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36)
636화. 삼자대면
출시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앨범 판매 추이는 여전히 꺾일 줄을 몰랐다.
음원은 어떻냐고?
지금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1. Rush
타이틀곡인 ‘Rush’가 1위에 올라있었다.
심지어 음악방송을 통해 데뷔 무대를 갖기도 전인데.
즉, 프로미스 멤버들은 데뷔와 동시에 음원 1위 타이틀을 거머쥔 셈이다.
-데뷔앨범으로 음원 1위 미쳤다 ㅋㅋㅋ
-이러면 음악방송 1위해도 김새는 거 아니냐. 1위 못해도 ‘어~ 음원 1위야’ 하고 정신승리 쌉가능.
-ㄹㅇ ㅋㅋ
-곡도 좋은데 이건 솔직히 앨범 퀄 기여도도 부정할 수는 없지.
-ㅇㅈ 앨범 아트 유출된 시점부터 화제성 미쳤잖아.
-앨범에 수록된 그림 어느 하나 거를 타선이 없음. 내가 프로미스 멤버라면 매일 스튜디오 초록 방향으로 절한다.
-근데.. 음원 3위 실화냐??
그게 끝이 아니었다.
3. 봄꽃
그 밑을 주연이의 자작곡인 ‘봄꽃’이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3위였다.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인 걸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성적이다.
단 며칠 만에 3위라니.
‘그만큼 곡이 좋기는 하지만.’
유투브 등의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커버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
가사도 예쁘고 따라부르기도 쉬운 축에 속하니까.
주연이만큼 잘 부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어쩌면……’
자연히 기대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봄꽃’이 이대로 치고 올라가서 음원 1위를 하는 쾌거를 맛볼지도 모른다고.
행복에 젖을 주연이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물론 내게도 좋은 일이다.
왜냐고?
‘내가 그렸잖아.’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음원 1위 앨범 아트에 내 그림이 떡하니 올라가 있을 걸 생각하니.
너무 설레발인가?
팀원들의 그림이 인정받길 원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그림이 인정받는 게 싫은 건 아니다.
그런 작화가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시점에서 승자는 이 녀석이지.’
돌아가는 고개.
그곳에는 피곤한 듯이 하품을 하고 있는 우영이가 있었다.
오늘따라 얄밉게 느껴지는 얼굴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영이는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스튜디오 초록’의 일원이니까.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넌지시 말을 건넸다.
“좋겠다, 우영아?”
“네?”
“네가 그린 앨범 아트 곡이 1위 했잖아. 기분 좋지 않아? 작화가 입장에서는 상당한 커리어가 생긴 건데.”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한다.
“글쎄요.”
“응?”
“타이틀곡이잖아요. 그게 1위를 했다고 해서 제 그림보다 다른 그림이 별로라는 말은 아니니까요. 아마 누가 그려도 결과는 같았을 거예요. 저보다 잘 그렸을 거 같지는 않지만.”
확실히 전과는 다르다.
원래라면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반응했을 텐데, 겸손함이 한 스푼 추가된 느낌이다.
마지막 말만 제외하면.
‘근데 또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다른 그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영이는 타이틀곡에 걸맞은 그림을 그려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때.
우영이의 한 마디가 더 이어졌다.
“그리고.. 제 커리어는 아니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아니라 ‘스튜디오 초록’의 커리어죠. 팀이니까.”
“…”
잠깐이지만 말문이 막혔다.
우영이가 나보다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너.. 우영이 맞아?”
“네?”
“뭐 씐 거 아니지? 귀신이 들어갔다거나. 그런 거면 빨리 나와, 내 눈은 못 속이니까.”
그런 내 말에 우영이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대답한다.
“그만해요, 형.”
“그래.”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아무튼 고맙다. 그렇게 말해줘서.”
계기가 됐다.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의 소속감을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는 계기.
그렇다.
우영이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나 역시 개인이 아닌 ‘스튜디오 초록’의 일원이었다.
***
연두튜브에는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됐다.
‘그동안 준비했지.’
긴 시간에 걸쳐 준비한 영상이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끝맺을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압축한 영상.
즉, 앨범 아트 제작기였다.
“어떤 거 같아요?”
묻고 나니 상황이 묘하게 우스웠다.
모니터와 나를 둘러싸고 빙 둘러앉은 팀원들의 모습이.
의외로 먼저 입을 뗀 건 서도연이었다.
“신기해요..”
“네?”
“아니, 그림 그리는 모습만 보다가 이런 영상을 보니까 신기해서요. 맞다, 초록님 연두튜브 편집자였지?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하하, 재미있는 감상이네요.”
그러자 그녀가 손을 휙휙 내저으며 말한다.
“영상에 대한 감상은 아니구요! 영상은 엄청 재밌게 봤어요. 앨범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너무 잘 담겨있어서.”
“맞아요.”
경리 유하나가 맞장구치며 얘기한다.
“진짜.. 지루할 틈이 없는데요?”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연두도 너무 귀여웠어요.”
