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71)
671화. 선동X노엘
따로 스튜디오를 잡는 게 아닌 만큼 이동수단은 자동차였다.
내 차에 모두 태울 수는 없었다.
‘5인승이니까.’
연시레는 커버가 가능했다.
허나 새 모델인 노엘과 선동이, 조력자인 줄리와 아름이를 태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모셨다.
오늘 촬영을 위한 이동을 도와줄 운전수를.
“오랜만이다, 준수야.”
다름 아닌 박준수였다.
연두튜브 내에서는 이름보다 감자삼촌으로 더 유명하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녀석이 미간을 찡그린다.
이 상황이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으로.
“야, 이주원.”
“응.”
“내가 누누이 말했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똥폼을 잡는 걸까.
다소 싸늘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어지는 말.
“나 네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녀석이라고.”
뭔가 이상하다.
맥락상으로는 그런 녀석 아니라는 말이 나와야 되는 거 아닌가?
착각이 아니었다.
녀석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러니까 자주 부르라고 했지. 근데 이렇게 오랜만에 불러?”
“푸흣.”
역시 달라진 게 없다.
말을 마친 뒤에 비로소 녀석은 감자삼촌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싸늘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연두야, 삼촌 안 보고 싶어쪄?”
“우리 시은이도 안 본 사이에 더 예뻐졌네.”
“레나는……”
가관이다.
학창시절 이 녀석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도무지 매치가 안 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있는 대로 주접을 떨다가 녀석은 선동이를 바라봤다.
“어이, 꼬맹이.”
말투는 물론이고.
연시레를 대할 때와는 목소리 자체가 다르다.
“.. 꼬맹이 아닌데요.”
“됐고, 연두튜브를 대표하는 감자는 나다. 알겠어?”
그러자 선동이가 응수한다.
“처음 들어보는데요, 감자삼촌.”
“.. 뭐라고?”
“저는 서울 왔는데 바로 감자소년이라고 알아봤는데요. 사람들이 감자소년은 알아도 감자삼촌은 모르던데요.”
세상 킹받는 말투였다.
준수가 반박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건 내가 요즘 연두튜브에 안 나와서 그러지, 요 녀석아.”
“저도 안 나왔는데요.”
“…”
팽팽한 기싸움이라 말하고 싶지만 양상이 일방적이다.
다소 우스운 장면이다.
분명히 감자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싶어했던 선동이인데.
뺏기기는 싫다는 건가.
“하, 하하…”
억지로 웃어 보이며 준수는 말했다.
“안 되겠다, 주원아.”
“응?”
“이 녀석은 내 차에 태울게. 촬영 전에 정신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야겠어.”
“하하, 그래.”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뒤에 자연히 멤버가 정해졌다.
내 차에는 연시레와 아름이, 준수 차에는 선동이와 노엘, 그리고 줄리.
“그럼 출발할까?”
“오케이.”
미리 봐 둔 촬영스팟이 몇 군데 있었다.
우리는 출발했다.
그중 첫 번째 스팟으로.
***
무더운 날씨였다.
그런 만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다.
야외촬영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면이 있지만, 촬영 전부터 땀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준수는 알아서 하겠지.
그 정도 센스는 있는 녀석이니까.
슥.
백미러를 통해 들어온다. 설렘에 가득 찬 표정이.
연두는 말할 것도 없고, 시은이도 평소 촬영에 비해 표정이 유독 밝아보인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레나는 왜 그러지?’
왠지 모르게 근심에 찬 표정이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
결국 나는 입을 뗐다.
“레나야.”
깜짝 놀란 레나가 몸을 들썩이더니 대답한다.
“네.”
“무슨 생각해?”
“아..”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레나가 말한다.
“선동이오빠랑.. 노엘이요.”
“둘은 왜?”
“차 같이 타서……”
이쯤 되니 연두와 시은이도 귀를 기울였다.
이어지는 레나의 말.
“노엘이 말했서요.”
“뭐라고?”
“선동이오빠랑 엄청 친해졌다고. 그런데……”
놀랄 만한 이야기였다.
집에 돌아온 노엘이 레나에게 선동이와 친해졌다고 얘기했다는 거다.
역시나.
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오해가 있는 게 분명했다.
‘레나는 걱정하는 거고.’
