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50)
650화. 대진
[연두튜브 케미 이상형월드컵!(feat. 대망의 1위는!?)]익숙한 형식의 제목.
썸네일에는 나와 연두의 모습이 보인다.
정확히는 중앙을 경계로 왼쪽은 연두, 오른쪽은 내가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 유투브 댓글에서 본 기억이 있다.
연두튜브 속 케미들로 이상형월드컵을 하는 콘텐츠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재밌는 아이디어라 생각했지.’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왜냐고?
내가 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콘텐츠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처받을 게 뻔하잖아.’
잠깐만 생각해봐도 그랬다.
만약에 이상형월드컵에서 연두와 주연이, 연두와 예림이 간의 케미가 맞붙는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어느 한쪽을 고른다면?
선택하지 않은 한쪽은 상처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쿨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연두와 시은이, 또 연두와 레나 간의 케미가 맞붙는다면?
도무지 대답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내가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콘텐츠라는 판단이었다.
집에서 혼자 해 보면 모를까.
‘우승은 정해져 있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였다.
그러나 내가 아닌 제삼자가 한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개인의 취향 문제니까.
어떤 걸 고르더라도 그게 정답은 아닌 느낌이라 해야 하나.
‘재밌을 거 같아.’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거 같았다.
이상형 월드컵 특성상 저작권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설사 있다고 해도 문제삼을 생각은 없고.
뒤늦게 채널명을 보니, 들어본 적이 있는 채널이었다.
-소킹
영상도 스치듯 본 적이 있다.
아마 생방송으로 토크를 주 콘텐츠로 하는 채널이었지.
그만큼 입담이 좋았던 거로 기억한다.
구독자 수도 상당하고.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오른 만큼 조회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완전히 터졌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기대가 됐다.
나랑 연두가 들어있는데 어떻게 이걸 안 보고 넘어가.
‘설마 광탈하는 건 아니겠지?’
개취는 존중한다.
설사 초연케미가 다른 케미에 밀리더라도 개인 선호도의 영역으로 납득할 수 있다.
꼭 우승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광탈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마음 아플 거 같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랑 연두 사이의 케미 아닌가.
선전을 바라는 건 당연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마우스로 썸네일을 클릭했다.
설마 이렇게 커다랗게 썸네일에 박아두고 광탈을 시키지는 않았겠지.
달칵.
바로 영상을 전체화면으로 전환했다.
댓글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먼저 볼 때도 있지만, 이상형월드컵은 결과를 알고 보면 세상 시시해지니까.
‘생방송을 그대로 올린 건가.’
영상이 꽤나 길었다.
유투브 영상을 볼 때 국룰이라고 볼 수 있는 1.5배속으로 전환한 후에 나는 재생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유하~ 유투브 친구들 하이라는 뜻~”
나는 할 수 없지만, 세상 흥미진진한 연두튜브 케미 이상형월드컵이.
***
중앙에 위치한 소킹.
우측에는 개인방송 채팅창이 보인다.
-유하~
-유하유하~
-유~ 하~
……………
……………
비제이의 인사에 따라 시청자들도 채팅창에 유하를 쏟아냈다.
이어지는 소킹의 말.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대박 꿀잼 콘텐츠를 가지고 왔습니다.”
대박 꿀잼 콘텐츠.
그렇게 먼저 깔아두니 기대감을 드러내는 채팅이 마구 올라온다.
소킹은 씩 웃으며 말했다.
“요즘 여기저기서 요청이 엄청 많이 들어왔거든요. 연두튜브 케미 이상형월드컵을 해 달라고. 그런데 어제 보니까 사이트에 올라와 있더라구요? 아유, 빠르기도 해라.”
몇 마디만 들어도 느껴지는 특징이 있었다.
말투가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별 거 아닌 얘기를 하더라도 재밌게 느껴지는 능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저는 참을 수 없었죠. 알다시피 제가 자타공인 연두튜브 찐팬 아닙니까? 이걸 참아요? 여러분이라면 참을 수 있어요? 예? 나는 못 참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
-소킹 특유의 급발진 나왔네 ㅋㅋ 예의바르게 말하다가 갑자기 눈돌아가기.
-와 개꿀잼각이다.
-이거 누가 생각했냐. 일로 와, 뽀뽀 딱 대.
-아 ㅋㅋ 어차피 우승은 초연 아니냐고.
-ㅇㅈ
-근데 또 모름. 얘 역배충이라 ㅋㅋㅋ 굳이 나락을 기어들어갈수도 있음.
그런 채팅과 함께 화면에 떠오르는 이상형월드컵.
살짝 입이 벌어졌다.
네 개로 나뉜 항목을 보고.
‘뭔데 128강까지 있지.’
기껏해야 최대 32강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무려 128강까지 선택이 가능했다.
