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52)
652화. 종이비행기
연두튜브 케미 이상형월드컵.
소킹의 영상은 실시간 인기 동영상에 들며 생각 이상으로 화제를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접했다.
연두의 주변 인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제나처럼 이불 속에 숨어서 샐샐대며 영상을 보는 아이.
다름 아닌 유리였다.
“키야, 초유..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케미죠?”
맞지, 맞지.
그런 생각을 하며 끄덕이던 유리는 아차 하고 고개를 휙휙 저었다.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건데.
높이 올라간 사실이 좋을 뿐, 딱히 기쁘거나 한 건 아니다.
“아직도 저는 원스타 들어가서 한 번씩 봅니다. 버스킹 때 유리랑 초록님 투샷. 그건 진짜 언제 봐도 레전드거든요.”
맞지, 맞지.
자기도 모르게 유리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 전에 그 사진을 찾아봤으니까.
오늘도 보고 잘 생각이고.
‘.. 내가 예쁘게 나왔으니까.’
딱히 케미가 좋다거나 한 이유는 아니었다.
…… 정말로.
그렇게 필사적으로 속마음을 부정하던 유리의 표정이 어느 순간 굳었다.
달칵.
화면 속 아저씨가 선택한 건 초유케미가 아닌 연시케미였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꼭 선택할 것처럼 초유케미를 칭찬해 놓고.
‘연시케미가 뭐가 좋다고……’
자연히 머릿속에 떠오른다.
서연두와 연시은이 함께 있는 모습이.
그러다 보니 오리처럼 튀어나온 입이 서서히 들어간다.
“.. 짜증 나.”
졌다는 사실이 분하긴 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쟁쟁한 후보들을 꺾고 4강에 올랐다는 사실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저씨와의 케미가.
그때 문밖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민유리! 또 엄마 핸드폰 가져갔니?”
“…!”
빛의 속도로 영상을 끄고 유리는 자는 척을 했다.
남은 영상은 다음에 봐야 할 거 같았다.
안 봐도 1등은 예상이 가지만.
한편, 유리보다 더 입이 삐죽 튀어나온 아이가 있었다.
“이 아저시 싫어!”
레나도 같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
갑작스런 딸의 외침에 깜짝 놀란 하파엘이 얘기했다.
“왜 그러니, 레나?”
“이 아저시가.. 나 떨어트렸어…”
“응?”
톡 건드리면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이다.
어리둥절한 하파엘.
떨리는 눈동자를 머금고 레나는 얘기했다.
“아빠..”
“응, 레나.”
“나랑 아저시 케미가.. 미뉴리랑 아저시보다 별로야..?”
떨어진 것도 떨어진 거지만 더 멘탈에 타격이 큰 이유가 있었다.
8강 대진은 이러했다.
초레 vs 초유
운명의 장난일까.
8강에서 맞붙은 레나와 유리였다.
많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초유케미가 4강에 올라갔고.
“.. 파핫!”
뒤늦게 정황을 파악한 하파엘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그게 그렇게 서운하니, 레나?”
“미뉴리한테는 아무것도 지기 싫단 말이야. 그리고……”
“그리고?”
말이 나오려다 멈췄다.
그걸 얘기하면 아빠가 서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이미 늦었다.
딸과 마찬가지로 입이 삐죽 튀어나온 하파엘.
“레나는 아빠보다 연두 아빠를 더 좋아하는 거 같구나.”
“아, 아니야!”
“정말?”
“미뉴리한테 져서 그런 거야! 아빠가 더 좋아!”
포옥.
레나가 하파엘에게 안겨들었다.
자연히 번지는 미소.
주원과 마찬가지로 딸바보 아빠답게 딸의 애교는 참을 수 없는 그였다.
“너무 서운해하지 말렴.”
“.. 응?”
“다른 사람 생각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레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거지.”
“레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래.”
아빠 말이 맞았다.
레나는 초레케미가 초유케미에 조금도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레나를 쓰다듬으며 하파엘이 말했다.
“연두 아빠를 좋아해도 된단다.”
“.. 정말?”
“응,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아저시 좋아하면, 아빠 레나한테 안 삐져?”
“안 삐져.”
빙긋 웃으며 하파엘은 덧붙였다.
“대신, 아빠보다 더 좋아하는 건 안 된다?”
활짝 웃으며 레나는 대답했다.
“알겠서!”
“좋아! 그럼 우리 기분 풀 겸 꿀떡 먹을까?”
꼴깍.
꿀떡 얘기만 나와도 침샘이 반응하는 레나.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는 시은이였다.
결승까지 올라간 시은이지만, 좋은 와중에도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레나랑 비슷한 이유였다.