실제로 본 둘 사이가 들은 것과는 다르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연두의 얼굴에도 걱정이 떠오른다.
“아빠..”
그와 별개로 나는 큰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왜냐고?
둘 사이에는 줄리가 있으니까.
언어가 다른 만큼 오직 줄리를 통해서만 대화가 가능한 둘이었다.
‘싸우게 두지 않겠지.’
굳이 비유하자면 줄리는 지성이 있는 통역기였다.
게다가 준수도 있었다.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도 그 녀석이 어떻게든 해 줄 터였다.
“걱정하지 마, 얘들아.”
아이들을 안심시킨 후에 나는 말했다.
“근데 레나야.”
“네.”
“노엘이 그런 얘기는 안 했어? 선동이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노엘의 생각이 궁금했다.
대체 어떤 사고의 흐름으로 선동이와 친해졌다고 생각하게 된 건지.
아무리 되짚어봐도 으르렁거리던 모습밖에 안 떠오르는데.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어.’
그렇다고 노엘이 거짓말로 선동이와 친해졌다고 할 이유는 없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레나의 모습.
“모, 모르겠서요!”
왜일까.
빨개진 얼굴로 그렇게 외친다.
잘은 모르겠지만 더 물어보지는 않는 편이 좋을 거 같았다.
나는 운전대를 고쳐잡았다.
‘믿는다, 감자삼촌.’
친해지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부디 목적지까지 아무 일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
고오오.
차 내에 싸늘한 분위기가 맴돈다.
그 속에서 주원이 믿는 감자삼촌은 세상 흥미진진한 눈으로 백미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절로 벌어지는 입.
“오.. 오오..”
그렇다.
박준수는 세상 흥미진진하게 선동이와 노엘의 눈싸움을 관전중이었다.
눈싸움이라 하기에는 선동이가 대놓고 노려보는 거긴 했지만.
파직.
불꽃이 튄다.
얼마 후에 박준수의 입이 열렸다.
“노엘 승!”
“네?”
“선동이 네가 눈 먼저 깜빡였잖아.”
“눈싸움 한 거 아니거든요!”
“엥, 그랬어? 그럼 노엘을 왜 그렇게 뚫어져라 봐?”
말해봐야 입만 아플 거 같았다.
노엘을 바라보는 것도 그만두고 선동이는 창 밖을 응시했다.
한편 약이 오른 박준수.
‘.. 무시를 해?’
주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애같은 면이 있는 그였다.
박준수는 고민을 시작했다.
어떻게 이 얄미운 꼬맹이를 골탕먹일 수 있을지.
그 사이에 선동이는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깜빡이더니 이상행동을 시작했다.
척.
“음, 나쁘지 않고.”
척.
“좋아.”
척.
“이런 것도 괜찮겠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포즈를 취하기 시작한 거다.
그건 박준수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푸하핫!”
“…”
이어지는 폭소.
너무 대놓고 웃으니 더 말문이 막혔다.
“.. 왜 웃으세요?”
“방금 뭐 한 거야, 꼬맹아?”
“연습한 건데요.”
“무슨 연습?”
“모델 연습이요.”
“푸큽!”
그 말에 박준수는 다시 한번 배꼽을 잡았다.
그런 와중에도 운전대는 착실하게 잡고 있는 게 일류 운전수긴 했지만.
“혹시 선동이 네가 맡은 컨셉이 코믹이니?”
선동이는 확신했다.
이 아저씨는 자신을 놀려먹으려 하는 게 틀림없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자신이 취한 포즈들은 하나같이 멋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었으니까.
‘코믹은 무슨.’
그런 포즈를 보고서 코믹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뭐, 괜찮았다.
억지로 디스하는 거라는 걸 안다면 딱히 신경쓸 이유는 없었으니까.
선동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다 알아요.”
“응?”
“멋있어서 그런 거 다 안다고요.”
준수는 생각했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람.
끝이 아니었다.
“부러운 거죠?”
“…?”
“이든 모델을 하는 제가.”
자강두천.
서로 할 말만 하는 게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꼬맹아. 네가 나를 잘 모르나 본데, 내가 학교 다닐 때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 줄 알아?”
“몰라요.”
“대답하라고 질문한 게 아니라는 걸 알 텐데.”
“몰랐어요. 죄송요.”
