디씩 중얼거린다.
“완전 부럽다..”
“연두랑 친하면 어떤 기분이야?”
“나는 초록님 보고 그림 잘 그리는 남자 이상형 됐잖아.”
“뭐래. 잘생겨서 그런 거겠지.”
“아니거든! 내 팬심을 매도하지 마!”
떠들썩한 차 안.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지 거침없는 수다였다.
주연이는 차례로 답해줬다.
“글쎄. 그냥 연두는 처음에도 그랬고 항상 보고만 있어도 좋은 거 같아.”
“연두성분 때문인가?”
진지하게 묻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오빠는……”
“응응.”
“실제로 보면 더 잘생겼어.”
꺅꺅 소리가 내부를 메운다.
그러다 한 명이 입을 연다.
“근데 주연이는 원래 친했던 거고, 나는 인터뷰 보면서 세은이가 제일 부럽더라.”
“아, 맞아!”
“친해지고 싶다고 한 거 말하는 거 맞지!”
“웬일로 조용하던 이유가 있었네, 우리 세은이. 이 상황을 혼자 즐기고 있었구나? 치사해! 프로그램도 1등하고 지금도 승리자라 이거지?”
그제야 유세은이 헤벌레 웃으며 입을 연다.
“에이, 언니. 그런 게 아니라요.”
“아니긴. 지금도 입꼬리가 꿈틀꿈틀하는구만.”
“.. 흐흣.”
역시 표정을 못 숨긴다.
체념한 듯 세은은 주연이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언니. 연두는 언제 소개시켜 줄 거예요?”
능청스런 물음에 주연이가 답했다.
“시간만 맞으면 언제든 가능하지.”
“.. 진짜요?”
“응.”
그러자 너도 나도 달려든다.
“말 나온 김에 지금 전화해볼…… 아.”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주연이는 깨달았다.
핸드폰이 없다는 걸.
프로미스로 활동하는 동안 핸드폰은 금지였다.
그러나 서바이벌 생존자들답게, 소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아냈다.
“저기이…”
표적은 다름 아닌 매니저였다.
“안 되는데……”
“딱 한 통만요? 네?”
“그럼 딱 한 통만이야. 그리고 짧게 해야 한다?”
그렇게 얻어낸 핸드폰은 주연이의 손으로 넘어갔다.
***
토독. 톡.
거침없이 누르는 번호.
“와..”
“진짜 친한가 보다. 번호도 외우고 있는 거 보면.”
“나 내 동생 번호도 못 외우는데.”
“자랑이다.”
“응, 걔는 내 생일도 몰라.”
끊임없는 수다.
그 사이에 주연이는 조용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주원의 목소리에 순간 정적이 일었다.
이어지는 말.
“.. 누구시죠?”
주연의 번호가 아니니 그렇게 물을 만도 했다.
순간 발동한 장난기.
목을 잔뜩 조여서 주연이는 얘기했다.
“으하하. 내가 누구인 거 같나.”
“.. 끊겠습니다.”
싸늘한 목소리.
입을 틀어막는 멤버들 틈으로 주연이가 소리쳤다.
“오, 오빠, 잠깐만요! 저 주연이에요! 하주연!”
“.. 주연이?”
바로 목소리가 바뀐다.
방금의 싸늘한 목소리와는 180도 대비되는 다정한 목소리다.
“무슨 일이야, 주연아? 이 번호는 뭐고.”
옆에서 속닥이는 멤버들.
“와, 갭차이 무엇?”
“하긴, 초록님 정도면 평소에 장난전화 같은 거 많이 올 수도 있겠다.”
“바로 목소리 스윗해지는 거 봐…”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하는 소녀들.
주연이가 말했다.
“오빠..”
“응, 주연아.”
“저 오빠가 그렇게 무서운 목소리 내는 거 처음 들어요.”
“하하, 미안. 장난전화인 줄 알고.”
주원은 재차 물었다.
“근데 주연아. 아직 집인 거야?”
“아니요.”
“그럼?”
길게 통화할 수는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주연이는 말했다.