결승에서 진 건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연두와 아저씨의 케미는 어차피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인정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얄미운 오빠한테 128강에서 진 건.
그러다 보니 궁금해졌다.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할까.’
유치한 마음이라는 건 알았다.
아저씨가 한 것도 아니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따질 만한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상했다.
어느샌가 핸드폰 화면에는 아저씨 번호가 떠올라 있었다.
처음이었다.
엄마가 옆에 없을 때 아저씨에게 전화하는 건.
뚜. 뚜.
울리는 통화연결음.
이윽고 연결음이 끊기고 시은이는 짤막하게 한 마디를 뱉었다.
“.. 아저씨.”
***
“.. 아저씨.”
세연씨 번호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시은이였다.
호칭도 그렇고.
“시은이니?”
“네.”
얼마간 침묵이 일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보니 나도 얼떨떨한 탓이었다.
유리한테는 실수로 전화가 자주 걸려오긴 했지만.
“무슨 일 있어, 시은아?”
먼저 물꼬를 텄다.
무슨 말이라도 먼저 해야 대화가 될 거 같았으니까.
“.. 아니요. 아무 일도요.”
“그럼?”
조금은 어색하게 되묻는다.
“연두는요?”
“연두랑 통화하고 싶어서 전화했구나? 어쩌지, 연두 지금 자고 있는데.”
“아.”
또 침묵이 이어졌다.
전화를 끊지 않는 걸 보니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그런 생각에 재차 입을 떼려는데,
“봤어요?”
“응?”
“이상형 월드컵!”
다소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
그건 그렇고, 이상형 월드컵이라 하면 떠오르는 게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그 영상을 시은이도 본 건가?
“연두튜브 케미 이상형월드컵 말하는 거야?”
“.. 네.”
왜인지 잔뜩 수줍어하는 목소리다.
“응, 봤어. 시은이도 봤니?”
“네.”
“그랬구나. 연시 케미가 2등했던데. 축하해.”
뭔가 우습긴 했다.
이게 축하할 일이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나름 월드컵에서 결승까지 올라간 거니까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겠지.
“아저씨도요. 1등 축하해요.”
“고마워.”
어색한 축하를 주고받고 다시 흐르는 정적.
이번에는 길지 않았다.
엄마는 어디 있냐고 물으려는데, 시은이가 먼저 입을 뗐으니까.
“근데 떨어졌어요.”
“응?”
“그……”
어렵사리 덧붙이는 말.
“…… 시초케미.”
뭘 얘기하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뗐다.
“맞아, 되게 아쉽게 떨어졌지.”
“시청자 투표에서는 이겼어요. 그러니까 진 건 아니에요.”
“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128강에서 진 게 분했나 보다.
다른 것보다도 상대가 우영이인 걸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시은이와 우영이는 앙숙 관계니까.
서로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만나기만 하면 불이 붙는 사이긴 하지.
“아저씨는요?”
“응?”
“.. 그냥 궁금해서요. 아저씨는 어떤 케미가 더 좋은지.”
맙소사.
제삼자가 한 이상형월드컵에도 이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이게 무서웠던 건데.
잠깐 생각을 가다듬은 나는 얘기했다.
“.. 글쎄.”
“네?”
“대답하기 어렵네. 어느 한쪽을 골라서 다른 한쪽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거든.”
말 그대로였다.
시은이가 원하는 답은 아닐지 몰라도 사실대로 얘기하는 게 좋을 거라 판단했다.
그 뒤에 나는 덧붙였다.
“근데 시은아.”
“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어떤 말이요?”
“시은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저씨도 시초케미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
또다시 침묵.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 흣.”
들려오는 자그마한 웃음소리.
뒤에 이어진다.
“아닐 수도 있잖아요.”
“응?”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장난기 섞인 목소리였다.
그런 만큼 나도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괜찮아.”
“네?”
“시은이가 어떻게 생각하든, 아저씨는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
“그리고 비슷하지 않을까? 연두랑 시은이가 다퉜을 때랑.”
의미는 간단했다.
세상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면서도, 혹시 서로의 마음이 바뀌었을까 봐 불안해했던 그때처럼.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거다.
시은이도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을 거라는 뜻이 내포된 말.
이윽고 들려왔다.
“.. 끊을게요.”
“갑자기?”
“네, 안녕히 주무세요.”
툭.
잘 자라는 말은 듣고 끊지.
끊긴 전화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나는 피식 웃음 지었다.
모처럼 즐거운 통화였다.
***
여름방학을 앞둔 마지막 주말.
“준비됐어, 연두야?”
“네에!”
한여름인 걸 고려하면 선선한 날씨였다.
바람도 솔솔 불고.
햇빛도 그리 뜨겁지 않았다.
