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
7화. 출근
깩깩깩깩깩깩!
언제나처럼 빌어먹을 알람이 울린다.
잠이 많은 편이라 최대한 괴랄한 알람을 설정해 놓은 탓이다.
안 일어날 수가 없어서 좋긴 한데, 부작용은 아침마다 열이 받는다는 것.
더군다나 어제 여기저기 너무 돌아다녀서인지 오늘은 유독 피곤하다.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는데도.
“으으..”
망할 오리 새끼를 잠재우기 위해서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 했다.
내 배 위에 있는 하얗고 자그마한 손을 보기 전까지는.
맞다. 나 혼자 잔 게 아니었지. 연두랑 같이 잠이 들었구나.
일어났는데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알람 소리 때문에 오른 혈압이 단번에 내려가는 기분이다.
‘어떻게 이렇게 잘 자지?’
오리가 미친 듯이 깩깩대는데도 연두는 새록새록 잘 잔다.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도저히 깨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몸을 흩트리지 않고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후우..’
다행히 알람을 끄는 데에 성공했다.
오리가 잠잠해진 후, 나는 그대로 다시 누워 버렸다.
그리고 나를 껴안은 채 잠들어 있는 연두를 바라봤다.
‘진짜 천사가 따로 없네.’
일어날 때의 부작용이 하나 더 생긴 거 같다.
옆에 이렇게 잘 자는 아기가 있다면 일어나기 싫어진다.
그것도 이렇게 예쁜 딸이라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딸.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빠미소가 지금 내 표정일 듯하다.
찰칵.
결국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지금의 연두가 자는 모습을 남겨두고 싶었으니까.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남는 건 사진이다.
이렇게 말하긴 하지만 나는 사진 찍는 거 엄청 싫어한다.
찍어줄 사람도 없고.
‘안 되겠다.’
이대로면 다시 잠에 빠져들 거 같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르바이트에 갈 준비를 해야 했고, 그동안 연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했다.
일부러 알람을 빨리 맞춰두긴 했지만, 그래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사락.
이불을 조심스레 걷어내고 연두의 팔을 내 몸에서 살짝 내려놨다.
알람 소리에는 미동도 없던 연두가 눈을 살짝 찡그린다.
찡그리는 표정마저 사랑스러운 건 안 비밀이다.
“흐읍..!”
일어나서 기지개를 켠 후, 나는 바로 핸드폰 전화번호부에 들어갔다.
어젯밤에 연두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혼자 집에 둘 수는 없었다.
미국에서는 그거 아동학대라고 들었다.
‘어차피 내가 불안해서 그렇게 못하고.’
마음 같아서는 종일 같이 있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아르바이트하는 동안 연두를 맡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어린이집이었다.
‘어제 저장해 뒀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 번호를 저장해 뒀다.
아직 연두의 의사는 묻지 못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제외하면 방법이 없었다.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구립 소망어린이집입니다!”
바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문의 사항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세요!”
“제가 아이를 맡기려 하는데요.”
“아기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다섯 살입니다.”
“음.. 죄송하지만 입소 대기 신청은 하셨나요?”
“.. 네?”
무슨 대기 신청?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니 알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전화한 곳은 미리 신청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립어린이집이란 걸.
그것도 신청 후, 최소 몇 달이 지나야 입소가 가능한.
“죄송합니다..”
“호호, 아니에요. 사정이 급하시면 동네 가정어린이집에 전화하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좀 알아보고 전화할걸.
역시 육아는 처음이라 모든 게 생소하다.
나는 바로 가정어린이집을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다.
내가 거주하는 곳 주위의 가정어린이집은 여기뿐인 거 같았다.
“네, 단비어린이집입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다섯 살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해서요.”
“다섯 살 아이 말씀이신가요?”
“네.”
“혹시 언제부터 맡기실 생각이시죠?”
“제가 사정이 급해서.. 오늘부터 맡길 수 있을까요?”
“.. 오늘부터요?”
