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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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화. 스팸
“… 우아.”
입 안에 착착 달라붙는 쫄깃쫄깃한 식감.
하나도 맵지 않았다.
같은 떡볶이지만 보기만 해도 매운맛이 느껴지던 빨간 양념의 떡볶이와는 결이 달랐다.
짜떡이라는 신세계.
연두는 그 새로운 세계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맛있다…”
오랜만이었다.
입에 넣는 것만으로 감동이 느껴지는 음식은.
그런 연두를 보는 시은이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어지는 자그마한 혼잣말.
“.. 귀여워.”
말 그대로였다.
시은이의 눈에 비치는 연두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그냥 보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두 손에는 아까 연두에게 빌린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저씨라면 이런 장면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안에 담았을 테니까.
“그치, 맛있지!”
잔뜩 신난 석호와 재호.
그럴 만도 했다.
맛집 공유에 성공했다는 데서 오는 쾌감은 상상 이상으로 큰 법이니까.
“서연두! 오뎅도 먹어봐!”
“만두도!”
“내가 많이 먹어봤는데 짜떡은 소담이네가 최고라니까?”
그 소담이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호호.. 얘들도 참. 쑥스럽게……”
숨길 수 없는 연두의 표정.
맛에 대한 순수한 반응이었지만 식당 주인으로서는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때였다.
콕.
자기도 모르게 연두는 포크로 떡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시선은 옆을 향하며.
“.. 아.”
그리고 깨달았다.
늘 옆에 있던 아빠가 지금은 없다는 사실을.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면 언제나 옆에서 아빠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런 연두의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연두야. 아앙..”
“.. 응?”
옆에서 레나가 입을 아 벌리고 있었다.
“아!”
연두는 재빨리 떡을 입 안에 넣어줬다.
오물오물.
레나의 입에서도 탄성이 흘러나온다.
“우와..”
뿌듯함 가득한 얼굴로 강소담은 넌지시 입을 뗐다.
“맛이 괜찮니?”
“네.”
“진짜 맛있어여.. 짜떡…”
소담이네 분식.
사실 처음에 이 자리에 오픈했을 때는 짜떡이라는 메뉴가 없었다.
메뉴를 고안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위치가 초등학교 근처인 만큼, 분식집을 찾는 손님들 중에는 꼬꼬마 친구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연두처럼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고.
‘엄마, 다른 데 가자.’
‘흐아앙!’
크게 두 부류였다.
비주얼만 보고 발길을 돌리거나, 자리에 앉아서 먹다가 맵다고 울음을 터트리거나.
그렇게 곤혹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떡볶이에서 매운맛을 대폭 축소하면, 그건 더 이상 떡볶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음식이 되고 만다.
그래서 추가한 메뉴가 짜떡이었다.
‘짜장떡볶이랑은 다르지.’
소담이네 분식의 짜떡과 일반적인 짜장떡볶이는 차이가 있었다.
바로 매운맛의 유무였다.
보통은 짜장떡볶이에도 매운맛이 존재한다.
따라서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만든다면, 매운 걸 전혀 못 먹는 아이들은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된다.
그래서였다.
강소담이 짜떡의 레시피를 고안한 건.
매운맛을 아예 배제하고 다른 종류의 맛을 대폭 살리는 방식을 연구했다.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팔기에도 미안한 밋밋한 맛이었으니까.
‘매운맛을 아예 배제하고도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수정에 수정을 거친 끝에 레시피를 완성해냈다.
그 뒤에도 수차례의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몇 년에 걸쳐 이제는 단단해진 짜떡 레시피였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강소담은 생각했다.
짜떡을 만들기 정말 잘했다고.
“다들 어서 먹으렴. 부족하면 또 줄 테니까.”
그녀는 손이 큰 편이었다.
“네이스!”
“사장님 짱!!”
그렇게 아이들의 본격적인 떡볶이 푸파가 시작됐다.
