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25)
625화. 손님
“예은이가 사라져서요.”
당황할 수밖에 없는 한 마디.
나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 나갔다.
“.. 사라지다니?”
“수업 끝나고 데리러 갔는데 교실에 없더라구요. 혹시 아실까 해서 연락드렸어요. 예은이랑 친한 애는 연두밖에 없는 거로 알아서.”
“아.”
정확히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예은이가 사라졌다는 것과, 학교가 끝난 뒤로 시간이 한참 지났다는 거다.
혹시 연두랑 같이 있나 해서 전화한 거고.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한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자연히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 일이라면 왜 엄마가 아닌 언니가 전화한 건지, 그리고 동생을 찾고 있는 언니의 목소리가 왜 이렇게 태연한 건지.
빨리 의문을 해소해야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을 듯했다.
“우리랑 같이 있지는 않아.”
“아, 네. 그럼……”
“잠깐만!”
끊어버릴 분위기라 재빨리 말을 던졌다.
“근데 어머니는?”
“네?”
“예은이가 사라진 거면 어머니한테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혹시 옆에 계시니?”
“아니요.”
“그럼?”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아니 조금은 귀찮은 듯 대답이 돌아온다.
“엄마는 오늘 일 때문에 늦게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데리러 간 거고요.”
“.. 그렇구나.”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내 기준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혼자 사라진 건 예삿일이 아니었으니까.
그것도 늦은 오후에.
만약 그 대상이 연두였다면.. 생각만으로도 패닉에 빠질 거 같다.
잠깐만 눈에 안 보여도 불안한데.
‘예은이도 마찬가지야.’
다를 게 전혀 없었다.
예은이 또한 부모님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자식일 테니.
그러기에는 언니가 있구나.
아무튼,
“그래도 엄마한테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
“괜찮아요.”
“그럼 아빠는? 엄마가 일 때문에 바쁘시면 아빠한테 얘기하면 될 거 같은데.”
“…”
대답이 없다.
곧잘 대답하던 상태였기에 말실수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습하기 전에 답이 돌아왔지만.
“괜찮아요.”
내가 괜찮지 않았다.
같은 나이의 딸을 둔 입장에서 그냥 듣고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연락드려야 해.’
이 아이의 말과 별개로 어떻게든 어머님에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
그럴 의무가 내게는 있었다.
그런데 짤막한 한 마디가 이어졌다.
“.. 한두 번도 아니니까.”
“응?”
“자주 이래요. 예은이는 저를 싫어하거든요. 오늘 제가 데리러 간다 하니까 도망간 거예요. 밤에 엄마가 올 때까지 밖에 있다가 들어오려고.”
문득 느낀 사실인데 이 아이, 상황을 전달하는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지금 같은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니.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이라고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처음이 아니라고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
여덟 살 여자아이인데.
“그래서.. 어떡할 생각이니?”
느낌상 무작정 어머니께 연락드리라고 하면 절대 안 할 거 같다.
조금 방식을 선회하기로 했다.
옷을 입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답이 돌아온다.
“찾으러 나가려구요.”
“어디로?”
“몇 군데 있어요. 어차피 걔가 갈 데는 뻔해서.”
나가면 무조건 찾을 거라는 확신이 목소리에서 느껴진다.
나는 넌지시 물었다.
“저기.. 예은이 언니라고 했지?”
“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알려준다.
“예솔이이요, 허예솔.”
“그래, 예솔아.”
최대한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며 말을 이었다.
“혹시 예은이가 있을 만한 곳, 아저씨한테도 알려줄 수 있어?”
“왜요?”
“같이 찾으면 더 빠를 거 같아서.”
“안 그래도 되는데……”
“부탁할게. 응?”
어떻게 보면 앙탈로도 들릴 법한 말투다.
어쩔 수 없었다.
이래야 확실하게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을 거 같았으니까.
“.. 알겠어요.”
그 뒤로 나는 몇 가지 장소를 전해 들었다.
전부 멀지 않은 장소다.
아무래도 우리 집과 예은이 집이 그리 멀지 않은 모양이다.
