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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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화. 캣타워의 완성
“이제부터 아빠랑 같이 엄청 재밌는 걸 만들어 볼 거야.”
“엄청 재밌는 거..?”
“응.”
오랜만에 ‘유성초 스나이퍼’라는 이명에 걸맞은 솜씨를 발휘할 시간이었다.
유성초 스나이퍼.
내게 그 이명이 붙은 건 단순히 내 카페 닉네임이 들켰기 때문이 아니다.
‘아니, 맞긴 하지.’
들키지만 않았다면 영원히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채로 잊혔을 이명이니 말이다.
나도 기억하지 못했을 테고.
그러나 이미 ‘평화고 미켈란젤로’와 함께 발굴되어버렸고, 숨기려 해 봐야 의미가 없는 지경이 된 지 오래다.
따라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자랑스럽다고는 못하겠지만 과거의 모습 또한 내 일부니까.
‘생각해 보면 자랑스럽지 않을 것도 없지.’
카페에 쓴 글과 맞춤법이 문제지 이명 자체는 충분히 자랑스러울 만했다.
왜냐고?
그만큼 조립을 잘했다는 소리니까.
내 조립실력은 단순히 나무젓가락총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었다.
꼬꼬마 때부터 레고로 단련된 내 조립실력이 나무젓가락총으로 포텐이 터진 것뿐이지.
오랜만에 그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습관처럼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연두를 향해 손짓했다.
슥.
“위험하니까 잠깐 떨어져 있어, 연두야.”
“.. 네!”
두어 발자국 뒤로 물러나는 연두.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에 나는 커터칼을 손에 쥐고 박스를 잘라냈다.
커다란 박스 안에는 또 다섯 개의 박스가 들어 있었다.
‘1번 박스부터 4번 박스, 그리고 캣폴.’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캣타워 하나 만드는 데 이 정도 크기의 박스가 네 개나 필요하다니.
이 상품을 본 건 며칠 전이었다.
캣타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알고리즘에 의해 한 상품이 떠올랐다.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 이거다!’
운명같은 이끌림.
그럴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었다.
감탄하며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별점과 함께 리뷰가 떠올랐지.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다.
‘뭐야.. 별점이 왜 이렇게 낮아?’
비주얼에 비해 별점이 너무 낮아서였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튼튼한 건 물론이고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는데.
아리송한 표정으로 리뷰를 보고 난 뒤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 할많하않
┖더럽게 예쁩니다. 그리고 더럽게 조립이 어렵습니다.
┖조립 도중에 몇 번이나 그냥 때려부술까 하는 충동을 느꼈음. 참고로 아직 미완성 ㅎㅎ
┖저는 완성했음 ㅋㅋ
┖진짜요?
┖ㅇㅇ 셋이서 이른 아침에 조립 시작했는데 끝나니까 우리는 해가 뜨는 걸 보고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안 사는 게 속 편합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 헬이에요. 이걸 만들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
┖완성하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하나같이 조립 난이도에 경악하는 반응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복잡해도 설명서가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 어려울 수가 있나 하고.
-팁 하나 드리자면 설명서 바로 찢어버리세요 ㅋㅋ 설명서가 아니라 암호입니다.
┖ㄹㅇ ㅋㅋ 무슨 해부도 보는 줄.
┖의사 데려와야 함.
┖개웃기네 ㅋㅋ 그럼 이거 조립하려면 조립 전문가랑 의사 두 명이 필요한 거냐.
┖ㄴㄴ 한 명 빠졌음.
┖누구?
┖멘탈치유사 또는 힐러. 없으면 제정신으로 못 버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명서를 찢어버리라니.
내 조립 인생에 있어서 설명서는 지도와 나침반이나 마찬가지인데 그걸 찢으라는 말에 실소가 나왔다.
대체 난이도가 어떻길래.
그런데 우습게도 리뷰를 전부 보고 든 생각은 하나였다.
‘.. 재밌을 거 같아.’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손이 간질거리고 당장이라도 공구를 손에 쥐고 조립을 시작하고 싶었다.
조립 전문가랑 의사, 그리고 힐러.
다행히 내게는 그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힐러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배송이 도착한 거다.
“연두야.”
“네, 아빠!”
“이제부터 캣타워를 만들 건데, 연두가 아빠를 잘 도와줘야 해.”
“캣타워요?”
“응, 누렁이한테 새로운 캣타워를 만들어 줄 거야.”
“우아…”
설레는 표정.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조립을 시작할 생각에 ‘유성초 스나이퍼’의 혼이 끓어오르고 있었으니까.
옆에는 공구통이 마련되어 있다.
