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95)
695화. 총출동
출근시간 전.
조금 이르게 스튜디오에 도착한 나는 팀원들을 기다리며 연두튜브에 들어갔다.
[연두의 서울 별 보러 가기!(feat. 밤하늘의 펄)]별을 보러 갔던 날.
그 날에 찍은 사진 몇 장을 원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와.. 비주얼 미쳤다.
┖이쯤 되면 연두랑 별의 조합은 과학이네.
┖과학? ㄴㄴ 마법임.
┖애초에 연두 자체가 별(star)잖아. 눈부시게 빛나(shine)니까.
┖말투 킹받아서 욕박으려다가 맞는 말이니까 봐준다.
┖별 하면 선동이도 빼놓을 수 없지 ㅋㅋㅋ
┖아 ㅋㅋ 그 레전드 영상. 그 영상 분위기 진짜 미쳤는데. 생각난 김에 또 보러 가야겠다.
┖저 그 영상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봄.
-근데 서울에 저런 장소가 있었냐?
┖그니까요.
┖배경도 예쁜데 그냥 그 배경 안에 연두가 있어서 그런 듯.
┖이거네.
┖맞음. 저 여기 가봤는데 이 정도의 임팩트는 없었음 ㅋㅋ
┖그래서 초록님.. 이 멤버로 별을 보러 갔는데 사진 몇 장으로 퉁치시려는 건 아니죠?
┖에이, 설마…
┖그건 며칠 굶은 맹견한테 쬐그마한 간식 하나 던져주는 거랑 똑같음. 그럼 그 맹견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걸 초록님은 잘 알 거라고 생각함.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광기가 느껴지는 댓글이었다.
뭐든간에 후속으로 업로드하지 않으면 정말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위협감이 들게 만드는.
그래서 올렸다.
다행히 그 날의 장면은 영상으로 남겨뒀으니까.
‘터널에 들어가는 장면부터 쭉 촬영했지.’
영상에서 배제했던 건 단 하나의 장면뿐이었다.
끝무렵에 할머니가 연두에게 했던 말.
‘뭘 고민해.’
‘으응?’
‘네 아빠 색시 될 사람 별이라도 되나 보지.’
사실 이제 감추는 건 의미없었다.
벌써 연두튜브를 시작한지도 3년 이상이 흘렀고, 그동안 등장한 건 나와 연두뿐이었으니까.
처음에는 그랬다.
일부러 연두 엄마를 노출시키지 않는 거라는 반응이 주류였다.
‘이제는 아니야.’
연두부도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초록연두구역에 사는 사람은 말 그대로 나와 연두, 그리고 누렁이뿐이라는 걸.
배려의 일환인지 댓글창에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그래서일까.
우스운 상황도 벌어졌다.
‘자꾸 등장한단 말이지.’
요즘 들어 자꾸 눈에 띄었다.
다른 유투버나 크리에이터가 올리는 영상의 썸네일에 버젓이 올라와있는 내 모습이.
[나라의 이상형 월드컵!(어차피 우승은…?)]딱히 보려고 보는 게 아니었다.
알고리즘이라는 녀석이 자꾸 검색하지도 않은 영상을 자꾸 피드에 띄워주는 거다.
그럼 인간인 이상 누를 수밖에 없다.
‘.. 나잖아.’
화면에 내가 떡하니 올라와있는데 어떻게 안 누르고 배기겠는가.
누르면 누가 때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영상을 보면 하나같이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콘텐츠는 거의 이상형월드컵 영상이었다.
전에도 몇 번 있었다.
이상형 후보에 내가 등장한 적은.
‘아.. 흑흑, 초록님은 임자가 있으시니까……’
그런 멘트와 함께 탈락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달칵.
내가 뽑히기 시작한 거다.
많고 많은 쟁쟁한 후보들 중에 내가 1위 후보까지 올라가는 것 자체가 의문이긴 하지만.
뒤따르는 시청자들의 반응.
-???
┖초록님을 뽑는다고?
┖나라님, 혹시 미치셨나요??
┖1위 후보까지는 그렇다 쳐도 1위로 고른다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공포의 히읗.
그런 반응에도 나라라는 스트리머는 능청스레 웃으며 대꾸했다.
어제 본 영상이긴 하지만.