“고마워. 그럼 같이 찾아보자, 예솔아.”
“네.”
“그리고 얘기할 게 하나 더 있는데……”
사실상 이게 가장 중요했다.
“여기를 다 찾아봤는데 없으면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 드리는 거다? 알겠지?”
“.. 네.”
겨우 답을 들었다.
마지못해 대답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엄마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가 보네.’
어른스러운 아이다.
그래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니까.
틱.
끊어진 전화.
나는 다시 연두 방으로 들어가 말했다.
“연두야.”
“네!”
“아빠는 잠깐 나가봐야 할 거 같아.”
눈이 동그래진 연두가 묻는다.
“.. 왜여?”
“예은이가 밖에 혼자 있다고 해서. 찾으러 가야 할 거 같거든.”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집에 연두를 혼자 둘 생각으로 이 말을 꺼낸 게 아니니까.
역시나 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
보드마카를 내려놓은 연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서둘러 물었다.
“연두도 아빠랑 같이 갈래?”
“네!”
“그럼 빨리 옷 갈아입자.”
대답도 하지 않고 연두는 장롱을 향해 뛰어갔다.
***
옷만 갈아입고 우리는 곧바로 집을 나섰다.
“먼저 공원 쪽으로 가보자.”
몇 가지 장소 중, 예은이 언니 예솔이와 절반을 나눠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장소는 공원이었다.
스르르.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공원.
밤마다 연두랑 나가서 산책 또는 달리기 연습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빠르게 돌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가자, 연두야.”
“.. 네!”
미련 없이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산책하러 온 게 아니니까.
터벅. 터벅.
낭비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남은 장소를 최대한 빨리 돌아보고 예은이가 없으면 어머님께 알려야 했다.
경우에 따라 신고도 고려하고 있고.
두 번째 장소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도 예은이는 보이지 않는다.
“.. 안 보이지, 연두야?”
“네…”
연두도 불안한 표정이다.
그럴 만도 했다.
사라졌다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예은이 유니버스에 따르면 늘 괴수와 혈전을 치르곤 하니까.
연두로서는 더 초조한 게 당연하다.
“어, 어떡해.. 아빠, 예은이 다쳤으면 어떡해여..?”
“괜찮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 역시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괴수같은 건 없다고 해도.
1학년 여자아이가 혼자 밖을 돌아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일이니까.
“여보세요.”
예솔이에게 전화한 나는 말했다.
“그래, 예솔아. 아저씨인데 혹시 예은이 찾았니?”
“아니요.”
“알겠어. 찾으면 바로 연락해줘야 한다?”
“네.”
전화를 끊었다.
이제 남은 장소는 하나였다.
우리 집과 학교 사이에 위치한 놀이터였다.
‘가봤는데 없으면 방법은 없어.’
어머님께 전화 드리거나 신고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재빨리 발을 옮겼다.
“헉. 헉..”
도착해서 바라봤을 때,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이제 끝이었다.
언니인 예솔이에게 전화해서 생각해 둔 절차를 밟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예솔이가 찾은 게 아니라면.
슥.
그런 생각으로 핸드폰을 꺼내는데,
“예은아..!”
난데없이 들려온 연두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연두도 시선에서 사라진 채로 목소리만 귀에 들어온다.
그제야 감이 왔다.
탁. 타닥.
그대로 핸드폰을 든 채로 놀이터 안으로 달려갔다.
원형의 통.
미끄럼틀 밑에 쏙 들어가면 몸을 숨길 수 있는 원통 모양의 통이 하나 있었다.
나는 못 들어가는 크기이긴 하지만.
‘다람쥐열차랑 비슷한 모양이지.’
몸을 숙인 채로 시선을 틀어 바라본 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안도의 미소였다.
그 안에는, 두 꼬마 아가씨가 쏙 들어가 있었으니까.
“왜 여기 있어, 예은아..?”
“쉽지 않은 도망이었어.. 나니까 따돌린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내가 온지도 모르고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그나저나 예은이.
역시 연두에게 듣던 대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사차원의 기운이 흘러넘친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슬쩍 입을 뗐다.