“네.”
“아버님. 죄송하지만 오늘부터는 좀 힘드세요. 저희가 규모가 큰 어린이집이 아니다 보니 원아가 꽉 찼거든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진짜 큰일 났다. 하필이면 원아가 다 찼다니.
아니, 요즘 아기 안 낳아서 문제라며.
아무래도 주위에 가정어린이집이 여기 하나뿐이라 아이들이 몰린 모양이다.
내 한숨을 들었는지 그녀가 말을 이었다.
“며칠 내로 자리가 빌 거 같긴 한데..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네, 자리가 비는 대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아, 잠깐만요.”
“네?”
“혹시 어린이집 비용은 어떻게 되죠?”
내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비용은 기본적으로 종일반은 33만 원 되시고요. 맞춤반은······”
“…”
충격에 다음에 이어지는 말이 들리지 않았다.
33만 원?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다. 내 월급이 얼마인데.
아닌가? 하루 종일 맡아주는 거면 이 정도가 당연한 건가?
벌써 현실적인 문제가 닥쳐오기 시작했다.
“33만 원.. 이군요.”
“네, 그런데 5세면 양육수당과 보육수당으로 국가에서 최소 20만 원 이상은 지원되실 테니까······”
이건 또 생각 못 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다.
이거.. 내가 받을 수 있는 건가?
“그건 부모 밑으로 지원되는 거죠?”
“네? 당연히 그렇죠.”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 질문이었다.
당연히 부모 밑으로 지원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은 후, 나는 한 가지 거대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법적으로 연두의 부모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럴 자격이 있는 건가?
‘알아봐야겠어.’
해결책을 찾아야 할 거 같았다.
그때였다.
“아빠아..”
놀라서 뒤돌아보자 언제 일어난 건지 연두가 서 있었다.
그런데 왜인지 울상이었다. 목소리도 떨리고.
“왜 그래, 연두야? 어디 아파?”
“아빠.. 연두 어디 가요? 아빠랑 가치 못 사라요?”
“그게 무슨 말…”
아차. 통화 내용을 들은 거구나!
분명히 연두의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화였다.
어딘가에 연두를 맡긴다는 내용이었으니까.
“아니야, 절대 아니야. 우리 계속 같이 살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진짜요..?”
“그럼. 가족인데.”
***
“후우..”
나는 알바 시작 10분 전,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옆에는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연두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짧은 스토리가 있다.
‘도저히 연두를 집에 혼자 둘 수는 없었고.’
고민하던 나는 편의점 사장한테 전화를 넣었다.
사정이 있는데 며칠만 아기를 데리고 출근하면 안 되겠냐고.
이곳에서 오래 일한 나는 편의점 사장을 잘 알고 있었다.
푸근한 인상을 가진 50대 남성인데, 내가 판단할 때에 그는 꽤 좋은 사람이었다.
한 번도 나와 큰 마찰이 없었고, 친절하게 대해 줬으니까.
하지만 이 부탁을 하는 건 솔직히 쫄렸다.
애를 데리고 출근하겠다는 게 결코 쉬운 부탁은 아니니까.
그런데 의외로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내가 지금 좀 급해서.. 주원 씨 마음대로 해!”
그리고 사정을 설명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급한 일이 있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냥 데려와 버렸다. 어쨌든 허락은 맡은 셈이니까.
연두가 편의점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아빠 요기에서 일해요..?”
“응.”
“구럼.. 아빠는 무슨 일 해요?”
음..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조금 애매한데.
“물건 파는 일이야. 까까나 음료수 같은 거?”
“우아…”
아니, 왜 놀라는 거니.
전혀 대단한 거 아니고 아르바이트인데.
순수한 눈빛을 보니 뭔가 거짓말이라도 친 기분이다.
“.. 빨리 들어가자!”
“연두도요?”
“응, 연두도.”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 타임 알바생이 서 있었다.
조금 통통한 남자 알바생이었다. 나보다 조금 어렸던가?
