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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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화. 운동
방송이 종료된 다음 날.
아직 영상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영상이 올라왔다.
대부분 짧은 클립이긴 했지만.
[어제자 연두튜브 레전드 방송] [수호 : 연두 좋아한다] [선동이와 노엘 중에 갈등하는 연두] [반칙이에요…] [누렁이 왈츠]여러 제목의 영상들.
도저히 안 누르고 못 배기게 만드는 어그로성 제목도 간간이 보인다.
조회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상은 따로 있었다.
‘연탄곡.’
방송 말미에 연두와 수호가 친 연탄곡이었다.
바로 납득이 갔다.
직관한 입장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었으니까.
돌이켜보면 방송을 켤 때마다 그랬다.
예정에 없던 상황 속에서 레전드 장면이 나오곤 했다.
이번에도 전과 마찬가지로 하이라이트 편집본과 풀영상을 둘 다 올릴 생각이다.
생각하니 실소가 나왔다.
‘이유가 달라졌네.’
처음 방송했을 때 두 버전을 따로 올리기로 했던 건 연두부를 위한 배려였다.
취사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그런데 알게 됐다. 두 개를 올리면 연두부는 둘 다 본다는 걸.
늘 배고픈 연두부를 위해 최대한 빨리 영상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어서 오세요, 초록님.”
출근하자 반기는 팀원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누는 대화 주제는 어제 방송이었다.
“뭐야. 그럼 다들 어제 본 거예요?”
경리 유하나의 물음.
반응을 보니 놀랍게도 모든 팀원들이 방송을 본 거 같았다.
“저는 예전부터 어제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진짜 시작부터 끝까지 본방사수했죠.”
“연두 너무 귀여워가지고…”
“수호도 완전 천사던데요? 연두한테 소시지 밀어주는 것부터……”
정말 방송내용을 꿰고 있다.
“우영님도 봤어요?”
그 말에 잠자코 듣고만 있던 우영이가 대답한다.
“.. 뭐, 심심해서요.”
역시 봤구나.
원래의 우영이는 심심하다는 걸 모르는 녀석이었다.
왜냐고?
심심할 틈도 없이 그림만 그렸으니까.
그런 우영이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그림 외의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와.. 근데 연탄곡 진짜 장난 아니던데요?”
“저 소름 돋았잖아요.”
“연두랑 수호. 처음 맞춰본 건데도 어떻게 그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는지 신기했어요.”
“초록님. 혹시……”
조금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
“어제 방송으로 수호를 연두 남자친구 후보로 인정하신 건 아니죠?”
“하하..”
재미있는 질문을 하는군.
역시 우리 ‘스튜디오 초록’의 분위기메이커 한경우다.
소리 내어 웃고서 나는 말했다.
“아닙니다.”
단호박보다 단호한 한 마디였다.
***
드림 큐 프로젝트.
나랑 팀원들이 합의한 이번 프로젝트의 명칭이었다.
‘거의 끝나가고 있지.’
사실상 일러스트 작화는 마무리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지금 뭘 하고 있냐고?
이건 우리가 작화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라 게임회사 넥스트와 함께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런 만큼 우리 역할이 끝났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끝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게임 출시고.’
시나리오와 일러스트 작화, 그 밖의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춰져 완성되는 건 결국 게임이다.
프로젝트는 게임을 출시한 뒤에 마무리된다.
그 말의 의미는 간단하다.
출시일이 하루라도 남은 이상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거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완성도를 가능한 한 끌어올리는 작업이었다.
수정 및 보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그래도 한결 여유로워진 건 사실이야.’
최악의 경우는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었다.
예정 출시일보다 작화가 늦는 경우.
그럼 작화 퀄리티와 별개로 프로젝트 전체에 피해를 끼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다행히 그럴 걱정은 이제 덜어낼 수 있었다.
이미 우리 역할은 마쳤고, 프로젝트 이외의 것들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까.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티타임에 팀원들과 이런 얘기를 나눌 정도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초록님은 뭘 하고 싶으세요?”