“후.. 그럼 시작해 볼까.”
차례로 상자를 뜯었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조립 전문가가 나고, 힐러가 연두라면, 의사는 따로 안 구하냐고.
슥 입꼬리가 올라갔다.
‘필요 없어.’
고무줄총 제작소 카페에서 ‘신’ 또는 ‘고수님’이라 불리며 추앙받았던 남자.
그게 나다.
조립에 한해서는 나도 의사였다.
설명서 따위가 어려워 봐야 얼마나 어렵겠는가.
의사를 자칭한 것에 대해 전국의 의사 선생님들께 심심한 사과를 표하며 나는 설명서를 두 손에 펼쳤다.
촤락.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설명서를 보고 눈앞이 핑핑 도는 기분을.
***
충격적이었다.
동공이 흔들리는 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게 설명서라고?’
우선 분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각 페이지가 빼곡히 채워져 있는데 족히 수십 장은 되어 보인다.
정신을 차리고 설명서를 훑어봤다.
나름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두긴 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의학책에나 나올 법한 해부도 같았다.
‘의사를 데려오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네.’
당황한 표정 때문일까.
여전히 조금 떨어진 채로 연두가 조심스레 입을 뗀다.
“아빠, 괜찮아여..?”
그제야 나는 표정을 지우며 말했다.
“그럼!”
몇 없는 내 전문분야에서조차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설명서를 읽기에 앞서 먼저 필요한 공구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손에 쥐어봤다.
좋아, 이 감각이다.
조립에 있어서 가장 지양해야 할 건 겁먹고 들어가는 거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결과물은 하나로 수렴하게 되어 있어.’
완성한 사람이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세 명이 아침에 만들기 시작해서 해가 뜰 때 완성했다고 했던가.
시간을 보니 점심때가 조금 지난 상태다.
그럼 나는 오늘이 끝나기 전에 완성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목표는 크게 잡을수록 좋으니까.
“연두야.”
연두도 놀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차분하게 설명서를 보니 대충 파악이 됐다.
모든 부분이 어려운 건 아니다.
“이게 캣타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들이거든?”
“네에.”
“잘 보고 있다가 아빠가 필요하다는 걸 전해주면 돼. 날카로운 것도 있으니까 손 조심해야 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공구와 부품들을 보며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자그맣게 벌어지는 입.
“아빠..”
“응, 연두야.”
“그런데 이거로.. 캣타워 만들 수 있어여..?”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사실상 지금의 모습으로는 캣타워의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마침 떠오르는 비유가 있었다.
“퍼즐 같은 거야.”
“퍼즐? 시은이가 엄청 좋아하는데..!”
“하하, 맞아.”
미소를 띠며 얘기했다.
“퍼즐은 맞추기 전에는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없잖아? 맞추고 나면 완성된 그림이 되지만.”
“맞아요..”
“이것도 마찬가지야.”
“이것도요?”
“응. 지금은 이래 보이지만 다 만들고 나면 엄청 멋진 캣타워가 될 거야.”
내 말이 의지를 북돋운 걸까.
연두의 눈동자 속에 한층 생기가 더 들어선다.
“빨리 만들어요, 아빠!”
“그래.”
이제 시작이었다.
연두와 함께하는 캣타워 조립이.
***
캣타워는 밑에서부터 차례차례 조립하며 쌓아 올리는 구조였다.
“연두야. 대왕못 좀 줄래?”
“네!”
순발력이 장난이 아니다.
대왕못이라는 명칭을 보면 알겠지만 원활한 소통을 위해 파츠별로 명칭을 부여한 상태였다.
조립하며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너무 얕봤다는 거.
‘조립 난이도는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냐고? 다름 아닌 파츠의 수였다.
기본적으로 노동량이 많아 단시간에 절대 끝낼 수 없는 구조였다.
그 노동량에 사람들은 조립이 어렵다며 포기해버린 게 아닐까.
멘탈이 무너진 거겠지.
다행히 그런 면에서 나는 누구보다도 유리한 조건에 있었다.
“아빠! 여기여..!”
“대왕못은 이제 세 개밖에 안 남았어요! 꼬마못은 엄청 많아여!”
“누렁아. 아직 여기 오면……”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나는 세계 최고의 힐러가 내 옆에 있었으니까.
실시간으로 충전이 되는 기분.
작업이 익숙해짐에 따라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위이잉.
누렁이녀석도 존재감이 확실했다.
옆에 다가와서 멀뚱멀뚱 보고 있다가 못 박는 소리가 나면 겁을 먹고 홀라당 도망간다.