“지금 차 타고 첫 스케줄 가는 중이에요. 그리고 옆에 프로미스 멤버들이 듣고 있어요.”
“.. 후아!”
“이제 숨 쉴 수 있다! 안녕하세요, 초록님!”
주연이의 말이 신호탄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튀어나와 핸드폰에 대고 인사를 건넨다.
겹치는 오디오.
얼마간의 침묵 끝에 들려온 건 짤막한 한 마디였다.
“.. 안녕하세요.”
“푸흣.”
주연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예요, 오빠! 그 방송용 말투는.”
“아니……”
물음이 이어진다.
“방송 아니야?”
“아니에요. 그냥 애들이 오빠랑 연두 목소리 듣고 싶다고 해서 전화한 거예요.”
“아.”
그러자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눈치가 없었네.”
“네?”
“바로 연두를 바꿔줬어야 하는데.”
“.. 아니에요!”
주연이가 항변한다.
“여기 오빠 팬도 있어요! 다혜라고.”
“아, 알지.”
그 말에 안 그래도 큰 다혜의 눈이 더 커다래진다.
“.. 근데 그 분이 내 팬이라고?”
“네. 오빠 보고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이상형 됐대요.”
“하하, 쑥스럽네.”
다혜가 어쩔 줄 몰라 하며 호들갑을 떤다.
그때였다.
잠깐 기다리라는 오빠의 말 뒤에 들려오는 가느다란 목소리.
“.. 으응? 주여니언니?”
모두를 녹아내리게 만드는 한 마디였다.
***
예은이의 비밀통로 찾기는 계속됐다.
“오늘은 여기야!”
손수 만든 지도를 가리키며 예은이가 말했다.
연두가 물었다.
“.. 여기가 어디야?”
“운동장.”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인다.
“운동장도 학교 안이니까 비밀통로가 있을 수 있는 거야. 킁!”
“아!”
납득은 빨랐다.
유준이를 스승으로 모시기로 한 뒤부터 예은이의 말투도 변화가 있었다.
레나보다 정도가 더했다.
어미를 따라 하는 것도 모자라 비염까지 흡수하려 하고 있었으니까.
“…… 그럼 1교시는 여기서 마칠게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예은이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비밀통로 결사대 출동!”
“추, 출동..!”
뒤따르는 연두.
시은이와 레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힘차게 교실을 나선 둘이 향한 곳은 운동장에 있는 화단이었다.
“꼼꼼히 찾아봐야 해. 비밀통로는 아주 작을 수도 있거든.”
고개를 갸웃하며 연두는 말했다.
“작으면 어떻게 들어가..?”
“찾기만 하면 아무리 작아도 들어갈 수 있어.”
“아!”
또 납득은 빨랐다.
매직 글래스를 끼고서 본격적으로 둘은 통로 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던 와중.
열심히 돌아다니던 예은이가 멈추더니 쪼그려 앉았다.
“.. 예은아!”
달려간 연두가 물었다.
“.. 찾았어?”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예은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개미 무리가 이동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하군.”
“.. 으응?”
“개미가 왜 검은색인지 아니?”
도리. 도리.
고개를 저으니 예은이는 말했다.
“원래 살던 곳이 암흑세계거든.”
“암흑세계?”
“응. 그러니까 개미는, 암흑세계에서 쫓겨난 병정들인 거지.”
정말이지 끝도 없는 예은이의 유니버스다.
늘 그렇듯 말을 보탠다.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자연스레 연두도 함께 쪼그려 앉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예은아.”
“응.”
“개미는 어디로 가는 걸까..?”
“따라가 보자.”
그렇게 둘은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를 따라갔다.
채 몇 발자국도 되지 않았다.
그 끝에는 개미가 들어가는 자그마한 구멍이 있었다.
“.. 우리가 찾는 통로는 아니군.”
매직 글래스를 착용하고 본 예은이가 중얼거린다.
“그럼?”
“어둠의 문이겠지.”
“.. 어둠의 문?”