“…”
까득.
순간 박준수는 전투본능이 되살아나는 감각을 느꼈다.
그러나 간신히 가라앉혔다.
촬영 전에 모델을 울릴 수는 없으니까.
“후우…”
그래도 박준수는 결심했다.
다음에 반드시 이 녀석을 말로 울리고 말겠다고.
철없는 감자삼촌이었다.
한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노엘이 넌지시 입을 뗐다.
“선동.”
당연한 얘기지만 대화를 알아들은 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조금 당황한 선동.
“어, 어?”
“나도 알려줄 수 있어? 어떻게 하는 건지.”
그렇다.
노엘이 선동을 부른 건 다름 아닌 앞서 선동이 취하던 포즈들 때문이었다.
그걸 보고 생각했으니까. 자기도 연습이 필요하겠다고.
이번에는 딱히 가감없이 줄리가 말을 전해줬다.
“포즈를 알려달라고?”
“응.”
그 뒤에 선동의 귀에 들려온 건 임팩트 넘치는 한 마디였다.
“멋있어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선동이.
머릿속에 몇 가지 생각들이 파편이 되어 떠다녔다.
-멋있다고 했다.
-노엘이.
-내 포즈가.
-알려달라고 했다.
왜 파편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순서를 맞춰 연결하면 한 문장이 완성됐다.
노엘이 내 포즈가 멋있다고 알려달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하나였다.
‘노엘이야.’
말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노엘이었다.
시종일관 자신을 비웃던 노엘.
얼마 지나지 않아 선동이의 입가에는 씩 웃음이 번졌다.
‘멋있어 보이긴 했나 보네.’
쫌생이같이 굴 생각은 없었다.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긴 하지만, 일에 관해서는 프로답게 임할 필요가 있으니까.
이건 그 일환이었다.
“그래, 나를 따라해 봐.”
“응.”
둘의 연습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
도착한 촬영 스팟.
옷을 갈아입은 연시레가 차례로 걸어나왔다.
나는 자연스레 입을 뗐다.
“선동이랑 노엘은 일단 촬영하는 거 구경할래?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야 하니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봐야 한 번 보여주는 게 빨랐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오겠지.
의도를 파악한 건지 선동이와 노엘도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이제는 프로 모델이 된 연시레였다.
비교적 늦게 합류한 레나도 완벽히 촬영에 적응한 상태이고.
첫 촬영 스팟.
이어질 스팟을 생각하면 가장 무난한 장소였다.
찰칵! 찰칵!
사람이 거의 없는 길거리.
지금껏 몇 번이나 애용한 장소이기도 했다.
“조금만 더 비스듬히 서 볼래, 시은아?”
“네.”
“연두랑 레나는……”
이제는 척하면 척이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내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 연시레였다.
그래서일까.
지켜보는 선동이의 입이 헤 벌어진다.
‘하긴, 새롭겠지.’
노엘도 이렇다 할 표정의 변화는 없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촬영하는 모습을.
“어떤 거 같아?”
“대박… 진짜 너무 예쁜데요?”
사진을 보고 감탄하는 아름이.
내가 보기에도 평소보다 더 A컷의 비중이 높은 거 같았다.
느낌이 좋다.
앞으로의 촬영도 순조로울 거 같은 예감.
“좋아, 다음은……”
이제 이든 남자모델의 첫 촬영을 개시할 차례였다.
그런데 웬걸?
방금까지만 해도 눈앞에 있었던 선동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노엘의 모습도.
‘옷도 없어졌어.’
첫 촬영을 위해 올려둔 옷도 함께 사라져있었다.
당황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있던 줄리를 향해 말했다.
“줄리. 혹시 아이들 어디 간지 알아요?”
내 물음에 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올려 가리켰다.
향하는 곳은 준수의 자동차였다.
왜 들어갔냐고 물을 틈도 없이 자동차 문이 열렸다.
덜컥.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모델 두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
자신감 가득한 선동이의 얼굴과, 의미를 알 수 없는 노엘의 말.
잘 모르겠다.
정확히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생각 못 했어.’
그야, 직접 옷을 매치한 입장에서도 이 정도로 잘 어울릴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서로의 장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코디.
자연히 확신했다.
연시레에 이어 오늘 또 하나의 레전드가 탄생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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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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