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56)
656화. 따끈따끈
“왕이 넘어지면 뭔지 알아? 헤헤…”
“…”
민우둥절한 상황이었다.
생각했던 말과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었으니까.
왕이 넘어지면 뭐냐니.
“왕이 넘어지면?”
“.. 응!”
이게 넌센스 퀴즈라는 것조차 민우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민우는 정답 무차별 난사를 시작했다.
“넘어진 왕?”
“땡.”
“왕이 넘어지면.. 부끄럽다!”
“땡.”
“왕이 넘어지면.. 아프다!”
신개념 풀이법이었다.
전부 말이 된다는 게 포인트였지만.
그래서인지 연두도 ‘땡’을 외치면서도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끙.
반복되는 오답.
이쯤 되니 민우는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든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파지직.
구겨지는 비행기.
발까지 동동 구르며 민우는 소리쳤다.
“모르겠어!”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사실상 넌센스 퀴즈라는 걸 모르고 있다면 맞히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민우는 재차 입을 뗐다.
“뭔데? 왕이 넘어지면..”
“.. 흣.”
또 한 번 혼자 웃은 연두는 입을 뗐다.
“킹콩!”
“엥?”
“왕이 넘어지면.. 킹콩이야..!”
킹콩.
거대고릴라 괴물이 민우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왕이 넘어지는데 왜 그 괴물이 된다는 건지.
“왜? 왕이 넘어지면 왜 킹콩인데?”
벌써부터 연두는 설명해줄 생각에 신나 있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창의력을 길러주는 초등 넌센스 퀴즈!]그 책을 펼쳤을 때 처음으로 나온 게 방금 민우에게 낸 문제였다.
처음에는 연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왕이 넘어지면 킹콩이라는 건지.
그럴 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책 속에는 그림과 설명이 이해하기 쉽게 들어있었다.
“그러니까……”
책에서 본 그대로 연두는 설명을 시작했다.
왕은 영어로 킹이다.
“킹이 넘어질 때.. 콩 소리를 내면서 넘어지는 거야!”
“…”
“그러니까 정답은 킹콩인 거야!”
설명을 마친 연두가 또 웃음이 터진다.
그렇다.
지금의 연두는 넌센스 퀴즈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의 민우.
“킹콩…”
그런데 말이 됐다.
연두 말대로 왕은 영어로 킹이고, 넘어질 때 콩 소리를 내며 넘어지니까.
합치면 킹콩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뒤늦게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킹콩.. 와하핫! 킹콩!”
구겨진 종이비행기를 손에 들고서 민우는 냅다 달려갔다.
동시에 외치는 소리.
“왕이 넘어지면 킹콩이다! 우와아!!”
“…”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연두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럴 만도 했다.
민우를 시작으로 다른 친구들에게도 같은 넌센스 퀴즈를 내려던 참이었으니까.
저대로면 정답을 모두에게 알리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곧 연두는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 괜찮아!’
아직 문제는 많았다.
책 없이도 기억하고 있는 것만 열 개는 됐다.
쿡쿡 웃으며 연두는 걸어갔다. 또 퀴즈를 낼 친구를 찾으러.
“.. 시은아!”
“응?”
“추울 때 찾는 끈이 뭔지 알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실은 넌센스 퀴즈로 물들었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독 연두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책가방이 가득 찬 걸 보니, 곧 있을 방학으로 인해 짐이 많은 모양이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여름방학이니까.
어쩌면 연두 표정이 밝은 이유도 그 때문일 거 같았다.
“우리 연두, 기분이 되게 좋아 보이네?”
“히히.”
웃음으로 대답하는 걸 보면 보통 좋은 게 아닌 모양이다.
그 뒤에 연두는 입을 뗐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이거 봐라.
묻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먼저 얘기한다는 건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기분이 최고조일 때, 아니면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때.
지금은 명백히 전자의 경우였다.
“도서실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도서실?”
“네! 선생님이 책 세 권을 고르라고 했어요! 여름방학 동안에 읽을 책..!”
“그랬구나.”
그럼 저 책가방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세 권의 책이겠군.
신난 표정으로 연두는 말한다.
“도서실에서 한 권 조금 읽었는데……”
“읽었는데?”
“진짜진짜 재밌었어여…”
예상이 빗나갔다.
여름방학 때문이 아니라 책 내용이 재밌어서였구나.
궁금한데?