“저기..”
“…!”
딸꾹.
거세게 몸을 들썩인 예은이가 딸꾹질을 한다.
시선은 나를 향한다.
“다, 당신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며 중얼거리더니 통 안에서 기어 나온다.
그러고선 정면에 서서 말한다.
“안녕하세요.”
“푸흣.”
대단한 걸 말할 듯하더니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뒤따라 나오는 연두.
“안녕, 예은아.”
얼굴을 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인사를 나누는 건 처음이다.
예은이가 말한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언니랑 통화했거든.”
순간 흠칫하는 예은이.
언니라는 단어에 반응한 거 같았다.
다소 경계심이 일어난 걸 보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예은이가 사라졌다고 하길래 연두랑 같이 찾으러 나왔어.”
“.. 허예솔.”
난데없이 언니 이름을 발음하더니 예은이는 중얼거렸다.
“쓸데없는 소리를 했군.”
실소를 뱉으며 나는 얘기했다.
“언니도 예은이 열심히 찾고 있는데.. 같이 집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안 돼요!”
“응?”
“지금은 안 돼요! 지금 바보같이 힘만 센 괴수 바보로돈이랑 마주치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단 말이에요!”
“.. 바보같이 힘만 센 괴수 바보로돈? 그게 누군데?”
“허예솔..”
눈빛이 세상 진지하다.
언니가 괴수라니.
생각해보면 예솔이 그 아이도 동생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둥의 이야기를 했지.
자기를 피해 도망친 거라고.
‘언니랑 사이가 안 좋은 건가.’
바보로돈이라는 작명도 지극히 사심이 투영된 거 같긴 하다.
곤란하네.
옆에서 연두도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한다.
“.. 예은아.”
그때였다.
귓가에 선명하게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꼬로록!
꼬르륵도 아니다.
배가 얼마나 고프면 이런 소리가 날까 싶을 정도의 울림이었다.
그 배꼽시계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표정만 봐도 알 거 같다.
“…”
잔뜩 빨개진 얼굴.
요리조리 피하는 시선은 오히려 신빙성을 더해줬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배고프니, 예은아?”
“아니요!”
냅다 부정하더니 땅바닥을 보며 중얼거린다.
“고픈 거 같기도……”
***
생각이 바뀌었다.
언니 손을 잡고 보내면 또 도망갈지도 모르고, 그런 우렁찬(?) 소리를 듣고도 모른 체하기도 뭐하니.
핸드폰을 들어 예솔이에게 전화했다.
“…… 응. 그래서 그렇게 할까 하는데.”
“알겠어요.”
의외로 예솔이는 흔쾌히 받아들여 줬다.
마음 같아서는 예솔이도 부르고 싶은데, 지금은 아무래도 어려울 거 같았다.
밥도 먹었다고 하고.
‘어머님께도 연락드렸지.’
예은이를 찾았다고 하니 연락처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그 뒤에 집으로 향했다.
손님인 4차원 꼬마 아가씨 예은이를 데리고.
끼익.
“들어와, 예은아.”
조금은 경계하며 예은이가 뒤따라 들어온다.
신발을 벗는데,
“냐아..”
딸꾹!
버릇인가 보다.
누렁이 울음소리에 깜짝 놀란 예은이가 또 딸꾹질을 한다.
“너, 너는……”
또 인사를 하려나 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곳의 수호신이구나!”
“.. 냐아?”
“나랑 접촉했는데 안전한 이유가 있었어.. 수호동물인 고양이는 귀엽.. 아니, 괴수가 접근할 수 없도록……”
뭔가 중간에 속마음이 나온 거 같은데.
어쨌거나.
예은이를 만나니 순식간에 초록연두구역의 수호신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누렁이였다.
***
곧바로 식사를 준비했다.
꼬르륵거리는 손님을 초대해두고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오오.. 요리를 하는 건가.”
“하하, 맞아.”
옆에서 연두가 신이 나서 덧붙인다.
“아빠 요리 엄청 잘해, 예은아..!”