그 밑으로는 차례로 64강, 32강, 16강이 있고.
심지어 256강은 제작중이라고 적혀있다.
‘그렇게 많이 나오나?’
잠깐 생각한 나는 스스로 납득했다.
중복이 가능하다.
나도, 연두도, 그리고 다른 인물도 어느 케미에나 등장할 수 있다.
무수히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올 만 하네.’
마음만 먹는다면 512강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소킹은 망설이지 않았다.
“기왕 하는 거 128강으로 가야죠. 다들 인정하시죠?”
-ㅇㅈ
-아 ㅋㅋ ㅇㅈ만 치라고.
-128강 국룰이지.
-64강 했다가 주요 케미 다 빠지면 대참사임 ㅋㅋㅋ 랜덤으로 나와서.
-초연 빠진다? 바로 나락.
시청자들의 호응.
그에 힘입어 소킹이 본격적인 이상형월드컵을 시작했다.
파앗-
대망의 첫 케미가 떠올랐다.
[연할머니 vs 연고]보자마자 실소가 흘러나왔다.
이상형월드컵의 묘미 중 하나는 각 케미에 첨부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왼쪽에는 떠올랐다.
설날에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연두의 모습과, 특유의 표정으로 세배를 받는 할머니의 모습이.
‘이때 진짜 떨렸는데.’
내가 처음으로 연두튜브에 얼굴을 공개한 날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이건 반칙 아닌가?
안 그래도 강력한 케미에 너무 예쁜 사진을 썼잖아.
‘오른쪽은……’
케미명만 들으면 아리까리할 수 있지만 첨부된 사진을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연두와 고래의 케미다.
함께 방송할 때 잡힌 투샷이 첨부되어 있었다.
‘.. 대진운이 나쁘네.’
연고케미.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케미였다.
실제로 둘이 친하기도 하고, 고래가 훈련소에 있는 동안 연두가 매일같이 인편을 써 주기도 했으니.
그러나 상대가 나빴다.
할머니는 연두튜브 내에서 손에 꼽을 만한 호감캐였다.
‘호감캐라고 하니 뭔가 우습네.’
허나 달리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첫 대진에 안 그래도 빠른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바~(고래 바이라는 뜻)
-군대에 있어서 처음으로 진 줄도 모르고 뺑이치고 있을 고래를 향해 애도를…
-운도 지지리도 없네 ㅋㅋ
-소킹 역배충이라 혹시 모르지 않냐.
-역배도 정도가 있지 ㅋㅋㅋ 고래가 연할머니 이기는 건 선넘었지.
-왼쪽 사진 미쳤다.. 06시즌 연두.
-06시즌 연두는 뭐냐 ㅋㅋㅋ
-여섯살 때 연두 말하는 거임.
-ㅋㅋㅋㅋㅋㅋ 무슨 13시즌 디마리아 이런 거냐고.
-뇌절 ㄴㄴ
-06시즌 연두가 아무리 귀여워도 08시즌 연두는 못 넘지.
-ㅇㅈ 연두는 언제나 현재가 제일 귀여움.
-리얼 연두는 메시를 뛰어넘는다. 언제나 최상의 폼을 유지하는 거 보면.
-여기 축팬들 왤케 많냐…
-이건 졌못싸네.
-그게 뭐임.
-졌지만 못 싸웠다. 속된 말로 개발렸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인터넷 방송 특성상 표현에 거침이 없었다.
얼마 뒤에 입을 여는 소킹.
“.. 푸흣!”
처음으로 나온 건 말이 아닌 웃음소리였다.
“아, 흐흡, 죄송합니다. 고래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입장에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네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연고케미? 훌륭해요. 일단 고래가 연두랑 친하다고 으스댈 때마다 화가 치밀어오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왜냐? 팩트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솔직하네.
-울분이 느껴진다.
-근데 왜 칭찬하냐. 설마 여기서 역배를??
“잠깐만, 근데 갑자기 열받네? 여러분, 제가 고래보다 못한 게 뭔가요? 얼굴 더 잘생겼지, 인성 좋지, 방송 잘하지, 군필이지. 왜 모든 게 고래보다 뛰어난데 저는 연두랑 안 친한 걸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이해 못하는데 이유는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네.
-군필인 거 빼고 다 반대 ㅋㅋ
-왜 갑자기 고래 칭찬하고 있냐, 얘는 ㅋㅋㅋㅋ
“…”
굳은 표정.
역시 인터넷방송 비제이답게 타격감이 좋았다.
“아무튼 저는 연고케미 정말 훌륭한 케미라고 생각합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선택하겠습니다.
달칵.
말만 보면 예상을 뒤엎고 연고케미를 선택할 거 같은 느낌이었다.
연할머니 케미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소킹이 클릭한 곳은 좌측 화면이었다.