그리고 내 입가에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업무환경도 환경이지만, 조립이 재밌는 것도 있었다.
‘그래, 이 느낌이야..’
나사 조이는 쾌감.
오랜만에 느껴보는 손맛이다.
이사할 때도 가구 몇 개를 조립하긴 했지만 이 재미에 비할 바는 못됐다.
스륵.
각 파츠를 겹쳤을 때 딱딱 떨어지는 모양을 볼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그때였다.
옆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온 건.
“아빠아..”
고개를 돌리니 연두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아차 싶었다.
조립에 열중한 나머지 연두를 너무 따분하게 둔 건 아닌지.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른 말이 들려왔다.
“.. 연두도 해보고 싶어요.”
“응?”
“돌리는 거.”
돌리는 거.
그건 나사 조이는 작업을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어쩌면 내가 조립하는 모습에 연두도 그 재미를 깨우친 걸지도 모른다.
씩 웃으며 입을 뗐다.
“쉽지 않을 텐데. 할 수 있겠어?”
“네!”
눈에 꾹 힘을 주며 말한다.
“연두는 아빠 딸이니까요..!”
“푸흣.”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연두 눈에도 내가 조립 고수처럼 보이긴 했나 보다.
애써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빠 딸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연두의 손에 십자드라이버를 쥐여줬다.
동시에 가리켰다.
“여기 못에 십자로 움푹 파인 거 보이지?”
“네, 보여요.”
“여기에 드라이버를 맞춘 다음에 돌리는 거야. 왼쪽에서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시계방향…”
긴장한 얼굴로 연두가 드라이버를 못에 가져갔다.
그 뒤에 모양을 맞춘다.
척.
“우아…”
딱 맞아떨어지는 드라이버와 십자못에 연두의 입이 헤 벌어진다.
나는 곧바로 다음 지시를 건넸다.
“그대로 힘을 주고 돌리는 거야, 연두야.”
“네! 읏..!”
힘차게 돌리는 연두.
나는 실소를 뱉으며 입을 열었다.
“반대쪽으로, 연두야.”
“.. 으응?”
“지금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고 있거든. 시계방향으로 돌려야 해.”
“아.”
아직은 방향이 헷갈리는 연두였다.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서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그에 맞춰 나는 추임새를 넣어줬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두울…”
자연스레 따라서 구호를 말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동그래지는 연두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아, 아빠! 못 들어가여..!”
그 말대로 점점 못이 들어가고 있었다.
거의 다 들어갔을 즈음에는 뻑뻑해져서 연두 힘으로는 더 돌리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였다.
“꽉 잡아, 연두야.”
“네에.”
손을 겹쳐 잡고서 부드럽고 힘차게 드라이버를 돌렸다.
이윽고 완전히 다 들어간 못.
“됐다.”
“와아.. 다 들어갔다…”
세상 뿌듯한 얼굴.
그렇게 연두의 생애 첫 나사 조이기가 끝이 났다.
***
조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점점 캣타워의 형체를 갖춰가더니 어느새 완성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비주얼이 됐다.
연두는 물론이고 누렁이도 캣타워 주위를 맴돈다.
“냐아..”
짜식, 마음에 드나 보네.
그러나 아직 끝이 난 건 아니었다.
이 캣타워의 완성은 캣폴을 조립해야 끝이 나니까.
촤락.
설명서를 펼쳤다.
‘뭐야, 껌이잖아?’
캣타워를 완성하고 나니 캣폴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략 30분간의 단순노동 끝에 드디어 캣타워가 완성됐다.
“끝났네.”
이래도 되는 건가.
시간은 이제 저녁 정도였다.
목표로 정한 것보다 몇 시간이나 빠르게 완성한 셈이다.
“아빠.. 진짜 예뻐여..”
연두 말대로였다.
완성한 캣타워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예쁘고 더 웅장했다.
색감도 우리 집에 찰떡이었고.
“고생 많았어, 연두야.”
“헤헤..”
배시시 웃으며 연두가 나를 꼭 끌어안는다.
“아빠도 고생 많았아여..”
조립에 이런 보상이 따른다니.
내 조립 인생을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감격스러운 얼굴로 연두의 손을 잡고서 다시 캣타워를 바라보는데,
“어?”
슈욱-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내내 캣타워 주위를 맴돌던 누렁이였다.
한 계단 한 계단을 밟고 올라가더니 누렁이가 향한 곳은 고층에 위치한 캣폴의 투명 해먹이었다.
발로 톡톡 건드리더니 안전한 걸 깨달았는지 해먹에 몸을 맡긴다.
“냐아.. 냐…”
그 모습을 본 나와 연두는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역시 캣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