***
연두는 짜떡을 집중공략했다.
비교적 매운 걸 잘 먹는 시은이는 두 종류의 떡볶이를 번갈아 가며 즐겼고.
예은이는 언제나처럼 중얼거렸다.
“호오.. 이 음식은 마력 보충에 도움이 되겠어.”
언니인 예솔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간에 맛있는 음식이면 다 마력 보충 음식이고, 맛없는 거면 다 마력 저하 음식이다.
그래도 부정할 수 없긴 했다.
‘.. 맛있긴 하네.’
그렇게 모두가 떡볶이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석호가 목소리를 낸 건.
“얘들아, 주목!”
비록 1학기 회장 선거에서는 자기 자신이 찍은 한 표를 받고 떨어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모두를 집중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소담이네 분식의 단골로서 떡볶이에 있어서는 권위자였으니까.
“지금부터 짜떡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겠다!”
연두가 귀를 쫑긋 세웠다.
안 그래도 맛있는 짜떡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흘려들을 수 없었으니까.
이어지는 목소리.
석호는 포크로 계란 하나를 콕 집어 접시 위에 올렸다.
“먼저 계란을 접시 위에 올린다!”
계란은 인원수만큼 있어서 모두 따라 할 수 있었다.
접시에 올라간 계란.
그러자 석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포크를 허공에 집어 들었다.
이후 사정없이 계란을 푹푹 찌르기 시작했다.
“…!”
연두는 말할 것도 없고 깜짝 놀란 아이들의 표정.
그러나 석호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 떡볶이를 포크로 마구 찌른다!”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보기에 다소 잔인한 장면이 연출됐다.
망설이는 아이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콕. 콕.
소심하게나마 연두도 계란을 찌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깨진 계란.
“이제 어떻게 하는데?”
예솔이의 물음에 석호는 씩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 계란에 떡볶이를 찍어 먹는다. 흐흐..”
그렇다.
바로 이게 멀쩡한 계란을 마구 으깬 이유였다.
한 번 그렇게 먹어서 극락을 경험한 뒤로 다른 방식으로 먹을 수 없게 된 석호였다.
물론 재호도 마찬가지고.
“.. 떡볶이를 계란에 찍어 먹으라고?”
“응!”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예솔이는 떡볶이를 계란에 푹 찍었다.
그리고 미간을 찡그렸다.
겉보기에 맛있을 거 같은 비주얼은 아니었으니까.
속는 셈 치고 입 안에 넣었다.
“…”
그 순간.
내내 힘없이 뜨고 있던 예솔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믿을 수 없는 맛이었다.
계란 노른자 특유의 푸석푸석한 식감이 쫄깃쫄깃한 떡을 감싸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조화를 이끌어냈다.
환상적인 케미.
그 표정을 본 아이들도 누가 먼저다 할 것 없이 계란을 찍어 먹었다.
“마, 맛있서..”
“.. 와.”
감동한 나머지 연두는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떡볶이 권위자 석호의 입가에는 짙은 웃음이 떠올랐다.
한발 늦은 재호의 투덜거림.
“나도 아는데…”
주목을 빼앗긴 게 분했던 재호는 넌지시 입을 뗐다.
“야, 유석호.”
“왜.”
“너 그거 아냐?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사실 재호도 답을 알고 꺼낸 문제는 아니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건 세기의 논쟁 중 하나로도 꼽히는 유명한 난제였으니까.
“푸하하!”
왜인지 석호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말했다.
“그런 당연한 걸 왜 묻냐?”
“뭐?
“당연히 닭이 먼저지!”
재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음 지었다.
이 단순한 녀석.
역시나 서로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고 있는 둘이었다.
단호하게 재호는 말했다.
“땡.”
“.. 뭐라고?”
“정답은 달걀이야.”
띠용 커지는 석호의 눈.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재호는 몰아쳤다.
