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70)
670화. 이든 완전체
드디어 찾아온 이든 촬영날.
여름옷과 가을옷.
촬영은 총 두 번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인 여름옷 촬영날이었다. 지금 시즌에 딱 맞기도 하고.
‘한여름이니까.’
옷은 미리 전달받았다.
어젯밤만 해도 어떤 느낌으로 코디하는 게 좋을지 구상하다가 잠이 들었지.
그리고 찾아온 아침.
바로 집 밖으로 촬영에 나서는 건 아니었다.
“어서 와.”
나란히 들어오는 두 아이.
노엘과 레나였다.
그 옆에는 오늘 촬영을 도와줄 조력자 역할인 줄리도 있었다.
“줄리도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늘 그렇듯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줄리가 인사를 받았다.
노엘은 언제나처럼 무표정이었고.
‘.. 아니지.’
이제는 쓸 수 없는 표현이다.
무표정 말고도 노엘 하면 떠오르는 표정이 또 하나 생겼으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 웃음이 나를 향하지 않는 게.
“레나도 안녕.”
“안녕하세요오…”
왜인지 레나는 몸을 배배 꼬더니 연두를 향해 달려가 안긴다.
뒤이어 도착한 시은이까지.
“안녕.”
“응, 안녕.”
노엘과 시은이 사이에는 시크한 인사가 오갔다.
역시 결이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둘이 부딪힐 거 같은 느낌은 또 아니지만.
‘전부 도착했네.’
뒤에서 뚱한 표정으로 노엘을 지켜보고 있는 선동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로써 이든 모델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도착해야 할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띠리리.
마침 울리는 인터폰.
그 화면 속에는 반가운 얼굴이 떠올라있었다.
바로 문을 열어줬다.
“오랜만이야.”
“오빠!!”
여전한 텐션.
밝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아름이였다.
유아름.
영상편집 학원 동기이자, 뷰티 유투브 채널을 운영 중인 동료 크리에이터이기도 했다.
굳이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끼는 동생이고.
“잘 지냈어, 아름아?”
“완전 잘 지냈죠! 오빠랑 연두 보고 싶어서 안달 났던 거만 빼면요…”
“하하, 그랬구나.”
확실히 아름이는 승승장구 중이었다.
나와 인연을 맺었던 유투버 중에서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주연이가 있긴 하지만 유투버와는 거리가 머니까.
‘대표적인 뷰티 채널로 자리 잡았지.’
요즘 말로 덕업일치가 된 케이스다.
원래 좋아하던 뷰티 및 메이크업 콘텐츠로 보란 듯이 성공했으니 말이다.
틈만 나면 아름이는 내 덕이라며 비행기를 태우긴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루하루 완전 행복해 죽을 거 같아요. 전부 오빠 덕분이에요, 흐흥.”
아름이 특징이었다.
기분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표현하는 데 조금의 거리낌도 없다고 해야 하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했다.
구독자들 눈에도 그 투명함은 그대로 비치니까.
“원래 엄마가 저 뷰티 유투버 한다고 했을 때 그랬거든요. 그런 건 연예인처럼 예쁜 애들이나 하는 거라고. 너처럼 예쁜 것보다 조금 못난 애는 성공 못 한다고.”
“.. 풋.”
실례지만 웃음이 나왔다.
예쁜 것보다 조금 못났다는 아름이 어머님의 디테일한 표현 때문이었다.
역시 괜히 아름이가 끼가 있는 게 아니구나.
어머님을 닮았네.
“그런데?”
“아빠가 그러는데 이제는 어딜 가나 제 자랑하고 다닌대요. 우리 딸이 유아름이라면서. 유아름이 누구냐고 물으면 유투브도 안 보냐고 막……”
절로 입가에 번지는 웃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나도 엄마아빠가 있었으면 비슷한 얘기가 오가지 않을까 하고.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 연두였겠지만.’
어딜 가나 손녀 자랑이지 않았을까.
엄마는 몰라도 아빠는 확실히 그랬을 거 같다.
아들인 나한테는 엄격해도 손녀한테는 한없이 약했을 사람이니 말이다.
옅게 웃으며 아름이를 향해 말했다.
“어머니가 되게 귀여우시네. 근데 그 말은 틀린 거 같은데.”
“어떤 말이요?”
“예쁜 거보다 조금 못났다는 말. 아름이 너는 대놓고 예쁜 얼굴인데.”
화악.
빨개지는 얼굴.
나랑 마찬가지로 아름이도 칭찬 알러지가 있나 보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화제를 전환한다.
“오, 오빠. 그런데 연두는……”
슬쩍 비켜줬다.
그런 내 뒤에 서 있는 건 연두뿐만이 아니었다.
나란히 서 있는 연시레, 그 옆에 있는 노엘, 뒤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선동이까지.
벌어지는 아름이의 입.