“.. 그렇군.”
빙긋 웃으며 입을 뗐다.
“옆에서 구경할래?”
“..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이제는 요리과정을 보여줘도 그다지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춘 상태였다.
나란히 선 꼬마공주님.
거침없이 칼을 손에 쥔 나는 요리를 시작했다.
탁탁탁! 서겅!
“.. 칼솜씨가 보통이 아니군.”
“푸흣.”
중간에 귀에 들어오는 예은이의 한마디에 웃음이 터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식재료에 침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어때, 연두야?”
“.. 으응?”
“아빠가 뭐 만들려고 하는지 알 거 같아?”
눈에 꾹 힘을 주고 재료를 들여다보는 연두.
“모르겠어여..”
사실 당연하다.
아직 주인공인 재료를 꺼내지 않았으니.
손님의 취향을 모를 때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 메뉴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건 하나밖에 없지.’
바로 고기다.
냉장고로 가서 어제 산 싱싱한 대패삼겹살을 꺼냈다.
“흐흐.”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야채 손질에 소스도 만들어뒀고, 주인공인 고기도 꺼냈으니까.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펜을 달궈서 대패삼겹살을 대파를 포함한 각종 야채와 함께 볶는다.
자글. 자글.
“햐, 이거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소리.
슬쩍 옆을 바라보니 연두도 예은이도 침을 흘리기 직전이다.
시선은 팬에 고정되어 있고.
‘설탕 살짝 넣고.. 양념 투하.’
촤르르.
설탕과 간장 베이스의 양념으로 대패삼겹살이 코팅된다.
그렇다.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내가 지금 만드는 건 대패삼겹살덮밥이다.
‘실패할 수 없는 요리지.’
조리법이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요리였다.
이제 뭘 하면 되냐고?
놀랍지만 그런 건 없다. 요리는 끝났다.
툭.
접시에 밥을 적당량 얹고, 밥 양에 맞춰서 대패삼겹살을 투하한다.
여기서 포인트.
탁. 탁.
계란을 깨서 노른자를 중간에 쏙 얹어준다.
완성이었다.
숱하게 만들었지만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는 메뉴인 대패삼겹살덮밥.
“자, 밥 먹자.”
예은이는 얼떨떨한 표정이다.
반응을 보아하니 먹어본 요리는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좋다.
“헤헤..”
벌써부터 웃음꽃이 핀 연두는 말했다.
“먹어봐, 예은아. 진짜진짜 맛있어…”
“.. 어, 어떻게 먹으면 되니?”
“이렇게……”
콕.
역시 능숙하군.
알려주지 않아도 노른자를 콕 찔러서 슥삭슥삭 섞는다.
아암.
그런 연두를 본 예은이가 못 참겠다는 듯 숟가락을 들었다.
과정은 똑같았다.
노른자를 톡 터트려 섞은 후 한 숟가락을 입 안에 넣는다.
“…!”
반응은 굳이 설명할 것도 없었다.
아마 예은이가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 비밀통로라는 걸 찾으면 이런 표정을 짓지 않을까.
그 뒤에는 펼쳐졌다.
말 한 마디 하기도 아까운 먹방의 시간이.
“.. 응?”
그런데 식사 도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당근을 안 먹네.’
자세히 보니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채 썬 당근을 한쪽으로 골라내고 있다.
딱히 이런 걸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왜인지 순간 오지랖이라는 게 부리고 싶어졌다.
“예은아.”
아직 사용하지 않은 젓가락을 손에 들며 말했다.
예은이가 고개를 든다.
한 숟가락을 가득 뜬 걸 보니 입에 막 넣으려는 참이었나 보다.
스윽.
젓가락으로 조그마한 당근 한 조각을 들어 사뿐히 올려줬다.
예은이가 든 숟가락 위로.
“한 번 먹어봐, 예은아.”
눈을 깜빡이는 예은이.
옅은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크려면 당근은 꼭 먹는 게 좋거든.”
“…”
왜인지 눈에 들어왔다.
지금껏 보지 못한, 예은이의 흔들리는 눈동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