“겁먹지 않아도 돼. 힘을 잃은 병정들이 사는 곳이니까. 들어가면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공간이야. 암흑세계처럼.”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예은이의 말을 들으니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생겨났다.
“예은아.”
“응.”
“그렇게 깜깜한데도.. 왜 개미들은 문 안으로 들어가?”
살짝의 텀을 두고 들려온 건 자그마한 한 마디였다.
“.. 가족.”
“응?”
“가족이 있어서겠지.”
가만히 바라보다가 예은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선 말했다.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어!”
“.. 응!”
쉽지 않은 비밀통로 찾기였다.
***
요즘 연두는 예은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 같았다.
근거는 하나였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
“.. 아빠.”
“응, 연두야.”
“개미는 암흑세계에서 쫓겨난 병정이래요. 그래서 어둠의 문……”
출처는 물을 것도 없다.
어쩌면 예은이는 미래에 천재 소설가가 될 새싹인 거 아닐까.
“그랬구나.”
조금은 어두운 표정을 한 연두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땠어? 개미들이 안쓰러웠어?”
“네에.”
연두는 덧붙였다.
“그래서 예은이한테 물어봤어요.”
“뭘?”
“왜 그렇게 깜깜한데.. 개미들은 안으로 들어가는 건지…”
개미집을 말하는 거 같다.
궁금해졌다.
과연 그 물음에 예은이는 또 어떤 신박한 대답을 했을지.
“예은이가 뭐라고 했는데?”
나도 이제는 꽤나 알고 있다.
예은이의 세계관을.
그에 빗대어 생각해 볼 때 예상되는 여러 답안이 있었다.
그런데,
“.. 가족이 있어서래요.”
그 예상답안을 모두 빗나갔다.
“안에 가족이 있어서, 깜깜해도 안으로 들어가는 거래여.”
“예은이가 그렇게 말했어?”
“네.”
처음인 거 같다.
예은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판타지적인 게 느껴지지 않은 건.
그도 그럴 게, 사실이다.
‘개미도 가족이 있으니까.’
가족을 위해서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개미집에서 나가고, 먹이를 구해서 개미집에 들어가는 건.
의외라 생각하며 나는 말했다.
“그래서 연두는 어땠어?”
“.. 슬펐어여.”
“왜?”
“아빠랑 연두 집은 이렇게 밝은데.. 개미네 집은 깜깜해서……”
웃음이 나온다.
결국은 개미 걱정을 하는 연두를 보니.
실은 조금 걱정했다.
예은이의 세계관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연두도 중이병이 다소 이르게 찾아오는 건 아닐까 하고.
왜 그런 거 있잖아.
학교에서 돌아온 연두를 보며 내가 말하는 거다.
‘과일 먹을까, 연두야?’
‘흥. 인간의 음식 따위 사양이다. 내가 먹는 것은 오직 인간의 피! 어서 피를 가져오지 못하겠느냐!’
‘…’
이렇게 뱀파이어로 변한다거나,
‘숙제할 시간이야, 연두야!’
‘소환수, 누렁이여! 나의 부름에 응답하라!’
‘냐아!’
‘표적을 공격해라! 누렁빔..!’
‘…’
숙제가 하기 싫어 누렁이를 소환수 삼아 나를 공격하려 한다거나.
…… 잠깐만.
찰나의 순간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연두를 킹받는다고 생각해버렸다.
‘.. 망상은 이쯤 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돌이켜보면 흑역사일지라도 언젠가 소중한 추억이 될 시간들이다.
나도 그렇듯이.
그 시간을 연두가 값지게 보내기를 바랐다.
“아빠!”
“응, 연두야.”
“비밀통로를 찾으면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그리고 나는 믿었다.
충분히 연두는 그 시간을 지금 값지게 보내고 있다고.
“호오, 그게 뭔데?”
“개미들을 행복하게 해 줄 거에요! 아빠랑 연두처럼…”
반짝이는 눈.
조금 더 지켜보고 싶었다.
짝꿍으로 이어진 연두와 예은이가 만들어갈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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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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