하나도 안 친해서 잘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늘 그렇듯, 나는 인사를 주고받고 교대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알바생은 나가지 않고 중얼거렸다.
“우와······”
나는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알바생이 향하는 시선의 방향이 연두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나도 그 마음 이해한다. 처음 보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이니까.
뭔가 상황이 어색해서 나는 한마디 했다.
“사정이 있어서 데려왔어요.”
“와, 너무 예뻐요.. 레용에 나온 마틸다보다 예쁜 애는 처음 보네요..”
이건 또 신박한 칭찬이었다.
그 영화 본 입장으로서 이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마틸다도 장난 아니게 예쁘지만, 연두는 더 예쁘다.
그런데 왜일까? 예쁨 받는 건 연두인데 이상하게 내가 기분이 좋다.
연두도 칭찬인 걸 아는지 찡긋 눈웃음을 짓는다.
“허업..”
한편 남자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연두의 표정에 녹아내린 모양이다.
결국 그는 알바 시간이 끝났는데도 한참 있다가 편의점을 나섰다.
뒤이어 손님들이 들어왔다.
“와..”
“와…”
“와아….”
뭔가 데자뷔를 보는 기분이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반응이 똑같았다.
내 옆의 의자에 앉혀뒀을 뿐인데 손님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하, 팬서비스도 확실하네.’
칭찬받을 때마다 연두는 찡긋 눈웃음을 지었다.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다.
연두의 미소를 보는 사람들의 리액션을 구경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으니까.
“아유, 이뻐라! 딸이에요?”
한 아주머니가 나를 향해 질문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연두가 대신 대답했다.
“마자요! 아빠 딸이에요!”
“어머. 목소리도 꾀꼬리 같네~”
심지어 아주머니는 소시지 하나를 사 주기까지 했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연두의 손에 쥐여주는 탓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껍질을 까서 연두에게 건넸다.
“조금씩 베어 먹으면 돼. 꼭꼭 씹어서.”
짭짭짭.
“우아…”
뭐지? 소시지 하나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연두는 부족한 건지 왕방울만 한 눈으로 손에 들린 소시지 껍질을 바라봤다.
내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맛있어?”
연두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좀 이따 아빠가 또 사 줄게.”
“네에!”
연두는 신이 나서 앉은 채로 다리를 흔들었다.
“조심, 떨어지면 다친다?”
“조심!!”
또 단어 따라 한다. 이거 진짜 장난 아니게 귀엽다.
지이잉.
다시 아빠미소를 짓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니 단톡방 하나에 초대되어 있었다.
-윤우와 따까리들(4)
제목을 보니 윤우 녀석이 단톡방을 개설한 거 같았다.
짜식. 어제 통화할 때 초대하겠다고 하더니.
나는 웃으며 단톡방에 한 마디를 건넸다.
이주원 : 유치한 자식. 제목 꼴이 이게 뭐냐?
그러자 세 녀석이 우르르 답글을 달았다.
최윤우 : 야! 다 나와! 화석이 말했다!
박준수 : 와, 거의 파키케팔로사우르스 급이네. 얼마 만에 이주원 말하는 거 보는 거냐.
유성현 : 거의 이 정도면 국보급이다. 캡처해 둔다.
새끼들, 오버는. 아무리 그래도 화석이라니.
평소에 내가 연락이 안 돼서 이러는 거 같다.
이주원 : 오버하지 마라.
또 답글이 우수수 쏟아졌다.
한 마디만 던져도 녀석들은 세 명이서 신나게 나를 갈궜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학창 시절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도.
그러던 와중 단톡방에 웬 링크가 하나 올라왔다.
최윤우 : 야, 들어가서 봐 보셈. 진짜 오지게 귀엽다.
뭐가 귀엽다는 거지?
나는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유투브 채널인가? 채널명과 영상 클립을 대충 보니 아기와 관련된 채널인 거 같았다.