“닭은 달걀에서 태어나니까. 달걀이 없으면 닭이 있을 수 없는 거지.”
“…”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석호.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재호의 말은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라기보다는 말장난일 뿐이었다.
반대로 해도 성립되는.
“.. 훗.”
승리의 미소.
그러나 재호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럼 달걀은 어떻게 생긴 건데?”
시은이가 참전했다.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 시은이였으니까.
“닭이 달걀을 낳지 않으면 달걀은 있을 수 없잖아. 그럼 닭이 먼저인 거 아니야?”
“어, 어..?”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깨달음을 얻은 석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맞아! 닭이 먼저지!”
“아니야!”
“맞아!”
“아니거든!”
예견된 결과였다.
둘의 의견충돌은 한 번도 논리적으로 풀린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시은이는 닭이 먼저라는 쪽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사실 어느 한쪽의 손을 든 것보다도 재호의 논리적 오류를 지적한 거지만, 겉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수적 열세에 몰린 재호는 입을 뗐다.
“야, 허예은! 너는 뭔데?”
“나로 말할 거 같으면……”
“아니, 너 말고! 닭이 먼저냐고, 달걀이 먼저냐고!”
답답한 표정으로 재호는 예솔이를 향해 눈을 돌렸다.
“누나는?”
간절한 눈빛.
예솔이는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달걀이 먼저일 거 같은데.”
재호의 눈에 떠오르는 희망의 불씨.
이로써 2대2였다.
예은이를 깍두기로 치면 남은 한 명은 다름 아닌 연두였다.
“연두 너는? 너도 달걀이 먼저라고 생각하지?”
“아니지, 닭이지!”
그 말에 살며시 고개를 드는 연두.
입가에는 짜장이 묻어있다.
둘의 재촉에 연두는 자그맣게 입을 열었다.
“연두는.. 잘 모르겠어.”
말 그대로였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
“그래도……”
“어? 그래도?”
“닭이랑 달걀은 둘 다 엄청 맛있어. 헤헤..”
벙찐 두 아이 뒤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한 아이.
다름 아닌 예솔이였다.
“맞네. 뭐가 먼저인 게 뭐가 중요해. 둘 다 맛있는데.”
“.. 흣.”
시은이도 덩달아 웃음 짓는다.
한 마디로 세기의 논쟁을 종결시키는 연두였다.
***
미술치료사인 윤영이누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과보호는 좋지 않다고.
아이에게 집 말고도 여러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고.
새겨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문제는 연두가 아니었어.’
독립심을 길러야 하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자라날 연두를 생각하면 이런 상황 정도는 초연하게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대책을 강구했다.
달칵.
모차르트를 틀었다.
심신에 안정을 주는 데는 모차르트만 한 음악이 없었다.
그리고 손에 펜을 쥐었다.
그림을 그릴 때면 다른 생각이 사라지곤 했다.
심신에 안정을 주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머리를 비울 수 있도록 그림에 몰두한다.
이중 중첩 효과였다.
사각. 사각.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더해진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기분.
실제로 나는 꽤나 긴 시간 동안 그림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래.’
사실 걱정할 건 없었다.
아이들이 노는 장소는 학교 근처다.
보호자 역할인 예솔이도 있고, 언제나 나한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핸드폰도 있었다.
걱정하는 게 이상하다.
그냥 처음 있는 상황이라는 데서 오는 거부반응일 뿐이다.
‘.. 거부반응을 거부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림에 집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드륵.
잘못 들었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하는데 또 한 번 들려오는 진동음.
손은 눈보다 빠르다.
그 말처럼 내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탁.
저만치 놓아둔 핸드폰을 낚아챈 나는 잠금화면을 풀고 화면을 응시했다.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쥔 손이.
“…”
화면에 떠올라있었다.
[국제발신]-1만 원으로 시작해서 1000만 원까지 1주 완성!!
-절대 놓치지 마세요!!
그렇다.
분노로 인한 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