이렇게 연두의 텐션이 오르게 한 책이 뭘지.
“그 책이 뭔데, 연두야?”
대답 대신 연두는 살짝 고개를 든 채로 나와 눈을 맞췄다.
그러고선 말한다.
“아빠아..”
“응.”
“엄청 추울 때 있잖아여.. 눈도 내리고.. 추워서 몸이 이러케 떨릴 때…”
연기까지 해 주니 이해가 쏙쏙 됐다.
얼마나 추운 상태인지.
그와 별개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조금도 감이 오지 않았지만.
이어지는 말에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추울 때 찾는 끈이 뭔지 알아여..?”
갑작스러운 물음이었다.
짧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간단히 요약이 가능했다.
추울 때 찾는 끈.
입으로 발음해보니 비로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넌센스 퀴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추울 때 찾는 끈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다.
끈으로 몸을 동여매는 게 아닌 이상.
즉, 이건 단순히 생각해서는 맞힐 수 없는 문제라는 거다.
“흐흐.”
알 거 같았다. 연두가 읽은 책이 뭘지.
대충 넌센스퀴즈가 들어있는 내용의 책이 아닐까.
그리고 방금 떠올랐다.
어디선가 나는 연두가 방금 낸 문제를 본 기억이 있다는 걸.
“호오.. 추울 때 찾는 끈?”
짐짓 모르는 척을 하며 얘기했다.
“네에.”
“추울 때 찾는 끈이 뭐지? 도통 알 수가 없네.”
“헤..”
왠지 모를 뿌듯한 표정으로 연두는 말했다.
“못 맞혔어여!”
“응?”
“민우도, 시은이도, 레나도… 그리고 예나언니도 못 맞혔어여!”
“그랬구나.”
능청스레 덧붙였다.
“그래서 아빠도 못 맞힐 거 같아?”
“.. 네!”
“아빠는 알 거 같은데.”
연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진짜여?”
“응.”
반신반의한 연두의 표정을 본 나는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동시에 속삭였다.
“.. 따끈따끈.”
소름이 돋은 걸까.
그 자리에 선 채로 연두가 몸을 부르르 떤다.
한 발자국 떨어진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는 다르다구.”
“우아…”
뭔가 우습긴 하다.
넌센스 퀴즈 하나 맞혔다고 이렇게 연두로부터 선망의 눈빛을 받고 있다는 게.
심지어 전에 본 걸 기억하고 있던 거고.
‘뭐, 자신은 있지만.’
이런 종류의 문제를 맞히는 건 자신 있었다.
아직 놀라움을 머금고 있는 연두를 향해 나는 말했다.
“근데 연두야.”
“네에.”
“문제가 조금 잘못된 거 같긴 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두가 묻는다.
“왜여..?”
그럴 만도 하다.
맞혀 놓고 문제가 잘못됐다니 이상하잖아.
나는 씩 웃으며 얘기했다.
“아빠는 추울 때 따끈따끈 안 찾거든.”
“그럼요?”
“연두.”
“.. 으응?”
와락.
냅다 연두를 껴안은 나는 말했다.
“이렇게 연두를 꼭 껴안을 거니까. 따끈따끈은 필요 없어.”
“…”
그제야 연두가 배시시 웃음 짓는다.
“아빠..”
“응, 연두야.”
“빨리 겨울이 왔으면 좋겠어요…”
말뜻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마 지금이 겨울이었다면, 방금의 한 마디로 사르르 녹는 감각을 느꼈을 거 같다.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따끈따끈한 날씨긴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 여름이 서운해할 텐데……”
“아.”
뒤늦게 덧붙인다.
“여름도 좋아해여! 여름에도 연두는 아빠랑 꼭 붙어있으니까…”
“하하, 그치.”
사실 계절 같은 건 상관없었다.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운명공동체인 나와 연두를 떼어놓을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꼭 붙어있을 테니.
“아빠..”
내게 안긴 채로 연두가 귀에 속삭인다.
순간 기대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들려오지 않을까 하고.
그대로 돌려줄 생각으로 천천히 벌어지던 내 입은 그대로 다시 닫혀버렸다.
왜냐고?
“방은 방인데..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방이 뭔지 알아여..?”
또 넌센스 퀴즈라니.
좋아하긴 하지만 조금 실망한 건 사실이었다.
“가방.”
그래서 바로 맞혀버렸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모르는 척을 해 줘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삐진 상태니까.
또다시 벌어지는 연두의 입.