슈욱-
그와 동시에 화면에 얼굴을 클로즈업하고서 말한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설렜냐, 고래야?”
“푸흣!”
채팅창에 올라오는 수많은 키읔.
아마 나중에 고래가 이 장면을 본다면, 뒷목을 잡지 않고는 못 배길 거 같았다.
***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감상했다.
‘왜 이렇게 재밌냐.’
전부 주변인물이라 그런지 대진 하나하나에 몰입이 되는 느낌이다.
연두부도 비슷하겠지.
영상을 통해서긴 하지만 나름 정이 쌓였을 테니.
-아니, 연주케미를 여기서 떨군다고?
-이제는 톱스타가 되어버린 주연쨩…
-상대가 강하긴 했음.
-ㅇㅈ
역시 각자 선호도가 다르다 보니 반발하는 채팅도 많이 올라왔다.
특히 쟁쟁한 후보끼리 맞붙을 때마다.
그러는 한편, 누가 만든 건지 병맛 대진도 튀어나왔다.
[초선(초록+선동) vs 누수(누렁이+수풀)]-누풀 미쳤냐고 ㅋㅋㅋㅋㅋ
-무생물 존재감 미쳤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누렁이 길냥이시절.
-근데 저 풀숲이랑 케미가 미치긴 했음. 영상 올라올 때 ㄹㅇ 개귀여웠는데. 다시 봐도 귀엽네.
-연두가 막 간식주고 그랬자나.
-초선은 뭔데 저렇게 케미명이 예쁘냐 ㅋㅋㅋㅋㅋ
-선동이 요즘 왜 안나옴.
댓글이 올라오면 소킹의 말이 이어졌다.
“이야, 누수 강력하죠.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초록님이랑 선동이 케미를 좋아하기 때문에 초선으로 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수풀한테 밀리면 선동이가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달칵.
무생물은 안 쳐 준다 이건가.
나름의 기준이 있다.
그 뒤에 떠오른 대진은 또 시청자들을 갈등에 빠지게 만들었다.
[시초(시은+초록) vs 초우(초록+우영)]둘 다 내가 끼어있다.
-와 ㅁㅊ
-이게 여기서 붙는다고??
-나는 못 고른다.. 나는 못 골라…
-시초 아니냐.
-근데 또 시초를 누르려 하면 우영이가 눈에 아른거림 ㅠㅠ
-다들 과몰입 씨게 했네 ㅋㅋㅋ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소킹의 선택은??
-ㄷㄱㄷㄱㄷㄱㄷㄱ…
“후…”
숨을 길게 몰아쉰 소킹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중에 가장 어려운 대진이네요. 이건 하나하나 뜯어봐야 결정을 할 수 있겠어요. 우선 시초 케미…”
벌써부터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미치겠네.
당사자인 주제에 이렇게 과몰입하고 있는 게 우스우면서도 끊을 수가 없었다.
“일단 시초케미. 이름 그대로 거의 연두튜브 시초부터 함께했던 시은이죠? 특히 연두랑 초록님이랑 케미가 장난이 아니고요. 흐으.. 저는 아직도 동물원 때 시은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초록님한테 서서히 마음을 여는 그 과정… 저는 그때 잠깐이지만 초록님과 물아일체가 됐습니다.”
“다음은 초우케미. 시은이에 비하면 비교적 늦긴 했지만 혜성처럼 등장한 우영쿤! 초록님과 작화 파트너로 엄청난 활약을 하며 연두부에게 눈도장을 찍었죠? 마찬가지로 연두랑 초록님이랑 엄청난 케미를 자랑하구요. 우영쿤의 매력은 컨셉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기믹을 가려낼 수 있는 선구안이 있거든요.”
-과몰입 미쳤네 ㅋㅋㅋ
-이 남자.. 설명이 맛있다…
-초록님한테 자기 투영한 거 리얼 꿀밤마렵네 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상상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근데 포인트 진짜 잘 짚는다. 동물원 때 05시즌 시은이는 레전드긴 했지.
-우영이 컨셉 아닌 것도 ㅇㅈ.
-애초에 기믹이면 진작에 들통났음 ㅋㅋ 진짜 성격이라 매력있는 거지.
-그래서 누구냐고 ㅋㅋㅋㅋㅋ
나도 섣불리 어느 한쪽을 고를 수 없었다.
시은이와 우영이 둘 다 함께한 시간이 너무 많았으니까.
‘차라리 제삼자가 낫지.’
당사자 입장에서 고르기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안 하길 잘했네, 이거.
그와 별개로 소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탁!
그때 들려오는 소리.
소킹이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소리였다.
-깜짝이야.
-무지성 샷건 뭔데.
-책상한테 사과해라.
올라오는 채팅에도 개의치 않고 소킹은 말했다.
“여러분.. 저 정했습니다.”
마음을 정한 듯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