보통 설레발은 필패였다.
따라서 나도 어떤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 그 이후를 생각하는 건 설레발이라며 피하는 편이었다.
허나 지금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나누는 건 설레발의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
왜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끝낸 상태니까.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최선을 다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길 일이다.
그러니 괜찮겠지.
조금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 정도는.
“글쎄요.”
그렇게 운을 뗀 나는 물었다.
“우선 할머니를 한 번 찾아뵈어야겠네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가정이라면 저번과 마찬가지로 꽤나 긴 포상휴가를 지급할 계획이다.
내게도, 그리고 팀원들에게도.
그 시간 동안 뭘 하면 좋을지 떠올리니 곤란한 상황이 펼쳐졌다.
‘너무 많잖아.’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우선 방금 말한 대로 할머니를 찾아봬야 한다.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찾아뵙고 시간이 꽤나 흘렀으니까.
그리고 휴가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로 갈지가 고민이네.’
기분 좋은 고민이었다.
연두랑 함께라면 어디를 가도 즐겁겠지만, 그 ‘어디’를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니까.
물론 마냥 놀기만 할 생각은 아니다.
휴가 기간 동안 여건이 된다면 전에 말한 걸 완성시킬 생각이다.
“이모티콘을 그려보려구요.”
“이모티콘이요?”
팀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럴 만도 했다.
팀원들은 모두 내가 지금껏 그린 연두티콘과 연두부콘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까.
작화팀 단톡방에서 애용하기도 했고.
“그럼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 거예요?”
“네.”
“우와.. 기대된다.”
유하나가 두 손을 모으고 반짝이는 눈으로 얘기했다.
“혹시 어떤 컨셉인지 여쭤봐도 돼요? 아닌가? 이런 거 물어보면 안 되는 건가…”
“하하, 아니에요.”
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팀이잖아요. 팀원들한테 못 말할 게 어디 있어요.”
실제로 그랬다.
딱히 숨겨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모티콘의 경우는 그게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초록님…”
그래서일까.
뭔가 이 정도로 감동한 눈빛을 보니 괜히 멋쩍은 기분이다.
설명하려다 말고 나는 말했다.
“말로 하기보다는.. 심심할 때마다 간단하게 아이디어 스케치한 게 있는데 보여줄까요?”
“헐.. 정말요?”
“보고 싶습니다!”
팀원들의 성원에 나는 태블릿을 꺼냈다.
곧바로 보여줬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낙서하듯 끄적인 그림들을.
“이건……”
팀원들은 모두 연두부였다.
그리고 연두부라면 결코 모를 수가 없는 그림이 화면에 떠올라있었다.
“누렁이다! 맞죠, 누렁이!”
“하하, 맞아요.”
“너무 귀엽다…”
한경우도 입을 뗀다.
“우와.. 초록님.”
“네.”
“그냥 이대로 나와도 저는 무조건 쓸 거 같은데요?”
옆에서 서도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감탄한 표정의 최표식 옆으로 우영이도 빤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반응인 거겠지, 이 정도면.
‘기쁘네.’
왠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팀원들에게 인정받는 게 더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인정한 팀원들이라 그런가.
“이거 보니까 저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데요?”
“좋죠. 생각보다 되게 재밌거든요.”
나는 말을 더했다.
“정말 해보고 싶으면 얘기해요. 제가 소개해 줄게요. 제 담당자인 제이디.”
진심이었다.
처음 작화팀을 만들 때부터 내가 했던 말이 있다.
작화팀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이라면, 얼마든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다고.
윤호삼촌으로부터 들은 조언도 있었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이 각자 뭘 하든 간에 막지 않아. 오히려 부추길 정도니까. 그런다고 회사의 능률이 떨어질까?’
답은 듣지 않아도 생각할 수 있었다.
아니었다.
그 과정을 통해 팀원들은 더더욱 발전한다.
