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30)
630화. 전화위복
“.. 프로미스 앨범 아트가 유출됐다는데요?”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것보다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앨범 아트 유출?’
처음 들어본다.
앨범도 아니고 앨범 아트가 유출됐다는 건.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거린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얘기죠, 표식님?”
“그러니까……”
뭐라 설명하려던 최표식이 머리를 헝클이며 말한다.
“기사를 보시는 게 빠를 거 같아요.”
“.. 기사요?”
더더욱 불안감은 증폭됐다.
유출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도 그런데, 기사가 뜰 정도라면 심상치가 않았으니까.
최표식의 표정도 그렇고.
어떻든간에 빨리 기사를 통해 확인하는 게 최선일 거 같았다.
슥.
직원들도 하나같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나도 서둘러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
-프로미스
정말 그랬다.
막 올라온 따끈따끈한 기사들이 올라와 있다.
[(속보) 프로미스 앨범 아트 일부분 유출!?] [프로미스 데뷔앨범 앨범 아트 유출… 실수일까, 혹은 의도된 마케팅일까?] [프로미스 앨범 유출, YMD 측 아직 공식입장 없어……]커서가 내려갈수록 서서히 입이 벌어졌다.
…… 대체 뭐냐고.
유출된 건 알겠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심각한 타이틀로 기사까지 나올 일인가?
‘.. 그럴 수도 있긴 해.’
뭐든지 절차와 순서는 중요하다.
원래 절차대로라면 앨범 아트는 데뷔앨범 공개와 동시에 나왔어야 한다.
그러니까… 3일 후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앨범 커버의 일부분이 유출됐다는 게 현재로서 알 수 있는 정보였다.
‘그럼 중요한 건 하나인가.’
타이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일부분’이었다.
전부 유출된 건 아니란 뜻이다.
그렇다면 그 일부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게 지금 시점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달칵.
분명히 그 유출된 부분이 기사에 담겨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관련된 사진이 전혀 첨부되어있지 않거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었다.
옆에서 들려오는 한경우의 목소리.
“아마 저작권 때문인 거 같네요.”
한경우 역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평소답지 않게 심각한 목소리다.
그런 한경우의 말에 답한 건 이 소식을 처음 전한 최표식이었다.
“.. 저작권이요?”
“네. 유출됐다고 해도 함부로 기사에 올렸다가는 고소당할 수도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유출된 경로가 확실치도 않은 상태에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글쎄요.”
자연히 시선은 나를 향했다.
당연했다.
이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건 팀의 수장인 내 몫이었으니까.
“.. 상황을 빨리 확인해볼게요.”
“네, 초록님.”
심각성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날벼락을 맞은 기분인 건 확실했다.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그때, 서도연이 무언가 발견한 듯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뗐다.
“.. 찾았어요!”
“네?”
“이미지로 설정하고 구굴링 해 보니까 나와요, 유출된 부분.”
우르르 몰려드는 팀원들.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서서 서도연의 모니터 뒤로 향했다.
그러자 눈에 들어왔다.
“하하..”
실소를 뱉게 만드는 그림 하나가.
***
한편 그 시점.
YMD 엔터테인먼트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 미치겠네.”
회사에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
의도된 거냐는 기사 제목이 많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조금도 생각지 못한 이슈였으니까.
‘의도는 개뿔.’
그럴 이유가 없었다.
곡과 앨범 커버가 둘 다 기똥차게 뽑힌 상태에서 왜 이런 마케팅을 하겠는가.
이미 관심은 충분히 받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후.. 진정하자, 진정해.”
한승수는 심호흡을 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해야 할 일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 결과, 두 가지로 압축됐다.
최대한 빨리 유출경로를 찾고, 초록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
‘그나마 다행인 건, 단 한 장이라는 건가..’
유출된 건 단 한 장의 그림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아무리 앨범 아트의 퀄리티가 좋다고 해도, 모두 유출됐다고 하면 타격이 클 수 있었으니까.
기사 제목도 이해가 갔다.
유출된 게 단 한 장뿐이니 마케팅의 일환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 거겠지.
위이잉.
그때 걸려오는 전화.
빛의 속도로 한승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이사님. 지금 파악됐는데……”
이야기를 들은 한승수는 실소와 함께 한숨을 내뱉었다.
기가 막힌 이유였다.
***
유출된 그림.
실소를 터트린 이유는 간단했다.
‘.. 내가 그린 거잖아.’
다름 아닌 ‘봄꽃’의 앨범 아트였다.
앨범에 수록된 일곱 개의 곡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전담한 그림이기도 했다.
의문이었다.
왜 하필이면 이게 유출된 건지.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앨범 표지나 타이틀곡이 유출된 건 아니다.