아, 아기가 귀여워서 올린 거구나. 나는 맨 위의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에는 역시 아기가 등장했다.
‘퍼즐 맞추는 건가?’
아기가 공룡 퍼즐을 맞추는 영상인 모양이었다.
조금 영상을 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상을 종료했다.
‘귀엽네.’
왜 링크를 올린지는 알 거 같았다.
아기는 귀여웠다. 아마 얼마 전까지의 나였다면 영상을 끝까지 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왜인지 볼을 부풀리고 있는 연두가 눈에 들어왔다.
‘더 귀여워.’
연두를 보면 되는데 굳이 영상을 볼 필요가 없다.
내 눈에는 연두가 훨씬 귀엽고, 내 딸이라 더 더 귀엽다.
한편 단톡방에서는 계속 떠들어 댔다. 넷 다 미혼이라 그런지 하는 말이 같았다.
나중에 이런 아들 갖고 싶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자기는 유전자가 우월해서 너희들과는 차원이 다를 거라는 자뻑까지.
‘기절초풍을 하겠네.’
유투브 영상 하나 가지고 이 정도인데.
얘네 연두를 실제로 본다면 진짜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호들갑을 떠는 녀석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때였다.
끼이익.
누군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손님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물론 손님들에게도 나는 공손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공손하게 인사했다.
지금 들어온 사람은 내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이니까.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주원 씨. 그냥 한 번 들러 봤어. 별일은 없고?”
“네. 아까 전화 드렸는데 급하신 거 같아서..”
“아! 맞아! 그때 내가 밖이었는데 대변이 급해가지고.. 전화를 끊어 버렸네? 미안해, 허허.”
급하다길래 뭐가 급한가 했더니.
말 그대로 똥이 급한 거였구나.
“아닙니다. 저기.. 제가 전화로 말씀드린 건 들으셨나요?”
“들었지. 뭔 사정 때문에 애를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랬죠.”
“근데 애는 어딨어?”
“네? 그야, 여기······”
어? 뭐야? 갑자기 연두가 사라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옆에 의자에 앉아있던 아이가.
설마 잠깐 핸드폰 보는 동안 사라진 거야?
나는 당황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디 갔지? 문 열리는 소리는 안 들렸는데······”
그때 나를 안도하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아!”
“…!”
진열대 사이에서 연두가 깡총깡총 뛰어왔다.
잠깐. 손에 뭐가 들려 있는데? 소시지네.
그게 그렇게 맛있었던 거냐. 다행히 아직 껍질을 뜯지는 않았다.
“헤헤, 아빠! 연두 이거..!”
사 달라는 의미인 거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곤란했다. 사장님이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애를 데려온 것도 잘한 일은 아닌데, 뛰어다니는 모습까지 보여줬으니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저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자에 앉혀뒀는데, 죄송합니다..”
나는 사장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사장님이 나를 상당히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윽고 사장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한 마디를 뱉었다.
“말을 했어야지, 이 사람아.”
“.. 네?”
“애가 있다고 나한테는 말을 했어야지.”
그제야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연두가 사장님 앞에서 나를 아빠라고 불렀다는 걸.
그 탓에 사장님은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다소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아, 어린 나이에 애 키우느라. 아유, 주원 씨 똑 빼닮았네. 예쁘다, 예뻐.”
그는 금세 소시지를 까서 연두의 손에 들려줬다.
“많이 먹으렴. 그거 먹고 또 먹어. 알겠지?”
“고마씁니다!”
“아냐, 아냐.”
나로서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었다.
물론 사장님 말에 틀린 건 없었다.
어린 나이에 애 키우는 거 맞으니까.
하지만 해명을 하긴 해야 할 거 같았다.
“저기.. 사장님?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주원 씨.”
“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와이프한테 잘 얘기해서 시급 좀 올려 줄게. 그러니까 힘들어도 힘내고. 응?”
그 순간, 내 입에서 자동으로 한 마디가 튀어 나갔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잘 키우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그렇게 나는 현실과 타협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