따라서 나도 팀원들이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밀어줄 의향도 있었다.
“네, 초록님! 누렁티콘 완성되면 꼭 보여주십쇼!”
“물론이죠.”
누렁티콘.
입에도 착착 달라붙는 이름이었다.
***
연두튜브.
개설한 지 무려 3년이 지났지만 타 채널과 교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낯을 많이 가리는 것도 있고, 전혀 모르는 사람과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으니까.
꼭 다른 채널과 교류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
‘아웃사이더 마인드였지.’
그래서일까.
지금까지 그나마 교류를 주고받은 채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초창기에 만난 주연이, 팬미팅에서 만난 인덕이, 스승님 이호연, 편집학원에서 만난 아름이, 그리고 직장 동료인 고래.
하나하나 되짚고 나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전부 실제 인연이잖아.’
어떤 계기로든 실제로 만나 인연을 쌓은 사람들이었다.
그 밖의 생판 모르는 채널과 교류한 적은 내 기억에 단 한 번도 없었다.
달칵.
그런데도 여전히 이렇게 많은 채널로부터 쪽지가 날아오고 있다.
대형채널부터 작은 채널까지.
생각해보면 지금껏 내가 타 채널과 교류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상대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알면 되잖아.’
잘 모른다면 알게 되면 된다.
앞서 언급한 나와 교류한 사람들도 처음부터 잘 알았던 건 아니다.
인덕이가 초콜릿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아름이가 착하고 허당기가 있는 것도 처음에는 몰랐다.
마찬가지였다.
비록 실제로 만나는 게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유투브 영상이었다.
연두튜브를 보면 연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떤 채널의 유투브 영상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시점부터 나는 여러 채널의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 이런 사람이구나.’
의외로 다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 못하게 편집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고.
그리고 든 생각이었다.
이런 채널과는 함께 콘텐츠를 진행해봐도 괜찮겠다고.
꼭 상대측에서 쪽지나 제안을 보내온 게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먼저 손을 내밀면 되는 거니까.
그렇다고 무작정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채널과 콘텐츠를 진행하겠다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연두의 의사였다.
연두가 전혀 관심 없는 분야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서였다.
옆에 앉아있는 연두를 향해 슬쩍 말을 붙였다.
“네, 아빠!”
힘차게 대답하는 연두.
“연두는 요즘 막 관심이 가는 거 없어?”
“관심이 가는 거여..?”
“응. 이걸 해보고 싶다거나, 친구들이 뭘 하는데 재밌어 보인다거나.”
실제로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저번 콩쿠르를 준비할 때부터 연두한테 피아노 말고 딱히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는 거 같아서.
고민에 빠진 연두.
막상 떠올리려니 떠오르는 게 없는 모양이다.
그러다……
“아!”
무언가 떠오른 듯 얘기한다.
“아빠! 살이 빠지고 무럭무럭 자라려면 운동을 해야 하죠?”
“그렇지?”
“운동이요!”
해맑게 연두는 입 밖에 뱉었다.
“운동을 하고 싶어여! 연두는 살이 빠지고 무럭무럭 자라고 싶으니까..!”
운동이라.
전혀 살을 뺄 필요성은 없어 보이지만 확실히 운동은 좋은 취미이다.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나 역시 연두에게 활동적인 취미가 하나 있어야 할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던 참이었다.
피아노는 아무래도 활동적이라 볼 수는 없으니까.
‘운동..’
그냥 생각하면 그렇게 막연한 게 없다.
운동 유투버 하면 떠오르는 김겨란을 찾아가서 ‘연두의 3대 측정’ 시리즈를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잠깐만.
생각보다 재미있을 거 같은데?
그래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웨이트는 아직 무리야.’
딱히 필요성도 없을뿐더러 다칠 염려가 있다.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최근에 본 운동 관련 유투버를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되짚어봤다.
그때였다.
불현듯 한 유투버가 떠오른 건.
“.. 그거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