“.. 와.”
그 틈으로 외마디 탄성이 새어 나왔다.
이윽고 반짝이는 눈.
그렇다.
“오빠.. 바로 시작하면 되죠?”
오늘 촬영을 위해 모신 유아름 선생님이었다.
***
“뷰티풀~”
아름이의 오프닝 멘트.
그에 따라 연시레도 손을 흔들며 덧붙였다.
“뷰티풀..!”
촬영을 제안한 건 나였다.
이 장면을 그냥 눈으로만 보고 넘기는 건 아쉽다고 생각했으니까.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도 모셨고.
‘제 채널에요?’
‘응.’
‘그, 그래도 돼요?’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격하긴 했지만 말이다.
‘어디 올리든 상관은 없지.’
꼭 연두튜브에 올리란 법은 없었다.
이건 오히려 연두튜브보다는 아름이의 뷰티 채널에 더 적합한 콘텐츠라고 판단했고.
그렇게 시작된 촬영.
프로 크리에이터답게 아름이는 능숙하게 멘트를 치며 진행했다.
‘장난 아니네.’
다시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금손이었다.
제약이 있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 만큼, 메이크업을 비롯해 쓸 수 있는 도구가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나 장인을 도구를 가리지 않는 법이었다.
사삭. 삭.
보기만 해도 쾌감이 일 정도의 손놀림이었다.
그에 따른 변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선동이도 어느새 입을 헤 벌린 채로 바라보고 있다.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줬다.
‘필수니까.’
아름이 유투브 구독자로서 짬이 있지.
이런 리액션 파트는 뷰티 채널에서 빠질 수 없는 앙꼬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고맙다, 선동아.
노엘은 무표정이지만 그냥 담았다.
‘얼굴이 재밌다고 했으니까.’
나 이주원.
구독자들의 반응은 군말 없이 수용하는 타입이었다.
그렇게 진행되는 스타일링.
메이크업도 메이크업이지만, 헤어 스타일링이 빛을 발했다.
‘나도 많이 배우긴 했지만.’
그런 나보다도 훨씬 섬세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아름이였다.
도구도 다양했다.
고데기부터 시작해서 헤어롤, 그리고 처음 보는 도구들까지.
그렇게 스타일링을 마친 연시레.
“.. 하하.”
절로 실소가 흘러나온다.
연두부식으로 떠오르는 주접을 말하자면 이 세상 비주얼이 아니다.
본판은 그대로다.
그런데 그 본연의 매력이 극대화된 느낌이다.
“우아…”
오랜만에 본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저런 표정을 짓는 연두의 모습은.
그러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아빠아..”
순간 이성을 잃고 카메라를 내팽개치고 껴안을 뻔했다.
시은이랑 레나도 다르지 않았다.
가장 리얼한 건, 그런 연시레를 넋 놓고 바라보는 선동이의 표정이었지만.
“후후.”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 짓던 아름이가 입을 뗐다.
“다음은 남자 모델인가요. 그럼 먼저……”
선동이가 넋이 나간 탓일까.
먼저 의자에 앉은 건 노엘이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몇 번이나 아름이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우와.. 헐…”
고장이 나 버린 아름이.
고개를 휙휙 저어 정신을 차리고선 본업을 시작한다.
아무리 아름이라도 애를 먹는 눈치였다.
‘건드릴 부분이 없잖아.’
그래도 아름이는 용케 할 일을 찾아냈다.
노엘은 세상 얌전했다.
의외로 얼굴에 손을 대는 것에 거부감이 전혀 없는 느낌이었다.
“후우.. 됐다.”
스타일링을 마친 노엘은 한층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영락없는 왕자님이다.
그대로 나오다가 선동이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스윽.
또 나왔다.
왜 이 웃음은 선동이를 볼 때만 나오는 걸까.
타이밍도 예술이다.
씩씩거리며 열을 내던 선동이는 앉자마자 아름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 누나.”
“응?”
“귀엽게 말고 멋지게 해주세요.”
이 녀석은 여기가 식당인 줄 아나.
세상 어려운 주문이다.
그런데도 아름이는 쿡쿡 웃으며 말을 받았다.
“확인! 그럼 지금 머리가 짧으니까 아이비리그컷 느낌으로 손질하는 게 어때, 선동아?”
“아이비.. 뭐라고요?”
“아이비리그컷!”
“그게 뭔데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데 선동이한테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선동이가 원하는 멋있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멋있는 스타일.
그 말에 선동이는 바로 미끼를 물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선동이는 이번 촬영으로 감자소년 이미지를 벗고 싶어 하는 거 같았지.
바로 스타일링이 시작됐다.
아이비리그컷은 옆머리 윗머리 볼륨을 최대한 죽이고 앞머리를 올리는 헤어스타일이었다.
‘확실히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어.’