‘이런 날에 집에 틀어박혀 있는 건 죄라고 봐도 무방하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 모양이다.
세연씨에게 연락이 왔다.
나들이를 가는 게 어떠냐고.
처음에는 그렇게만 갈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멤버가 불어났다.
‘레나, 유리, 하연이, 월이, 성우, 민우, 그리고 지우까지.’
음악동아리 선배인 유준이와 힙합소년 선재까지 연락이 닿았다.
유일하게 못 오는 아이는 현우였다.
불운하게도 이런 날씨에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안쓰럽기도 하지.
어쨌거나 거의 열 명에 달하는 대규모 나들이가 되어버렸다.
‘잔뜩 신났지.’
그래서일까.
나들이가 확정된 시점부터 연두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준비물도 있었다.
다름 아닌, 바로 이 녀석이었다.
“헤헤..”
배시시 웃는 연두를 보며 물었다.
“마음에 들어, 연두야?”
“네!”
야심차게 준비한 물건을 조심스레 손에 잡고서 얘기한다.
“꼭 일등 할 거예요!”
그래서 그게 뭐냐고?
오늘 나들이의 필수템인 종이비행기였다.
학부모끼리 합의를 통해, 각자 종이비행기를 하나씩 접어오기로 했다.
“좋아, 그럼 출발하자.”
“.. 네!”
목적지는 근처 공원이었다.
길게 늘어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수풀이 우거진 공터가 나온다.
종이비행기를 날리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연두는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서 만나서 걸어가기로 했지.’
일등으로 도착한 건가.
나란히 선 채로 우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먼저 일행을 발견한 건 연두였다.
“레나야!”
레나가 하파엘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총총 달려오는 레나.
운명의 장난처럼 다음으로 도착한 건 유리였다.
“.. 훗.”
오자마자 레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다.
표정을 찡그리는 레나.
“.. 왜 우서, 미뉴리.”
“안녕, 8강에서 떨어진 이레나.”
맙소사.
유리도 그 영상을 본 게 틀림없다.
레나 표정을 보니, 영상을 본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타격이 꽤나 커 보인다.
“투표에서는 내가 이겼서!”
“어쩔티비.”
“.. 뭐?”
“모르면 됐고. 요즘 유투브에서 유행하는 건데 그것도 모르는구나?”
“무슨 말이냐구!”
“저쩔티비.”
저건 뭘까.
어디서 상당히 킹 받는 유행어를 배워온 유리였다.
그러다 레나가 손에 든 종이비행기를 슬쩍 보더니 풋 소리를 내며 얘기한다.
“설마 그걸 가져온 거야? 그렇게 작아서 날아가기나 하겠니? 오늘도 나한테 지겠네.”
“안 질 거거든!”
괜히 미안하네.
내가 한 이상형월드컵도 아닌데 이렇게 불화의 씨앗이 된 걸 보니.
간신히 중재하고 난 후에 일행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슈우웅!”
간만에 민우도 함께했다.
비행기를 잡고 마구 뛰어다니며 소리친다.
“내 비행기는 하늘을 뚫을 비행기다! 오오오!!”
“…”
여전히 변한 게 없다.
그런 민우를 보며 어머니는 못 말리겠다는 듯 웃음 짓는다.
어느새 모두 도착한 일행.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오늘 규칙 다들 기억하고 있죠?”
하파엘이 운을 띄웠다.
오늘의 규칙.
종이비행기 대결을 해서 순위에 따라 산책하는 동안 서열을 정하기로 했다.
간단히 말해 1등은 왕이 되는 셈이다.
‘꼴찌는 서열 최하위가 되는 거고.’
하파엘의 말에 또 한 번 유리와 레나의 눈빛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절대 서로에게만큼은 질 수 없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 속에서 도착한 목적지.
“햐.”
절로 감탄이 나오는 장소였다.
쭉 뻗은 공터.
마침 바람까지 솔솔 불어서 종이비행기 대결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아, 참. 말하지 않은 게 있다.
대결에 참여하는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학부모들의 손에도, 그리고 내 손에도 비행기가 들려 있었다.
‘즉, 지면 아이들보다 서열이 낮아질 수 있다는 거지.’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여덟 살 열 살 아이들한테 지겠는가.
망해도 상위권이라는 마인드였다.
그 사이 하파엘이 말을 받는다.
“좋습니다! 바로 시작하죠! 다들 준비됐지, 얘들아?”
“네!”
“응, 준비됐서!”
연두도 종이비행기를 손에 들고 힘껏 대답한다.
“준비 됐어요..!”
그렇게 시작됐다.
오늘 하루의 서열을 정할 대규모 종이비행기 대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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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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