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788)
화. 91.3
드디어 다가온 출시일.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윤호삼촌과 이야기하며 작화팀 설립을 고민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개의 프로젝트를 끝마쳤다니.
첫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스튜디오 초록을 팀으로서 알리는 계기가 됐지.’
작화팀 창설 전에 내 커리어는 개인 또는 우영이와 쌓아올린 것들이었다.
개인과 팀은 다르다.
개인으로는 역량을 한껏 드러내던 사람이 회사를 세우고 역량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쫄딱 망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
따라서 첫 프로젝트는 증명의 무대였다.
그리고 그 증명의 무대에서 스튜디오 초록은 완벽하게 첫 발을 내디뎠다.
모두에게 보여준 거다.
팀으로서도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그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프로젝트.
‘드림 큐!’의 작화.
기간과 작화량을 고려할 때 첫 프로젝트보다 훨씬 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었다.
굳이 따지면 중요도도 높았다.
앨범의 경우에는 최우선순위가 음악으로 확실히 정해져 있는 반면에 게임은 작화의 비중이 엄청나게 크니까.
‘입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겠지.’
첫 프로젝트가 증명의 무대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한 단계 더 위로 도약할 수 있는 무대였다.
실제로 그랬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했을 경우에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결과를 알 수는 없다.
내 시각과 대중이 바라보는 시각이 완벽히 일치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니.
유저들로부터 평가받는 게 작화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유효했다.
게임은 대표적인 종합예술이다.
스토리, 작화, 음악, 그 밖의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게임이 완성되니까.
하지만……
‘나는 게임을 직접 해 봤어.’
그런 입장에서 어느 요소 하나도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무엇보다도 ‘JUNE’의 스토리였다.
나랑 연두를 푹 빠지게 만들고, 시은이를 몰입하게 만들고, 심지어 우영이까지 팬이 되게 만든 스토리.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다면 어떡할 거냐고?
‘받아들여야지.’
그렇다고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모두가 얘기하는 미다스의 손이라는 과분한 호칭이 벗겨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이번 프로젝트에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번의 실패가 다음 프로젝트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조금 돌아갈 뿐이다.
끼익.
스튜디오 문이 열리고 보이는 얼굴.
경리 유하나였다.
“이, 일찍 오셨네요..”
역시 출시일이라 그런지 잔뜩 긴장한 듯한 표정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출시와 동시에 게임의 흥행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팀원들과 함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하, 어서 와요.”
하나둘 들어오는 팀원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팀원들이 도착했다.
“후하.. 떨리긴 하네요.”
“다행이다. 저만 그런 건 아니었나 보군요. 초록님은 어떠신가요?”
나를 향한 물음에 팀원들의 시선이 모였다.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몇 달 간의 여정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 앞에 놓여있는데 태연할 수는 없다.
로봇이 아니라면.
그래도 불안감에 떨 필요는 없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밝아지는 팀원들의 얼굴.
뭔가 재미있다.
내 한 마디에 이런 표정을 짓는 팀원들의 모습을 보니.
설마 팀원들도 내 이름 앞에 붙여진 ‘미다스의 손’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수식어를 조금은 신뢰하고 있는 걸까.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그런데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실망하지는 말죠.”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우리 손을 떠났다.
그리고 내가 결과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인다면 팀원들은 그런 나까지 신경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싫었다.
내 의도를 알아챈 건지 팀원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예정된 시각이 찾아왔다.
‘드림 큐!’가 출시됐다.
***
드디어 출시된 ‘드림 큐!’.
그 현장을 화면을 통해 뚱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본명은 박중석, 닉네임은 케이.
게임업계에서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남자였다.
플레이어로서.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와.. 드디어 출시됐다.
-바로 삽니다.
-얼마나 존버했는지 ㅠㅠ 드디어 구민아 완전판을 보는구나…
-왜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재밌냐 ㅋㅋㅋ
-하아.. 행보카다…
이제 막 출시가 돼서 아무도 끝까지 플레이하지 않은 게임인데도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스토리 위주의 게임인 데다가 아이돌 육성이라는 소재의 특별함도 있으나 그건 부차적인 이유였다.
가장 큰 이유는 초록과 연두의 존재감이었다.
‘물론 호감이지.’
그는 게임 리뷰 유투버였다.
같은 유투버로서 연두튜브의 존재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초록은 호감이었다.
가식적인 걸 가장 싫어하는 그의 눈에도 가식적인 모습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연두도 말할 것도 없이 귀여웠다.
게임 유투브 말고는 전혀 보지 않던 그가 영상 일곱개를 연달아 보게 만들 정도로.
구독도 물론 눌렀고.
‘그거랑은 별개라고.’
게임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까다롭고 엄격한 그였다.
영화 리뷰계에 박병식이 있다면 게임 리뷰계에는 케이가 있을 정도였다.
악평도 자자했다.
모두가 명작이라고 하는 게임에 보란 듯이 7.3점을 줘 버려서.
여기서 중요한 건 10점 만점이 아니라 100점 만점에 7.3점이라는 점이었다.
-진짜 또라이 ㅅㄲ네.
-피라미드에서는 얘 진짜 고소해야 된다. 무슨 기준으로 이따위 점수를 매긴 거임?
-내 인생작을 니가 뭔데 7.3점을 주냐?
-7점도 아니고 0.3점은 뭐임? 약올리는 거임?
-그냥 소신 있는 척 하는 ㅂㅅ인듯.
-한두번 사람들이 노빠꾸라고 칭찬해주니까 뇌절치는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
케이는 억울할 따름이었다.
7점에서 0.3점을 추가한 건 약올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점수였으니까.