수록곡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직원들이 열심히 그린 그림보다는, 내 그림이 유출된 게 내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이 그림 하나가 유출됐다고 큰 타격이 있을 거 같지는 않다.
‘역시 어그로였군.’
조회수를 위해 일부러 다소 자극적으로 기사 제목을 작성한 거 같았다.
실제로 본론에는 그다지 심각한 내용은 없었다.
한시름 놓으며 나는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상하다.
왜인지 나를 보는 서도연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있다.
조금을 울상이기도 하고.
“왜 그래요, 도연님?”
“… 초록님 그림이잖아요.”
“네?”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초록님 그림이 유출됐는데. 엄청 잘 나온 그림인데……”
아무래도 한시름 놓는 건 나뿐이었던 모양이다.
다른 직원들.
특히나 서도연은 이 상황을 무척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다.
처음 겪는 일이라 그런지.
“.. 흣.”
이러면 안 되는데.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초록님?”
“의외네요.”
“네?”
“도연님, 되게 강한 줄 알았는데.. 이런 일에 이렇게 놀랄 줄 몰랐거든요.”
눈을 깜빡이는 서도연을 향해 말을 이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근데 저는 괜찮으니까 안심해도 돼요.”
“정말, 괜찮으세요?”
“네. 도연님 말대로 그림은 잘 나왔으니까, 기사 제목대로 마케팅이 될 수도 있을 거 같구요.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거 같아요.”
옆의 팀원들을 향해 얘기했다.
“안 그래요?”
“그런 거 같습니다! 충성!”
가장 먼저씩 웃으며 대답하는 한경우.
우영이도 말을 받는다.
“잔뜩 오버하기에 뭔가 했는데, 별일 아니었네요.”
그 말에 흠칫한 최표식이 말한다.
“.. 오버해서 죄송합니다.”
“형 말고요. 기사들 말한 거예요.”
“하하, 그렇죠?”
“형이 오버를 안 한 건 아니지만요.”
“.. 켁.”
둘의 대화에 그제야 서도연도 가늘게 웃음 짓는다.
다행이었다.
작화팀 개설 후 찾아온 첫 돌발상황이 웃어넘길 수 있는 이슈라서.
드르륵.
전화가 걸려온 건 그 이후였다.
***
가장 먼저 연락해 온 건 기자 유서영이었다.
역시 소식이 빨랐다.
“.. 초록님,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으신 거예요?”
“하하, 괜찮아요.”
있는 그대로 상황을 전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다고.
“.. 휴, 다행이네요. 기사 올라오는 거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저도 엄청 놀랐어요.”
“지금 실검에도 올라온 건 아시죠?”
“.. 실검에요?”
“네.”
그녀 말대로였다.
실시간 검색어에는 떡하니 관련 키워드가 떠올라있었다.
13. 프로미스 앨범 아트 유출
……
……
16. 스튜디오 초록
……
귀에 들어오는 말.
“제 생각에는 상위권에도 금방 올라갈 거 같은데요?”
“.. 그러게요.”
아무래도 내 생각만큼 사소한 이슈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워낙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인지.
그녀와 전화를 끊은 뒤에, 연달아 한 통의 전화가 더 걸려왔다.
“여보세요.”
“초록님, 저 YMD 한승수입니다. 혹시 소식 접하셨나요?”
“네, 방금 막 봤습니다.”
“하아..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우선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그렇게 자초지종을 전해 들었다.
정황은 간단했다.
간단한 것과 별개로 헛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그런 이유였다니.’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유출된 건 앨범 아트 관리자의 실수에 의해서였다.
경로는 메신저였다.
앨범을 본 관리자가 그림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지인에게 공유했는데 그게 유출됐다는 거다.
‘내 그림이 취향에 맞았던 모양이네.’
복잡미묘한 기분이다.
기분은 좋은데 그로 인해 그림이 유출됐다고 생각하니.
“직원은 내부 조항을 어겼으니 그에 따른 징계가 주어질 겁니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한 보상에 대해서도 내부 회의를 통해……”
잘 모르겠다.
확실히 회사 측의 불찰이니 보상받는 게 마땅할 수도 있지.
그런데,
“저기, 이사님.”
왜인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앨범이 통째로 유출됐다면 모르겠지만, 고작 이 정도로 작화팀에 오는 피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나는 말했다.
“보상은 따로 해 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것보다도 부탁이 하나 있는데……”
“부탁이요?”
“네.”
관리자의 잘못임은 자명하다.
허나 내 그림을 좋게 봐서 생긴 일이기도 하다.
이 일로 인해 과도한 징계를 받는다면,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을 거 같았다.