“햐, 역시 느끼는 건 같나 보네요.”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가 연두 나올 때마다 웃음 번지는 거.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흐흣.”
언제나 연두는 빼놓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집어넣은 장면이 있는 건 아니다.
그야,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은 나와 팀원들뿐 아니라 연두도 함께했으니까.
“헤헤.. 진짜진짜 예쁘다…”
“.. 우영이오빠?”
“스튜디오 초록은.. 정말 최고에여..!”
아무리 압축했다고 해도 그림을 그리는 장면만 연달아 나오면 지루할 수 있었다.
그걸 없애준 게 연두였다.
그림이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감초 같은 리액션이 등장하거든.
‘좋네.’
원래라면 거의 자가적으로 피드백을 한 뒤에 영상을 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제는 직원들이 있었다.
반응을 보니 영상을 더 돌려볼 필요는 없을 듯했다.
사각. 사각.
“뭐야, 내 손 왜 이렇게 못생기게 나오지?”
최표식의 말에 반응한 건 우영이였다.
“보통 그럴 때는 정말 그런 경우가 많죠.”
“허허, 뭐라고요?”
“사진은 왜곡이 심할 때도 있지만, 영상은 있는 그대로를 나타내니까요.”
우영이의 말은 명백히 장난의 의도를 담고 있었다.
함께 손을 맞춰서일까.
최근 들어 최표식과 우영이는 눈에 띄게 사이가 가까워진 상태였다.
이렇게 서슴없이 장난을 주고받을 정도로.
“뭐, 그래도 괜찮아요.”
“뭐가 말이죠?”
“형은 손은 못생겼을지 몰라도 그림은 잘 그리니까요.”
“…”
최표식도 가만히 탱크 역할을 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다.
“정말 과찬이시군요. ‘못생긴’ 제 손과 다르게 우영님 손은 아주 예쁘시네요. 곱다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이에요.”
“알고 있지만 칭찬 감사합니다.”
“그 순간을 즐기시길 바라요.”
“네?”
“군대 한 번 다녀오면 제 손이랑 비슷해질 테니까요.”
“…”
군대 공격에 말문이 막힌 우영이.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먹인 최표식이 낄낄 웃음 짓는다.
사각. 사각.
둘의 대화에서 느꼈겠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건 직원들의 얼굴이 아닌 손이었다.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손.
그 손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앨범 제작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뿌듯한 마음이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뗐다.
“그럼 올리겠습니다.”
직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뱉는다.
“네.”
“올리자마자 반응 쏟아지는 거 아니에요?”
“당연하죠. 구독자가 몇 명인데.”
“안 그래도 저는 이미 연두튜브 띄워놓고 대기 중입니다.”
“뭐죠, 이 두근거림은?”
생생한 직원들의 반응에 나는 씩 웃으며 마우스 위에 손을 올렸다.
늘 그렇듯 향하는 곳은 업로드 버튼이었다.
직원들이 함께라는 점에서 다르긴 했지만.
달칵.
그렇게 업로드됐다.
스튜디오 초록의 첫 프로젝트, 프로미스 데뷔앨범 제작기가.
***
영상 업로드를 하고 연두를 데리러 갔다.
원래라면 그대로 귀가하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회식 날이니까.’
무려 ‘스튜디오 초록’의 첫 회식 날이었다.
연두는 어떡하냐고?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데려갈 생각이다.
딱히 맡길 장소도 없고, 데려간다고 해서 팀원들에게 해가 될 거 같지도 않았다.
‘물론 의사는 물어봤고.’
팀원들은 흔쾌히 괜찮다고 이야기해줬다.
더 정확히 말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였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술은 못 먹겠지.’
연두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건 조금 곤란했다.
허나 괜찮았다.
회식이 오늘만 있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소소하게 즐기고, 알콜로 목을 축이는 건 다음 회식으로 미루면 될 일이다.
그런 생각이었는데,
“뭐라고, 연두야?”
“월이한테 초대 받았어여.. 이거……”
그 말과 함께 연두가 건넨 건 초대장이었다.
글씨가 적혀있다.
‘.. 주소잖아.’
집 주소와 시간이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대충 정황을 놓고 보면, 월이가 연두를 집으로 초대한 모양이다.
왜인지 연두의 표정이 좋지 않지만.
곧바로 물었다.
“연두야.”
“네에.”
“초대를 받았는데 왜 표정이 어두워?”
이유가 전혀 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시은이.
생각대로 상황이 흐르지 않았다면 시은이와 아직도 서먹서먹한 관계일지도 모르니까.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
“.. 비밀이래여.”
“응?”
“월이 집에 연두 초대하는 거.. 친구들한테 비밀이래요.”
“비밀?”
“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연두는 처진 목소리로 입을 뗐다.
“…… 시은이랑 레나한테도.”
뜻밖의 이야기였다.
내가 알기로 월이는 연두만이 아니라 시은이와 레나랑도 친한 거로 알고 있으니까.