“왜요? 이제는 꿈 정도는 꿀 수 있는 거 아닌가용? 무슨 남편후보도 아니구, 이상형월드컵 1위 정도는 뽑을 수 있는 거 아니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망치 가져와. 그 꿈 당장 깨버리게.
┖확실한 건 초록님이 이거 보면 질색할 듯. 볼 일도 없을 거 같긴 하지만.
┖감히 초록을 넘봐?
┖나라님. 초록님을 가지려면 전생에 나라, 아니 지구 정도는 구하셨어야 되거든요?
┖일단 1528392가지 조건 충족해야 되는데 감당 가능?
잘 모르겠다.
엄격한 연두부의 조건이 왜 연두뿐 아니라 있지도 않은 내 아내에게 적용되는 건지.
그 덕에 결정을 철회하긴 했지만.
“잘못했습니다.. 제가 꾸어서는 안 될 꿈을 꾸었습니다…”
보다시피 이런 부작용이 있었다.
되려 마음이 편한 것도 있고, 언제까지고 감출 수 없다는 것도 알았지만.
어쨌거나 그게 할머니 멘트를 제외한 이유였다.
다른 스트리머의 영상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연두튜브에서만큼은 언급되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감성 오진다.
┖어두운 터널 속을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별.. 미쳤따리…
┖선동이 패션 개웃기네 ㅋㅋ
┖둘 중 하나인 듯 ㅋㅋㅋ 초록님이 혼내줬거나, 선동이가 직접 주워입었거나.
┖후자라고 본다.
-연두 너무 귀여워 ㅠㅠ
┖하나하나 찾아주는 거 봐. 그 와중에 연두 별이랑 아빠 별은 붙어있다는 디테일까지…
┖진짜 연두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아 ㅋㅋㅋ 별 하나 더 있다는 초록님 말 웃기네.
┖근데 진짜 있음.
┖누렁이 별 아니냐?
┖안돼애!! 누렁이 별은 저렇게 흐릿하면 안 된다고!!!
┖전에 할아버지가 그랬는데 흐릿한 별은 앞으로 찾아올 인연이라고 그랬음.
┖???
┖그럼 Hoxy…?
나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아예 다 지웠어야 했구나.
결국 연두튜브에도 침투한 ‘연두 엄마 후보’ 댓글이었다.
***
그리 많은 건 아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댓글이긴 했지만 내 멘탈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방법을 찾아야겠어.’
혹여나 연두가 보게 되는 건 원치 않았다.
그 부분을 떼어놓고 영상 자체에 대한 반응만 보면 더할 나위 없긴 했지만.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 팀원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초록님.”
“일찍 오셨네요.”
활기찬 인사가 이어졌다.
그 속에서 출근시간에 맞춰 마지막으로 도착한 팀원은 서도연이었다.
퀭한 얼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초록님.”
“어서 와요.”
팀원들과도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런 서도연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한경우가 말을 건넸다.
“야, 너 괜찮아?”
“뭐가.”
“피곤에 찌든 표정인데. 마치 팀플에서 팀원들 몫까지 다 하느라 꼬박 밤을 새운 뒤에 잠들기 직전의 수석 서도연의 얼굴이라 해야 하나.”
내가 하려던 말이었다.
뒤에 이어진 찰떡같은 비유를 생각해내지는 못 했겠지만.
실소와 함께 서도연은 대답했다.
“.. 오버는.”
오버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과 더불어 풀리지 않는 숙제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자연히 감이 왔다.
뭘 하다가 밤을 새웠을지.
마음이 쓰였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기를 바랐으니까.
그런 성격이 못 된다는 건 알지만.
스윽.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차를 한 잔 우렸다.
오미자차.
지금 시즌에 맞기도 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 차였다.
그래서 나도 요즘 많이 마시고 있고.
툭.
내려놓은 곳은 도연씨 책상 위였다.
“.. 초록님?”
고개를 든 그녀를 향해 말했다.
“피곤하면 쉬어도 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요.”
“아…”
두 손으로 컵을 쥔 서도연이 중얼거리듯 말한다.
“감사합니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한경우가 다소 오버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며 말한다.
“오오! 초록님이 손수 타 주신 차.. 이건 귀한데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받았다.