케이는 꿋꿋하게 영상을 올렸다.
[7.3점에 대해 해명합니다.]그리고 영상 내용은 두 문장이었다.
해명할 게 없습니다. 그냥 노잼입니다.
그 사건은 케이에 대한 악명이 더욱 자자하게 만들었다.
인지도 또한 올라간 건 사실이지만.
신랄하게 욕을 하면서도 새로운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유저들은 케이가 매기는 점수에 관심을 가졌다.
-오, 케이가 72점 줬는데? 바로 해야겠다.
-ㄹㅇ이네 ㅋㅋ
-아 ㅋㅋ 중간에 소수점 없는지 확인하라고.
-너네 ㅂㅅ임? 케이가 전문 평론가도 아니고 얘 점수가 뭐라고 게임을 살지 말지 결정함?
-어, 팩트는 케이가 70점 넘게 준 것 중에 노잼인 건 하나도 없어~
-ㅇㅈ ㅋㅋ
그런 방식으로 좋게든 나쁘게든 게임 리뷰어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한 케이였다.
케이가 마우스에 손을 올렸다.
‘뭐, 해 봐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드림 큐!’는 현시점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게임이었다.
게임 리뷰어는 속도가 중요하다.
누구보다 빠르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리뷰를 올리는 역할이니까.
케이 역시 알고 있었다.
연두와 초록님의 이미지를 고려하면 이 게임에 악평을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욕설이 쏟아질지.
케이는 피식 웃어보였다.
‘내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썼다고.’
리뷰계의 악동 이미지가 확실히 박힌 탓인지 모종의 거래를 제안해오는 회사도 많았다.
거금을 줄 테니 높은 점수를 달라는 둥의 제안이었다.
케이는 단칼에 거절했다.
‘욕을 퍼부었어야 하는데.’
소신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한 케이였다.
금전을 받고 매기는 가짜 점수는 말할 것도 없고, 유저들의 눈 밖에 나는 걸 두려워하는 순간에 게임 리뷰어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천재는 고독한 법이다.
그리고 게임 리뷰에 한해서 케이는 스스로가 천재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로지 게임만을 놓고 평가한다.
‘드림 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에 흠이 발견된다면 가감 없이 평가해 주지.
그렇게 시작한 게임.
달칵.
인트로 화면이 떠오른다.
선택한 건 남자 아이돌 버전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화면에 엔딩 크레딧이 떠올랐을 때.
“…”
케이는 말없이 한참동안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
게임 출시 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습관처럼 유투브를 들어갔다가 민망한 제목들을 목격한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놈의 알고리즘.
어떻게 내가 초록인 줄 알고 나에 관한 영상들을 추천해주는 거냐고.
-터졌다, 또 터졌다!
-스튜디오 초록,, 한국의 지브레?
-‘미다스의 손’이자 연두 아빠인 초록에 대해 ‘Araboza!’
썸네일을 보면 온통 나였다.
제목에서 감이 오겠지만 ‘드림 큐!’는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음 며칠은 그럴 수 있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긴 하지만 연두부들의 존재감이 결코 적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그랬고.
중요한 건 그 이후였다.
‘포장지가 벗겨진 뒤.’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의 평가가 시작될 때부터가 관건이었다.
영화 못지않게 게임은 리뷰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유명 리뷰어는 물론이고 유저들도 자유롭게 게임을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가장 유명한 게 ‘메타프리틱’이었다.
‘게임을 리뷰하고 평가하는 사이트.’
이름이 알려진 게임 리뷰어들도 모두 여기서 활동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게임에는 점수가 매겨지는데,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한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는 유저들이 많았다.
점수는 그만큼 중요한 척도였다.
[드림 큐!]드림 큐가 사이트에 등록된 건 며칠 전이었다.
양심고백을 하자면 나는 100점을 줬다.
게임이 정말 재미있었던 것도 있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반장선거 용지에 내 이름을 쓰는 마인드였다.
봐 주길 바란다.
어차피 내 100점 하나는 해변의 모래알 하나 수준이니까.
그래서 결과는 어떻냐고?
“하하..”
실소가 나온다.
먼저 알아둬야 할 사전정보가 있다.
메타프리틱은 전체적으로 점수를 상당히 짜게 주는 편이었다.
대체로 기준이 되는 건 50점이다.
‘50점을 넘기면 괜찮은 게임이라고 평가하니까.’
명작의 경계는 85점 정도이다.
납득이 가는 점수였다.
그 까다로운 유저들 사이에서 85점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면 재미와 퀄리티는 보장됐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이제 ‘드림 큐!’의 점수를 말할 차례다.
지금 내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NEXT – Dream Q!(91.3)
괄호 안의 숫자가 게임의 스코어였다.
밑으로는 수많은 유저들의 댓글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91.3점 지린다…
-올해 메타크리틱 90점 넘긴 거 게임 다 통틀어서 손에 꼽지 않냐.
-ㅇㅇ 진짜 손에 꼽음. 이제 거의 연말인데.
-애초에 넥스트에서 만든 게임 중에 85점 넘긴 게 하나도 없잖아.
-나 아직 안 해 봤는데 이 정도 점수 받을 만한 게임임?
-해 보면 안다 ㅋㅋㅋ 아직도 후유증에서 못 헤어나오고 있음. 그리고 메라프리틱 점수는 거짓말 안 함.
-케이 한줄평 : 흠잡을 데 없는 스토리와 그걸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작화와 연출.
-케이가 그렇게 말했다고?
-ㅇㅇ 나도 처음 봤을 때는 돈 받은 줄 알았음 ㅋㅋㅋ
그 케이가 준 평점은 90점이었다.
지금 시점에서는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완벽한 흥행