특히나 시은이와는 계주를 함께하기도 했고.
‘.. 뭐지?’
집에 초대하는 걸 비밀로 할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연두만 불러야 할 이유가 있다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런 의문 속에 나는 말했다.
“근데 연두야.”
“.. 네.”
“비밀인데 아빠한테는 말해도 되는 거야?”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말해도 돼여..”
“왜?”
“친구들한테는 비밀인데.. 아빠한테는 비밀이라고 안 했으니까……”
“.. 흣.”
연두의 논리에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문맥 파악이 대단하다.
그나저나 이 상황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겼다.
“그럼 만약에.. 월이가 아빠한테도 비밀이라고 했으면?”
“.. 으응?”
“친구들만이 아니라 아빠한테도 비밀이라고 했으면 연두는 얘기했을 거야?”
흔들리는 눈동자.
머릿속에 두 가지 명제가 충돌하는 모양이다.
친구의 비밀은 지켜줘야 한다, 아빠한테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
확실히 어느 한쪽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연두를 더 어지럽게 만든 거 같아 나는 말했다.
“어렵지, 연두야?”
“네.”
“그럼 아빠가 답을 정해줄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했다.
“친구 비밀을 지켜줘. 그런 경우에는 아빠도 서운해하지 않을 테니까.”
“.. 정말여?”
“응.”
진심이었다.
궁금한 건 못 참긴 하지만, 그로 인해 연두가 곤란해지는 건 원치 않으니까.
대신 나는 덧붙였다.
“그런데 그 비밀 때문에 연두가 너무 힘들거나 상처가 되면 아빠한테 꼭 말해야 해. 알겠지?”
“네..”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연두야.”
“네, 아빠.”
“월이가 보낸 초대에는 어떻게 응답할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초대에 응할 것인지, 응하지 않을 것인지.
평소라면 고민도 없이 응했을 연두지만 지금은 걸리는 게 있어 보였다.
‘시은이랑 레나겠지.’
둘에게 비밀로 하고 혼자 월이네 집에 놀러가는 게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게다가 또 한 가지.
표정으로 미루어 볼 때 관계가 풀린 거 같지도 않다.
“…”
역시나 섣불리 답하지 못하는 연두.
보기 드문 연두의 풀 죽은 모습에 나까지 마음이 쓰인다.
그와 별개로 이번에도 내가 필요할 거 같았다.
“아빠..”
“응, 연두야.”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연두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연두는 질문해왔다.
나는 능청스레 답했다.
“그러니까, 연두는 아빠 생각이 궁금한 거지?”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인다.
꺼내려 했던 말인 만큼, 이미 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빠는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당연한 얘기지만 보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까놓고 말해 나는 회식 자리에 연두를 데려가고 싶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어떤 상황에든 연두를 옆에 두는 게 심적으로 안정되기도 하고, 연두에게 맛있는 소고기도 먹이고 싶으니까.
술 얘기를 한 건 내가 아닌 팀원들을 신경 써서였다.
나야 안 마시면 그만이지만, 마시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그럼 왜 보내려 하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그게 맞는 거 같아서였다.
“이유를 말해줄까?”
“네에.”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왜 다른 친구들한테 비밀로 하고 연두를 집에 초대하는 건지는.
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직접 초대장을 만들고, 시은이랑 레나한테까지 비밀로 하면서 연두를 초대할 정도면.. 월이는 꼭 연두를 집에 초대하고 싶은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그럼 아빠는 그 마음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
“.. 부응?”
“그러니까, 응답해야 한다는 거지. 진심에는 진심으로.”
내 말을 들은 연두가 중얼거린다.
“진심에는.. 진심으로…”
마음을 정한 걸까.
천천히 고개를 든 연두가 나를 또렷이 응시하며 말한다.
“…… 갈래여.”
“응?”
“월이 집.. 갈래요!”
“하하, 그래.”
말은 이렇게 했지만 최소한의 확인 절차는 필요했다.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하는 대상은 전에 연락처를 주고받은 월이 어머님이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월이 어머님. 저 연두 아빠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아유,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글쎄, 우리 월이가……”
“.. 엄마!”
“아니, 얘가 왜 이래?”
뭔지 모르겠지만 필사적으로 월이가 엄마의 말을 가로막는 거 같다.
대체 뭐길래 그러지.
아무튼 전해 들었다. 초대한 사실을 어머님도 알고 있다는 건.
‘그럼 괜찮겠지.’
월이 혼자 초대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어머님도 알고 계시다면 거리낄 건 없었다.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연두와 함께 외출했다.
목적지는 월이네 집이었다.
터벅. 터벅.
거의 도착해서 걸어가던 나는 집 입구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두 눈에 들어왔으니까.
“.. 주원씨?”
“연두 아버님?”
세연씨와 이은경.
각각 시은이와 레나의 손을 잡고 있다.
둘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연두의 손을 잡고 있었다.
‘.. 뭐지, 이 상황은.’
난데없이 삼자대면을 하게 된 연시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