“하하, 그렇게 말하면 평소에 절대 안 타 주는 거 같잖아요.”
주고받는 대화.
다행히 조금은 웃음이 번지는 서도연의 입가였다.
후룩.
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말한다.
“.. 맛있다.”
재차 힘들면 쉬라는 말을 남기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각사각 소리밖에 들리지 않던 스튜디오 내부에 외마디 소리가 섞여들었다.
“.. 어?”
서도연 쪽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건 뚝뚝 떨어지는 붉은색 액체였다.
“뭐야!”
놀란 한경우의 목소리.
그 말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놀란 듯 목소리를 뱉는다.
“어, 어떡해!”
“여기 휴지 있어요! 빨리!”
“괜찮아요, 도연님?”
기어코 코피를 터트리고 마는 서도연이었다.
***
오늘은 레슨날이었다.
동시에 콩쿨곡을 정하는 날이기도 했다.
저번 레슨이 끝나기 전에 이은경이 한 말이 있었으니까.
‘다음 레슨시간에 콩쿨곡을 정할 거란다. 콩쿠르는 방학이 끝난 뒤가 되겠지만.’
그래서인지 연두의 마음은 벌써 설렘으로 부푼 상태였다.
콩쿠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의 지정곡을 연주하는 콩쿠르와, 자유곡으로 경쟁하는 콩쿠르.
이번 콩쿠르는 후자였다.
“준비 다 했어, 연두야?”
“응! 시은이는..?”
“나도.”
시간에 맞춰 하파엘이 집 앞으로 데리러 오기로 한 상태였다.
외출준비를 끝낸 연두와 시은이.
둘을 본 민홍임이 저만치 떨어져있는 선동이를 보더니 말했다.
“넌 빨리 준비 안 하고 뭐하고 있어?”
“하, 할 거예요!”
정작 연두보다 더 긴장한 표정이었다.
왜냐고?
그야, 오늘은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처음으로 노엘을 보는 날이었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집에 있을까 생각도 했다.
‘.. 그럼 못 보잖아.’
혼자 따분하게 집에 있는 것도 싫었지만 더더욱 싫은 게 있었다.
피아노치는 연두를 못 보는 것.
특히나 콩쿨곡을 연주하는 연두의 모습은 꼭 보고 싶었다.
“.. 흐헤.”
상상만 해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천사같겠지, 분명.
그리고 비겁한 행동이었다.
마주보고 사과할 용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만남을 피하는 건.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어. 그럴 때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돼.’
‘…’
‘방금 선동이는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간 거야.’
아저씨 말대로였다.
진정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려면 오늘을 피해서는 안 됐다.
무엇보다도 싫었다.
사과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할머니랑 똑같은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으니까.
“안 돼!!”
“뭐, 뭐야!?”
급발진한 선동이는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었다.
“가요, 빨리.”
“이 놈의 새끼를 그냥……”
때릴 기운도 없다는 듯이 혀를 찬 민홍임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데려다주는 건 집 앞까지였다.
아이들을 본 하파엘이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도 같이 가시는 거죠?”
“됐어. 내가 같이 가서 뭐 한다고……”
재차 권하는 하파엘.
그러자 옆에서 연두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받는다.
“같이 가여, 할머니…”
시은이도 고개를 끄덕인다.
자연히 다음이자 마지막 순번은 선동이였다.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보고, 큼큼 헛기침을 뱉더니 입을 뗀다.
“저도 너무 같이 가고 싶죠.”
뭔가 뉘앙스가 이상했다.
“그런데 정 할머니가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같이 가자고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거 같아서, 오늘은 우리끼리 가고…… 억!”
꽁.
머리를 쥐어박힌 선동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할머니는 이미 차 안에 타 있었다.
“너 이 놈의 새끼 얄미워서라도 가야겠다.”
“.. 예? 가기 싫다면서요!”
“시끄러워!”
즉효약이었다.
선동이의 활약(?)으로 동행하게 된 할머니.
쿡쿡 웃으며 연두와 시은이가 차에 타고, 그걸 확인한 하파엘도 웃음을 머금고 운전석에 탑승했다.
이윽고 울리는 시동음.
“그럼 출발할게요!”
아이들과 더불어 할머니까지 총출동했다.
집결지는 레나네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