“…… 내부 규율이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만약 징계가 주어지더라도 최대한 가벼웠으면 해서요.”
그런 의사를 전달하니 한승수는 말했다.
“.. 진심이신가요?”
“네.”
“배려 감사합니다. 당사자인 직원에게는 꼭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민망하네. 전달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끝으로 나는 얘기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더 이상 유출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건 꼭 얘기해야 했다.
내 그림은 몰라도 한 달에 걸쳐 팀원들이 그린 그림이 유출되는 건 싫었으니까.
한승수는 힘주어 대답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확답을 받은 후에 전화를 끊었다.
‘바뀐 건 없어.’
어쩌면 이 해프닝이 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건 숫자를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
3일이 흘렀다.
프로미스의 데뷔일인 동시에 앨범 아트가 공개되는 날짜이기도 했다.
그 사이, 앨범 아트 유출의 여파로 인터넷에는 수많은 기사가 떠올랐다.
여담이지만 YMD는 사실대로 말하는 걸 선택했다.
마케팅의 일환이 아닌 직원의 불찰이었다고.
-ㅋㅋㅋ 그래도 깔끔하게 잘못 인정하는 거 보기 좋네.
┖괜히 대기업이 아니네.
┖억빠 오지네 ㅋㅋ 대기업이었으면 이런 실수 자체를 안 했겠지 ㅉㅉ
┖잘못한 건 맞음. 그래도 인정하는 자세는 칭찬해줘야지.
┖어쩌면.. 이것도 연두성분 때문이 아닐까?
┖ㅋㅋㅋ 왜?
┖연두 아빠인 초록님한테 차마 거짓을 말할 순 없었던 거지. 순수함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이 정도면 연두성분은 과학도 마법도 뛰어넘었다 ㅇㅈ?
┖ㅇㅈ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해서인지 회사에 대한 여론은 생각보다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런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거다.
‘앨범이 유출된 것보다도 더 일부분이지.’
왜냐고?
기사 내용과 반응은 모두 다른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니까.
다름 아닌, 내 그림이었다.
가장 덜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은 게 이 정도였다.
물밀 듯이 쏟아졌다.
이와 비슷하거나 더 자극적인 타이틀을 단 기사들이.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진정.. 이게 K-걸그룹 앨범 아트가 맞는 거냐?
┖심지어 수록곡임.
┖진짜 지려버렸다. 어떻게 꽃을 이렇게 감각적으로 그릴 수 있지? 걍 이건 앨범커버가 아니라 예술이잖아 ㅋㅋ
┖프로미스 팬 아니어도 살 듯.
┖그런 사람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연두부랑 초록님 팬 아니어도 살 듯. 그림이 너무 예뻐서 ㅋㅋㅋ
┖색감 개미쳤다 진짜… 절로 험한 말이 나오네.
┖의도치 않은 큰그림 오졌다 ㅋㅋ 다른 곡 앨범커버는 어떨까.
-근데 이거 딱 봐도 초록님이 그린 거 같지 않냐.
┖ㅋㅋ 너도 느꼈음?
┖그알못이긴 하지만 초잘알인 내 시선으로 볼 때 초록님 그림일 확률 93% 이상임.
┖난 그잘알인데 빼박 초록님임. 색 쓰는 거부터 근본력이 느껴지잖아.
┖초록님은 어떻게 계속 발전하는 거냐. 100%라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에 그걸 넘어서 있음 ㅋㅋㅋㅋㅋ
당황스러울 정도의 극찬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이런 상황은 예상 못 했는데.
얼떨떨한 나 대신 기뻐해준 건 연두였다.
“헤헤..”
혼자 배시시 웃으며 핸드폰을 붙들고 반응을 보던 연두가 한 말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떻게 알았지?”
“뭘?”
“아빠한테 엄청 마니 두꺼운 벽이 있대여. 그런데.. 그 벽 이름이 뭔지 알아여?”
설마 하며 되물었다.
“뭔데?”
입꼬리를 씰룩이며 연두가 뱉은 말.
“완벽! 아빠는 완벽이 있어요!”
“푸흣.”
이제는 연두튜브 단골 드립도 섭렵한 연두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3일이 흘러가고 마침내 찾아온 오늘.
“후우..”
심장이 두근거린다.
오늘 정오.
시침과 초침이 12에 맞닿는 순간에 프로미스의 데뷔앨범과 함께 공개된다.
‘스튜디오 초록’의 첫 프로젝트인 앨범 아트가.
째깍. 째깍.
그리고 시간은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았다.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은 찾아오게 되어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툭.
겹친 초침과 시침을 확인하고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떠올랐다.
그토록 기다리던 ‘스튜디오 초록’의 첫 프로젝트의 결과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