“우아아…”
내가 어리석었다.
역시 딸의 사랑은 스스로 쟁취해야 하는 법이다.
“연두야.”
“네.”
“다음 문제도 맞히면 아빠 볼에 뽀뽀해주는 거다?”
승부욕이 생긴 건지 연두가 세상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끝이 아니다.
“그다음 문제까지 맞히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콜?”
“.. 콜.”
쿨한 우리 연두.
이제부터는 진심모드였다.
어떻게든 맞혀주지.
집에 돌아갈 때까지, 넌센스 퀴즈는 그칠 줄을 몰랐다.
***
다음날이 됐다.
“후후.”
어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생각 이상으로 넌센스 퀴즈를 맞히는 데 재능이 있다는 걸.
괜히 평소에 아재개그를 좋아했던 게 아니다.
‘빨리 연두가 책을 더 읽어줬으면 좋겠네.’
어제는 아쉽게도 열 문제 정도밖에 맞히지 못했다.
내가 못 맞혀서가 아니다.
연두가 읽고 기억해서 낸 문제 수가 그 정도였던 거지.
주파고 모드로 전부 맞힌 결과, 수차례의 뽀뽀와 사랑한다는 말을 얻어냈다.
허나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원래 아빠라는 생물이 그랬다.
아무리 자식의 사랑을 받아도 부족함을 느끼는 게 아빠라는 존재였다.
밑 빠진 독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
수시로 채워줘야 한다는 말이다.
[넌센스 퀴즈에 중독된 연두!(short)]일찍 출근한 나는 유투브에도 짧게 영상을 올렸다.
보다시피 쇼트 버전이다.
최근 들어 내가 올리기 시작한 새로운 형식의 영상이었다.
‘짧게는 30초에서 길면 3분.’
평소 내가 업로드하던 영상 길이는 10분 전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괜히 쇼트 버전이 아니다.
영상 길이 말고도 다른 차이는 존재했다.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지.’
쇼트 영상의 특징이었다.
허나 가볍게 영상을 만들 수 있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우연히 쇼트 영상을 본 유저들이 구독자로 유입될 수도 있고.
특히나 외국인이 많았다.
‘그걸 의도한 건 아니지만.’
쇼트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는 하나였다.
그럴 때가 많았다.
10분 정도로 만들기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안 올리기에는 아쉬운 분량의 영상.
묶어서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어제의 경우도 그랬다.
그런 경우에 쇼트 영상을 활용하는 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연두부 반응도 무척 좋았고.
공식 업로드 영상 이외에도 또 하나의 활력소가 생겼다는 느낌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두기에는 아까운 영상들을 연두부와 공유할 수 있으니.
‘이번에도 되게 좋을 거 같아.’
벌써부터 반응이 예상이 갔다.
편집하면서 느끼기에, 지금껏 올린 쇼트 영상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었으니까.
의외로 궁합이 장난이 아니었다.
연두와 넌센스 퀴즈는.
“좋아.”
업로드를 마친 나는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출근 시간이었다.
오늘은 일주일간의 단기 휴가를 마치고 다시 출근하는 날이었으니까.
끼익.
문이 열린다.
함께 들어오는 서도연과 한경우.
“어,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초록님.”
“네, 오랜만입니다.”
뒤이어 한경우와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차례로 들어오는 팀원들.
정시에 맞춰 온 최표식을 마지막으로 팀원들이 전부 모였다.
“잠깐 미팅룸으로 갈까요? 모두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요.”
“네!”
“네, 초록님!”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이렇게 팀의 수장으로서 모두를 주도하는 느낌이.
그래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고맙게도 다들 잘 따라주고 있고.’
테이블을 둘러싸고 팀원들이 모였다.
오늘의 안건은 하나였다.
모니터에 화면을 띄우며 나는 모두를 향해 입을 뗐다.
“여러분한테 공유할 게 있습니다.”
모니터를 본 팀원들이 저마다의 반응을 보였다.
“이게 뭔가요, 초록님?”
“메일함 같은데요.”
“저기 보면 스튜디오 초록이라 쓰여있어요! 영어로!”
그 말대로였다.
내가 모니터에 띄운 건 ‘스튜디오 초록’의 메일함이었다.
판단이 섰다.
이제 비로소 이 보물창고를 팀원들에게 공유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이건 스튜디오 초록의 메일함입니다.”
스튜디오 초록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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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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