헤어스타일만 놓고 보면 그랬다.
조금 걱정이 됐다.
괜히 선동이에게 안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꼴이 아닐까 하고.
그래도 훈수를 두지는 않았다.
이번 스타일링은 아름이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으니까.
‘생각이 있겠지.’
아름이에게도 생각이 있을 터였다.
진행되는 스타일링.
그에 따라 감자 같던 선동이의 머리에 입체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눈 꼭 감고. 뜨거우면 말해, 선동아.”
“예.”
드라이 과정.
뜨거운 바람으로 세팅된 머리를 고정하는 작업이었다.
눈을 꾹 감고 있는 선동이.
위이잉.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이기가 멈췄다.
“이제 눈 떠도 돼, 선동아!”
선동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커다래지는 눈.
거울 속 자신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선동이가 입을 뗐다.
“히야!”
스스로의 모습에 무척이나 만족하는 반응이었다.
뒤에서 나는 끅끅거리며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왜냐고?
‘미치겠네.’
내 눈에 비치는 거울 속 선동이는 마치 싹이 난 감자 같았거든.
더 귀여워졌다는 뜻이다.
***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선동이가 호박이라는 건 아니고.
귀여운 애는 뭘 해도 귀엽다는 뜻이었다.
‘받아들여라, 선동아.’
세상 만족스러운 표정의 선동이를 향해 마음속으로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떻게 보면 공평하다.
노엘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선동이처럼 귀여울 수는 없으니.
굳이 그런 노력을 안 할 거 같긴 하지만.
‘서로의 매력이 있는 거지.’
그 상반되는 매력으로 인해 이든 모델로 선동이와 노엘이 채택된 거고.
딱히 우열이 있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름이를 부르는 호칭이 금세 바뀌었다.
누나에서 선생님으로.
혹여나 머리가 망가질까 노심초사하며 선동이는 자꾸만 알짱거렸다.
노엘의 주위를.
“.. 훗.”
저 표정은 뭐냐고.
비스듬히 고개를 튼 채로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다.
아마 노엘이 멋있어진 자신의 모습을 봤으면 하는 거 같았다.
그 모습마저도 귀여운 게 포인트였지만.
슥.
노엘은 한 번씩 썩소를 돌려줄 뿐이었다.
진전이 안 보이는 둘의 관계.
왠지 모르겠지만 그런 둘을 바라보는 레나의 표정은 세상 심란해 보였다.
뭐라 해야 할까.
생각한 것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한 표정이다.
“헤헤..”
한편 연두의 시선은 선동이를 향하고 있었다.
“선동이오빠.”
그 말에 흠칫 몸을 떤 선동이가 고개를 돌렸다.
표정에 번지는 기대감.
그러나 그 기대와는 다른 말이 이어졌다.
“귀엽다…”
큰일이네.
생각은 했지만 일부러 입 밖에 뱉지 않고 있던 감상이었다.
충격에 빠진 선동이.
“내가.. 귀여워?”
“.. 네!”
“진짜?”
“응! 진짜진짜 귀여워요!”
“…”
아마 이 녀석뿐일 거 같다.
귀엽다는 칭찬을 듣고 이렇게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는 녀석은.
그래서일까.
처진 선동이의 모습에 연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모델 멘탈 보호 차원에서 내가 끼어들었다.
“그래, 연두야?”
“.. 으응?”
“아빠가 볼 때는 선동이 완전 멋있는데. 평소랑 이미지가 완전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꿈틀하는 선동이의 어깨.
그러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맞아요. 멋있어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시은이였다.
틀림없다.
내 말의 의도를 파악하고 맞춰준 거다.
그 사이에 어느새 연두 옆으로 간 아름이가 귀에 대고 뭐라 뭐라 속삭이고 있었다.
동그래지는 연두의 눈.
“.. 그리고 멋있어여!”
등을 돌린 선동이 뒤로 이어지는 연두의 말.
“아이비 컷이 참 잘 어울려요!”
“역시 이든 모델이에요!”
“빨리 멋진 선동이오빠랑 같이 촬영하고 싶어요!”
귀에 딱딱 꽂히는 연두의 목소리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아니, 무슨 국어책 읽냐고.
아무래도 아름이는 이런 코치에는 영 재능이 없는 거 같다.
이 정도면 아무리 선동이라고 해도 못 알아챌 리가 없잖아. 역효과가 날 게 뻔하다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선동이.
“…?”
그런데 웬걸.
선동이의 입꼬리는 하늘을 뚫을 것처럼 승천해있었다.
설마 통한 거야?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되어 먹은 단순함인 걸까.
“아저씨.”
“응?”
“빨리 촬영하러 가요. 저 머리 내려가기 전에.”
다시 시작된 헤어스타일 사수.
그렇게 시작됐다.
선동이와 노엘이 합류한, 이든 완전체의 첫 촬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